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손으로 살아가기-66화 (66/156)

업종 변경 (2)

* * *

또각. 또각.

설수민은 빠른 걸음으로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사장 어딨냐고~!”

쨍그랑!

급기야 접시 깨지는 소리도 들렸고.

난 복도에서 기다리려다가, 설수민을 따라갔다.

난 남의 일 참견하는 거 싫어하지만.

곧 사업 파트너가 될 사람이니까.

혹여 진상 손님이 위력을 행사한다면 막을 생각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았다.

“이 씨바, 사장 어딨~.”

또 그릇 하나를 집어서 던지려던 순간, 설수민이 나섰다.

“여깄어요.”

“응?”

진상 손님은 완전히 눈이 풀려서는 인사불성 상태였다.

“니가 사장이야?”

“네.”

“일단 앉아.”

진상 손님은 자리에 앉은 뒤, 자기 무릎 위를 툭툭 치며 말했다.

“왜 부르셨죠?”

“일단 여기 앉으라고.”

그의 무례함에도 설수민은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더 행패 부리시면…….”

“야.”

진상 손님은 설수민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채었다.

“앉으라면 좀 앉아. 앉아서 대화하자고!”

설수민은 남자의 힘에 밀려 그의 무릎에 앉혀졌고, 주변에 있던 아가씨들이 말리려 하는데.

“아니야, 됐어. 푹신하고 좋네. 다리에 근육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게.”

“뭐가 어째?!”

“앉았으니, 말씀하시죠.”

진상 손님과 함께 온 일행들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무래도 진상 손님이 이 일행 중에서 가장 상급자로 보였다.

“사장이 아주 이쁜이네? 오빠가 사랑산성에 왜 왔겠니?”

진상 손님의 손이 설수민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즐기러 오셨겠죠.”

“그렇지. 그러면 좀 고분고분해야 하는 거 아니야?”

“…….”

“비싼 돈 내고 굳이 왜 여기서와 술 마시겠냐고. 옆에 목석들 앉혀서 놀 거면.”

설수민은 아가씨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노래 부를 때 탬버린 안 쳐 드렸어?”

“열심히 쳤습니다. 전신으로 쳤습니다.”

“아니면 노래 안 부른다고 뺐니?”

“아니에요. 티얼스로 3옥타브까지 갔다 왔어요. 목 아파 죽겠는데.”

설수민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진상 손님에게 물었다.

“할 건 다한 거 같은데, 뭐가 부족하다는 거죠?”

“노래만 부르면 손이 심심하잖아. 안 그래?”

그러면서 설수민의 몸을 더듬었다.

“입맛 즐거우면 어떡하나? 손도 즐거워야지. 언니들도 마사지 받고 좋잖아. 좀 더 가까이 앉아봐.”

진상 손님의 손이 설수민 가슴 위로 가려 했고.

찰싹!

설수민은 진상 손님의 손을 때렸다.

“거기까지.”

* * *

설수민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진상 손님은 얼어 버렸다.

“아무래도 잘못 오신 거 같은데요.”

그녀는 진상 손님의 무릎 위에서 일어났고.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저희는 말 그대로 노래 도우미 역할만 합니다. 그 외에 다른 도움은 드리지 않습니다.”

“…….”

“뭐, 업종이 이렇다 보니, 오해하실 수 있죠. 근데 요즘엔 이런 병신 새끼는 잘 없는데.”

설수민의 기세에 일행들은 쫄았는지, 황급히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저희도 막 과하게 놀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이만 가주세요. 서비스 비용은 받지 않겠습니다. 술값만 내고 가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일행 중 한 명이 진상 손님을 일으키려 하는데…….

“이거 놔~.”

갑자기 일행의 손을 뿌리치고는, 설수민의 뒷머리를 잡았다.

“저, 저…….”

놀란 일행은 말릴 생각도 못 하고 입을 벌리고 그저 바라만 보았다.

“야, 이년아.”

“…….”

설수민은 아무 표정 변화 없이, 머리채가 잡힌 채로 진상 손님을 노려보았다.

“내가 누군지 알아? 건방지게……. 그래, 잘됐다. 나도 니가 마음에 든다. 2차는 니가 가면 되겠어.”

