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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77화 (17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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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로 인해서 힘이 약화된 것일까? 아닐 것이었다. 비늘과 마나는 무관계하다. 비늘이 약해지는 저주따위도 없었다.

'그렇다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의구심을 품었을 때, 어안이 벙벙한 리오에게 안드레이는 날카로운 이를 내밀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용의 얼굴이 다가오더니,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물어뜯는다.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피하긴 했지만, 리오의 한 쪽 팔이 안드레이에게 먹혔다.

다행히 검을 쥐고 있던 팔이 아니었다. 그 사실에 안도하며 거추장스럽게 찢어져 펄럭이는 로브를 벗었다.

리오의 몸을 본 안드레이가 말했다.

"흉터가 가득한 몸, 뚫린 심장, 창백한 피부, 거칠게 찢겨진 팔. 인간의 모습을 더 이상 찾을 수 없군."

리오는 검을 들며 말했다. 안드레이는 자신의 발톱이 베인 것이 단순히 명검 탓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스승님. 저는 탑의 세계로 와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종족이라는 건 육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결정짓는 다고."

"재미있는 이야기군. 확실히 틀린 것도 아니지... 엘프임에도 육식을 즐기는 이도 있고, 마족임에도 육체를 단련하는 이가 있지. 그런 걸 이야기하고 싶은 건가?"

"예."

"하지만 그러한 정신으로는 종족의 본질을 바꿀 수 없다. 엘프임에도 육식을 즐기는 이에겐 엘프만의 습성이 남아있지, 결코 다른 종족이라고 할 수 없다."

리오는 안드레이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조용히 스승에게 어떤 대답을 원하는 듯 지그시 바라보았다.

한 때 자신의 제자였던 인물의 시선을 받고, 안드레이는 말했다.

"너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스승님께서는 저에게 인간의 습성을 보셨습니까?"

"물론, 너는 인간의 습성을...!"

물론이라는 말에 리오는 속이 탔다. 숨기지 못하고 화를 터트리고 말았다. 안드레이가 말하고 싶은 인간의 습성이 무엇일지 뻔했다.

"웃기지 마! 인간들은 모두 다 똑같이 템플러가 되었고, 학살을 즐겼다고? 이건 모든 주민들이 가진 욕망이야! 이기적이고 욕심을 내고, 기회를 노리지! 이게 인간의 습성이라고 할 셈인가? 드라칸 안드레이! 네가 찾고자 했던 인간만이 탑을 정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나? 단순히 최선을 다하는 거나, 특별한 축복을 가졌던 것이 아니야! 욕망에 충실해라! 이기적으로 변해라! 기회가 눈 앞에 있다면 겸손하지 말고 움직여라! 이것은 인간의 습성도 아니고 내가 살던 차원의 습성도 아니다!"

리오는 검을 굳게 쥐었다.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는 검에서 무형의 기운이 언뜻 보인 것 같았다.

자신에게는 '그' 재능이 있다.

검사의 극의에 달한 '그' 재능을 언제나 키워왔다. 비록 검을 오랜 기간 다루진 않았어도, '그' 재능으로 앤서러를 공격형으로 바꾸었다.

그 말은 재능을 언제나 키웠고 성장시켰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드래곤을 베어낼 정도의 검술.

아니, 재능을 이미 가지고 있다.

리오는 함께 행동했던 동료 두 명을 떠올렸다.

두 명의 리자드 맨이 휘두르는 시미터에는 막힘이 없다. 베기 좋게 휘어진 시미터는 무엇이든 베어내었다. 단단한 강철문은 물론이고 물, 바람, 심지어 드라칸이 건 저주조차 한 칼이었다.

그들의 재능을 강탈한 듯이, 리오는 검에서 시미터를 투영했다.

케일이 두들긴 한손 검이 시미터처럼 보인다. 무심코 리자드 맨들과 같은 기세로, 리오는 검을 휘둘렀다.

베어지는 소리조차 없었다. 리오의 팔이 휘둘러졌고, 급히 방어하려던 안드레이의 날개막을 찢었다.

금빛 비늘이 비산한다 날개막이 찢긴 안드레이는 괴성을 지르며 주춤했다.

"공포를 느끼나? 그렇겠지. 어느 사전에도 제시되지 않은 이종족이니까."

안드레이의 금안이 흔들렸다. 괴수의 찢어진 눈을 보고 리오는 비웃음을 흘렸다. 인간보다 뛰어나면 무엇을 하는 가, 인간보다 나약한 정신을 가지고 힘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욕망에 충실하지 못하여 탑의 세계를 정복하지 못했고, 스스로 고인물이 되었다. 정체된 상태로 무엇하나 하지 않은 채, 탑의 세계를 유지했다.

그 누구도 명령을 한 적이 없는데, 탑의 세계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일인 마냥.

"안드레이. 너는 태어나서 최선을 다해본 적이 있나?"

