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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67화 (167/190)

<-- 167 회: 6-10(제 53층 그들의 선택) -->

리치가 되고 난 뒤로, 처음 들어오는 탑.

오감이 흔들리는 감각 대신에 단순히 두통이 밀려왔다. 동료들이 기다리는 탑의 대기실에 도착하자, 리오의 시야에 낯선 환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터로써 삶을 살아왔던 기억들.

빈의 얼굴 위로 알터의 여자가 겹쳤고, 알터의 동료였던 자들의 말이 들려왔다.

“윽...”

몸을 가누지 못하며 쓰러진 리오에게 빈이 다가왔다. 그를 부축하며 상체를 일으키곤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빈 덕분에 환영들이 사라졌다.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가다듬으며 리오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전생의 기억이 돌아오는 모양입니다. 뜻하지 않은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생...?”

방금 전 있었던 용인들과의 대화를 떠올린 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신 겁니까?”

“하나의 영혼이 가지고 있던 것을 되찾은 것뿐이니까 문제는 없습니다.”

몸을 일으키며 자신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동료들에게 애써 웃음을 보였다. 창백한 리치의 몸으로 웃는 것은, 보는 입장에서는 섬뜩했지만 리오라는 인간의 옛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칼들은 마음이 놓였다.

“문제가 없으면 바로 시작하지.”

빈과 칼, 리사는 리오를 구하고 무작정 따라왔다. 그 때문에 리오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움직일지 상세하게 듣지 못했다. 짐작하기로는 역시 연합파티와 관련되어 움직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다들, 탑의 축복 : 템플러는 가지고 계십니까?”

리오의 입에서 템플러가 거론되자, 리자드 맨 부부는 위축되었다. 수초 뒤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순수한 전사다. 남의 뒤를 노리는 악당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싸울 것이라면 정정당당하게 정면으로 싸우지. 그 탓에 템플러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다.”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올곧은 성격을 가진 칼과 리사가 템플러를 가졌으리라고는 상상 할 수 없었다.

“죄송스럽지만, 잔여 TP로 템플러를 구입해주셨으면 합니다.”

떨떠름한 표정이 된 리사가 물었다.

“그건, 템플러로써 침입을 하기 위해서 인가요?”

템플러의 구입용도는 하나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모험가들을 살해하여 TP를 빼앗은 것.

설마 눈앞의 리치는 자신의 동료를 타락시켜 연합파티를 방해할 생각인 것인가.

시미터로 손이 무의식적으로 가며 리사는 리오의 대답을 기다렸다.

“굳이 말한다면... 모험가로써 ‘침입’을 한다고 봐야겠죠.”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죠? 모험가로써 침입을 한다니.”

리오를 의심했던 리사가 미안한 마음을 품을 정도로, 리오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설마 제가 연합파티를 대상을 싸울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템플러는 구입하겠지만, 용도는 단순히 침입만입니다. 침입을 한 뒤에, 저희는 템플러 상태로 그들을 도울 겁니다. 다소 큰 TP는 소모되겠지만... 저와 함께 파티를 이룬 뒤로 꽤나 축적하신 TP가 많을 테니 상관 없겠죠.”

리오의 말에 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의도로 템플러가 되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한 모양이었다.

“들은 적 있다. 리오의 소환사인이 퍼지기 전에는 상위층에 있는 모험가들이 하층의 모험가들을 돕고자 템플러로써 침입한다는 것을.”

전사인 리자드 맨인 칼은 의외로 정보에 밝고 생각이 깊었다. 그의 한 마디 덕분에 빈과 리사는 리오가 무엇을 할지 알아챘다.

“템플러로써 모험가들을 도우실 생각이시군요. 하지만 어떻게...? 연합파티는 당신을 공격할 겁니다. 아군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리오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검지로 두들겼다.

“비록 지금은 55층까지 정복한 한 낯 모험가에 불과합니다만, 저의 전생은 이곳을 정복했습니다.”

“... 리오에게 있어서 60층은 이미 공략을 한 기억이 있다는 겁니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탑을 오르는 모험가들에게 있어서, 리오는 어떻게 보일까, 진귀한 기술들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탑의 공략조차 알고 있는 그는 질투의 대상일까.

동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내심 두려워졌다. 이제 자신을 리오라고 인식해주는 것은 그들 만이었다.

“부럽기는 하지만, 네 전생의 기억에 얶메여서는 큰 코 다칠 거다. 네가 알고 있는 탑과 지금의 탑은 상당히 다르거든.”

