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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64화 (164/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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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살다온 차원은 다르지만,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죠. 사자와 드래곤, 태양, 붉은 색은 예로부터 왕을 상징하는 것들이었어요. 백수의 왕인 사자,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 모든 이의 머리 위에 있는 태양, 야망을 상징하는 붉은 색... 고대 시절의 유물들은 이러한 특징들로 왕의 위엄을 표현하고는 했죠.”

쿠란은 좌우대열로 서 있는 빈 중장갑을 살폈다. 가슴에 그려진 붉은 태양 문양을 보고는 확신했다.

“이번 층은 왕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은데요.”

“어이 어이, 갑자기 왕이라니... 뭐냐. 우리는 반란군이라도 되는 거냐.”

연합파티는 60층을 들어오며 나눠진 상태였다. 쿠란은 재빠르게 흩어진 동료들을 다시 규합하기로 했다.

통신망을 점검하며 흩어진 동료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여태 이런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서, 쿠란은 당황하지 않고 파티를 재정리 한 다음 움직이기도 했다.

‘왕과 관련되어 있어. 앞일을 상상한다면... 역시 반란군과 황군 중 하나가 우리의 역할인가.’

어느 쪽이든 지금 상황에서는 좋을 것이 없었다. 반란군이라면 수성하는 황군을 무찔러야 했고, 황군이라면 각자 흩어진 장소에서 쿠란이 아닌 인물의 지휘를 받아야했다.

‘일단 이 건물에서 빠져나갈 까.’

정보를 모으려 할 때, 낯선 이가 황금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왔다.

금실로 화려한 수를 놓았고, 뽀얀 피부와 찰랑이는 머릿결이 눈에 들어왔다.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능력을 가늠하기 위해 몸을 살폈지만, 무인이 아니었다.

쿠란에게 당당한 걸음으로 다가온 낯선 이는 붉은 양피지를 펼치더니 입을 열기 시작했다.

“황실 포고자의 이름으로 그대들에게 황제의 명을 전한다. 모두 예를 갖추도록.”

숱한 전투로 살기쯤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연합파티의 일원들이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쿠란도 마찬가지였다.

‘몸이 강제적으로 움직였어? 황제의 명에 예의를 차리다니... 우리는 그런 역할 인건가.’

다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모험가들은 60층까지 오른 프로들이었다. 쿠란과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아무도 무릎을 피지 않았다.

포고자는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한 듯, 입을 재차 열었다.

“반역자 에븐 로아두 장군이 황실에 반기를 들었다. 이제 어둠 속에서 날을 갈고 있었던 그대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황실은 짐의 이름으로 그대들에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그대들은 전신의 힘을 다하여 외도들을 처단하라. 이는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는 문제이며 추후 만족할 만한 보상을 약속한다. 아스텔 2세의 이름으로. 이상.”

포고자는 양피지를 도로 접더니 가장 앞에 있던 쿠란에게 건네었다.

“그대가 이 무리의 리더인가? 고개를 들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분명 높은 신분을 가졌을 포고자는 쿠란에게 양피지를 건네며 말했다.

“그대의 임무가 막중하다, 폐하의 명대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터이니, 전심전력을 다하라. 지금부터 그대들에게 임시 귀족직을 하사하며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황실의 이용을 허가한다.”

“명. 받들었습니다.”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황금무늬가 그려진 창문을 깨고 무언가 날아왔다. 녹색 액이 범범 된, 독화살이었다.

비명을 내지를 틈도 없이, 정확히 포고자의 목에 박힌 화살은 살갗을 찢고 반대쪽으로 코가 튀어나왔다. 어찌 살릴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힘없이 구원의 손길을 내뻗고는, 쓰러진 포고자의 몸을 살피는 한편,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보았다. 나무 위에서 활시위를 겨누고 있는 암살자가 보였다.

무의식적으로 쿠란을 비롯한 연합파티의 마법사들이 주문을 영창했다. 건물 반대편을 공격할 수 있는 사이코키네시스 등 파동계 마법이 잇달았다.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암살자가 보였다. 임기응변으로 근접전사들이 암살자를 포박하기위해 가까이 가려했다.

악령소환으로 암살자를 포박하고 있던 쿠란은 그 순간 신음을 흘렸다.

"도망쳐!"

암살자의 신체가 변형되기 시작했다. 몸 안쪽에서 이물이라도 있는 것처럼, 피부가 울퉁불퉁 꿈틀거렸다. 눈코입에서 피가 내뿜어지자, 이변을 눈치 챈 전사들이 신속하게 몸을 뒤로 빼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화약이 터진 마냥, 암살자의 몸이 폭발했다. 순식간에 쿠란들이 있던 아름다운 궁전의 벽 한쪽 면을 무너뜨렸고, 천장에서 유리조각들이 떨어졌다.

"자폭마법인가! 암살자답군!"

