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지났다 (2)
* * *
갑자기 이렇게 태세가 바뀌다니.
성과급 들어온 거 보고 이러나?!
홍지아는 열변을 토했다.
“사장님! 제가 실수했습니다! 전 회사에 계속 남고 싶습니다.”
“…….”
하지만 변 사장은 홍지아를 보지 않았다.
“자, 다들 정리해! 그리고 퇴근 후 사무실로 복귀한다. 여러분한테 설명할 게 있으니까.”
“…….”
“납득을 하든 안 하든, 난 모든 걸 투명하게 하고 싶어. 내가 직원일 때 이해할 수 없는 성과와 결과와 연결되지 않는 평가 기준이 너무 싫었거든.”
변 사장은 차분히 설명했다.
“난 욕을 먹더라도 평가 기준은 명확하게 밝히고, 회사가 번 만큼은 나눠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 물론 나도 많이 받고 싶고.”
최경리는 눈을 빛내며 변 사장을 바라봤고.
홍지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큰 후회를 하는 듯한데.
이미 버스는 지난 뒤였다.
“자세한 얘기는 사무실 가서 할게. 어서 정리하자고.”
“알겠습니다!”
홍지아는 어깨가 축 처져서는 다시 주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
홍지아가 푼수이긴 하지만, 여동생 같고 귀엽다.
그리고 어쨌든 회사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진일상사 영업 3팀부터 지금까지.
변 사장이 그녀를 이렇게 보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난 홍지아에게 다가갔다.
“홍지아 씨.”
“네, 대리님.”
“대기업 간다고 좋아하더니,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어?”
“몰라서 물어보세요? 놀리시는 거죠?”
홍지아는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성과급 때문인 게 맞는 듯하다.
“자기 보면 항상 좀 성급해.”
“…….”
“더 간곡히 말씀드려봐. 나도 기회 봐서 거들게.”
이 말에 홍지아는 눈을 빛내었다.
“정말요?! 고맙습니다, 대리님!”
그때, 주방 바닥 청소를 끝낸 변 사장이 말했다.
“자, 다들 정리 끝났지?”
“네!”
“출발하자!”
난 오후 촬영이 있어서, 따로 이동했다.
오후 4시 30분. 사무실에 도착.
모두 각자 자리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 변 사장은 직원들에게 말했다.
“강 대리 왔네! 자, 다들 회의실로 모여!”
“네!”
회의실에 모두 자리하자, 최경리는 곧바로 월 정산 보고를 했다.
“사장님, 보고 드립니다.”
# 런치오브제로백 월 매출 정산
1) 1인 코스 판매가(vat포함): 352,000원
2) 원가: 86,700원
3) 마진율: 72.9%
4) 총고객수: 1,740명
5) 총매출액: 612,480,000원.
6) 영업이익: 350,478,336원.
변 사장은 화면에 띄운 월 매출 정산을 보며 말했다.
“최경리 설명은 내가 할게.”
“알겠습니다.”
“일단 위에 영업이익은 월 정산이라서 여러분 월급과 진일상사 로열티까지 차감한 거야.”
“로열티가 있었어요? 왜?! 진일상사가 한 게 뭐 있다고?!”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영업이익의 20%는 진일상사에 넘기는 거로 합의했었다.
아마 최경리는 경리업무를 보니까 알 테고, 홍지아는 몰랐을 것이다.
홍지아의 반문에 변 사장은 차갑게 말했다.
“어차피 갈 사람인데, 신경 쓰지 마.”
“너무하세요.”
변 사장은 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정리하는 차원에서 말할게. 경영 보고라고 보면 돼.”
“…….”
“우리는 개업 5일 차. 금요일부터 의미 있는 매출을 기록하기 시작하여 10일 차까지는 일 평균 고객 수 50명 정도를 유지했어. 그 이후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면서 단체예약 손님이 늘었고, 단번에 일 고객 수가 100명을 넘기기 시작했고…….”
변 사장은 한 달간 런치 오브 제로백의 고객 수 변화와 함께 매출 변화 추이를 설명해 주었다.
이어서 촬영 매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촬영 매출도 이번 달에 신장했어. 월 매출 2억3천에, 영업이익 1억7천이야. 촬영에서는 비용 발생이 거의 없어서 영업이익률이 높아.”
