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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깜짝할 사이에 괴물에게 날아간 화살은 그대로 쏘아낸 자에게 되돌아갔다.
"저건... 앤서러!"
앤서러 인 것은 분명했지만, 현재 그것을 사용가능한 인간은 모리안 뿐이었다. 그녀는 이제 막 십층 정도를 오른 모험가였다.
여기까지 올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인간이었던 리치였다.
쿠란과 함께 있던 어느 모험가가 입을 열었다.
"드, 들은 적 있다. 앤서러 리오는 리치가 되고나서 알터의 모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탓에 탑의 세계를 정복했던 인간들을 소환 할 수 있다고... 설마 저건..."
들려온 말에 쿠란은 언젠가 들었던 소문을 떠올렸다. 리오의 알터화.
알터가 사용했던 모든 것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증거로 리오는 '용의 성지'를 무너뜨릴 때, 일곱 명의 인간을 소환 했었다.
소문은 진실이라도 되는 마냥, 그 자리에 있었던 주민들과 템플러들은 증언을 했고, 쿠란도 한 때 혹시... 라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지금.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을 눈앞에 두고서야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리오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기 전, 그는 '진혼'이라는 마력구를 손에 넣었다.
최악의 마법사라 불린 알터의 라이프 포스 베슬로 추정되는 물건이었고, 그는 그것을 가진 채로 사망에 이르렀다.
알터의 라이프 포스 베슬, 리치가 된 리오. 알터의 후계자.
연관성이 있었다. 자세한 상황은 파악할 수 없더라도, 진혼으로 인해 리오가 리치가 될수 있었고, 마법적 소양이 성장했다는 것은 추측할 수 있었다.
거기다 때 마침.
리오는 쿠란이 60층에 도전하기 직전, 탈옥 했다.
'설마, 리오가 여기에...?'
오라클을 이용해 군세를 무너뜨릴 때처럼 자신을 또 다시 쫓아온 것일지도 몰랐다. 쿠란은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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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층에 침입한 리오는 먼저 상황을 파악했다.
탑의 축복 : 템플러가 리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자동적으로 시야에 표시했다.
지도가 그려진 미니맵이 그려지고, 현재 어디의 위치에 연합파티가 있는지 자세하게 나타났다.
“오백 명 정도인가... 내심 군세가 얼마나 큰 파티였는지 체감하게 되는군.”
연합파티의 규모에 감탄하며 군세를 만들어낸 쿠란에게 존경심이 생겨났다.
자신은 마을 주민을 한데 묶기 위해 수십 가지의 계책을 세웠건만, 그녀는 파티제의를 하는 것으로 연합파티에 절반 정도 되는 군세를 만들어내었다.
“어디, 얼마나 리더로써 대단한지 한번 시험해볼까...”
리오는 60층의 지도를 크게 펼쳤다. 자신이 알터로써 올랐던 때와 크게 다른 점이 있을지 살펴보았다.
당연하다고 할까, 몇 중요거점들이 역할이나 위치가 바뀌어져 있었다. 심각하다면 심각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 오히려 더 좋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알터가 아니라 리오인 이상, 그때의 기억을 가졌다고 해서 똑같은 일을 할 수 없다.
자신이 가진 정보를 참고하며, 리오는 동료들을 이끌었다.
템플러의 시작지점인 하열궁은 신분계급이 낮은 노예나 시종들이 몸을 씻거나 세탁을 하는 장소였다. 장소의 목적이 굉장히 천함에도, 궁이라는 이름까지 붙인 걸 보면 나름 황제는 황실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던 듯 했다.
‘아니면 단순히 비밀통로를 만들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르지.‘
비밀통로.
황족이 생활하는 황실에 숨겨진 통로는 당연히 있을 법했다. 그 생각을 떠올린 리오의 전생.
알터는 60층을 샅샅이 뒤졌고, 그 탓에 업적갱신을 해내었다.
자기자신이지만, 마치 알터를 이용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며, 리오는 머릿속에 있던 비밀통로를 향해 움직였다.
하열궁에 흔히 있는 사자동상.
형편없게 만들어진 거대한 탕 속에, 사자동상만은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주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동상만큼은 이 장소에 가장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어린이들의 미술 발표회에 생각하는 로댕이라도 전시 된 것 같은 미묘함이었다.
그것은 리오가 척 보기에도 수상했다. 굳이 알터의 기억이 없었더라도 하열궁의 사자동상은 조사했을 것이었다.
“잘 이용하겠습니다. 황제폐하.”
