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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순신, 궁예, 장보고, 최영, 담덕... 하나 같이 영웅이라 불리는 자들이었지. 그 외에는 다른 나라의 영웅이었다거나...’
관심도 없었던 장수의 생애를 탐구했다. 그들의 삶이 탑의 세계에서 어떠했는지 알게 되자 리오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나의 대역이 있던 걸보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그들은 모두 자신과 같은 선택을 했을까. 탑의 세계에서 조화롭게 살기로 다짐하고, 탑의 간섭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정복을 하고, 지구로 돌아와 자신의 대역을 보며 갈등 했을까.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경기 화성시에 도착해있었다.
경기 화성시를 대표하는 무반 명가인 해풍 김씨 남양쌍부파.
그곳에 김체건은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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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에 도착하고 리오는 구청에서 김체건의 후손들의 집주소를 조사했다.
‘이런 건 양심에 찔리지만... 뭐 큰 일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괜찮겠지.’
민원을 보는 공무원에게 암시를 걸었다. 소모되는 TP가 뼈아프긴 했지만 아직 여유가 있었다.
세종시의 동에 있는 걸 확인하고 곧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24시간의 여유는 아직 있었지만, 날이 저물고 있었다. 서둘렀다.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서 후손들이 있는 근처에 도착했다. 깔끔하고 정리정돈 되어 있는 길거리는 난잡한 서울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 근처인가...”
조선시대 풍의 기와집이었다. 이미 여러번 수리를 한 듯 했다. 그러나 지저분한 느낌은 들지 않고,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낮은 담벼락, 황토색 벽. 천장을 떠 받치는 나무 기둥.
정리된 화단과 작은 호수. 기와집 인근에는 공원처럼 숲이 펼쳐져 있었다.
집만 보면 신태준 이상으로 잘 사는 것 같았다.
조선시대 최고의 무가임였던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일까. 기와집의 근처는 그 흔한 감시 카메라나 경비 시스템이 보이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지만...’
탑의 세계의 정복자라면 리오의 도발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었다.
김체건을 이끌어내기 위해, 리오는 기와집 대문 앞에서 마나를 내뿜었다.
파아아앗!
주변에 있던 물체들이 날아간다. 대문이 크게 흔들리며 요동쳤다. 바람마저 기와집 쪽으로 불어, 집 전체가 흔들렸다.
정복자 김체건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잠자코 반응을 기다렸다. 수초 뒤, 모래바람에 맞은 듯 눈을 비비며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수려한 외모에 잘 빠진 몸매가 눈이 부셨다. 리오는 가볍게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김체건 일리는 없겠지.’
“아버님을 뵈러 오셨습니까?”
무슨 말일까. 아마 김체건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리오는 떨떠름한 얼굴로 답했다.
“맞습니다. 김체건... 님을 뵈러 왔습니다.”
리오는 김체건을 뭐라 불러야 할지 갈등했다. 하는 수 없이 님자를 붙여 존대했다.
“아버님께서 볼일이 없으니 돌아가시라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한 번쯤 만나고 싶은 인물이었건만 자신을 내쫓자 리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탑의 세계의 정복자라고 한 들, 리오와 만나야할 필요는 그에게 없었다.
아마, 김체건에게 있어서 탑의 세계의 인물과는 다시 상종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앤서러의 이름을 버리고 탑의 세계에서 이룩한 모든 것을 버리고 지구로 돌아온 귀환자 이기에.
그의 뜻을 이해했다. 마냥 자신과 만나고 싶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
“... 알겠습니다. 개인 적으로 한 번 뵙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시길.”
몸을 돌려 리오는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다.
숨어있을 다른 정복자들을 찾아볼까.
하지만 김체건과 같이 ‘귀환’이라는 선택을 한 이들이 리오와 만나야할 이유는 없었다. 그들은 김체건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본래 이름으로 돌아간 자들.
탑의 세계와는 다시 연관되고 싶지 않을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리오는 다시 인적이 드문 곳에서 픽시를 불렀다.
“돌아가자.”
“네.”
에필로그
칠흑의 어둠 속에서 한 줄기의 섬광이 나타난다. 그것이 괴수의 눈동자라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모리안은 소리쳤다.
“모두 전투준비!”
그 말을 시작으로, 모리안과 가까운 곳에 있던 횃불에 불이 켜졌다. 양 옆으로 놓인 횃불들이 한 칸 한 칸, 도미노처럼 켜지며 눈동자의 정체를 밝혔다.
