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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63화 (163/190)

<-- 163 회: 6-6(제 52화 60층) -->

괜히 그때의 기분이 떠올랐다. 무심코 발걸음을 뛰려고 했으나, 이미 자신의 집에 도착해있었다. 오랜만에 느낀 즐거움은 끝이었다.

뒤를 따라오는 빈들에게 말했다.

“잠깐 기다려주시겠어요? 들으면 곤란한 이야기라서요.”

빈괴 리자드 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라는 인간에 대해서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무슨 일을 하든 결코 자신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보였다.

자신이 걸어둔 보안 마법들을 해제하며 집에 들어갔다.

조용히 소음을 내는 나무문이 정겨웠고, 입구에서부터 불이 켜진 촛불들이 시야를 밝혔다.

낯설은 촛불들에 리오는 혀를 차며 말했다.

“제 집에 촛불은 좀 아닌데요. 운치는 있지만 화재의 위험성이... 그보다 여기에 있던 마나석들은 모두 어디로 갔습니까?”

거실 안쪽에서 미성이 들려왔다. 아직 앳된 목소리는 스무살도 채 되지 않은 여성의 느낌이 물씬 났다.

“그, 그게. 리오씨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요.”

단 한 번 만났던 모리안이었다. 그녀는 마치 오늘이 특별한 날인 것 마냥, 지구에서 입던 옷을 입고 있었다.

“교복?”

같은 지구인으로써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리오도 지구인을 보게되자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지구가 그리워지셨습니까?”

자신보다 열 살은 어릴 법한 소녀에게 리오는 물었다. 모리안에게 있어서 아직 지구의 생활은 엊그제처럼 느껴질지도 몰랐다. 그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고 교복을 입은 채 리오에게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었다.

모리안은 솔직하게, 얼굴을 붉혔다. 작년의 개벽축제 날, 리오에게 보였던 포부와는 대조적이었다. 그때의 소녀는 무엇이든 풍족해 부족함이 없는 표정이었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위치에 있었다.

“네.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졌어요.”

사람이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처음에는 이 세상이 좋을지 몰라도, 곧 고향이 그리워할 수 밖에 없었다.

리오 또한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지구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리오는 과연 인간다운 것일까.

“저는 탑의 세계로 온지 오년이 넘었습니다. 육년 째군요. 처음에는 모리안씨처럼 직장을 구하고 생활을 하다, 어느 엘프종족을 보고 깨달은 게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종족이 될 수 없고, 이종족 또한 나를 같은 종족으로 여길 수 없다는 걸. 그건 이 세계에서는 너무나도 잔혹한 일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나의 외로움과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잊고 있던 감정이 수면이 위로 떠오르는 계기였다.

그 누구와도 섞일 수 없는 인간이라는 걸 자각하게 되자, 묻었던 감정이 되살아나고 그것이 리오를 탑을 향하게 끔 만들었다.

섞일 수 없다면,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 당시의 귀환의지였다.

누구보다도 위대하게, 누구와 비교도 할 수 없게, 21세기를 살던 인간만의 재치로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인간다운 성장도 했고, 조상들과 얽힌 질긴 인연도 끊어내야했다.

“탑을 오르던 도중, 저는 또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인간 리오는 탑의 세계에 섞일 수 없지만, 지구의 신태...큭! 지구에 섞일수 없게 되었다는 걸. 그리고 제 손으로 오라클과 템플러였던 인간을 죽였을 때. 유지하고 있던 인간성을 버렸을 때, 머릿속에서 지구에 대한 생각이 단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귀환의지는 사라진 것이죠. 그럼 무엇을 위해서 탑을 오르고 있었던 것인가.”

리오는 쿠란을 떠올렸다. 다름 아닌 그녀를 위해서, 그녀를 따라잡고 싶어서 몸이 이끄는 단 하나의 충동 때문에 움직였다. 탑의 세계를 바꾸고 모든 주민들과 함께 탑을 오른다고 하는 계획은 부가적 가치였다.

쿠란을 위해서 계획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를 위해서 탑의 세계를 바꾸고 연합파티를 만들어내었다.

“저는 한 이종족을 사랑했습니다. 서로 섞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 충동을 억누르지 못했죠. 충동은 결국 저의 의지로 바뀌었습니다. 그녀를 위해서 무엇이든 했고, 저질렀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정신적인 부분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리오에서 이종족, 무어라 표현을 할 수 없는 괴물 리오로.”

그것이 지금의 리오를 만든 이야기였다.

