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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61화 (16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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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은 자신의 뒤에 있는 리오를 흘낏 보았다. 의견을 묻는 것이었지만 의미가 없었다. 이미 리오의 뒤에서는 진혼이 빛을 발하며 마력을 전달하고 있었다.

뭉게 뭉게 피어오르는 검은 구름이 리오릐 손끝에서 뿜어졌다. 순식간에 경비병과 간수들을 뒤덮었다.

“큭! 커스 클라우드인가!”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불러오는 저주계열의 마법.

경비병들중 일부가 풍 계열의 마법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저주의 그름이 걷어지며 저주가 멎었다.

“그건 잠시 시간 벌이였을 뿐이다.”

어느새 경비병과 간수들에게 다가간 칼과 리사.

그들은 용맹스러운 전사답게 대군에 뛰어들어 시미터를 휘둘렀다. 무형의 기운이 휩쌓인 검날이 스쳐지나갈 때마다 비명과 살점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무엇이든 베어내는 신검의 경지. 사실상 그들은 소드 마스터에 가까웠다. 리오가 감옥에 갖혀있는 동안 마냥 논 것은 아닌 듯 했다.

리오는 칼과 리사의 성장에 휘파람을 불고는, 탑을 올랐을 때처럼 지원마법을 사용했다.

‘이제 굳이 지원마법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알터라는 사실을 굳이 밝힐 필요는 없었다.

“칼, 리사.”

짧게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의견이 통했던지, 그들은 경비병들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금새 그들의 몸에 검은 마력이 스며들었다. 신체강화의 마법이었다.

“비, 빌어먹을. 이렇게 강한데 강화까지...”

경비병들의 나약한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감옥을 지키던 이들의 살기가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탑의 규칙상 죽지는 않는다만, 죽음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얌전히 비켜라.”

“큭!”

싸움을 주저하는 경비대와 간수였다. 리오는 그틈을 타서 그들에게 강력한 환각마법을 사용했다. 대상이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할 때 가장 효과적인 마법이었다.

리오가 유치장에 다시 돌아가고, 칼과 리사를 경비대원으로 위장시키는 환각이었다. 경비대와 간수들중 단 한명도 자신이 환각에 걸렸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리오씨. 전 보다 마법력이 더 늘어난 것 같은데... 감옥에 단순히 갇혀있는 건 아니셨나봐요?”

칼과 피나는 노력 끝에 간신히 리오를 뛰어넘을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믿었건만, 리오또한 지난 시간동안 논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리오는 진혼을 거두며 말했다.

“감옥에 갇힌 동안은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성장한 건 갇히기 전입니다.”

“아... 그렇죠.”

"어서 나가도록 하죠."

환각에 걸린 경비병과 간수들을 제치고 리오들은 출구로 향했다.

밖으로 나오는 순간, 감옥을 비추는 무수한 빛을 보고 리오는 움츠렸다. 언데드인 탓에 밝은 빛에 쪼이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인공탑인가..."

리오를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감옥은 길드의 정상이 지어져 있었다. 바로 아래는 낭떠러지, 리치이기는 하나, 인간 태생인 리오로써는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밖에서 빈이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나?"

길드의 정상에서 리오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숱한 와이번과 정령들, 비행이 가능한 이종족들이 나타났다. 경비병이 아님에도 길드를 포위하는 주민들 여럿이 있었다.

"흠."

신음을 흘리는 리오를 보고 칼이 냉소를 흘렸다.

"왜 그런가? 주민들이 이럴 줄은 상상도 못했나?"

"그냥 여기서 내가 반항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 해본 것뿐이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리오의 소매에서 검은 구름이 뿜어져 나왔다. 길드의 정상을 가리며 날아오른 비행종족들의 시야를 가렸다.

'앤서러들을 소환할 수는 없겠군.'

알터로써 강력한 흑마법을 사용하려는 순간, 리오의 검은 구름을 향해 어느 비행체가 날아왔다.

정확히 리오를 향해서 날아오는 익룡.

뭉특한 발톱으로 리오와 칼, 리사를 잡아챈 익룡은 마을 밖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빈인가?"

자신을 낚아챈 익룡이 골렘인 것을 알아챘다. 칼과 리사는 반항을 멈추었다. 잠시 뒤 마을 밖의 울창한 숲속에 빈의 익룡이 리오들을 놓았다.