“드레이크인가!”
드래곤이 되지 못한 용족. 드레이크.
완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드래곤이었다. 비록 진정한 드래곤만큼 아니었지만, 그 힘은 충분히 비교할 정도가 되었다.
뒤 따르던 동료들이 우왕좌왕했다. 드레이크가 내뿜는 살기에 몸을 움츠리며, 사전에 이야기한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틈을 타, 드레이크가 입을 열었다. 산성을 머금은 브레스가 강렬한 풍압과 함께 내뿜어졌다.
반사적으로 동료들을 위해 앞으로 튀어나간 모리안은, 평상시 연습하고 있었던 앤서러를 사용했다. 리오에게 직접 훈련 받은 성과가 있었던지, 드레이크의 브레스는 되돌아갔다.
“크롸롸롸롸!”
자신의 브레스를 흠뻑 뒤집어쓴 드레이크는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만독에 면역이 있는 드래곤의 몸이었다. 산성에 몸이 잠깐 그을린 정도였다.
“모두 정신 차려!”
모리안은 즉시 20층의 주변을 살폈다. 마치 무기고에 들어온 것처럼, 주변에 놓인 공성병기나 고급 장비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아마 사용하는 의미로 둔 것이 분명했다.
“거인족들은 공성병기를 담당해! 나머지는 드레이크를 견제하고! 깊숙이 공격할 필요는 없어! 공격은 오로지 공성병기를 통해 한다!”
무기고에 울려퍼지는 모리안의 미성에 동료들은 정신을 차렸다. 각자 주어진 역할을 수행했다.
몸집이 작은 이들은 떨어져있는 갈고리 사슬이나 기관장치를 이용하여 드레이크가 쉽게 움직일 수 없도록 했다. 이따끔식 재주가 좋은 자들은 마법이나 날렵한 몸놀림으로 드레이크의 몸에 상처를 내었다.
뒤를 이어 공성병기를 사용할 채비를 만친 대형 종족들이, 홀 몸으로 거대한 활인 발리스타를 장전하고 쏘았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거대한 화살은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풍선과도 같이 부풀은 드레이크의 몸에 박혔다.
이어서 수십가닥의 발리스타가 꽂혀진다.
파파파박!
벌어진 상처로 온갖 공격을 퍼붓고, 드레이크가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지진이 일어나며 무기고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안전한 곳으로 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 발리스타의 조준은 지진 탓에 할 수 없었고, 갈고리 사슬이나 기관을 이용한 드레이크의 압박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손 놓고 자신의 목숨을 부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때, 천장이 무너지자 드레이크는 비명을 지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걸레짝이 된 날개막을 어떻게 해서든 펄럭이며 하늘을 체공했다.
‘하늘을 날면 곤란한데...’
쿠란의 동료들에서 비행을 할 수 있는 동료는 극소수였다. 저렇게 올라가면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드레이크라 그 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고...’
발리스타를 하늘에 겨냥하며 쏘았지만, 쉽게 맞출 수 없었다. 드레이크는 무기고의 하늘 위에서 또 다시 비명을 터트렸다. 그 뒤, 브레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오르며 안정되지 못한 드래곤 하트가 타올랐다.
처음 쏘았던 브레스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기운이 느껴졌다. 모리안은 자신이 익힌 앤서러와 흑마법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는, 연합파티 전원이 브레스에 맞고 만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 치며 어떻게든 안전 범위를 확보하려 했다. 그 순간 어디선가 검은 현체가 하늘로 치솟았다.
날개도 없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로켓처럼 튀어오르는 사내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저서클 마법인 윈드, 파이어, 윈드, 파이어를 반복하며, 전투기가 발진하는 마냥 짧게 짧게 화염을 내뿜었다.
윈드 마법을 통해 산소를 모으고, 농축된 산소를 파이어 마법으로 태운다. 그 과정은 단순히 불을 지피는 마법을 폭발 마법으로 바꾸었다.
“저건... 비행 마법이 아니잖아...”
단순한 기초 마법의 순환. 모리안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하늘로 치솟은 남성은 금세 드레이크에게 닿았다. 이제 막 브레스를 내뿜으려던 드레이크의 몸에다 주먹을 내질렀다. 단순한 정권, 하지만 그 속에는 모든 에너지를 그대로 되돌려주는 비의가 담겨 있었다.
이제 막 터져나오려던 브레스가 드레이크의 몸 안에서 터진다. 단숨에 드레이크의 목이 날아갔다.