나 혼자 사진기 하나로 찍으러 다니니, 발생 되는 비용은 거의 없다. 촬영 마진율은 90% 이상이다.
“우리가 신사업을 시작할 때 최소한 촬영 매출보다는 높아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었지? 지금 설명했다시피 목표 달성했어.”
“…….”
촬영 매출이 신장했음에도, 이를 월등히 뛰어넘을 만큼 런치 오브 제로백은 높은 이익을 거두었다.
우리 중 누구도 이 정도로 성공할 거라고는 예상 못 했었다.
휴우―.
변 사장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제로백 컴퍼니의 총 영업이익은 5억2천이다!”
“우와…….”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고.
“대박입니다!”
최경리도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에휴…….”
홍지아만 바람 빠지는 아쉬운 소리만 내었다.
변 사장은 득의만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성과를 달성했어. 우리 모두 다 같이 박수 한번 치자!”
짝짝짝~.
휘이익―!
난 신나게 휘파람 소리를 내었고.
“와싸!”
최경리도 힘차게 소리쳤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았지만, 성과급은 최경리도 변화시켰다.
모두 좋아했지만, 여전히 홍지아만 표정이 어두웠다.
“이번 달 잘된 게 운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우린 강 대리의 신비로운 요리 실력이라는 필승 전략이 있으니까.”
난 그의 말에 싱긋 웃었다.
“우리 전략은 유지다.”
변 사장은 화이트보드에 그의 생각을 적으며 말했다.
“막 부스터 단계가 지난 거고, 연착륙해야 한다고 보거든. 우리 요리는 정말 맛도 있지만, 질릴 수가 없기 때문에…….”
“하하. 질리려야 질릴 수가 없죠.”
‘항상 맛이 바뀌니까.’
내 대꾸에 변 사장은 싱긋 웃고는 말을 이어갔다.
“기본에 충실하고 큰 실수만 안 하면 돼. 고객 응대 잘하고, 항상 줄서기는 공정하게 하고, 음식 나갈 때 혹시 이물질 들어가지 않았는지 잘 체크하고, 식기 깨끗이 하고, 등등.”
우리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외부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특히 우리 셰프에 대해선 일급 비밀이니까. 강 대리도 네모튜브 등 지인들에게도 자기 역할에 대해서는 함구할 수 있도록 단도리 잘해줘.”
“알겠습니다.”
그때 최경리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들렸다.
“왜 그래야 하는데요?”
변 사장은 최경리의 질문에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다…….”
변 사장은 날 바라보았다.
“우리의 비밀 병기이기도 하고…….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을 거 같아.”
“누구한테요?”
“…….”
“제로백 컴퍼니요? 아니면 강태평 대리님에게요? 누구에게 좋을 게 없다는 거죠?”
최경리의 질문에 변 사장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생각하고 하는 질문인지, 그냥 하는 질문인지.
“…….”
최경리는 멀뚱히 변 사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을 봐서는 생각하고 하는 질문은 아닌 거 같은데.
간혹 그녀의 질문은 허를 찌른다.
“아! 뭘 자꾸 꼬치꼬치 물어~. 나도 몰라~.”
변 사장은 얼버무리듯 대답하고는, 재빨리 화제를 전환하려 했다.
“자자! 성과급 얘기해줄게.”
* * *
성과급 얘기가 나오자, 홍지아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퇴사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대기업 간다고 뽐내듯 다녔었다.
그러게 적당히 좀 하지.
“내가 예고했었지? 성과급 기대하라고. 내가 사장이 된 이상 다를 거라고. 기억하나?”
“네!”
최경리는 큰 소리로 대답했고, 홍지아는 가만히 있었다.
분명 변 사장은 런치 오브 제로백 일 매출이 높게 나왔을 때 성과급 예고를 했었다.
“내가 구체적인 얘기는 안 했었어. 왜냐면 성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데, 설레발 치기 싫었어.”
“…….”
“믿고 기다려준 여러분에게 충분히 보상해주려 했는데……. 통장 확인했지? 어때? 만족하나?”
최경리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대만족합니다!”
“하하. 저도요~.”
