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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73화 (173/190)

<-- 173 회: 6-16 -->

하지만 멈출 수 없던 자들이 있었다. 밀려오는 물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몇 모험가들이 템플러들을 향해서 돌격했다.

댐이 넘쳐흐른 강물마냥 돌격하던 모험가들은 철벽에 가로 막힌 듯이 템플러들을 뚫지 못하고 무너졌다. 최강의 방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템플러들은 자신의 앞에서 쓰러진 모험가들을 어찌할 생각도 없이, 처음 그대로 준비자세를 취한 채 가만히 섰다.

“크, 크윽...”

“이것이 앤서러인가... 공격할 때야 말로 유일한 틈이었군. 제길.”

소강상태가 되었다. 이 결과를 예측하고 있던 쿠란은 마법사들 몇을 이용하여 앤서러로 방어할 수 없는 마법을 시전하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막을 수 없을 걸.’

템플러들의 보호를 받으며 쿠란의 마법을 지켜보고 있던 리오에게 탑의 축복 : 탐색이 발동되었다.

[4서클, 저주, 파동 통합 마법, 마력, 대인지정, 다수]

정확히 무슨 마법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극의에 달한 앤서러로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리오는 쿠란일행이 일으키는 마법에 때맞춰, 마법을 시전하기로 했다.

공기의 움직임 없이, 무형무색의 마법이 템플러들에게 날아왔다. 눈치를 채지 못한 템플러들은 막연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켜보고 있던 리오가 마력을 내뿜었다. 템플러들에게 쿠란의 마법이 닿기 직전, 윈드 실드가 나타나 파동을 타고 날아오는 저주를 차단했다.

“통할 거라고 생각했나...”

템플러들의 포위에서 빠져나온 리오에게 반란군의 리더가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목적이지?”

단순히 템플러로써 욕망을 채우러 왔다고 하기엔, 지금까지의 전투에서 모험가들의 죽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챈 모험가들은 리오가 자신을 봐준 것이라는 걸 깨닫고 뒤로 물러섰다. 사실상 전투의욕을 잃은 것이었다.

만약, 저 템플러들을 조종하는 리오가 본심을 발휘한다면 어떻게 될까.

“특별한 의도는 없다. 단지... 그래 뭐, 그렇게 힘을 합쳐서 날 공격하니 보기 좋군. 결과는 참패지만 말이야.”

리오는 몸을 돌린 후, 템플러들을 역소환했다. 빈들을 이끌고 가까운 곳에 있던 강에 다가갔다.

“한 가지 알려주지, 60층을 돌파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힘을 합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일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리오와 템플러들은 강가로 뛰어들었다.

급히 모험가들은 강가를 수색했으나,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들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비밀통로인가..."

쿠란은 반란군을 이끌고 있던 자, 알사크에게 다가갔다.

리오가 나타나기 전까지 쿠란과 싸울 생각이었던 그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와서 재 전투를 벌이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미안하오. 절반으로 나누어진 연합파티를 이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소."

쿠란보다 먼저 60층의 공략법을 알아챈 알사크와 모험가들은 배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반란군과 황실군이라는 구도, 하나였던 파티가 나누어진 것.

정황상 자신은 반란군 소속이었고, 주어진 선택은 반란군의 입장에서 황실을 제패하는 것이었다.

쿠란은 그의 입장을 이해하며 용서하기로 했다. 자신이더라도 마찬가지의 선택을 했을 것이었다.

"미안해 할 것 없습니다. 누구든지 상황에 따라서 이기적일 수 있죠. 오히려 파티원들을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것에 감사하겠습니다."

덕분이라고 해야할 까, 연합파티는 현재까지의 싸움에서 사상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경미한 피해나 중상자가 있기는 해도,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알사크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 남자... 리오는 힘을 합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고 있소?"

"저도 추측이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함께 싸우는 말이겠죠."

리오는 스스로 공동의 적이 되어 대립하던 반란군과 황실군이 협력하게끔 만들었다. 그 후, 보기 좋다는 말을 내뱉고 사라졌다. 경미한 피해만을 입힌 채 물러서는 것을 보면... 그가 원한 상황이 지금이라는 말이었다.