추락하는 용과 한 인물.
모리안은 추락 하는 이에게 다가갔다. 그가 보여준 똑같은 수법으로 마법을 운용하며, 어색하게 나마 추락하는 인간을 붙잡았다.
“언제나 고마워요. 리오 오빠.”
인간으로 돌아왔기 때문인지 대하기 편해진 탓일까. 리오에게 스스럼 없이 대하는 모리안이었다.
리오는 추락하는 자신을 붙잡은 모리안에게 감사를 표하려 했으나...
“자세가 좀 그런 걸.”
“공주님 안기를 당해보고 싶었는데 하는 입장이 될 줄은 저도 몰랐어요.”
“그렇다면 좀 놔주라고. 보는 눈도 있으니까.”
모리안이 리오를 놓는다. 땅에 닿기 직전 강한 마력으로 윈드 마법을 일으켰다. 발밑에서 강풍이 일어났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큰 위기 없이 벗어날 수 있었어요.”
모리안에게 다가온 연합파티의 일원들이 리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아니 뭐... 연합파티를 돕는 게 나의 일이니까... 감사를 받을 정도는 아닌데.”
쑥스러움을 애서 숨겼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이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큰 일이 아니면 도와주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방금 전 건 좀 위험 할 것 같아서... 다음에도 이런 상황은 다시 일어날 테니까 참고해 두도록 해.”
“예. 꼭 기억해둘 게요.”
뒤에서 드레이크의 헐떡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래곤의 몸인 만큼 금방 재생될 가능성이 있었다.
리오는 모리안에게 손짓을 하고는, 구석으로 갔다. 더 이상 자신이 도와줄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인적이 뜸한 곳으로 가자, 차원의 틈이 자동으로 열리며 리오를 이동시켰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리오님.”
“뭐, 나쁘지 않네. 이렇게 남을 돕는 것도.”
“그래도 어서 다시 탑을 오르는 리오님을 보고 싶어요. 이런 일을 매일 해봤자 저는 리오님에게 도움이 되질 않잖아요.”
“무슨 소리야. 픽시가 있으니까 이런 것도 가능한 거고, 나는 픽시가 없으면 애정에 목말라서 죽어버릴 거야.”
기분 나쁜 소리는 아니었던 듯, 픽시는 웃음을 터트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애정으로 죽는 다니, 매일 밤 미인분들에게 사랑을 받으시면서.”
“아니 그건... 다른 의미...”
할말을 잃은 리오는 도망치듯 활짝 열려 있던 흑철의 문에 다가갔다.
“어, 어서 나가보자고. 오늘 할 일은 끝났으니까.”
하얀 빛으로 가득찬 방을 지나, 개방된 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익숙해지지 않은 감각을 느끼곤, 많은 주민들이 오고가는 마을이 펼쳐졌다.
오색찬란한 전등이 거리를 비춘다. 대장간에서는 망치를 두들기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굴뚝에서는 뭉게뭉게 구름이 피어올랐다.
일반가정 집에서도 웃음소리와 환한 빛이 비춰졌다. 길거리는 얼마 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잡상인들이 다시 얼굴을 비추었다.
예전과 같은 풍경이었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더 이상 주민들은 리오에게 일방적인 호의를 비추며 이유를 기대를 품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인간이라고 특별하지 않았다. 연합파티라는 시스템이 있는 이상 정복은 너도나도 할 수 있는 것이라 모두 믿었다.
이것은 리오가 너무나도 원했던, 간절히 빌었던 탑의 세계였다.
살기 좋은 세상이지만 리오에게는 지금까지가 지옥이었다.
주민들이 알게 모르게 떠맡긴 책임, 사명감이 강제적으로 탑을 오르게 만들었다. 탑이 아니라면 자신을 증명할 수 없다. 그 때문에 귀환이라는 목적을 상실하였음에도 강박관념같은 의무감으로 탑을 올랐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 누구도 리오에게 책임감을 떠맡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낸다. 연합파티를 시스템 아래 에.
자신이 원했고, 탑이 조율했으며, 주민이 만든 탑의 세계.
앞으로는 가만히 두어도 탑은 좀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주민들 스스로가 행동할 것이었다.
리오는 간섭을 하지 않아도 이 평온함이 유지되기를 빌며, 갈라진 두 갈래의 길 앞에서 멈춰섰다.
‘어느 쪽을 가야 할까.’
