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다 (3)
* * *
“뭐라고요?!”
다행히 말을 멈추게 했지만.
흥분한 최경리는 성큼성큼 빠르게 다가왔다.
급한 마음에 ‘닥쳐’라는 단어가 나와버렸다.
상대방이 홍지아거나 변 사장이었다면 이런 말까지는 나가지 않았을 텐데.
말 안 통하는 최경리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방어적으로 말이 나가버린 것이다.
“하~, 젠장.”
최경리가 가까이 올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무슨 말을 해도 안 먹힐 텐데.
모른 척해 달라고 부탁하면 분명히…….
‘내가 왜 그래야 합니까?’ 이딴 소리 할 텐데.
안 봐도 훤하다.
“사무장님.”
“네?”
“딸 손 잡으세요.”
“네? 왜요?”
“빨리요!”
“어머, 박력 있어.”
사무장은 얼떨결에 딸 손을 잡았고, 동시에 난 사무장의 손을 잡았다.
“어머머…….”
난 냅다 바깥쪽 문을 향해 뛰었다.
“가시죠!”
“갑자기 어딜요! 어머. 어머.”
사무장과 딸은 손에 손을 잡은 채로 내 손에 끌려서 뛰었다.
“배웅해 드리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은 내 손을 잡은 채로 뛰었고.
“강 대리님! 강 대리님!”
뒤에서 최경리가 소리쳤다.
“강태평! 주방이 지금…….”
최경리가 급하고 짜증이 났는지, 급기야 내 풀 네임을 부르며 소리쳤고.
또 주방 얘기를 하려 하기에…….
“닥쳐!”
또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황당한 듯 최경리는 자리에 멈춰섰고.
기회다 싶어서 더 힘주어 달렸고, 겨우 현관문 밖으로 도망쳤다.
[야~!]
닫힌 문 틈새로 최경리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헉. 헉.
사랑산성 정문 앞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오늘 정말…… 다이내믹하다.
“하하. 엄마~, 너무 재밌어요.”
딸은 달리는 게 신났었는지, 꺄르르 웃으며 좋아했고.
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손바닥을 간지럽히는 뭔가가 느껴졌다.
사무장이 검지로 내 손바닥을 긁고 있었다.
“뭐, 뭐야!”
난 기겁하고 손을 떼었다.
소름이 쫙 돋는다.
“호호.”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무장은 내게 눈을 흘기며 웃었다.
사무장……. 무서운 아줌마네.
“손을 너무 오래 꼭 쥐고 계시길래요~. 그냥~ 풀어달라고 신호 보낸 건데. 호호.”
“…….”
난 손으로 밖을 향해 뻗으며 말했다.
“배웅 끝. 어서 가보세요.”
“호호.”
사무장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근데~ 좀 이상하다.”
“…….”
“여기서 무슨 일 하시길래…… 절 배웅해 줘요?”
“…….”
“배웅해 준다는 건 내가 손님이라는 뜻인데?”
아…….
* * *
“그, 그게. 꼭 여기서 일을 해야만 배웅을 하나요? 오며 가며 만난 사이, 먼저 가는 사람 배웅하고. 원래 가는 건 순서가 없다고…….”
당황한 나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호호. 왜 그렇게 당황해요?! 네모의 신님이 본인이 영업하는 장소를 홍보했다는 거 대중들에게 알려질까 봐? 그것도 마치 남의 식당 홍보하듯 했다는 거 알려지면 이미지 타격받을까 봐?”
“…….”
할 말을 잃었다. 거기까진 생각 못 했었다. 그냥 귀찮아지기 싫었던 것일 뿐.
“호호. 뭘 그렇게 식겁해요? 그냥 말하는 건데. 저 아무것도 안 해요. 할 이유도 없고요.”
사무장은 눈을 흘기며 물었다.
“여기서 무슨 일 하는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숨기려는 것도 구차하다.
내가 뭐, 죄지은 것도 아니잖아?
“셰프입니다. 개인 영업하는 건 아니고요. 회사일 하는 겁니다. 회사에서 외식 사업 런칭했거든요.”
“어머. 회사가 외식 사업 런칭하는데, 단란주점 빌려서 해요?! 신기한 회사네~.”
