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손으로 살아가기-79화 (79/156)

사업계획 (2)

* * *

‘종이접기 사업입니다.’

이 말에 변성준 외에는 아무도 이해 못 하는 모습이다.

나와 변성준의 반응을 봐서는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

그럴 만하다.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는데, 그게 종이접기라니.

설명을 하려는데, 변성준이 나섰다.

“다들 뭔 소리인가 싶을 거야. 내가 설명할게. 강 사장님, 그래도 되지?”

의외였다. 아마 자세히는 모를 텐데.

“네.”

일단 그러라고 했다. 필요하면 부연 설명 하면 되니까.

“음…….”

변성준은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종이접기는 강 사장님의 부업이야. 근데 말을 못 했던 건, 회사 다니면서 부업을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순 없는 거잖아.”

“…….”

“이 일을 시작한 지가 1년 가까이 되었고, 이쪽 세계에서는 강 사장님은 꽤 알아주는 전문가야.”

모두 놀라워하는 표정이었다.

변성준은 날 바라봤다.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해도 되나?”

나 또한 그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네, 어차피 회사 사업으로 하기로 했으니까요.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네모튜브라는 종이접기 채널이 있어. 구독자 수가 121만이고.”

오……. 꽤 정확히 아네.

“강 사장님은 거기서 네모의 신으로 활동 중이고, 팬덤이 두터워. 네모의 신 최고 조회 수 영상은 300만 뷰를 넘어. 그게 ‘신의 학 강림’이라는 최초 영상이었지.”

김지안은 놀라운 표정으로 말했다.

“와……. 구독자 수가 100만이 넘을 정도면…….”

앤더슨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회 수 하나가 300만이 넘을 정도면…… 진짜 엄청난 거예요.”

최경리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변성준은 말을 이어갔다.

“맞아, 대단하지. 닉네임만큼이나 강 사장님은 거기서 ‘신’급으로 여겨져.”

다들 놀라운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한 주에 두 번 촬영을 하고 있고, 회차 출연료만 해도 아마…… 100만 원은 넘지 않을까 싶은데…….”

역시 변성준은 경력이 있어서 그런가, 눈대중이 있다.

정확하게 100만 원 받고 있다.

변성준은 맞냐는 듯 내 눈치를 보았고. 난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노 코멘트 하겠습니다.”

― 우와…….

― 강 사장님 부자구나.

― 어쩐지, 레스토랑 할 때 간절함이 없어 보이더라.

부자는 무슨.

직원들 말대로, 레스토랑 하면서 이것 아니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했던 건 아니긴 하다.

하지만 이제 다르다. 전 재산을 털어 넣은 내 사업이다. 아주 간절해졌다.

앤더슨은 손을 살짝 들고는 말했다.

“그럼 앞으로 종이접기로 뭘 하겠다는 겁니까? 지금처럼 일주일 내내 출연한다고 해봐야, 월에 3,100만 원. 개인으로 보면 당연히 큰 금액이지만…… 회사 입장으로 생각한다면…… 좀…….”

최경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앤더슨의 말을 받았다.

“너무 적죠. 사진 촬영을 접을 이유가 없는 것이죠. 그것보다 덜 버는데. 혹시 너튜브 채널 오픈하시려고요?”

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6개월 전쯤에 단기간에 큰돈이 필요해서, 종이접기에 몰입한 적이 있거든. 어떻게 보면 그 또한 제로백 컴퍼니가 생기게 된 것에 기여한 부분도 있고요.”

“맞아. 없지 않지.”

변성준이 내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당시에 큰돈을 모았었지만, 너튜브 출연료로 해낸 게 아니야.”

“…….”

“예시를 들어주시면 안 돼요?”

김지안이 물었다.

“지금 말씀하시는 거로는 너무 알쏭달쏭해서……. 도대체 뭐로 큰돈을 버셨다는 건지, 그리고 종이접기라는 걸로 어느 정도 매출이 가능할지 전혀 짐작이 안 돼요. 아마 여기 계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흠……. 예시라. 근데 매출이 어느 정도 될지는 나도 잘 몰라.”

“…….”

“가능성에 투자하는 거야. 그때 한 조각의 구름을 보긴 했었으니까.”