칼의 견해에 리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필시 도움이 될 정보이기는 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었다.

탑이 제시하는 층의 돌파법은 무수히 많다. 상황에 따라서 가지각색의 코스로 답이 이어진다.

리오가 알고 있는 공략법은 그저 단 하나의 공식에 불과했다.

“알고 있습니다. 단지 참고만 할 생각입니다. 얼마나 제 기억과 다를지는 두고봐야 겠습니다만... 일단 연합파티를 돕는 건 제 기억을 기반으로 하여 움직이도록 하죠.”

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그들이 템플러를 사는 것을 기다리고, 수초 뒤.

연합파티를 대상으로 침입을 시도했다.

제 53층 그들의 선택

폭열궁에 도착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네크로멘서의 존재를 인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다. 어느 순간부터 화끈화끈한 열기가 느껴졌고, 화약냄새가 진해지자 폭열궁은 쿠란의 앞에 금새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그 형체는 추측할 수 없을 정도로 남아있지 않았다.

화약고였던 만큼, 터지면서 주변에 심각한 피해를 남겼다. 정원은 불타는 화단이 되었고, 갑옷을 입은 어떠한 형체가 덩그러니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성의 형체는 간신히 일부 벽면만이 남아, 폭열궁의 위치만을 짐작하게 했고, 어스퀘이크로 인해 땅은 뒤집혀져 있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무너진 황실, 생존자가 있을 리가 없었다.

여태까지 보인 미세한 전투의 흔적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반란군의 힘.

'그러고 보니 반란군은 어스 퀘이크를 사용할 수 있음에도 노조궁에선 사용하지 않았어. 거기선 전투의 흔적도 미비했고...'

폭열궁에서는 황실기사단의 맹렬한 저항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화약고인 만큼 추후를 위해서 폭파시켜야 했던 것일까.

어느 쪽이든 쿠란의 연합파티에게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파티원 중 노움족 마법사가 앞으로 나와 현장을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굉장한 대마법이군 끌끌. 나에게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긴 시간이 필요할 테야... 반란군이라는 곳에는 나의 동족이 있기라도 한 것인가?"

쿠란은 노움의 말에 반박했다.

"반란군도 한 때는 이 나라의 군사였습니다. 이 땅의 영맥이나 구조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으니, 그렇게까지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노움은 타당한 쿠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굳이 마법과 관련된 종족이 아니어도 이런 대규모 어스퀘이크는 일으킬 수 있겠군. 마나만 충분하다면 말이지..."

마나만 있다면 준비시간이 짧은 어스 퀘이크.

쿠란은 머릿속에 넣어두며 다음 궁으로 나아갈 준비를 했다. 아직 반란군은 폭열궁 다음 궁을 점령하지 못했다.

"바로 이동하자."

연합파티는 무너진 폭열궁을 돌아서 이동했다. 아직까지 화약의 열기가 치솟아 앞으로 어떠한 전투가 벌어질지 예상하게끔 했다.

쿠란은 폭열궁 너머로 이동하며 생각했다.

자신의 명령에 따라 반란군에게 빼앗긴 궁을 되찾으러 간 파티는 어떻게 되었을까.

노조궁처럼 별 볼일 없는 경계병들이 지키고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그림자처럼 숨어들어 궁을 다시 되찾을 것이다.

하지만.

60층의 시작부터 자신과 떨어진 나머지 파티원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까. 아직 파티원목록은 변하지 않았으니 시작지점에서 쿠란이 이끄는 파티와 만나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들 나름대로 행동할 수도 있었다. 연합파티는 기본적으로 수많은 파티가 하나로 뭉쳤으니, 리더쉽이 있는 자가 분단된 파티를 이끌고 있을 것이었다.

아니, 쿠란으로써는 누군가 그렇게 해주었으면 했다. 60층은 시작부터 파티가 나누어졌으니,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마냥 구원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죽도 밥도 안된다. 그정도는 60층을 오른 모험가라면 당연히 깨달을 것이었다.

‘그럼 슬슬 만날 때도 된 것 같은데...’

황실은 분명 넓지만, 일직선 길인 이상 언젠가 만날 수밖에 없었다. 조만간 만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을 때.

쿠란은 또 다시 지진을 느꼈다. 이번에는 주변의 장식물이 떨어지고, 쿠란 본인도 중심을 잡지 못할 정도였다.

무척이나 가까운 곳에서 시전 되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쿠란은 서두르기로 했다. 황실피해는 벌써 45%.

이 이상 반란군이 나아가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황실 주둔군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재빠르게 파티를 이끌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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