나도 신기하다. 하지만 사실이다.
“호호.”
사무장이 어깨를 날 툭 밀면서 콧소리 섞어서 말했다.
“자주 식사하러 와도 되죠? 언제가 한가해요? 한가한 시간에 맞춰서 올 테니까, 같이해요.”
“‘식사 같이해요’라고 앞에 주어를 꼭 넣어서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한가한 시간 없어요. 오늘 보셔서 아시잖아요.”
“아항~, 아쉽네.”
사무장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그럼 복도에 대고 외쳐야지. 네모의 신 셰프님~, 빨리 와주세요~. 이렇게요. 호호.”
진심이구나.
진심으로 미친 여자구나.
이런 협박을 받다니.
이걸 어떻게 하지?
어쩌다 이런 여자한테 걸렸을까?
빨리 돈 모으려고 학 2,500마리를 거래했던 게 실수였던 걸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나.
“호호. 편하게 생각하세요. 저 한가해요.”
밑도 끝도 없는 이 드립.
난 옆에 있는 딸에게 물었다.
“얘야, 너 이름이 뭐니?”
“김다현이에요~”
“그래, 다현이구나.”
난 사무장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한국종이접기협회 사무장님?”
“호호, 네?”
“그리고…… 김다현 어머님?”
“…….”
이 말에 사무장은 움찔하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제가 뭘 꺼려 하는지 잘 아시는 거 같은데…… 맘대로 해보세요.”
“…….”
“서로 다 깠을 때, 누가 손해일지는 생각해 보시고요.”
처음으로 사무장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난 딸에게 들리진 않도록,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리고 당신이 내 손 잡고 치근대는 거 본 사람들 있거든? 어떻게 처신하는 게 좋을지 한번 잘 생각해 봐요, 김다현 어머니.”
사무장은 얼굴이 굳어져서는 딸의 손을 잡고 뒤돌았다.
“어서 가자. 오늘 혼자 왔어야 했는데.”
“멀리 안 나갑니다~, 손님.”
* * *
난 주방으로 돌아왔고.
오자마자 최경리에게 싹싹 빌어야 했다.
최경리는 내가 자리를 오래 비웠고 주문이 쌓여가서 찾았는데, 왜 자신을 멀리하며 욕까지 하냐며…….
‘닥쳐’는 욕이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앞으로 강 대리님 말 듣기 싫을 때 ‘닥쳐’라고 하면 되냐고…….
그건 욕은 아니지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했더니…….
그럼 변 사장님은 강 대리님께 무조건 ‘닥쳐’라는 표현을 써달라고 하면 되는 거냐고 따져 묻는데.
여기선 더 할 말이 없었다.
이유야 어쨌건 모욕감을 느끼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앞으로 조심하세요.”
최경리는 마지못해 사과를 받아주었다.
상대하기 쉽지 않은 친구다.
생각해 보니, 영업 첫날 민 사장도 최경리에게 꼼짝 못 했었다.
그냥 장점을 보자. 진상 손님이 나타나면 최경리 투입 시키면 되는 거다.
“자자, 그만해. 누가 보면 강 대리가 죽을죄 지은 줄 알겠다.”
“변 사장님.”
이 말에 최경리는 목소리를 깔았고.
변 사장은 트레이를 가리키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
“빨리 일해~. 그만 말하고. 자기 입 안 아파? 바쁘잖아.”
“…….”
변 사장의 언성이 올라가자, 최경리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트레이를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경리는 변 사장 말은 잘 들었다.
오후 2시 30분.
“안녕히 가세요!”
우리는 마지막 손님이 나갈 때, 모두 현관으로 나와서 인사했다
정신없었던 약 3시간.
드디어 제대로 된 점심 영업이 끝이 났다.
휴우―.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크게 한숨을 뱉었다.
“와~, 외식업이 장난 아니구나.”
변 사장의 말에 홍지아는 웃으며 대꾸했다.
“그러니까요. 그냥 음식 내주고, 치우고, 닦고, 계산하고. 이것만 반복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정신적으로 엄청 쫄리네요.”
음식이 맛있을지, 손님들이 너무 오래 기다리지는 않는지, 대기 손님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손님이 많을수록 끊임없는 압박이 느껴졌었다.