나 또한 대꾸했지만, 이번에도 홍지아만 조용했고.
변 사장은 홍지아에게 물었다.
“왜? 홍지아 씨는 성과급 불만족스러워? 최대한 챙겨줬는데.”
“만족스럽습니다……. 짜증 날 정도로요.”
변 사장은 피식 웃고는 말을 이어갔다.
“우리 회사는 월간 성과급을 지급한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기금으로 빼놓고, 개인별 성과에 따라서 그 기금을 나눠서 지급할 거야.”
변 사장이 성과급을 어떻게 산정할지 두고 보려 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매출을 이어나간다면, 1년이 지났을 때는 성과급이 도대체…….
“이번 달 성과급 기금은 5,200만 원. 그 금액을 우리 직원 4명이 나눴다. 어때? 심플하고 투명하지?”
균등하게 4로 나누면 1인당 1,300만 원. 난 성과급으로 2,500만 원을 받았다.
내 성과를 높게 평가해 준 것이다.
그러면 남은 금액이 2,700만 원……. 그걸 셋이 나눴다는 건데.
못 해도 인당 500만 원 이상은 받았겠지?
최경리나 홍지아는 월 급여가 160만 원 정도일 텐데…….
싱글벙글 웃고 있는 최경리와 죽상의 홍지아를 보았다.
그 둘의 표정…… 이해가 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최경리 씨!”
“네!”
변 사장의 부름에 그녀의 대답이 씩씩했다.
“힘들다고 직원 한 명 더 뽑아달라고 했었지? 뽑을까?”
“아닙니다! 지금 충분합니다. 이제 익숙해져서 괜찮습니다!”
“그래……. 한 달 지나고 나면 맘이 바뀔 줄 알았어.”
변 사장은 씩 웃었고, 난 손을 살짝 들었다.
“사장님, 질문 있습니다.”
“어, 강 대리. 얘기해.”
“성과 평가 기준은 뭡니까?”
“…….”
변 사장은 의아하다는 듯 날 보았다.
“자네가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는데? 왜? 부족해?”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최경리 씨나, 홍지아 씨도 궁금해할 것 같고요.”
내 성과급 2,500만 원.
전혀 부족하지 않다. 금액도 금액이거니와, 성과급 기금의 반 정도를 나에게 몰아준 거나 마찬가지인데.
“흠…….”
변 사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보통은 개인별 KPI 산정해서 정량 평가, 정성 평가로 나누고, 그 평가 점수를 합쳐서 순위를 매기잖아.”
“…….”
“내가 20년간 평가를 받아도 보고, 주기도 해봤지만 결론은…….”
변 사장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거 다 개똥 싸는 소리더라고.”
“…….”
갑작스러운 변 사장의 과격한 말에 난 살짝 놀랐다.
변 사장은 쌓인 게 있었는지, 흥분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그딴 거 아무 객관성 없어. 결국 최종 평가 결과는 직속 상사의 뜻이거든. 그걸 합리화하려고 그따위 지표 갖다 붙인 거라고. 쳇, 지표야 뽑기 나름이지. 다 위선이라고, 위선!”
변 사장이 이런 속 깊은 불만을 드러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
항상 웃고 다니며,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회사 생활 하시던 분이…….
“우리 회사 평가 기준이 뭐냐고? 나야! 나! 내가 관찰하고 내 맘대로 평가했어. 난 적어도 호박씨 까는 짓은 안 하겠다 이거야.”
변 사장은 날 바라봤다.
“왜? 기준이 맘에 안 드나? 불만 있어?”
“없습니다.”
헐……. 변 사장 박력 있네.
순간 내게 대놓고 물어보는데, 위압감이 느껴졌었다.
“평가 결과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 내게 개인적으로 찾아오면 돼. 그러면 내가 왜 그런 평가를 줬는지 설명해 줄 거고, 만약 내가 오해한 부분이 있었다면 다음 달 성과급에 반영해줄 테니까.”
“…….”
“난 평가 결과에 대해서 남 탓하지 않겠다 이거야. 내 직원은 내가 평가하고, 내가 책임진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나와 최경리는 크게 대답했다.
문득 변 사장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홍지아의 얼굴은 더 어두워져서, 흙빛에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