설수민은 침착한 표정으로 옆의 아가씨에게 말했다.

“지금 바로 신고해라.”

“흑……. 네, 언니.”

놀란 아가씨는 울고 있었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꽉!

진상 손님은 설수민의 머리를 더 세게 움켜잡으며 협박했다.

“어쭈 표정 봐라? 눈 안 깔아?”

“미친 새끼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물장사로 몇 년을 굴렀는데. 때리려면 제대로 때려라. 깽값 좀 많이 벌게.”

“…….”

“요즘 매출도 안 좋은데 잘됐네. 씨바 새끼. 머리끄덩이를 그 정도 밖에 못 잡아당기나? 맥아리도 없는 새끼가.”

설수민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진상 손님이 아무리 겁을 줘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와아……. 설 사장님, 대단한데? 그래도 가만히 두고만 보기가.’

문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강태평.

아무래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걸 어떻게 중재해야 하지? 저 아저씨 술이 너무 취해서, 말로는 안 될 거 같은데.’

그렇다고 무기를 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주먹다짐은 태어나서 한 번도 안 해봐서, 자신 없었다.

그러던 중…….

복도 벽과 스탠드형 에어컨 사이에 끼어 있는 한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진상 손님은 설수민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문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었다.

“2차 가자~. 오빠가 잘해 줄게~”

“사장님~.”

아가씨들은 뭐라도 집어던질 요량으로 빈 그릇을 잡았지만, 설수민은 제재시켰다.

“신고했지? 경찰 금방 올 거야. 아무것도 하지 마. 오늘 횡재했다고 생각해.”

“사장님……. 흑흑.”

이 험악한 상황에서도 설수민은 침착했다.

찰싹!

그때, 이 소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공기를 가르는 경쾌한 파열음이 있었다.

찰싹!

“아오~, 아깝다. 잡을 수 있었는데.”

강태평이 파리채로 문을 때리며 나타났다.

“파리 새끼가 잘 안 잡히네요. 하하.”

파리채를 들고 나타난 강태평.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진상 손님은 어안이 벙벙했다.

“어이쿠, 여기 앉았네.”

강태평은 진상 손님의 등판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저씨, 잠깐 가만히 계세요. 옷 안 더러워지게 잘 잡을 테니까.”

“음?”

뭐라고 대답할 새도 없었다.

강태평의 파리채 스파이크는 작렬했고…….

쉬이익―.

철써억!

“으아악!”

엄청난 파열음과 함께 진상 손님은 괴성을 질렀다.

“어이쿠, 또 놓쳤네.”

극렬한 고통에 진상 손님은 설 사장의 머리채를 놓으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피, 피?!”

일행은 진상 손님 등에 맺힌 핏자국을 보고 기겁했다.

하얀색 와이셔츠 등판에…….

파리채 모양 그대로, 선명하게 핏자국이 맺혀 있었다.

“크어억…….”

고통에 진상 손님은 정신 못 차렸고.

강태평은 또 파리채를 들었다.

“파리가…… 이마에 앉았네?”

파리를 채를 들고 다가오는 강태평과 눈을 마주친 진상 손님.

“히이익―!”

그는 기겁하며, 뒷걸음질로 룸 밖으로 도망치듯 나갔다.

순식간에 상황 종료.

강태평은 손에 든 파리채를 보고는 설수민을 향해 씩 웃었다.

“파리 좀 빨리 잡을 걸 그랬나요?”

“호호.”

설수민은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며 웃었다.

“아니요. 딱 좋은 타이밍이었어요.”

# 파리채

Before: 내가 파리채를 잡는 건, 파리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었다.

After: 쇠가죽 채찍이 되었다.

* * *

“미안해요. 대화하다 말고.”

난 비어 있는 룸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고.

10여 분 뒤, 설수민은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나타났다.

“…….”

난 찬찬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좀 전에 매우 거친 상황을 겪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 오히려 짠하게 느껴졌다.

이 모습만 봐도 예상할 수 있다.

‘많이 겪어봤다는 거다.’

“괜찮으세요?”

“괜찮다마다요~. 어디 물장사가 쉬운가요. 호호.”

나보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 여성이.

아무렇지도 않게 할 말은 아닌데.