“자, 일단, 여기 비워줘야 하니깐 사무실로 가자. 강 대리 오늘 촬영 있나?”
변 사장의 물음에 난 대답했다.
“있기는 하지만, 미룰 수 있습니다.”
“그래?”
“네, 오늘 더 일하면 쓰러질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에너지를 거의 다 쏟았다.
다시 사람들 만나며 촬영할 기운은 없었다.
“그래. 못 미루면 내가 펑크라도 내라고 할 참이었어. 강 대리…… 고생이 많네.”
“다들 고생 많으셨죠.”
짝짝.
변 사장은 손뼉을 치고 말했다.
“아니다! 오늘 사후 정리는 찜질방에서 한다. 여기 30분 내로 정리하고 출발한다. 움직여!”
“네!”
* * *
백두산 찜질방.
회사 인근에 있는 구로구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찜질방이다.
우리는 각자 씻고 나와서, 찜질방 한쪽에 모였다.
“마음껏 시켜 먹어. 찜질방에서 쓰는 건 다 경비 처리할 테니까.”
“앗싸아~.”
홍지아는 손을 뻗으며 말했다.
“밖에서 회 시켜 먹어도 돼요?”
“카운터 가서 그래도 되는지 물어봐. 안 물어보기만 해봐.”
“헤헤.”
홍지아는 혀를 쏙 내밀며 손을 내렸다.
변 사장은 최경리를 보았다.
“최경리?”
“네.”
타닥. 타닥.
최경리는 계산기를 신나게 두들기고 있었다.
“정산 끝났어?”
“잠시만요. 검산 좀 해보고요.”
“검산이 도대체 몇 번째야?”
별거 아닌 계산인데도, 최경리는 수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금액이 안 맞아?”
“아니요. 다 맞는데요. 최소 검산은 5번 이상은 해야죠.”
“…….”
답답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최경리가 손이 빠르다는 거였다.
타닥!
검산이 끝났는지, 최경리는 펜을 내려놓고 말했다.
“매출 정산 보고 드립니다.”
# 5일 차 매출 정산
1) 1인 코스 판매가(VAT 포함): 352,000원
2) 원가: 86,700원
3) 마진율: 72.9%
4) 총 고객수: 47명
5) 일 매출액: 16,544,000원
6) 영업이익: 12,060,576원
약 1,200만 원…….
오늘 3시간 동안 벌어들인 돈이다.
룸이 풀로 채워졌었다.
많은 손님에 익숙지 않아서, 룸 회전을 빠르게 하진 못했다.
만약 서비스를 좀 더 빠르게 했었다면…… 하루 영업이익 1,500만 원은 가능할 것 같다.
변 사장의 입꼬리가 씰룩거리고 있었다.
“최경리, 원가에 임대료와 인건비는 불포함이지?”
“임대료는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건비만 불포함입니다.”
“일단 이 수준으로 한 달 내내 벌어들인다고 가정했을 때.”
“주 5일제인 감안하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알아~.”
변 사장은 암산하더니.
“헉! 영업이익이 2억4천이 넘잖아?!”
“…….”
“하하하!”
변 사장은 고개를 저으며 큰 소리로 웃었다.
“와아~, 대박이네! 판매가가 높아서 더 그런가? 장난 아닌데? 우리 겨우 3시간 일했다고!”
“하지만 8시간 같은 3시간이었습니다. 재료 준비한 시간도 있고요.”
최경리의 싸늘한 반응에도 변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하! 와~, 강 대리 어떡하지?”
나 또한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서, 환하게 웃었다.
“우리 부자 되겠는데?! 하하!”
하지만 우리는 월급쟁이다.
매출이 어떻게 되든 우리는 월급을 받을 뿐이다.
“부자는 우리가 아니라, 회사가 되겠죠~. 어쨌든 결과가 좋으니, 기분은 좋네요!”
난 웃으며 대꾸했고.
변 사장은 카드를 꺼내어 홍지아에게 건네었다.
“지아 씨! 저기 식품 코너 가서 먹고 싶은 거 다 사와!”
“하하. 네!”
