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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이 보관된 폭열궁이 폭팔했습니다.]
[황실피해 50%]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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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란은 적의 규모가 파악될 때까지 파티를 분산시키지 않기로 했다.
“우선은 반란군이 탈취한 가장 가까운 궁부터 되찾자.”
황실 곳곳에 안내도가 있었기 때문에 위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전투의 흔적이 엿보이는 곳을 더듬다보니, 안내도를 굳이 보지 않아도 찾아내었다.
“매복되어 있는 적이 있나 찾아봐.”
그녀가 이끄는 파티원들 중 일부가 앞으로 나섰다. 간단한 탐색마법이나 축복으로 노조궁을 탐색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에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많은 수는 아닙니다.”
“걱정 중 다행이네. 아까 어스 퀘이크를 사용한 마법사는 분명 다른 궁으로 갔을 게 분명해.”
기습에 능한 동료를 앞세워 쿠란은 움직였다. 노조궁을 경계중인 반란군들은 기습을 눈치 채지도 못하고 소리없이 쓰러져갔다.
이따금씩의 적의 존재를 알아채는 경계병이 있었으나, 뒤 따라오던 쿠란의 마법에 즉사했다.
워낙 작은 수였기 때문일까, 노조궁을 되찾는 것은 매우 빨랐다. 60층이라고 잔뜩 긴장하고 있던 파티원들이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곧 바로 움직이기 전에 정보라도 얻고 싶은데...’
쿠란은 노조궁을 둘러보았다. 방금 전 자신들이 있던 곳과는 달리 이곳은 무척이나 허름했고 생활의 흔적이 드문드문 보였다.
‘궁답지는 않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 시종으로 보이는 인물을 잡아왔다.
“리더, 궁 내부에 숨어있던 자입니다. 황제의 명을 받고 왔다 하니, 호감을 드러내었습니다.”
길고 검은 옷을 입은 엘프여인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저, 정말 황제폐하의 명을 받고 오셨사옵니까?”
황제의 명을 받고 온 것은 맞았기 때문에 쿠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보다시피 반란군을 처단하는 황실의 수호자야. 아는 게 있으면 알려주지 않겠어?”
몸을 진정시킨 시종은 밝은 얼굴로 말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주저앉았다.
“바, 반란군은 대다수가 용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휘체계는 엉망이며 적아구별이 없습니다만, 압도적으로 수가 많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수가 많다라... 그 외에 반란군의 특징은...?”
생각에 잠기던 시종은 곧 쿠란을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용병이다 보니 황실기사단처럼 통일된 복장이 아니었습니다. 무기도 제각각이며, 낯선 이종족들도 있었습니다.”
시종에게 큰 정보를 얻는 것은 힘들어보였다. 하는 수없이 쿠란은 바로 다음 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어디보자... 여기서 가까운 다음 궁은 어디일려나?”
노조궁과 연결된 곳은 폭열궁이었다. 화약이 저장된 곳이며 무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었다. 어쩌면 폭열궁 다음은 무기고 일 지도 몰랐다.
“리더. 이쯤에서 둘로 나누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누군가의 말에 쿠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를 받은 궁은 일종의 일직선과 같았다.
노조궁의 뒤로 가면 지금까지 빼앗긴 궁들을 만날 수 있고, 앞으로 가면 점점 황실의 중추와 가까워지며 반란군의 본대를 만날 수 있었다.
“모든 궁이 이곳과 같을 리는 없겠습니다만, 전투에서 큰 힘이 되지 않는 졸병들만 남겼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나누는 편이 좋겠네. 현재 파티의 30%정도면 되겠지.”
말을 꺼낸 자를 보았다. 연합파티에 속하기 전에 이름난 파티의 리더로 지휘력과 상황 판단력이 우수한 자였다. 대군을 지휘해본 적만 없을 뿐, 순수한 리더로써의 역량은 쿠란 이상일 것이었다.
“당신이 30%를 맡아서 뒤로 가주지 않겠어?”
탑의 세계로 오기 전, 한 종족의 족장이었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쿠란이 명한 분대를 가지고 그는 뒤로 곧장 향했다.
‘옳은 선택이었을까.’
일반적인 세상이었다면 모를까, 탑의 안인 이상 배웅할 틈이나 성대한 파티 같은 것이 있을 수 없었다.
백 명 정도가 빠져나간 빈자리를 느끼며 쿠란은 안내도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실을 걷고 있자 반란군의 흔적이 엿보였다.