오리가미. 종이접기를 넘어선, 종이 공예의 경지.

그때 하나의 공예품으로서 종이를 접었었고, 그로 인해 큰돈을 벌었었다.

노가다이긴 했지만.

“한 조각의 구름? 도사처럼 말씀하시네.”

최경리의 시니컬한 응답.

난 개의치 않고, 말했다.

“당시에 일주일 동안 2억 5천만 원을 벌었거든.”

“…….”

“종이접기만으로.”

* * *

일주일에 2억 5천만 원.

한 달을 4주라고 한다면 월에 10억이다.

물론 그때는 학 2,500마리. 밤샘 작업하며 노가다했던 것이고.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한 조각의 구름.

가능성을 본 것이다.

공예품으로서의 종이접기 가치.

새로운 사업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때 일이 떠올랐다.

기술을 가진 사람이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고의 가치를 낼 수 있는 것.

즉, 금손을 가진 내가 잘할 수 있고, 높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것.

― 믿기지…… 않는데요.

― 혹시 종이를 금가루로 만든 건 아니죠?

― 아니면 보석 박아 넣은 거 아니야?

변성준도 놀라워하긴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에 땅 구매 건 때문에 그에게 돈 빌려달라며 상담했었는데.

종이학 얘기는 하지 않았었다.

2억 5천만 원은 회사 생활 하면서 모은 거라고 말했었다.

“강 사장님…… 그럼 그때 2억 넘는 돈이…….”

“하하, 맞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릴 수가 없었어요.”

“아~, 그랬구나. 다행이네. 회사도 더 오래 다닌 나는 그동안 뭐 하고 살았나 싶었었는데……. 하하.”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 사람에게 말했다.

“내가 화두를 던졌으니까, 여러분은 이를 확장시켜서 수익이 될 궁리를 해주시면 됩니다.”

“…….”

“제가 경험한 것을 말한 것일 뿐. 그 이상은 잘 모르거든요. 공예품으로 만드는 것, 이를 어떻게 유통시켜서 판매를 일으킬 것인가 등에 대해서…… 고민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마 쉽지는 않을 겁니다. 대중적이지가 않으니까.”

“…….”

“제가 네모튜브와 자리 한번 만들게요. 안 그래도 네모삼촌이 제안했던 일이기도 했고.”

― 네모삼촌?

― 뭐야……. 이상해.

앤더슨과 김지안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이해한다. 나도 처음엔 이게 뭔 병맛인가 싶었으니까.

# 귀금속 세공 사업

화이트보드에 적은 뒤 말했다.

“이건 그냥 아이디어입니다. 제가 촬영하다가 우연히 귀금속 세공 현장을 본 적이 있거든요.”

‘배씨일가’의 귀금속 사업.

배병규의 의뢰로 제품 촬영을 하러 갔다가 봤었다.

“오~, 괜찮다.”

변성준은 느낌이 바로 오는지,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 사장님한테 딱이겠는데?”

내 손의 능력을 오랫동안 봐 온 변성준이기에 운만 띄워도 바로 이해했다.

“하하. 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기억해두고 있었죠. 세공 장비를 만진 적도 없고, 이 또한 어떻게 유통되는지는 모르지만요.”

최경리가 손을 들고 물었다.

“귀금속 세공이라는 게…… 보석 말하는 거 맞죠?”

“엄밀히 말하자면, 보석을 만드는 거지.”

“아…….”

“그러니까, 원석을 세공해서 보석으로 만드는 거야. 우리가 생각하는 보석들은 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는 거더라고.”

나 또한 확실히 아는 부분은 아니기에 추측성으로 대답했다.

김지안은 입술을 뜯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원석을 싸게 구매해서, 기술로서 가치를 넣어 비싸게 파는 거네요?”

난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그런 논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석이 싸지는 않지.”

“…….”

변성준이 내가 할 말을 대신했다.

“비싼 걸 사서, 더 비싸게 만들어서 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거야.”

“맞습니다.”

“그럼 우리가 바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군. 맞지? 이게 우선순위는 아니겠네?

“하하. 네.”

역시…… 변성준이 말이 잘 통한다.