오른 쪽에는 쿠란이 기다리고, 왼 쪽에는 빈이 기다린다.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모리안이 나타나 리오를 불렀다.
모른 척하고 갈라진 길 중 하나를 선택한다. 혹은 이대로 뒤를 돌아 모리안과 마주하는 것도 괜찮았다.
찰나와도 같은 시간 동안, 리오는 수십 가지의 생각을 했다.
쿠란과 함께 한다면, 탑의 모험가로써 상층에 올라야 한다.
빈과 함께 한다면, 모험을 포기하고 평온한 삶을 산다.
모리안과 함께 한다면, 저층 구간의 연합파티를 돕는 생활을 이어간다.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었다. 지구의 신태준이 아닌 탑의 주민 앤서러 리오에게.
어떤 여자를 고르든, 그것은 자의며 탑의 간섭이 아니었다.
점점 모리안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리오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펼쳐져 있는 수십 가지의 길.
그 중에서 리오는 단 하나의 길을 골랐다.
@작가 후기
로크미디어에서 계약한 첫 작품이 끝났습니다.
저의 인생에서 첫 작품은 아니었지만, 다른 출판사보다 클레임이 덜한 로크미디어였던 터라... 솔직히 말해서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썼던 것 같습니다.
처음 새 작품을 시작하려고 할 때. 팔리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집필을 하다보니.., 그게 더 어렵다는 걸 깨닫고, 가능한 제가 쓰고 싶은 글, 제 취향의 글을 썼습니다. 그 때문인지 나름 빠르게 쓸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집필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써가는 작품에서 만큼은 솔직해야 한다는 것.
애써 만들어둔 설정을 독자가 모르게끔 숨기는 것은 해서는 안 되며, 자신이 주인공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이것이 인간다운 올바른 생각인지 고심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인간다운 결정을 내리지 않고, 그저 흐르는 스토리에 따라 억지로 이끌려 간다면 작가 본인도 글이 재미있게 써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점점 써가면서 그걸 깨닫고, 주인공의 입장으로 생각하다보니 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되니 글 쓰는 것이 무척 재미있더군요. 좀 더 집필하는데 고심을 하게 되고 주인공이 내리는 결정이 자신의 일인 마냥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태 읽어주신 독자님들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는 인간 앤서러 리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이종찬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이 죄스러움을 어떻게 갚아야할지... 고민해본 결과 역시 글쟁이라면 재미있는 글로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번 경험을 통해서 다음 작품은 최대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글을 쓰겠습니다.
생각해둔 스토리와 주제는 두 가지 정도 있는데... 둘 중에 무엇을 써야할지 확신이 서질 않았습니다. 이 상태로 라면 차기작은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밖으로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여기서 잠깐 꺼내자면, 하나는 뇌만 남은 상태에서 몸만 계속해서 바꿔가며, 자신의 본래 몸을 찾으려 하는 이야기입니다.
현대물로써 요즘 흥행하는 몬스터 헌팅물을 섞어볼 생각입니다. 아마 쓴다면 제목은 ‘와이파이’가 되지 않을 까 하네요. 뇌만 남은 주인공이 인터넷 통신망을 통해서 몸을 조종하는 내용이거든요. 평상시 2G를 쓰다가 인터넷 연결되면 몸이 강화되고 반사신경이 빨라지는... 아는 지인작가분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웃기만 하셨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웃긴 이야기라 쓰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는 뇌만 남은 주인공이 몸을 바꿔가며 여러 번 죽고, 지인들은 주인공을 그리워 하지만 실상은 바로 옆에 있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그런 시리어스 이야기인데 말이죠.
두 번째 이야기는 순수 판타지물로, 전생에 관한 이야기를 쓸 생각입니다. 보통 환생물은 1권 극 초반에서 자신의 환생을 알게 되고 전생의 힘과 지식을 이용하며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만.
제 이야기는 아마 전권에 통틀어서 자신의 환생을 되쫓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전생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아무런 기억도 없지만, 주변 지인들이 주인공의 환생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어서 힘을 되찾기를 강요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구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아직 퍼뜩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내용은 있지만, 고증 같은 문제로 쓰기를 기피하는 현대물.
내용은 없지만 저에게 있어서 편하고 쓰기 쉬운 판타지.
둘 중에 하나를 언젠가 골라, 다음 작품에서 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작품을 종이책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주신 로크미디어 일동 직원분들, 저의 담당이신 이화영, 김만식 주임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2014년 7월 29일 오전 2시.
양천구의 한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