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손으로 살아가기-85화 (85/156)

싫지만 해야 하는 일 (2)

* * *

“에헤이~, 왜 그래요.”

내가 핸드폰 화면을 덮어버리자, 네모 씨는 웃으며 핸드폰을 다시 뒤집었다.

“제가 말씀드린 거 말고 더 확실한 방법 있습니까?”

“…….”

“그렇잖아요~. 그냥 나타나서 ‘동영상 주인입니다~.’ 이러면 믿을까요? 만약 믿는다고 해도 임팩트가 있을까요?”

네모 씨의 말이 틀리지 않다.

하지만…… 학은 질린다.

“검증 단계라는 건 어쩔 수 없이 필요해요. 대중은 쉽게 넘어오지 않습니다.”

“학은 끊었습니다…….”

“안 접은 지 이제 반년도 넘지 않았어요?”

“…….”

“이 정도면 트라우마가 극복되었을 것 같은데.”

오 대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학? 트라우마?”

오 대리에게 설명은 나중에 해주기로 하고.

“차라리 딴 걸 하고 말지, 아무래도 학은 싫네요.”

“에이~, 왜 그래요. 그냥 한 번 접지. 딱 한 번이면 될 텐데.”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는 거예요.”

사랑산성 잘되라고 조언해주는 건 고마운데.

내가 안 한다면 그만이지, 왜, 네모 씨가 난리인지 모르겠다.

가만히 보니, 네모삼촌과 정카도 간절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이상한데?

“뭡니까? 무슨 꿍꿍이죠? 냄새가 나는데?”

“하하하. 꿍꿍이는요. 무슨.”

네모 씨는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고.

그래도 내가 가만히 바라보자.

옆에 있던 네모삼촌이 말하였다.

“태평 씨, 다른 뜻 없어~. 그냥 태평 씨가 만드는 신의 학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것뿐이야.”

“…….”

“신의 학과 네모의 신을 추종하는 사람들로서.”

신의 학을 접지 않기로 한 이후, 그동안 많은 것을 접어왔다.

남자라면, 첫사랑을 잊지 못하듯이.

이들에게 신의 학은 그런 존재인 건가?

근데, 난 왜 금방 이해가 되지? 소름 돋네.

그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나 자신이 놀라웠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씹덕 감성 1년 만에, 나도 오타쿠가 된 건 아니겠지.

“역시…… 태평 씨는 이해해줄 줄 알았어.”

내 표정을 읽었는지, 네모삼촌은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이해요?! 전혀 이해 못 하겠는데요.”

난 애써 부인했다.

사실 여기서 이해 못 하는 사람은 오 대리 말고는 없었다.

“태평 씨, 본능을 부인하지 마…….”

난 네모삼촌의 말을 무시하고, 네모 씨를 바라봤다.

“진짜 방법이 그거밖에 없을까요?”

“태평 씨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상식적으로. 있을까요?”

“…….”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떠오르는 게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네모 씨의 제안대로 재현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을 것 같긴 하다.

“사장님 되셨는데, 직원들과 회사를 위해 한 건 하셔야죠.”

“…….”

“제 말 믿어보시라니까요. 효과 직방일 거라니까.”

너튜브 영상을 통해, 사랑산성을 알리고 광고수익도 얻는다.

목표는 이렇지만, 과연 광고수익까지도 가능할까?

“일단 알겠습니다. 고민해보죠.”

난 다시 나가려고 가방을 집어 들었고, 네모 씨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촬영하실 때 연락 주세요. 구경 갈게요.”

“…….”

“꼭이요~.”

* * *

“오 대리, 어떻게 생각해?”

결론을 내는 데는 한 타임 쉬어가는 게 좋지만.

피드백 회의는 빠를수록 좋다.

네모튜브에서 나오자마자, 난 오 대리와 함께 가까운 카페로 왔다.

“글쎄요……. 너튜브 영상으로 사랑산성을 홍보 및 다른 수익도 기대하신다면…… 이보다 빠를 방법은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

“…….”

“어찌 보면 이것 또한 천운이거든요. 왜 그런 도인 영상을 찍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영상이 1,000만 뷰가 넘었고, 그 주인공이 강 사장님이 맞으시다면…… 이건 정말 아무한테도 오는 기회가 아니거든요.”

오 대리는 영상 속 주인공이 내가 맞는지 의심하는 것 같았다.