쓴 웃음을 지으며 리오는 사자동상들을 조작했다. 물을 내뿜는 입속에 손을 집어넣은 뒤, 입천장을 향해 손가락을 뻗어 사슬과 연결된 반지를 당겼다.
열 두 개의 사자동상에 손을 집어넣었을 때, 기어코 하열궁에 있던 숨겨진 기관이 작동했다.
직사각형 블록이 바닥에 깔린 하열궁이 진동했고, 곧 블록이 천장으로 치솟았다. 숨겨진 통로와 이어지는 문이었다.
“잘도 이런 걸 찾으셨네요.”
“주의깊게 주변을 살피면 이런 건 수도 없이 찾을 수 있죠. 사실상 여기는 이름만 황실이지, 저희에게 있어선 하나의 던전이니까요.”
리사의 말에 가볍게 응대하며 통로의 문으로 들어갔다. 먼지 한톨 없는 계단을 내려가자, 물이 찬 웅덩이가 보였다.
“여기로 들어가면 반란군이 있는 가까운 궁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요.”
칼은 웅덩이에 다가가 손을 집어넣었다.
“단순한 웅덩이가 아니군, 싱크홀인가? 이 밑으로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면 빠른 수류 기다리고 있다. 어디론가 흘러나가는 것 같은데... 그 가깝다는 궁의 강, 혹은 호수이려나?”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사는 칼의 말에 웃음을 짓는 것이, 강한 수류가 내심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리자드 맨은 일단은 물과 친화력이 높은 종족인 만큼, 그러한 반응도 당연했다.
‘칼과 리사는 수류를 타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겠지. 역시 문제는 나와 빈인가.’
마족과 엘프의 하프.
어디를 봐도 물과 친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수영을 해보긴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빈은 리오에게 실례라는 듯, 말했다.
“수영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47층에서 물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어서...”
“아아. 47층이라면 망망대해에서 항해를 하는 것이었지. 그러고 보니 거기를 공략하기 위해선 수영을 할 줄 알아야 했어. 뭐, 그렇다면 큰 문제는 없으려나.”
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내려가 있지. 여기선 우리가 먼저 가보는 게 좋을 것 같군.”
칼과 리사가 먼저 웅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수채화로 그린 듯한 물이 흔들렸다.
“저희도 가죠.”
“예.”
리오와 빈은 동시에 안으로 들어갔다. 걱정이 되는 듯, 옆에서 수중호흡 마법을 시전하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에게도 걸어주려는 빈을 만류했다. 곧 리오가 이미 죽어버린 몸이라는 걸 깨달은 빈은 무언가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내려가죠.”
리치이기 때문에 수중에서 말해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리오가 먼저 밑으로 내려가자 빈이 뒤따라왔다.
‘칼과 리사는 어디로...?’
살짝 밑으로 내려와 그들을 찾는 순간, 온 몸을 압박하는 수류가 느껴졌다. 저항할 수 없다. 수류의 흐름에 따라 몸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뒤따라오던 빈이 이변을 깨닫고 리오를 붙잡았다. 하지만 그녀까지 수류에 이끌리는 수밖에 없었다.
해저동굴 같은 하열궁의 비밀통로는 그 강한 수류의 이유를 설명이라도 하듯, 리오들을 이끌어가며 종유석과 간신히 통과할 법한 좁은 통로를 보여주었다.
이따금씩 보이는 수중생물이나 위험할 법한 자연적인 암초는 ‘드래곤’에 의한 난이도 상승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었다.
적어도 알터이던 시절, 이런 수중생물이나 벽에 부딪칠 법한 강한 수류 또한 없었다.
‘리자드 맨은... 그래도 다칠 염려는 없으려나.’
누가 누구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리오는 자연스럽게 빈의 손을 붙잡으며 서로 안전하게 수류를 타려 애를 썼다.
“다 왔습니다.”
어느새 구명튜브라도 되는 마냥 리오의 등을 부둥켜 안은 빈이 있었다.
얼마 전 보여주었던 그녀의 감정과 이번 행동을 돌이켜 보며 리오는 수중에서 빠져나왔다.
“괜찮나?”
먼저 강에서 빠져나왔던 칼이 리오를 끄집어내었다. 동시에 리오를 붙잡고 있었던 빈도 나왔다.
“이런. 그 상황에서...”
“마치 옛날 저희를 보는 것 같지 않아요?”
농을 내뱉는 그들을 무시하며 리오는 빈을 살폈다. 물기를 뚝뚝 흘리며 칼과 리사의 농담에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20층까지는 서로 적대하며 악담을 내뱉고, 칼과 마법으로 다투었던 그녀가 자신의 뒤에서 그러고 있자.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