보기 좋은 정원이었던 곳은 땅이 파헤쳐지고, 온갖 장식물들은 흉터가 남아 인상이 찡그러졌다.
깨끗한 백옥바닥은 검게 물들거나 유리처럼 깨진 체 쿠란들을 맞이했다.
‘상태를 보면 적도 우리처럼 수백명인가... 그래도 이쪽엔 황실의 병사가 있으니 유리한 걸지도...’
병사에 대해 떠올렸을 때, 쿠란은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무심코 뒤를 돌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리더.”
뒤 따르던 동료의 말에 쿠란을 혀를 차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도 어떻게 된 것인지 몰랐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생각해봐. 이상하지 않아?”
“어떤 점이...?”
쿠란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반란군은 여기까지 오면서 전투를 모든 궁에서 했을 거야. 시종도 황실기사와 반란군이 싸웠다는 말을 했고. 하지만 시체를 본적이 있어?”
쿠란의 말에 그제야 잊고 있던 것을 깨달은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고 보니... 전투의 흔적은 분명 있었지만, 시신이나 혈액조차 없었습니다.”
혈액이라는 말에 쿠란은 뱀파이어인 동료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시죠? 리더.”
신사다운 옷과 말투로 미형의 남성은 기다란 송곳니를 내보이며 말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혈향을 맡은 적이 있나?”
뱀파이어 또한 지금까지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린 듯. 게슴츠레했던 눈을 둥그렇게 떴다.
“단언컨대, 저희가 쓰러뜨린 경계병에 의해서 말고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쿠란은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이 있을 자리로 돌아왔다.
전투의 흔적은 있으나, 혈향도 없고 시신도 없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 최악은 황실군이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궁에 남은 일부 흔적을 보아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저항을 하긴 한 걸까? 마법과 피를 다루는 종족이 존재하는 이상, 전투의 흔적을 없애는 건 간단해. 하지만 반란군에게 굳이 그럴 여유가 있었을까?’
그럴 여유는 없었을 터였다. 반란이라는 건 속도가 중요하다. 나중을 위해서 뒷정리까지 하고 간다는 건 말이 안되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봐야했다.
“리더. 앞에서 누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동료가 누군가의 접근을 알려왔다.
바닥에 부딪치는 말발굽 소리를 통해 쿠란은 기사나 귀족임을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 까, 가까이 다가온 인물은 멋스럽고 정돈된 외모를 가진 인간이었다.
“기사단인가? 꼬락서니를 보아 그런 건 아닌 것 같군.”
파티를 헤치며 앞으로 나온 쿠란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희는 황제폐하의 명을 받은 수호자입니다. 정체를 밝혀주십시오.”
흑마에서 내린 엘프는 쿠란에게 손을 건네며 말했다.
“네 녀석에게 알려줄 정도로 내 이름은 하찮지 않다. 하지만 황제폐하를 모시는 이상, 직급 정도는 알려주도록 하지. 나는 백작이다.”
신뢰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백작이라고 하니 대우를 해주기로 했다.
“백작님께서는 현재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후일을 위한 일시적 후퇴이신 겁니까?”
당혹스러운 얼굴이 된 백작은 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 애석하게도 그렇다. 이 황실의 힘으로써는 그들을 반란군을 저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비밀통로를 통해 후퇴했다.”
“백작님께서는 반란군의 특징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십니까? 그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합니다.”
백작은 고심을 하더니, 곧장 쿠란에게 익숙한 말을 내뱉었다.
“적아구별이 없었다. 마치 양들이 갇힌 목장 속에 광견을 풀어 넣은 것처럼, 반란군은 궁으로 들어와 미친 듯이 날뛰었다. 힘도 힘이지만, 그 수에 압도당해 나는 도망쳤다.”
백작은 고개를 숙였다.
“좀 더 세세한 특징은 없었습니까?”
“구체적인 정보라... 그러고 보니 충신으로 알려진 서젝스 기사단장이 반란군이 되었더군. 노조궁을 책임지고 있는 마법사 아르디엘도... 그 외의 이름 높은 영웅들이 있었다. 폐하께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이고, 결코 돌아설 리가 없었던 이들인데... 어째서...”
쿠란은 실례인 질문을 백작에게 묻기로 했다.
“전 밖의 상황을 잘 모릅니다. 폐하께서는 영웅들에게 배신당할 정도로 악독한 폭군이셨습니까?”
화를 낼법 하지만, 백작은 진중한 얼굴로 답했다. 호통치는 기색도 없이 그림을 보고 느낀 그대로 품평을 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