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의 탑-174화 (174/190)

<-- 174 회: 6-17 -->

밤하늘을 보는 듯한 흑진주 목걸이. 가슴 속에 묻어둔 터라 아무도 보지 못했을 것이었다. 조심스럽게 손으로 감싸며 동료들의 얼굴을 살폈다.

'하필 이런 때에...'

리오는 지도를 살핀 뒤, 동료들에게 말했다.

"일손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저희가 함께 움직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황실 입구로 진행을 역행하여 따로 있는 연합파티를 도우러 가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쿠란이 이끌던 파티는 분대를 나누어 다른 방향으로 보내었다. 현재 황실군과 반란군에 속했던 연합파티가 제 3세력이 된 지금. 동 떨어진 분대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제3 세력을 밀어내기 위해 탑의 피조물인 황실군과 반란군이 힘을 합친다면... 분대가 맞이할 결말은 뻔했다.

"환영궁으로 가면 되는 겁니까. 확실히 그 쪽에 연합파티의 분대가 있는 것 같군요. 그들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연합파티에서 독립되어 있으니 위험한 상황인 건 분명합니다."

빈의 말에 리사는 지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저희가 환영궁으로 가면 홀로 남은 리오는 어쩌실 거죠?"

"제가 알고 있는 60층과 얼마나 다른지 알아보기도 하고, 일단은 황실과 반란군의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탑의 피조물인 황실군은 현재까지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상태고, 반란군의 본대는 저희가 처치했지만, 아마 더 있을 겁니다."

칼은 등을 돌리고 말했다.

"무리하지 말도록."

걱정하는 말에 리오는 파티를 맺기 전의 그때로 돌아가 편한 말투로 대답했다.

"당신이나."

리오는 몸을 돌려 동료들과 반대 쪽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칼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듯 하군."

"저희도 나름 한 가닥하지만, 리오에게 있어선 짐짝인 모양이네요."

빈은 품 안에서 흑진주를 꺼내었다. 가만히 쥐고 있으면 손이 떨릴 정도의 강렬한 진동이었다.

'우리 말고 다른 템플러의 침입이라...'

과연 누구일까. 생각을 했지만 현재 상황에서 침입이 가능한 주민은 어느정도 본인의 힘에 자신감이 가진 인물뿐이었다.

'드라칸...?'

잠시 뒤, 리오가 떠난 방향에서 숨이 텁텁해지는 마나폭풍이 일어났다.

@

동료들을 뒤로 한채 경비초소의 다음 궁인 성 아르반 성당으로 리오는 향했다.

가까이 가면 갈 수록 흑진주의 진동이 심해졌다. 심장이 뛰는 게 아닐까 하고 착각할 정도였다. 언데드인 자신이 살아있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목에 걸고 있던 흑진주를 깨뜨렸다.

'없어도 조만간 만나겠지.'

성 아르반 성당은 연합파티의 분대가 제압한 곳이었다. 현재는 제 3세력이 되었으므로 탈취한 것으로 변했다.

반란군은 아르반 성당 다음으로 나아갔기 때문인지 기습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질 않았다. 단순히 빈 성당임을 알고 리오는 조심스럽게 성각이 그려진 문을 밀었다.

'신성력이...'

리치인 리오에게는 신성력은 쥐약에 가까웠다. 금빛을 내는 문을 밀어내자 불쾌감이 엄습했다. 온 몸에 내재되어 있던 마력이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만약, 침입한 템플러가 자신의 예상대로라면 상대방도 자신처럼 불쾌감과 힘의 약화를 겪고 있을 것이었다.

리오는 마력 그 자체에 가깝지만,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두려울 게 없다고 느끼며 리오는 성당의 안으로 들어갔다.

수백개의 긴 나무 의자가 깔려 있었다. 천장에는 금빛을 머금은 샹들리에가 햇빛을 반사시키며 성당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무심코 2층의 테라스로 눈을 돌리자 울타리에 그려진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성당의 교리와 연관이 되어 있는 듯, 그림의 의미는 척 보기에도 거창해 보였다. 태양을 등지고 있는 금관을 쓴 왕.