“그나저나 아까 그 진상 손님이 강 대리님 신고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설마 신고당하겠습니까.”

“호호. 요즘 얼마나 무서운데요. 살짝만 건드려도 합의금 내놓으라는 세상인데.”

“하하. 그래요?”

난 그런 쪽으로는 전혀 경험이 없어서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합의금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뭐, 신고하면 합의하면 되죠. 저 깽값 많습니다. 하하.”

“호호.”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난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했었고. 그에 대한 설수민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다.

“일단 디너 오브 제로백 런칭하는 거로 하고요.”

“어머, 정말요?”

“별수 있나요? 안 된다고 하면 우리 나가라고 하실 거잖아요.”

“헤헤.”

이 말에 설수민은 혀를 쭉 내밀고 귀엽게 웃었다.

과연, 좀 전에 진상 손님에게 악다구니 지르던 그 여자가 많나?

“우리의 영업 전략을 내어주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로열티 등 비용 발생할 수 있고요. 운영 방식에 있어서 일부 제한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네, 물론이에요. 단, 협의해서 진행하는 거죠?”

“네, 그래서 제가 지금부터 한 가지씩 화두를 드릴 테니, 그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주세요.”

“넵!”

# 디너 오브 제로백: 근무자

“우선 근무자에 대해서인데요.”

“네.”

“현재 저희는 4명이, 모든 일을 하고 있거든요.”

“…….”

“손님 수가 얼마가 되든 업무 강도는 저희와 비슷할 겁니다. 룸 수가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설수민은 잠자코 들었다.

“직원 수는 인건비이기 때문에 곧 영업이익에 직결됩니다. 아시죠?”

“그럼요. 그건 지금 사랑산성도 마찬가지니까요.”

“어떻게 하시고 싶으세요?”

“원하는 직원들은 다 함께 가야죠.”

설수민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 혼자 살고자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살려고 업종을 바꾸려는 겁니다.”

“지금 직원 수가 꽤 많지 않습니까?”

“10명이에요.”

런치 오브 제로백은 4명이 모든 일을 감당하고 있다.

약간 벅찬 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10명은 많이 과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 대리님께서 잘 컨설팅 해주세요. 근무자 수는 고정 조건입니다.”

“…….”

흠…….

설수민의 의지가 느껴졌다.

어떻게든 현재 직원은 모두 데려갈 생각인 것이다.

“네, 일단 알겠습니다. 다음은.”

# 디너 오브 제로백: 창업 비용

“주방용 식기들은 아마 웬만한 건 다 구매하셔야 할 겁니다. 물론 있는 거로 최대한 쓰지만요.”

“네.”

“주방 기구 말고는 딱히 추가되는 비용은 없겠네요. 다만 가맹비와 교육비/오픈비는 발생될 수 있습니다.”

설수민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어머, 그런 비용까지 있어요?”

“당연하죠.”

“너무하네~.”

“지적재산권을 드리는 건데요. 이 정보 비용은 받아야죠.”

그래도 설수민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알고 지내던 사람과 돈 얘기하는 것은 참 불편하다.

“많이 안 받을게요. 그리고 오픈비는 면제해 드리는 거로 하겠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설수민은 비아냥대듯 대꾸했다.

“흠! 다음은요.”

# 디너 오브 제로백: 로열티

“로열티요?”

설수민은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왜요? 당연한 거 아닙니까? 앞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아니, 난 가맹비나 교육비 같은 건 없는 줄 알았죠.”

“그거랑은 별개죠. 로열티는 매달 정산하는 거고, 비율은 저희 사장님과 확인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 네”

“저희는 큰 욕심 부리지 않습니다. 업계 표준 정도로만 요청드릴 생각이니까요. 합리적인 선에서요.”

“…….”

“아, 근데 한 가지는 확실하니까, 미리 말씀드리는데.”

“말씀하세요.”

“로열티는 매출에 대한 정산입니다. 수익이 아니라요.”

“…….”

“수익은 가맹주님께서 비용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니까요. 이 부분은 이의 없으시죠?”

“칼 같으시네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제.

나도 그렇고 변 사장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 디너 오브 제로백: 음식

저녁에 내가 요리할 시간은 없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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