"때 마침 오셨군요. 감사합..."

리오가 몸을 추스르는 사이, 익룡의 위에서 내려온 빈이 리오를 향해 몸을 안겼다. 단순한 반가움의 표시라고 하기엔 격한 몸짓이었다.

자신을 끌어안는 빈에게 당황한 리오였으나, 금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마주 안아주었다. 일이 이렇게까지 큰 공헌을 한것은 빈 덕분이었다. 포상까지는 아니지만, 마음고생한 답례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빈씨."

리오의 대행으로써 오라클의 영수를 연기하고, 리오의 머리속을 들여다 볼 정도의 리오의 입장에서 생각이 가능한 빈.

어쩌면 빈이야 말로 자신과 가장 긴밀한 사이일 지도 몰랐다.

'혹시... 나를...'

빈이 자신에게 보여주는 성격상 자신을 좋아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냉철한 템플러였으며 자신의 욕망을 위해 움직이는 여자였다. 자신과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안겨 몸을 부르르 떠는 빈을 보고 리오는 입이 벌어졌다.

지켜보고 있던 리자드 맨 부부와 눈이 부딪쳤다. 그들도 빈의 행동에 놀란듯 했다. 잠시 뒤 ,그들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자리를 비웠다.

"비, 빈씨?"

안겨있던 빈이 얼굴을 들었다. 감정이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저도 모르게..."

빈은 리오에게서 떨어지며 무미건조한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몸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줘야하는 걸까. 리치의 몸으로 안아주어도 되는 것일까. 인간다운 감정에 충실해도 되는 것일까. 혹시 자신이 빈의 마음을 착각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때, 빈은 리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럴 때는 손이라도 잡아주시면 됩니다."

마치 리오의 머릿속을 들여다 본듯이, 빈이 말했다. 리오는 자신을 꽤뚫어보는 빈에게 쓴웃음을 보였다. 이런 여자에게는 무엇하나 숨길수 없었다.

그녀의 손을 마주잡으며 리오는 생각했다. 지금 당장 빈의 마음에 보답을 표할 수는 없고, 아직 쿠란에 대해서 정리한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이번 일이 끝난다면, 그때는 확실하게, 템플러로써 숨김없이 욕망에 충실하기로 했다.

자신에게 있어서 소중할 수록 진실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리치가 되면서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좀 나아지셨나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빈은 리오의 손을 놓았다.

"추격자가 올 겁니다. 곧장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옥의 일이 수습되기 전에 이동해야했다. 리오는 이곳에서 가장 위험하기도하며, 가장 안전하기도한 장소를 떠올렸다.

이 세계의 상징.

마을 중앙에 하늘 모르고 솟은 탑.

빈도 같은 것을 떠올렸다. 곧 고개를 끄덕였다.

@

연합파티의 리더 쿠란.

이전의 파티보다 더 많은 인원을 지휘하게 된 그녀는 연합파티가 탑에 들어갈 때마다 과거를 회상했다.

군세에서 함께했던 동료들이 얼핏보이는 것 같았다. 저 수많은 무리들 사이에서 혹시 익숙한 얼굴이 없는지 찾아보곤 했다. 당연하지만 그들과 같은 종족은 있을 뿐이었다.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만이 아닌, 마을 전체를 위하여 파티를 움직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다. 그러나 이전과 같은 실패는 절대로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리오의 도움도 받지 않을 것이다.

연합파티라고 해도 결국은 그녀의 파티.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모두의 힘으로 탑을 헤쳐나갈 것이다.

‘오늘은 좀 우왕좌왕 한걸,’

연합파티가 탑으로 들어가는 날은 확실히 소란스럽고 축제같은 분위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오늘은 무슨 일이라도 있는 마냥 동료들이 집중을 못하고 있었다. 마치 처음 파티를 이뤘을 때를 보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싶었을 때, 그녀를 보조하는 뱀이 다가와 혀를 내밀었다.

“리오가...?”

감옥 탈옥.

구개월 탈옥 시도 한 번 없었던 그가 이제와서 움직인 까닭은 무엇일까. 퍼즐 같은 걸 보내기는 했지만...

‘역시 연합파티를 이용해서 또 어떤가를 하려고...’

쿠란은 빈처럼 리오와 오랜시간 함께 움직이지 않았고, 그를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어떤 행동강령으로 감옥을 탈옥했는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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