“왜? 나 아닌 거 같아?”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솔직히 믿기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믿겠어?”

“똑같이 하시면 믿겠죠.”

흠……. 가까이 있는 사람도 이렇게 말할 정도면.

오 대리는 덧붙여 말했다.

“분위기는 비슷하게 낼 수 있어도, 아까 그 학이요.”

“…….”

“그건 흉내 못 낼 것 같거든요. 종이접기는 잘 모르지만…… 그 학은 정말 오묘하던데요? 그렇게 날개 깃털까지 표현된 학은 처음 봤어요. 아니, 상상도 못 해봤어요. 하하.”

그의 말을 들으며 목적을 생각해 보았다.

홍보……. 홍보라. 그래, 홍보는 확실히 되겠지.

내 존재를 오픈하는 순간부터 홍보야 확실히 되겠지만.

지금 사랑산성에 홍보가 필요한가?

잘 알려지면 좋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다지 홍보가 필요한 시기는 아닌 것 같다.

그럼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과연 돈이 될까?

어차피 네모튜브 채널이기 때문에 너튜브 광고수익은 네모튜브 몫이다.

“오 대리는 너튜브에 대해서 잘 아나?”

“조금 압니다. 너튜브를 자주 보기도 하지만, 예전에 채널 만들었던 경험이 있거든요.”

“채널?”

“네, 부산에서 헌팅하는 채널이었는데, 여자 친구가 싫어해서 접었습니다.”

“애인 있는 사람이 헌팅을 해?”

“하하. 진짜로 하는 게 아니고요. 헌팅하는 과정을 담는 거죠. 성공해서 어디 들어가기 전에, 너튜브 촬영이었다는 거 여자분에게 말씀드리고 영상 써도 되는지 허락을 받죠. 물론 싫다고 하면 촬영 영상을 지우거나 여성분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업로드하든가요.”

“…….”

“근데, 여자 친구는 일을 일로써 받아들이지 못하더라고요.”

“흠……. 그럴 수도 있겠네. 소재는 흥미롭지만.”

“네~, 근데 이런 소재로 너튜브 하는 채널 많아요~. 제 차별점은 혼혈 외국인이 헌팅에 얼마나 잘 먹히나~. 이런 거였죠. 그리고 제가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제 성향과 맞기도 했고요. 하하. 며칠 못 했지만 반응 꽤 좋았었는데…….”

흠……. 왠지 단순한 헌팅이 아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헌팅이라고 순화하여 표현하는 게 아닐까.

“채널명이 뭐였는데?”

“원나잇 포차요.”

어디 들어간다는 게 M으로 시작하는 곳 말한 거였구나.

“…… 여자 친구가 반대할 만하네.”

“하하. 그냥 일인데.”

앤더슨 오 대리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 보니, 일 얘기하다가도 자꾸 다른 얘기를 하게 된다.

“아, 그래서 자기한테 물어보려고 했던 게.”

“네.”

“너튜브 수익에 대해서 잘 아나?”

“구조에 대해선 당연히 잘 알죠. 전 수익 창출에는 실패했지만. 공부는 철저히 하고 들어갔거든요.”

“홍보를 목적으로 사랑산성 영상을 올리는 건 지금은 중요하지 않거든?”

“흠……. 그렇죠. 식당은 이미 꽉 차서 들어올 자리도 없고. 다른 사업들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니까요.”

“그러니까 말이야. 굳이 지금 사랑산성 클립을 만들어서, 영상 업로드해 가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은 거야. 수익 창출도 되지 않는다면 말이야.”

“아……. 수익 창출. 그래서 물어보신 거구나.”

오 대리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사장님, 낚시해 보셨어요?”

“낚시?”

“네.”

“안 해봤는데.”

“낚싯대 넣으면 바로 물고기가 잡힐까요?”

“아니지 않아? 보통은 낚싯대 앞에 장시간 앉아 있을 것 같은데.”

오 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 영상 클립 업로드하는 걸 그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

“홍보? 지금 당장은 큰 의미 없죠. 하지만 미래에는 필요할 거라고 예상되잖아요.”

그렇지. 미래에는 필요하겠지. 만약 사랑산성이 망하지만 않는다면.