“아무리 먹어봐야 돈 100 나오겠어? 오늘 번 돈이 1,200만 원인데. 으하하.”
변 사장은 웃으며 큰소리쳤다.
“다들 기대해! 이거 회사가 번 거 아니야! 우리가 번 거라고!”
그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제로백 컴퍼니 사장이 누군지 알지? 나야, 나. 변성준이라고! 이 상태만 유지해 봐.”
말이라도 이렇게 해줘서 고마웠다.
“성과급이라는 건 어떻게 줘야 하는지 입증해 보일 테니까! 하하!”
변 사장은 계속 큰 소리로 웃었다.
전 됐습니다
* * *
지난주 금요일.
제로백 컴퍼니는 1,200만 원 상당의 일 매출을 달성했고.
그로 인한 여파로 주말 누워 있었다.
겨우 3시간 정신없이 일한 건데, 이런 외식업이 익숙지 않아서인지 삭신이 쑤셨다.
다행히 이번 주말에는 네모튜브 촬영이 없어서, 집에서 푹 쉴 수 있었다.
금손이 되기 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젠 주말에 쉬면서도 일 생각을 하게 된다.
월요일은 어떨까?
금요일만큼 손님이 올까?
만약 그렇다면 레스토랑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 최선일까?
“아이 씨, 왜 이러냐. 내가 사장도 아닌데.”
일 생각은 회사 가서 하자.
안 좋은 습관이 들려 해서, 난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눈을 감아버렸다.
월요일 아침.
“안녕하세요~. 촬영하러 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지금 시각은 아침 9시.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부터 난 아침엔 촬영 장소로 곧바로 출근한다.
시간도 오전 9시 고정이다.
간혹 오전 10시 정도의 애매한 시간을 요청하는 고객들도 있지만.
난 회사 시스템임을 강조하면서 9시 촬영이 아니면 안 받으려 한다.
오전 9시, 오후 4시.
이렇게 두 차례로 시간을 정해놓고, 해당 시간에 촬영할 오더만 받는 것이다.
이제는 내가 더 이상 촬영 오더를 받기 위해 돌아다니지 않았으며, 닥치는 대로 하지 않는다.
촬영팀은 업계 내에서 꽤 이름이 알려졌고.
무엇보다도 우리 서비스를 경험한 사람들은 계속 거래를 유지하려 한다.
오더가 아쉽지 않았다.
촬영 시작한 지 약 50분 정도가 흘러 끝이 났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강 대리님!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또 불러주세요~.”
“네! 꼭 다시 와주세요!”
갑 같은 을이 되어버린 제로백 컴퍼니.
촬영이 끝나고 일단 이동부터 한다. 가산동에서 내곡동까지는 약 1시간 정도 소요.
사랑산성 근처에 도착할 때쯤이면 10시 40분 정도 된다…….
도착하자마자, 난 식사부터 한다.
점심시간에 일을 하기 때문에 먹을 시간도 없고, 허기지면 일하기 힘들다.
오늘은 김밥헤븐을 들렀다.
점심은 웬만하면 6,000원 내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월급에…… 무엇보다도 너튜브 부수입으로 돈은 충분히 있지만.
아껴 쓰던 습관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점심은 간단하고 싸게 해결하는 게 마음 편하다.
그래서 주로 김밥헤븐, 할베순대국, 막도날드를 간다.
세 곳 모두 6,000원 안으로 든든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일반 하나, 참치 하나 주세요~.”
식사를 마치고 사랑산성을 향해 걸어가는데…….
“뭐, 뭐야?!”
사랑산성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 * *
# 6일 차 매출 정산(월요일)
1) 1인 코스 판매가(VAT 포함): 352,000원
2) 원가: 86,700원
3) 마진율: 72.9%
4) 총 고객수: 50명
5) 일 매출액: 17,600,000원.
6) 영업이익: 12,830,400원.
오후 2시 30분.
우리는 녹다운되어 버렸다.
월요일부터 진이 다 빠졌다.
영업 시작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 있는데, 기다리는 손님들 응대하고 진정시키는데 에너지 소모가 컸다.
설마 설마 했는데.
금요일만큼 월요일도 손님이 많았다.