한 때, 스승이었던 자를 가벼이 부르며 리오는 외팔의 검을 들었다.

상처에서 용의 혈이 흘러내린다. 성당의 바닥을 녹이며 독한 향을 내었다.

이성을 잃은 마냥 안드레이는 겁에 질린 비명을 내질렀다. 그에게 다가가며 리오는 무형의 기운이 넘실넘실 거리는 검을 내밀었다.

두려움을 느끼고 뒷걸음 치는 드라칸. 아마 그의 삶에서 이렇게 상처를 입은 것은 손에 셀 정도였을 것이다.

"날 죽이려고 하지 않았나? 최선을 다해라 안드레이. 누군가를 죽일 각오가 아니라, 자신이 죽을 각오로 싸워라."

그 말을 내뱉은 순간이었다. 언데드인 리오의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살기가 느껴졌다. 인간이어다면 반항도 못하고 주저 앉을 만한 기운이었다. 그것이 곧 드래곤의 전유물이라는 드래곤 피어라는 걸 깨닫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온 몸이 저리기 시작한다. 공포가 없음에도 몸이 떨기 시작했다. 리오의 말에 따라, 안드레이가 최선을 다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초 뒤, 괴성을 지르며 안드레이는 돌진했다.

풍압을 일으킨다. 성당에 있던 의자들과 파편들이 소용돌이 치며 리오에게 날아왔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피해를 최소화 했을 때, 장애물의 뒤에서 안드레이가 발톱을 휘둘렀다. 모든 종족의 위에 있는 만큼, 리오에게 잘린 발톱은 이미 자라나 있었다.

장애물을 이용한 공격.

아까처럼 발톱 하나 하나의 위치를 판단할 여유는 없었다. 소드 마스터의 '오라'라는 걸 사용할 틈도 없이 리오의 가슴팍이 파였다.

발톱에 베인 반동으로 리오는 뒤로 물러났다. 결계의 끝자락까지 밀려나곤 검을 끌고 안드레이에게 달려갔다.

리오의 공격에 대비하듯, 안드레이는 큰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피했다. 마법이 없는 이상 공격할 수단은 리오에게 없다는 걸 안 것이었다.

'방법이 없나.'

날고 있는 안드레이를 공격할 방법이 없나, 주변을 둘러보던 리오는 긴 머리칼이 하늘로 치솟는 것을 알아차렸다.

'... 브레스?'

안드레이의 가슴팍이 부풀어 올랐다. 골드 드래곤의 전유물인 윈드 브레스를 내뿜으려는 것이었다.

인간은 물론이고, 이종족이더라도 산산조각을 낼 만한 강한 풍압의 숨결.

리오에겐 브레스를 막아낼 수단이 없었다.

이판사판으로 리오는 검면으로 의자를 안드레이에게 쳐날렸다. 입으로 날아가며 브레스의 차지를 막는 듯 했으나, 아주 잠시였다.

안드레이의 브레스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리오는 탑의 규칙을 떠올렸다. 탑은 결코 불가능을 만들어두지 않는다. 노력을 하면 보답을 받고, 최선을 다하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 줄 방책을 만든다.

언제나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주변을 둘러보고, 탐색하며 논리적으로 답을 잇는다.

"... 결계."

얼마 전까지만해도 리오에게는 드라칸들의 저주가 걸려 있었다. 감옥을 혼자 힘으로 탈출 할 수 없게끔 마법 금지시켰고, 손가락 하나 까닥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을 해지 시킨 것은, 동등한 마법실력을 가진 마법사나 페이스, 드라칸도 아니었다.

지식을 희생한 듯이, 육체를 단련한 리자드 맨들이었다.

그들과 동등한 경지에 오른 자신이라면, 똑같이 검으로 결계를 베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해보자.'

도망을 치듯이, 안드레이에게서 몸을 돌린다. 결계의 끝머리에서 리오는 검을 쥐고 집중했다.

소드마스터의 '오라'란 무의식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순수 검사가 아닌 리오에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검에 자신이 알고 있는 소드 마스터의 무기를 투영하고, 그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마법을 사용하듯, 자신에게 부여된 재능의 끝을 머릿 속에 그린다.

자신에게 충고를 하던 리자드 맨의 검.

자신과 함께 탑을 오르던 리자드 맨의 검.

자신을 구해냈던 리자드 맨의 검.

앤서러조차 무시할 법한 검의 극의.

등 뒤에 있던 안드레이가 숨을 내뱉는 것과 동시에, 검에 무형의 기운이 솟아났다.

결계를 베어낸다.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대각선으로, 제자리에 서서 무아지경으로 휘둘렀다. '오라'는 결계를 무시하고 틈을 만들어내었다.

어느 순간, 세상이 탈색 되었다.

관성의 법칙에 의해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미 머리가 내린 명령을 몸이 무시하고 계속해서 수행했다. 결계를 베고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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