“모리안씨. 당신은 저처럼 될지도 모릅니다. 마음속에 품은 귀환의지는 뒤틀려서 다른 동기로 탑을 오르게 될 겁니다.”

자조적인 미소를 띠우며 리오는 손을 내밀었다. 자신처럼 되지 말라는 말을 내뱉으며, 자신과 같은 길을 걷자는 상반된 행동.

괴물 리오는 외롭다. 인간을 보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인간성을 유지하는 모리안이 부럽다. 망가뜨리고 싶다. 깨끗한 척는 소녀를 꺽어버리고 싶었다.

그 모든 마음을 읽어내며 모리안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제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리오씨가 도와주실 거죠?”

“기대에 부응은 해보겠습니다만.”

리오의 등 뒤에 진혼이 나타났다. 나무줄기처럼 뻗어난 마력이 리오의 몸에 들어갔다. 갑작스런 진혼의 등장에 모리안은 당황했으나, 곧 거부할 수 없는 수면에 빠져들었다.

털썩 쓰러진 그녀의 몸을 침실로 옮긴 뒤, 리오는 말했다.

“저는 사실 누군가의 기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리오는 볼일이 끝난 듯, 집을 뒤로 했다.

집에서 나온 리오에게 빈이 달라 붙으며 물었다.

“볼일은 끝나셨습니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모두 말했다. 인간 리오가 어째서 이런 일을 저질렀고 무엇 때문에 인간이기를 포기했는가.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리오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듯, 집을 돌아서 보았다.

앤서러 모리안도 결국 인간인 이상, 자신 처럼 될 수밖에 없다.

형태는 다르더라도, 지구인의 자긍심을 버리고 인간이라는 또 하나의 이종족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모리안은 후회하지 않기를 빌었다. 앤서러 리오라는 남자처럼, 정말로 원하고 소중하다면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여 본인이 원하는 선택을 하길 빌었다.

제 52화 60층

[60층 선택의 기로]

쿠란은 눈앞을 가리는 층의 이름을 무시했다. 60층까지 올라오며 깨달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름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버리니까.’

우선은 주변을 살폈다.

돔형의 거대한 건축물.

벽면 곳곳에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조각상들과 미술품들이 보였다. 평범한 창문도 여러 사람들이 공을 들인 흔적이 보였다. 태양이 들어오는 각도, 창문을 통과하며 그려지는 그림, 바닥의 반짝임.

광을 내는 빈 중갑옷이 좌우일렬로 서 있었고, 천장은 유리가 대신하여 자외선을 차단하고 있었다.

쿠란은 자신이 있는 건물이 상당히 미적가치가 높은 건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적어도 전투를 위한 장소는 아니었다.

자신이 살던 세계의 지식을 빌리자면, 고위관직의 인물이 생활하는 곳일 법한 곳이었다.

‘그래도 이건 좀...’

척 보아도 한 예술가가 완성시킨 건물이 아니었다. 수많은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 오직 이 건물을 치장한 것 같았다.

엘프에게만 있는 화법, 드워프에게만 전수되는 조각술, 마족의 연금술, 인간의 창의... 온갖 장르와 종족들이 모여 완성시킨 장소였다. 적어도 쿠란과 같은 주민이 있을 장소는 아니었다.

이런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면, 아마 신분계급이 높고, 재산 또한 수백 년을 걸쳐 축적하였고, 역사에 길이 남을 법한 행위를 했음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어울리지 않는다. 미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쿠란이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로 훌륭한 건물이었다. 필시 주인 또한 그 격에 맞을 것이었다.

숨을 쉬는 것마저도 실례인 것 같은 장소에서, 어느 파티원이 말했다.

“유난히도 사자와 관련 된 것들이 많군, 채색도 대부분이 붉은 색이고...”

그 말을 시작으로 각자 품평을 내뱉기 시작했다. 탑을 오르는 도중이다보니 그들의 시각은 오직 공략과 관련된 대화뿐이었다. 어느 부분이 아름답다던가 하는 말은 없었다.

“태양도 많은 걸... 태양을 바라보는 그림도 있고... 이건 숭배와 관련된 것 같은데.”

“드래곤이 이종족 모두를 깔아 안고 있군, 이곳은 드래곤 레어라도 되는 건가?”

그 말에 무언가 감이 온 쿠란은 혀를 찼다.

“드래곤의 레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태양 숭배와 사자, 붉은 채색, 이종족을 무시하는 듯한 드래곤 그림... 왕과 관련 된 이야기 같은데요.”

“왕?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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