소설리스트

금손으로 살아가기-112화 (112/156)

기분 좋은 영향력 (1)

* * *

“우하하!”

“강 작가님! 축하해요!”

“이정수 팀장님도 축하해요!”

우리는 얼싸안고 기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누가 보면 우리가 낙찰받은 걸로 알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 저런 거 따질 여유가 없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변 이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정수 팀장님! 잠깐 팀원들 좀 모아봐요?”

“네? 그건 갑자기 왜요?”

“아~ 일단 모아봐요~!”

이정수 팀장은 행사장 주변에 대기 중이던 미술경매2팀 팀원들을 향해 손짓했다.

4명이 다가왔고, 그러자 변 이사는 크게 소리쳤다.

“우리 강 작가님 헹가래 한번 쳐 줍시다!”

“네? 여기서요?”

행사장이라 그런지 천장은 높았다.

근데, 이건 좀 개오바 아닌가?

나 또한 지금 기쁘기 그지없었지만, 변 이사가 더 흥분한 것 같았다.

“아, 뭣들 해요? 빨리 오지 않고?”

변 이사는 진심이었고.

곧바로 내 다리를 붙잡았다.

“어? 어?”

결국, 머뭇거리던 주변 사람들도 웃으며 날 붙잡았고.

결국 난 사람들 손 위에 눕혀졌다.

공중에 붕 떠 있는 나.

밝은 조명의 천장이 보인다.

관련 없는 사람들도 우리의 모습이 신기한지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하나~ 둘~ 셋!”

휙~!

날았다.

굉장히 높이 날았다.

“축하해~!”

휙~!

다시 또 날았다.

처음엔 약간 무서웠는데, 두 번째부터는 좀 재밌었다.

“하하하!”

모르겠다. 나도 그냥 즐기기로 했다.

휙~!

“강태평 화이팅!”

“강 사장님~ 축하드려요!”

난 하늘을 향해 주먹을 뻗으며 우리 회사명을 외쳤다.

“사랑산성 화이팅!”

세 번의 헹가래 후 난 내려왔고.

짝짝짝.

우리는 다 함께 서로를 향해 박수를 쳤다.

난 처음 만난 미술경매2팀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었고.

그들은 정말 과하다 싶을 정도로 허리를 숙이며 내 손을 잡았다.

“영광입니다. 작가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난 웃으며 대꾸했다.

“아닙니다. 잘 준비해주신 덕분이죠.”

난 이정수 팀장의 손을 잡고. 그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팀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결과로서 과정을 입증하셨네요.”

“현실이 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난 진심으로 이정수 팀장에게 고마웠다.

그가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내게 과연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아무리 작품이 힘이 있더라도, 세상에 보일 수 없다면 소용없다.

이정수 팀장을 만나지 못했다면…….

“팀장님, 저는 이제 시작이거든요?”

“네?”

난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했고.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주고 싶었다.

최고의 선물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다.

“다음 작품도 잘 부탁드릴게요. 맡아 주실 거죠?”

이 말에.

이정수 팀장은 눈을 부릅떴고.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왜 굳이 벌써부터 그런 말씀을…… 많은 기회가 찾아오실 텐데.”

“제가 팀장님과 함께 일하는 것을 원합니다. 이거 빈말 아니에요.”

변 이사도 옆에서 훈훈한 미소로 웃었고.

오 대리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이정수 팀장은 평소처럼 90도 각도로 내게 허리를 숙였다.

“다음 작품도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하하. 팀장님이 흡족할 작품을 드려야겠네요.”

난 허리 숙인 그를 일으키며 말했고.

이정수 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하하. 앞으로 작가님이 만드시는 작품은 역사가 될 겁니다. 그리고 만약 작품이 예상만큼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전 최선을 다할 겁니다.”

“…….”

이정수 팀장은 가슴을 두들기며 말했다.

“신뢰는 신뢰로서 보답합니다.”

“네, 고맙습니다.”

찰칵! 찰칵!

그때 주변에서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들렸고.

“저, 대화 끝나셨나요?”