“소재만 잡았을 뿐,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공부도 해야 하고, 제가 세공을 잘 해낼지도 검증해봐야 하고요.”

“무엇보다도 자본이 필요하겠지.”

변성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맞습니다.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하죠. 그래서 제가 생각한 우선순위는 종이접기 공예 사업이고, 그다음이 귀금속 세공 사업입니다.”

“…….”

“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할 생각입니다.”

난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살며시 말했다.

“왜냐면…… 대박 냄새가 나거든요.”

“응. 맞아. 많이 나.”

변성준도 웃으며 대꾸했다.

“자, 그럼 사업계획 우선순위에 대해 정리할게요.”

# 사랑산성 사업계획 우선순위

1) 외식사업.

2) 종이접기 공예 사업.

3) 귀금속 세공 사업.

4) 부동산 투자 사업.

최경리는 화이트보드에 적힌 내용을 보더니, ‘부동산 투자 사업’을 가리키며 물었다.

“하나 더 있어요? 저건 말씀 없으셨는데.”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거라서.”

“…….”

“영업이익에서 최소한 필요한 현금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동산 투자에 쓸 계획입니다.”

“이야~, 강 사장님 똑똑하다.”

변성준은 감탄하면서 중얼거렸다.

“안전자산에 투자한다는 거지? 언제 거기까지 생각을 했대?”

“하하. 보육원 때문에 그렇죠.”

보육원이라는 말이 나오자, 직원들은 또 의아해했다.

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고, 간단하게만 말했다.

“음……. 한 4개월 됐나? 어쩔 수 없이 샀던 땅이긴 하지만…… 그 새에 4배 올랐거든요.”

“…….”

이 말에 직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그때 샀던 그 땅 말인가?”

변성준은 기억하는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네, 맞아요.”

“그때 3억이라고 하지 않았어?”

“아, 뭐…….”

민망하게 뭘 금액까지…….

“그, 그럼 십이…….”

난 황급히 그의 말을 막았다.

“자자. 그만하시고. 이제 저녁 드시러 가시죠. 회의도 오래 했는데.”

벌써 5시가 다 되었다.

현황과 사업계획을 말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날 보는 직원들의 눈빛이 좀 달라졌다.

― 강 사장님…… 진짜 그렇게 안 봤는데.

― 그동안 숨기고 산 거였어?

― 그 재산에 재능 가지고 왜 이런 고생을 하며 회사 다닌 거야? 요리하고 사진 찍으러 다니고…….

― 노블레스 오블리주인가.

― 그게 이거랑 뭔 상관이야.

다 들리지만, 못 들은 척하였다.

설명하자면 피곤하다.

난 그냥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았을 뿐이다.

큰돈보다는 관계가 더 중요했다.

촬영 1팀의 변성준과 홍지아가.

그리고 혼자 살고 있는 데다가 이미 월 천만 원 넘게 벌고 있었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돈 벌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제 내 사업을 영위하기로 했으니.

차고 넘치게 벌어 볼 생각이다.

“부자 사장님.”

최경리가 공손한 어투로 날 불렀다.

“응? 나?”

“저녁 맛있는 거 사주세요. 싼 거 사주기만 해봐…….”

“…….”

* * *

해운대구 청사포 조개구이.

바닷가에 있는 방갈로 형태의 조개구이집에 왔다.

“와~, 분위기 있다아~.”

아직 해지기 직전의 어둠과 낮이 맞닿은 짙은 파란색의 하늘.

그 아래 새파란 파도가 넘실대고.

하늘과 파도 사이에는 갈매기들이 날아다녔다.

고급스러운 곳은 아니지만, 싼 곳도 아니다.

부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검색해 보고 찾아왔는데.

잘 온 것 같다.

불만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우리 다섯 명은 방갈로에 들어가기 전에 한참을 서서 바다를 바라봤다.

“강 사장.”

“네.”

변성준은 우리 모두가 잘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잘될 거야.”

“…….”

“자네가 잘할 거 같아.”

난 피식 웃고는 대꾸했다.

“역시, 긍정적이시네요. 한결같으십니다.”

“정말이야. 잘될 거 같아.”

그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난 아주 기대가 돼. 2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야.”

이 말에 모두 변성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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