오히려 지난주 금요일보다 3명 더 많다.
“야……. 이거 미안해서 어쩌냐.”
돌려보낸 손님이 너무 많아서, 수익을 얻은 것보다도 그게 더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
변 사장의 말에 홍지아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인원 제한이 있는데.”
“…….”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미안하기도 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쵸?”
손님들에게 이런 표현을 쓰는 건 좀 그렇지만.
그물망 안까지 들어온 물고기들을 잡지 않고, 방생한 느낌이랄까.
“그렇지……. 사실 아쉬운 마음이 더 크지.”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지 않습니까?
최경리는 뭘 고민하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2층까지 활용하면 되지 않습니까.”
“2층? 단란주점 언니들은 어디서 자고?”
“숙소를 잡아주면 됩니다.”
“…….”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이가 없었다.
변 사장은 인상을 찡그리고는 말했다.
“누가 최경리 씨 집에 와서 자겠다며 숙소 잡아줄 테니 나가라고 하면…… 기분이 어떨까?”
“좋은데 잡아준다면 땡큐죠. 우리 집 반지하거든요.”
“……. 말을 말자.”
영업은 잘되지만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다.
금요일에 이어서 오늘도 손님을 다 소화 못 했다. 내일도 많이 온다면…….
“자자. 어쩔 수 없는 건 고민하지 말자. 불변의 조건을 고민해봐야 시간만 아까워. 장소와 시간은 정해진 거니까. 다들 조금이라도 빠르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어.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소화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근데 손님들이 덜 기다리게 하거나, 혹은 좀 편히 기다리게 해드리는 건 어떨까요?”
내 말에 변 사장이 물었다.
“어떻게?”
“예약제로 운영을 한다든지, 아니면 의자를 구비한다든지요.”
“흠……. 예약제는 아니야. 그러면 예약 안 하는 사람은 먹기 힘들잖아. 공간이 협소한데, 예약제로 운영하면 너무 제한이 많을 것 같아. 그리고 손님들이 줄 서 있는 모습 자체도 마케팅이라고.”
“아……. 그렇습니까?”
거기까진 생각 못 했다.
“그래~. 근데 단체 예약에 한해서는 받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오~.”
홍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좋은데요? 안 그래도 룸에 좌석이 넓잖아요. 단란주점이라서.”
“그러니까~ 8명 정도까지는 충분히 수용 가능하단 말이야.”
예약은 단체만 받는다라…….
괜찮은 생각 같다.
변 사장은 내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그리고 가림막이랑 간이 의자 정도는 준비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네. 일부러 찾아주신 손님들인데, 기다리는 동안 그 정도 서비스는 해야지. 강 대리가 의견을 잘 줬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난 음식 재료를 생각했다. 음식 재료는 원가에 해당한다.
“홍지아 씨.”
“네, 강 대리님.”
“재료를 아침에 홍지아 씨 혼자 가서 사 오나?”
“아닙니다. 변 사장님이랑 함께 사 옵니다.”
“이거…… 좀 더 싸게 살 수는 없을까?”
“네?”
생각지 못한 말에 세 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 영업 구조상 더 많이 판매할 수 없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원가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싸구려를 재료를 사라는 게 아니라, 도매 계약을 한다든지. 아니면 여러 업체와 비교 견적을 해보든지 해서, 원가를 낮출 방법을 찾아보자는 거야.”
변 사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가절감은 곧 이익이지. 현재로서는 이게 유일한 방법이겠네. 강 대리 말이 일리가 있어. 홍지아 씨, 적극적으로 움직여 봐.”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간단한 방법이 있죠.”
난 홍자아 옆에서 핸드폰에 검색하는 걸 보고 있었다.
이 친구에게는 꼼꼼하게 알려줘야 한다.
“지아 씨, 얘기했지만, 싸구려로 바꾸라는 게 아니야. 예를 들어, 한국산 통전복을 중국산으로 바꾼다든지의 원산지 변경은 절대 안 돼.”
홍지아는 재빨리 핸드폰에 입력했던 ‘중국산’을 지웠다.
“알아요! 누굴 바보로 아세요?”
어느덧 30분이 흘렀고. 오후 3시였다.
“자! 그럼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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