반란군의 리더였던 알사크는 쿠란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찌되었든, 지금 상황으로써는 연합파티는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 좋겠소. 나를 비롯해 반란군은 다시 쿠란양의 밑으로 들어가겠소."

파티창에 변화는 없었지만, 쿠란은 새로운 동료를 맞이한 마냥 설레임을 느꼈다.

손을 마주잡으며 쿠란은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던 알사크가 미묘한 표정이 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거라고 알고 있었소?"

"처음부터라니, 전 그렇게 대단한 마족이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용의 성지가 무너지면서 탑의 세계는 리오의 손바닥에서 놀아나고 있다. 모든 걸 파악할 순 없지만, 의중 정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결과만 보았을 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임은 아닐 것이었다.

"단지,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죠."

알사크는 무언가 깨닫는 것이 있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는, 자기자신을 위해서 템플러가 된 것이 아니군."

쿠란은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압한 황실 지역 49%]

[연합파티가 탈취한 지역

환영궁, 경비초소, 성 아르반 성당, 노조궁, 폭열궁, 나래궁]

@

리오 일행은나래궁과 연결되어 있는 비밀통로를 이용해서 단 번에 경비초소 근처로 갈 수 있었다.

수류를 이용한 이동.

강가에서 빠져나오자 마자 리오는 지도를 주시했다.

수류 속에서는 지도를 볼 여유가 없었다. 페이스의 각성 때문인지 리오가 알고 있던 비밀통로와는 많이 달라진 탓이었다.

"... 다행이 서로의 앙금은 잊기로 한 모양이군."

지도에 보이던 황실군과 반란군의 표시는 사라졌다. 연합파티는 한곳에 모여 주황색 표시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모험가의 입장은 간단히 말해서 제 3자다.

처음에는 반란군과 황실군에게 힘을 보태는 역할이지만, 이렇게 모험가들끼리 단합하면 제 3의 세력이 된다.

"힘든 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연합파티 반 수가 사라지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를 가져오겠지."

이제부터 연합파티는 남아있는 반란군과 황실군 양쪽을 상대해야 한다. 두 개의 세력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낸 책임이었다.

'지금 쯤이면 쿠란도 눈치를 챘겠지, 제 3세력이 된 연합파티는 또 하나의 반란군으로서 황실을 탈취해야 한다.'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칼이 리오에게 물었다.

"우리의 역할은 연합파티의 유일한 아군인가? 템플러가 모험가를 도우며 탑의 피조물을 저지하다니, 아이러니 하군."

"글쌔. 템플러라는 축복이 만들어진 이유가 과연 모험가들을 단련시키기 위함이었을까요."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만드는 리오의 말이었다. 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오라클이었던 시절, 몇번 생각했습니다. 모험가에게 있어서 예언자에 가까운 오라클은 단순히 모험가를 저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하고..."

"오라클이 가졌던 지식이 공개되거나, 템플러가 모험가를 도우면 탑을 오르는 것은 무척 쉬울 겁니다."

휘파람을 불고, 칼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넌 정말 탑의 세계를 바꿀 모양이군."

"제가 원한 낙원 같은 세계는 이런 곳이 아니었거든요."

지금까지의 생활을 부정하는 말에 칼과 리사는 시선을 부딪쳤다. 지금까지 리오가 일으킨 일은 모두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했던 것이었다.

"그나마 인간적인 대답이군."

리치가 되어버리고 스스로 이종족임을 인정한 리오로써는 자신을 인간이라고 표현하는 칼의 말에 어색함을 느꼈다. 적어도 자신이 생각하기로 리치 리오에게 인간을 빗대어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인간과, 자신이 알고 있는 인간의 차이점이겠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리오는 변한 것이 없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 탓에 인간다움을 버린 리오는 인간답다는 말에 기뻐했다.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것도 잠시, 리오는 수중에 있던 목걸이가 진동하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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