“돈을 많이 들이지 않는 홍보는 꾸준히 해나가야 하거든요. 그리고 이런 게 은근한 영향력이 있고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그냥 정기적금 넣는다고 생각하시고, 일단 꾸준히 해나가는 거죠.”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리고 너튜브 수익구조는요. 잠깐만요. 제가 간략하게 적어드릴게요.”

# 너튜브 수익모델

1) 광고 수익

2) 협찬 수익(PPL)

3) 실시간 방송 후원금 수익

그리고 오 대리는 각 모델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해박한 지식이 놀라웠다.

너튜브 채널을 경험해 봐서일까, 아니면 똑똑해서일까.

“그러니까, 지금 우리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수익을 기대할 만한 것은 협찬 수익(PPL)이에요.”

“…….”

“협찬 수익은 너튜브에 떼어가는 거 없이, 너튜버가 100% 가져가요. 실제 유명 너튜버들의 주 수입원은 협찬 수익이거든요. 이게 규모가 가장 커요.”

“…….”

“하지만 영향력 있는 너튜버에게만 가능한 수익 모델이죠. 누구나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광고주가 컨택을 해줘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유명세가 있어야겠죠.”

오 대리는 눈썹을 찡긋하고는 덧붙여 말했다.

“네모의 신님은…… 유명하지 않습니까?”

“…….”

“120만이 넘는 네모튜브 채널의 최고 스타이며, 그 영향력은 런치 오브 제로백에서도 한번 입증되었죠.”

네모의 신으로 너튜브에서 딱 한 번 홍보한 적이 있는데, 그게 런치 오브 제로백 흥행의 시작이었다.

“장담하기는 이르지만, 전 협찬 수익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고 봅니다.”

“협찬 수입이라는 게 대략 얼마나 되는데?”

“그게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유명 너튜버의 경우 건당 수천만 원도 된다고 들었어요.”

건당? 수천?!

열심히 해야겠구나.

역시…… 액수를 들으니, 동기부여가 확 된다.

사실 나도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던가? 아니면 인간의 본능인 건가?

협찬 수익……. 어쨌든 선택은 광고주가 하는 거고, 아직은 가능 여부를 알 수 없는 일.

하지만 네모의 신이라면 가능성이 있으니까. 만약 된다면 성과도 꽤 크고.

낚싯대……. 한번 던져보지, 뭐.

“오 대리.”

“네.”

“촬영 준비하자.”

* * *

네버랜드 홈브리지.

용인에 있는 테마파크 안에 있는 30년 된 리조트.

통나무로 만들어진 리조트 앞에 우리는 도착했다.

오 대리 외에 변 이사도 함께 왔다.

사랑산성에서 자가용 있는 사람은 변 이사밖에 없었다.

“변 이사님, 감사합니다.”

“기름값 청구할 거야.”

“물론이죠. 할증 넣어서 청구하세요.”

“땡큐.”

오 대리는 손으로 홈브리지를 가리키며 웃었다.

“영상 속에 그 골방과 가장 비슷해 보이는 곳을 찾은 겁니다.”

“흠……. 좀 오래되어 보이긴 하네.”

단양 수도원의 숙소.

노란 장판지 위에 이불과 요.

그리고 오래된 장롱 하나 외에 아무런 가구가 없는 아주 단출한 곳이었다.

“근데, 우리나라 최고의 놀이공원 리조트인데…… 설마 단양 수도원 같겠어?”

“하하. 들어가 보시면 알아요.”

현관으로 들어섰는데.

너무 깔끔하고, 현대식이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있다.

“하아……. 이거 아무래도 촬영 장소 잘못 잡은 거 같은데…….”

난 걱정스러운 마음에 중얼거렸지만, 오 대리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주차장은 3층에 있었고,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터벅. 터벅.

예약한 방을 향해 복도를 걸어가는데, 오래된 카펫과 천장 부근에 벗겨진 페인트가 보였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오래된 건물 흔적이 엿보였지만, 그래도 단양 수도원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철컥.

어느덧 방에 도착하였고, 오 대리는 열쇠를 넣어 돌렸다.

“방에 침대도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오래된 장롱 하나 있어야 하고.”

“흠…….”

벌컥.

오 대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사전 검증까지 했습니당~. 하하. 들어오십시오~.”

오 대리를 따라 안으로 들었고.

헐…….

방 안 풍경을 보고 난 놀라고 말았다.

이 유명한 네버랜드 테마파크의 리조트가…….

이렇게 구릴 수가 있나?!

단양 수도원이랑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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