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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으로 들어온 리오는 또 다른 감시 카메라의 위치를 확인했다. 운이 좋게도 포착되지 않은 상태였다.
컹컹!
그러나 침입자의 냄세를 맡은 듯. 근처에 있던 경비견이 울부짖었다. 소름을 느끼며 리오는 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창문에 걸려있던 고리를 앤서러를 이용해서 부순다. 리오의 주먹질에 문고리만 반토막났다.
어서 안으로 들어간 뒤, 화려한 가구들을 살피며 리오는 또 다른 경비원이나 위험요소들을 파악했다.
다행히 집안에는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신태준과 그의 가족들이 사는 곳인 만큼, 경비원도 없었다. 거실에서 일을 보고 있는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을 끄기로 했다.
‘신태준은... 이쪽인가.’
하얀 끈은 2층으로 이어져있었다. 조심스럽게 2층으로 도착한 리오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아기...’
37살의 신태준이었다. 저번에 지구로 왔을 때는 반려자도 있었다. 2세가 없을 수가 없었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기를 지나치려 했지만, 함께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옳지. 울면 안되요. 울면 유령이 와서 으앙 하고 잡아갈 거 에요.”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이 소리의 근원지로 다가갔다. 해서는 안되는 걸 알면서도, 닫혀있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하얀 천사. 자신과 똑같이 닮은 아기였다. 리오는 신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참고 아기를 돌보고 있는 여성을 살폈다.
4년전, 자신이 도움을 주었던 그 여성이었다. 여전히 아름다웠고 리오의 취향인 스타일 그대로였다.
발걸음을 떼어내야 하지만, 마치 자신의 자식을 본 것 같아 한 번 만져보고 싶어졌다.
‘안 돼. 저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야...’
억지로 발을 돌렸다. 하얀 끈을 쫓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방인가...’
아기의 방의 바로 옆.
문소리가 나질 않게 연 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기척을 느낀 듯, 중년의 신태준은 뒤로 돌아 볼일을 보며 말했다.
“애는 어때? 어젯밤에 잠을 못자더라고.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그 말에 리오는 실소를 흘렸다. 그러한 걱정은 원래 자신이 해야하는 것이었다.
‘탑의 세계로 가지만 않았더라면...‘
주위에 있던 골프 채를 발견했다. 가장 두꺼운 것을 문고리에 걸고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게끔 만들었다.
일단 첫마디를 어떻게 꺼내야 할까, 자신이 탑의 세계를 떠나고 대역을 한 인물에게 어떤 태도로 대하여 할까.
고민한 끝에, 자연스럽게 내뱉었다.
“당신은 어때. 잠을 잘 자고 있나?”
뒤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신태준의 몸이 굳는다. 뒤로 돌아보았을 때,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물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 오늘 부터는 못 자겠는 걸.”
리오와는 온화한 인상의 인물.
자신과 똑같이 생겼으나, 풍기는 분위기나 인상이 너무나도 달랐다. 신태준과 리오는 이제 다른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 했다.
수년 간 대기업을 이끌어온 신태준.
수년 간 탑의 세계를 모험한 리오.
각자 서로의 다른 점을 주시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상하게도 동족혐오와 같은 불쾌감이 생기지 않았다.
“당신은... 뭐 내 자리를 빼앗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 같은 건가?”
믿을 수 없겠지만, 리오는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적어도 자신에게 만큼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안심해도 되. 오늘 당신을 찾아온 것은 나 자신과의 차이점을 찾아보려고 했던 것 뿐이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해를 끼치려고 온 것은 아니라는 거군. 그래도 한 가지 묻고 싶은데. 어디 연구기관이지?”
탑의 세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상상속의 세계를 눈앞의 남자가 믿을 리가 없었다.
신태준은 탑의 세계로 가는 날, 분열된 것이다.
“연구기관은 아니야. 당신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는 단체나 이득을 주려는 단체 또한 아니지. 굳이 말하자면 영화속에서 흔히 나오는 판타지틱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뭐, 믿을 수 없겠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믿는 수밖에 없겠지.”
그 말을 내뱉은 직후, 신태준은 리오에게 물었다.