누군가 우리에게 말을 건네었는데.

그 주변에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여러 명 더 있었다.

“네모의신 강태평 작가님? 하하.”

밝은 카메라 조명 때문에 처음엔 바로 못 알아봤었다.

“잠깐 인터뷰 좀 가능할까요?”

동방일보 박인수 기자였다.

사랑산성 동료들과 이정수 팀장.

모두 날 바라봤다.

이제 때가 된 것이다.

네모의신이 완벽하게 세상에 드러날 때가.

난 흔쾌히 대답했다.

“네, 그러시죠.”

* * *

고급스러운 집무실.

금색 장식이 된 지팡이를 든 남자가 집무실 의자에 앉아서 TV를 틀었다.

TV동방의 ‘박 기자의 시각’.

[안녕하세요. 박인수 기자입니다. 박 기자의 시각. 이번엔 미술품 경매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요즘엔 미술품 경매가 대중화되면서 특별한 사람들만 참여한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일반 시민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TV동방의 카메라는 여기저기서 패들을 드는 응찰자들. 호쾌한 목소리로 경매를 주도하는 경매사를 보여주었다.

[이번 영웅 옥션에서 주최한 ‘영웅 옥션 X 디자인 컴퍼니 living with art’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디 사는 누구십니까?]

박인수 기자는 어느 삼십대 여성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안녕하세요. 광명시에 사는 최상미라고 합니다.]

[평소에도 경매를 자주 오시나요?]

[아, 최근 들어 관심이 생겨서 가끔 오고 있는데요. 미술품을 좋아하기도 하고, 재테크로서 가치도 괜찮다고 해서요.]

[아~ 그렇군요. 오늘 어떤 작품에 응찰하셨나요?]

[네모의신이요.]

[네?]

[돈이 없어서 실제로는 못 했지만, 마음으로 응찰했습니다.]

[그런 작품은 없는 거 같던데.]

[네모의신! 우워~!]

여성은 돌변하여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그녀가 입은 자켓 안, 핑크색 티셔츠 가운데에 ‘네모천국’이라는 글씨가 프린팅 되어 있었다.

[아…… 인터뷰 감사합니다.]

박인수 기자는 황급히 마이크를 돌렸다.

[참고로, 네모의신은 작품명이 아니라 작가명이라는 말씀드립니다.]

박인수 기자는 천천히 경매장을 걸어가며 말했다.

[오늘 최고가로 낙찰된 작품은 김환수 작가의 ‘정물’로 25억5천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1955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김환수 작가의 수작으로 평가받죠.]

박인수 기자는 ‘정물’ 앞에 섰다.

[역시 많은 컬렉터의 관심을 끌었고요. 최고추정가 18억을 훨씬 상회하는 25억5천만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근데…… 대단하기는 하지만,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죠.]

“훗…….”

집무실의 남자는 웃으며 담뱃불을 붙였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고가 낙찰 작품은 아니지만, 이번 경매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주인공은 따로 있었습니다. 좀 전에 인터뷰한 여성분이 말씀하셨는데…….]

박인수 기자는 ‘정물’이 놓인 기둥을 돌아서 반대편으로 갔다.

붉은색 운용지로 만들어진 ‘9명의 난쟁이’ 앞에 선 박인수 기자.

[네모의신 작품. ‘할아버지의 일생’입니다.]

박인수 기자는 여기서 살짝 흥분한 듯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정말 모든 과정이 독특한 작품인데요. 우선 작품부터 보자면, 종이를 접어서 만들었습니다. 자르거나 붙이지 않고, 하나의 종이로만요.]

“흠…….”

[그리고 2021년 작품이며, 두 달 전에 만든 작품입니다. 이런 작품을 추정가 2~4억 원으로 프리뷰 first zone에 위치시킨 영웅 옥션의 배팅도 이례적이었고요. 아, 신인 작가의 첫 작이라는 페널티도 있었네요.]

박인수 기자의 말이 빨라지고 있었다. 설명을 하면서 더 흥분해 갔다.