무심코 주의깊게 2층 테라스의 조각을 지켜보던 중, 리오는 조각에 숨겨진 마법진을 알아챘다.

"...큭!"

비명을 지르는 순간과 동시에, 테라스가 빛나며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푸르스름한 선이 2층 테라스와 입구를 가로 지르더니, 직 사각형을 그렸다.

'결계!'

직 사각형의 결계와 밖은 완전히 서로 다른 이계가 되었다.

당연하지만, 결계 안에 갇힌 리오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무심코 결계의 면과 닿는 순간 손 끝이 타들어갔다.

'진혼도 나오지 않아?'

진혼과 리오는 영혼으로 묶여있다. 리오가 이동하면 진혼도 그 장소에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무리 리오와 진혼을 갈라놓더라도 영혼이 같기 때문에 떨어질 수가 없는 상태다.

진혼이 있는 곳엔 리오가 있는 것이나 다름 없고, 그 반대도 같았다.

'진혼이 나타나지 않는 다는 건...'

결계에 의해 손 끝이 타들어갔다. 보통이라면 진혼이 자동으로 나타나 몸을 정상 적으로 되돌릴 것이었다.

속으로 진혼을 불러내어보아도 소환되지 않는 것을 보고 리오는 혀를 찼다. 몸 속에 내재된 마력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리오의 축복이 사라진 마냥...

"안티 매직 필드인가..."

리오의 혼잣말에 누군가 대답했다. 금빛 머리칼에 금빛 비늘을 가진 용인. 안드레이였다.

"이 성당은 드래곤을 사로 잡기 위해 지어졌지. 사용된 적은 없었지만... 이 나조차 마법이 봉인 될 걸보면 상당한 공을 들였군."

그의 등장에 주변을 살피던 리오는 물었다.

"다른 드라칸 없이 혼자 오신 겁니까? 스승님."

여전히 제자임을 고집하는 리오를 보며 안드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리가. 모두 각자 제 할일을 하러 갔다."

템플러로써 연합파티를 공격할 리는 없었다. 그들은 리오처럼 모험가들을 도울 생각일 것이 뻔했다.

리오 또한 자신도 같은 목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지만, 말한다고 한들 눈앞의 용인이 흔들릴 것 같지 않았다.

"스승님에게 말씀드렸을 겁니다. 저는 연합파티를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안다. 네가 원한 탑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된 것들을 나를 비롯해 모든 용인들은 용서하지 않겠다."

안드레이의 외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꼬리와 날개가 자라나며 입이 길어졌다. 이마에서 세 개의 구부러진 뿔이 솟아났고, 이내 입에서 거친 괴성이 터져나왔다.

"크롸아아아아!"

괴성만으로도 리오의 몸이 뒤로 날아갈법한 풍압.

가까스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리오는 수인을 맺었다. 아르토를 비롯한 정복자를 소환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아무리 이미지를 구현해도, 마력이 움직이지 않았다.

"큭."

리치인 이상 리오는 인간에게만 전해지는 앤서러를 사용할 수 없다. 마법만이 리오에게 허락된 전투기술이었다.

'아니... 한 가지 더 있긴 한가.'

리오는 허리춤에 메고 있는 검을 의식했다.

탑의 축복 : 강탈 덕분에 검술에 재주가 없던 리오는 소드 마스터에 버금가는 재능를 얻게 되었다.

리치가 된 탓에 강탈한 재능은 사용 불가능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탑을 들어오기 전 케일과의 대화를 통해 죽기 전에 사용하던 재능은 여전히 자신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몇 년 만에 검을 잡는데...'

리오에게 있어서 검술은 주가 아니었다. 앤서러를 사용하면서 검을 사용하는 것은 방해가 된 다는 걸 깨닫고 아르토의 싸움 이후로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았었다.

검을 사용하는 상황이란, 가끔 씩 나타는 앤서러 면역의 적을 마주할 때였다. 사실상 검술 실력은 3년 전 그대로거나, 오히려 퇴보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때 마침 호신용으로도 쓰라고 명검을 건네준 케일에게 감사했다.

리오는 검을 뽑아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