“혹시, 8년전. 내 아내를 구해준 것도 당신인가?”
지구의 기준으로 8년이라고 한다면, 리오가 그의 아내를 구했던 사건을 말하는 듯 싶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아내가 그때 도와주었던 시크릿 가드가 누구냐고 엄청 성화를 부렸지. 아직도 자네를 찾는 걸 보면 정말 질투가 나. 하지만 그게 또 하나의 나였을 줄이야. 뭐, 그 당시의 기술력으로 당신이 있었을 리가 없으니... 그 망상같은 이야기를 정말 믿는 수밖에 없겠군.”
리오는 들썩이며 웃음을 참았다. 어디를 보나 자신이었다. 어느 한편이 가짜라고 할수 없는 상황.
아마 신태준이라면 자신을 대신해서 가족들을 잘 부양했을 것이다. 언제나 탑을 오를 때 마음 속 한구석에 있던 가족에 대한 걱정은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물었다.
“부모님은... 어떻게 되셨지?”
아직 리오가 자신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던 듯. 부모에 대한 물음에 신태준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또 하나의 신태준이라면,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는 말임을 깨닫고 숨김없이 대답했다.
“남은 일생동안 편히 쉬도록 잘 모셨다. 그러다 어느 날 소리소문 없이 내 곁을 떠나셨지.”
“그런가. 내가 하고 싶은 거였는데...”
아쉬움을 삼켰다. 그런 리오에게 신태준이 질문을 해왔다.
“나에게 찾아온 것은 단순히 대화를 하기 위함인가? 방금 전 차이점을 확인하러 왔다고 한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지금까지의 대화로 서로에게 어떤 차이점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서로 동일하고 생각이 같다.
인간으로써는 신태준과 리오는 동일하다.
단지 지구인과 탑의 주민으로써 차이점이 있을 뿐이었다.
믿음직한 또 하나의 자신을 보며 리오는 말했다.
“이만 가보지. 바쁜 사람을 오래 붙잡았군.”
@
리오는 TP를 사용해서 또 다시 추적마법을 사용했다.
“어느 분을 추적하시려고요?”
자신이 탑을 오를 수 있게 큰 도움을 주었던 인물이었다. 최초의 앤서러라 불린 김체건이었다.
역사속의 인물이 현재까지 살아 있을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탑의 세계를 생각하면 모종의 수법을 이용해 지금까지 지구에서 살아있을 것 같았다.
덧붙여 말하자면, 다른 정복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추적마법을 통해 김체건의 행방에 대해 알아낸 리오는 기차를 타며 지방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객실 컴퓨터를 사용했는데, 거기서 자신의 전생을 살폈다.
최악의 마법사라 불린 알터.
알터의 본명은 알레스터 크로울리였고, 그의 행방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검색하자 금방 알 수 있었다.
“뭐... 정신병자였군.”
죽은 인간을 저승에서 끄집어내는 마법부터 무언가 맛이 갔다고 생각했지만, 알레스터 크로울리는 지구에서 마법을 사용하려 온갖 악행을 저지른 인물이었다.
20세기 초반 유렵을 대표하는 마인.
집단 성교을 하거나, 마약을 하거나, 의미를 알수 없는 흡혈귀 의식을 하였고 그림을 줄곧 그리긴 했으나 그것마저도 제정신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외계의 그림이었다.
실제로 마법을 이용해서 탑의 세계를 정복한 인물인 만큼, 마법에 대한 갈망이 컸다. 그 때문에 흑마법 의식을 따라했던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지구에서는 그 의식이 성공할 리가 없었다.
탑의 세계의 알레스터 크로울리에 대한 기억은 존재하지만, 그가 정복하고 난 뒤의 일은 진혼과 단절되어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리오는 그가 어떠한 최후를 맞이하였는지 궁금했다.
‘모르고 있는 편이 나았군.’
후세에서도 마인이라 불릴 정도로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 마약으로 인한 병사.
리오는 자신이 한 때 그런 인물이었다는 것을 한심스럽게 생각했다.
적어도 이전 생처럼 살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 외에 다른 정복자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모든 정복자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는 것만 확인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