[프리뷰 이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작품의 작가는 유명 너튜버 네모의신입니다. 네모의신이 오프라인에 등장했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휴우―

박인수 기자는 숨을 몰아쉬고 다시 한번 말했다.

[최고추정가 4억 원으로 평가되는 작품이…… 무려 19억 원에 낙찰이 되었죠. 사실 전문가들 의견은 추정가 4억 원조차도 높다는 의견이었거든요.]

박 기자는 카메라를 또렷하게 보며 말했다.

[이는 네모의신의 영향력과 작품 희귀성이 가져온 구매력이라고 보입니다. 어쩌면 앞으로의 가능성이 평가된 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네모의신이 작품활동을 계속할수록 이 작품은 19억 원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 네모의신!

― 어머~ 나 어떡해~ 흑!

― 잘 생겼다아~!

[네모의신님이 경매 현장을 직접 찾으셨는데요. 이제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합니다. 하하. 저도 이분이 네모의신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잠깐 모시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화면에 강태평의 모습이 나왔고.

의자에 깊숙이 기대어 앉아있던 남자는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아니…… 저 남자는.”

[본명 말씀하셔도 됩니까?]

[하하. 네. 이제 뭐 어차피 다들 아시게 될 텐데요. 강태평이라고 합니다.]

“강태평?!”

남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하. 영광입니다. 어쩌다 보니 네모의신님의 오프라인 데뷔 인터뷰를 하게 됐네요. 시청자 여러분께 인사하시죠.]

화면 속에 강태평은 꾸벅 인사한 후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네모의신입니다. 그동안 모습도 보이지 않고, 익명으로 활동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아니…… 저 남자가.”

영상에서 박인수 기자와 강태평은 축하 인사를 주고받으며, 간단하게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아하, 그렇군요. 그 할아버지께 감사해야겠네요.]

[네, 조만간 뵈어야겠습니다. 그날 맛있는 밥도 주셨는데, 이렇게 큰 선물도 주시네요.]

― 착하다!

― 잘생겼다!

― 네모의신은 역시 신!

강태평이 한마디 할 때마다, 네모천국 팬들은 난리였다.

경매 끝난 마당에 팬들은 더 이상 신분을 숨이지 않았다.

‘네모천국’이 쓰인 핑크색 티셔츠의 향연.

난리였다.

강태평은 말하는 중간에 팬들의 열렬한 성원에 인사하느라 바빴다.

[큰돈을 버시게 되었는데. 어디에 쓰실 생각입니까?]

[아…… 음.]

강태평은 잠시 고민하다가.

[지금 잠깐 생각해봤는데요. 일단 직원들과 좀 나눠야 할 것 같고요. 그다음에 사무실 만드는 데 쓰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하하.]

[사무실이요?]

[네. 사업을 시작했는데, 아직 사무실이 없거든요. 하하.]

그의 말에 박인수 기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마치려 했다.

[네, 인터뷰 감사합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박인수 기자는 카메라 정면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이번 경매의 특별한 점 중의 하나는 김환수 ‘정물’, 네모의신 “할아버지의 일생’ 두 작품 낙찰자가 동일하다는 겁니다.]

― 오…….

― 겁나 부자인가 보다.

[저…… 그분이 누굽니까?]

인터뷰 끝났던 강태평이 옆에서 불쑥 물었다.

[네? 아. 하하.]

박인수 기자는 갑자기 불쑥 나온 강태평에 당황했지만.

다시 카메라 정면을 보고 말했다.

[저희도 궁금해서 옥션 관계자에게 문의를 해봤는데, 낙찰자는 대외비라서 알려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박인수 기자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상 박 기자의 시각. 마치겠습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픽!

끝나자마자 집무실의 남자는 TV를 껐다.

“이봐!”

부름과 동시에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낙찰대금 최대한 빨리 완납해라. 늦어도 일주일 안에.”

“네? 아 네 알겠습니다. 근데 어떤 작품 먼저…….”

“네모의신.”

“알겠습니다.”

남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리고…… 영웅 옥션과 약속 잡아.”

“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