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의 탑-166화 (166/190)

<-- 166 회: 6-9 -->

“기어코 아니다. 페하께서는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성군이시다. 이 나라가 이렇게 부흥하고 민심이 흔들리지 않았던 뿌리에는 황제폐하께서 계셨기 때문이다.”

“현재 배신을 당하셨습니다만, 평소에 배신을 당할 분이 아니시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 목적이 있는 듯 하여 대답했다만, 이 이상 폐하에 대한 질문은 삼가주었으면 하는 군.”

귀족임에도 오히려 화를 내지 않은 것이 그의 그릇을 보여주는 듯 했다. 쿠란은 고개를 숙이며 마지막으로 질문하기로 했다.

“혹시 반란군에는, 일반적인 병사들이나 기사들이 있었습니까?”

그 말에 무언가 깨달은 듯, 묘한 표정을 지으며 백작은 턱을 쓰다듬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황실 소속의 병사들이 있었다. 이 앞의 궁을 책임지고 있을 기사와 병사들이었지. 어째서 그들 전원이 반란에 가담한 것이지?”

정신조작이나 저주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신과 피가 보이지 않은 것과 실이 이어졌다.

‘아직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지만...’

백작에게 감사를 표할 무렵, 또 다시 대지를 뒤집는 어스 퀘이크 마법이 시전되었다.

이전에 느꼈을 때 보다 근원지가 가까웠다. 백작은 소스라치게 놀라는 말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난 이만 가보겠네. 자네들이라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이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군.”

흑마에 올라탄 백작은 곧장 노조궁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쿠란은 자신이 향해야할 궁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방금 전 어스 퀘이크. 마력으로 발동 되었지?”

뒤를 따르는 동료들에게 묻자, 누군가 답했다.

“마나의 비틀림, 부정한 기운이 폭발하였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흑마법입니다.”

배신을 할 리가 없는 충신들의 반란.

전투의 흔적이 미세한 궁.

강력한 흑마법의 흔적.

“마인드 컨트롤... 정신조작이 아니라면... 망자소생인가.”

흑마법 중, 최악이라 불리는 네크로멘서의 마법.

망자를 소생시킨다는 대목에서 쿠란은 리오를 떠 올렸다. 그가 가진 사령술은 일반적인 사령술과 다르게 시간을 역행해 망자를 되살린다.

반란군의 네크로멘서는 리오만큼 대단하지는 않을테지만, 쿠란은 걱정이 되었다.

“진 작에 사령술에 대해 물어봐둘 걸.”

@

리오는 자신의 파티를 이끌고 탑을 향하기로 했다.

감옥에서 탈출했음에도 추적자가 바로 따라 붙지 않는 건, 어쩌면 연합파티 때문일지도 몰랐다.

나름 이름 좀 날린다는 강자들은 모두 탑에 들어가 있으니, 막상 리오를 쫓을 인물들이 없는 것이었다. 지난 9개월 간 리오가 탈출시도를 하지 않았던 탓도 컸다.

“뭐, 덕분에 편하군. 쓸 때 없는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직 일반적인 가정에는 마나석이 보급되지 않았는지, 밤의 마을은 무척이나 한산했고 어두웠다.

연합파티와 함께 대부분의 모험가들이 탑을 올라갔고, 상인들은 그들이 돌아올 때가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고 모두 예상을 하는 듯. 탑 앞에는 인영이 보이지 않았다.

드문 드문 보이는 모험가들은, 아마 이 상황에서도 홀로 탑을 오르는 이들이었다.

그들을 곁눈질로 쳐다보며 리오는 탑 앞으로 향했다.

몇 이들이 리오의 파티원을 알아채고, 곧 앞장서서 걷는 리치의 정체를 간파하였지만,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리오.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도 되는 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걱정스러운 듯, 리자드 맨 칼이 물었다.

리오는 칼과 맘속을 털어놓은 사이처럼, 경어나 딱딱한 말투를 사용하지 않고 가볍게 답했다.

“탑의 입구는 하나뿐이야. 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현재의 상황으로는 리오는 은밀하게 움직이고 남모르게 탑을 올라야 했지만, 탑의 입구는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들어가려면 이목이 집중 되는 것은 당연했다.

탑 앞에 있던 모험가들이나 주민들은 리오를 막을 힘이 없던 듯, 지나가는 리오의 일행들에게 길을 비켜주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시했다.

몸이 떨리며 혀가 바짝 말라가는 살기.

그러나 이미 리치가 되어버린 리오에게는 무의미한 짓이었다. 남아있든 주민들이 내뿜는 살기를 무시하며 리오들은 탑의 입구에 섰다.

“언제나 그렇지만 인기폭팔이군.”

빈정거리는 칼의 말에 리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파티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탑으로 들어가서 무엇을 하려는 것이더냐?”