어느 전사가 몸을 부르르 떨며 암살자의 폭발마법에 분노했다. 저것에 휘말렷다면 형체도 남을 수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천지를 요동치는 지진이 느껴졌다. 고서클 토 계열 마법, 어스 퀘이크의 영향이었다.

"어디선가 어스 퀘이크가 시전 되었군! 상당한 마나가 느껴진다!"

탐색과 관련된 마법과 축복을 가졌던 이들이 소리쳤다.

"10km 정도는 떨어진 곳에서 인위적인 지진이 일어났다. 여기까지 이럴 정도면... 시전된 장소는 지옥이나 다름 없겠군."

쿠란은 상대의 힘을 가늠하며 소리쳤다. 이 건물에 있는 건 위험했다.

"모두 이곳을 이탈한다!"

미성이 건물전역에 울려퍼졌다. 어떤 자는 무너진 벽을 통해, 어떤 자는 뻥 뚫린 천장을 통해, 어떤 자는 안전한 출구를 향해 움직였다.

경미한 피해만은 입은 채 연합파티는 안전하게 미술품이 가득했던 궁에서 빠져나왔다.

다른 암살자와 적을 대비하며 쿠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곧 아름다운 정원이 자신을 둘러쌓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황실의 무수한 궁중 하나에 있었던 것 뿐이야. 거기다 로아두 장군이라는 놈이 반역을 일으켰다고 하니까... 연합파티가 해야할 건 황실수호인가? 목적이 명확해서 좋은데...'

고민을 하고 있을 즈음, 쿠란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시끄러워지는 것을 보아 연합파티 모두에게 홀로그램이 나타난 듯 했다.

[황실의 피해 27%]

[반역군이 탈취한 지역

환영궁, 경비초소, 성 아르반 성당, 노조궁 ]

60층을 돌파하는데 명확한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쿠란은 긴급히 분대장들을 소집했다.

"현재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 지는 다들 짐작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황실 수호자로서, 황실을 지켜야 해. 아마 탈취된 지역들을 다시 빼앗아야 하는게 가장 큰 목표일 거야."

수뇌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연합파티에 소속되기 전, 어느 파티의 리더였던 자가 입을 열었다.

"쿠란 리더, 개인적인 의견이 있다."

쿠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가능한 수뇌부들의 모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었다.

"반역군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은 탈취된 지역을 다시 빼앗는 것보다, 그들이 습격할 장소에서 기다리다 방어를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피해가 커지는 걸 막자는 거지?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하지만 그들이 어디를 우선시 해서 습격할지 정확히 예상할 수가 없어."

쿠란은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마치 리오가 담배를 피며 생각을 하는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내가 반역자라면, 일단 무기고와 식량고, 그리고 황실을 수호하는 군대의 숙소부터 습격을 하겠지."

60층과 같은 싸움을 쿠란은 몇번 해보았다. 이 상황에서 어떠한 것을 먼저 지키고 해결을 해야할 지 머릿속에 계획이 세워졌다.

그녀에게 있어서 전쟁은 익숙했다.

"이곳 황실의 수준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상식이 있다고 판단하면 역시 내가 말한 장소를 철저히 지킬 것이야. 우리는 그들에게 조금의 힘만 보태주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해."

"파티를 나누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현재 연합파티는 60층에 입장하며 분열된 상태였다. 여기서 분대를 또 다시 나누는 건 위험했다.

"위험한 건 알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동료들을 찾고 난 뒤에 공략을 시작하면 너무 늦어. 동료를 찾으면서 동시에 진행을 해야 해."

쿠란은 즉각 양피지를 꺼내어 미리 나눠두었던 분대에 역할을 부여했다.

"1~3분대는 황실의 수비로, 나머지는 공격으로 가자. 말이 공격이지 그냥 동료를 찾으면서 반란군을 저지하는 것이면 되."

"쿠란 리더는 어느 쪽으로 가실 겁니까?"

"수비에 가까울까? 공격대의 좀 떨어진 곳에서 쫓아가며 양쪽에 지휘를 하겠어."

모두가 수긍한 듯 찬성의사를 보내었다. 쿠란은 세세한 명령을 분대장들에게 내렸다.

"모든 분대는 황실을 이동하며 아군으로 보이는 황실귀족이나 그 밑의 부하를 발견시 정보를 요구하도록. 가장 우선시 해야하는 것은 적의 규모와 황실의 지도다."

"알겠습니다."

누군가 쿠란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것은 전쟁과도 같습니다. 저희의 목표가 황실보호이기는 하나, 결국 황제나 귀족들도 보호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맞는 말이긴 했으나, 쿠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들을 이용하는 황제나 귀족들을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분명 그런 작자들일 수록 황실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서 가장 강력한 군인에게 보호를 받고 있을 것이었다.

"지금 당장은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황실피해가 커진다면 생각해보도록 하자."

회의를 끝내려고 할 때였다. 또 다시 어디선가 어스 퀘이크가 시전되었다.

우르르르릉!

번개가 치듯 대지가 요통쳤다. 몸의 균형이 무너지며 넘어진 쿠란은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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