돌아보자 일곱 명의 용인들이 제각각 화려한 수를 놓은 로브를 입고 있었다.

리오가 연합파티를 방해할 것이라고 추측한 듯, 살기등등한 얼굴들이었다.

이미 마나를 모으고 있는 드라칸들에게 리오는 말했다.

“마나를 거두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수백 년 가까이 농축된 진혼의 마력이 내뿜어졌다. 대기에서 마나를 모으던 드라칸들은 자신의 마나홀에 마력이 함유되는 것을 느끼곤 곤혹스런 표정이 되었다.

“탑으로 가서 무얼 하려는지 물어보셨습니까?”

“그렇다. 이대로 너의 탈옥을 묵과할 수도 있지만, 탑으로 간다면 널 필사적으로 방해하겠다. 알터.”

알터라는 말에 아무 말 없이 리오를 쫓아오던 빈과, 리사, 리오가 놀랐다. 리치가 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최악의 마법사라 불린 알터가 리오 본인 일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나중에 잠자코 설명할 생각이었지만, 이대로는 숨긴 것이 되어버리므로 리오는 뒤로 돌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 리오입니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서 기다리시길...”

굳어있던 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리오의 말에 따라 먼저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들을 드라칸 중 몇이 막으려 했다. 인력을 이용한 마법이었다.

그러나 그 마법으로 동료들이 용인들에게 끌려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검은 안개와 함께 나타난 인영이 기묘한 몸짓으로 인력마법을 무효화했다.

“큭!”

오히려 척력이라도 발생 된 것처럼, 정복자에 의해 뒤로 밀려난 용인은 신음을 흘렸다. 원거리에서의 공격이 오히려 그에게 돌아간 것이었다.

화를 내며 후속타를 준비하려는 용인을 재지하며, 안드레이가 입을 열었다.

“알터. 나는 자네에 대해 알고 있다. 한 때 나의 제자로써 나는 자네를 수도 없이 지켜보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스승님.”

비아냥거리듯이, 마치 안드레이의 아픈 가슴을 후벼파 듯. 리오는 스승님이라 안드레이를 칭했다.

그로써는 어쩔 수 없을 테지만, 손수 리오의 몸에 온갖 금제를 새긴 것은 바로 안드레이였다.

스승이라 불린 안드레이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답했다.

“내 옛 제자는 그렇게까지 멍청하고 계획없이 움직이진 않는다. 알터. 너는 무엇을 하려는 거지? 무엇을 위해서 우리의 아버지를 돕고, 오라클을 또 다시 만든 것이지? 그리고 또 왜... 너로 인해서 만들어진 연합파티를 방해하려는 것이지?”

탑의 세계 주민이라면 모두가 궁금해 할법한 질문이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마법사.

결코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언제나 계획적인 드라칸의 제자 리오가 어째서 이러한 사건을 일으켰는다.

탑의 세계 특성상 미친 것은 아닐 터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도 리오의 계획이라는 말이었다.

무엇을 위해서 이런 일을 저질렀나. 지금 이곳에 모인 드라칸들은 모두 그것이 궁금했다.

“템플러로써, 제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드라칸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어떤 대의가 있으리라 생각했던 그들은 템플러로써의 욕심이라고 말하자 허탈했다.

결국, 인간은 인간인 것인가. 라고.

그러나 안드레이는 고심한 끝에 말했다.

“너에겐 TP가 욕망이 될 수가 없다. 템플러가 되는 사유이며 가장 큰 목표인 TP는 너에게 있어서 무용지물 일 터였다. 너는 TP로 성장할 수 있는 인간의 한계와 소화할 수 있는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지. 고로 최악의 마법사 알터에게는 그 말이 유효하지 않다.”

리오의 본심이라도 꿰뚫어 본 듯이, 안드레이는 단호한 말투였다. 리오는 둘러말하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제가 바란 탑의 세계는 제가 직접 만들려고 합니다.”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은 알아 챌 수 있었다. 할말을 잃은 용인들 사이에서 한 명이, 불 같은 성질을 내며 소리쳤다. 타오르는 듯한 적발적안을 가진 자였다.

“지금 이 세계가 네가 원한 탑의 세계란 말인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용인이 무의식적으로 불꽃을 내뿜어내었다. 순식간에 화염의 파도가 리오를 덮쳤으나 정복자가 나타나 앤서러를 사용했다. 허리와 손짓으로 화염파도를 간단히 날려버렸다.

“지켜봐주시길, 제가 만든 탑의 세계는 오히려 이전보다 살기 좋을 것입니다.”

리오는 몸을 돌려 탑의 안으로 들어갔다. 방해하려는 드라칸들을 저지하듯, 태풍과도 같은 마력을 내뿜어내었다. 마법을 준비하려던 드라칸들은 그 탓에 리오를 가만히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