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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43화 (143/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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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을이 시끄러웠다. 새로 오게 된 인간에 대해 소문이 퍼진 것이었다.

여태 인간은 이곳에 한명 뿐이었기 때문에, 앤서러 리오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두가 궁금해 했다.

보통 한 인간이 죽고나서야 또 다른 인간이 오길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리오와 면식이 있던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입을 열었다.

“설마… 죽었을 리가 없어.”

“한동안은 탑을 오르지 않겠다고 했다고!”

새로 오게 된 인간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결코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또 다른 인간은 리오의 대체품이 되지 못했다.

과연, 저 인간은 리오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리오처럼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탑을 오를 수 있을까.

그런 기대는 처음부터 들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죽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탑이 변심하여 또 하나의 인간을 들인 것이라고 모두 생각하기 시작 할 무렵이었다.

계절이 여름이기 때문에 탑은 녹색을 띄고 있었다. 늦은 밤 시간에 누군가 문을 열고 나오기 시작했다.

리오와 함께 했던 쿠란이었다. 근래에 들어서 같은 파티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오늘 아침에 함께 탑에 들어갔다는 것도 알려졌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 있어야할 인간이 보이질 않았다. 때 마침 사태를 파악하고 있던 빈들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리오는 어디에 있지? 함께 탑을 오르지 않았나?”

“분명 같이 올라가는 걸 봤다는 주민들이 있어.”

“설명을 부탁할 게요 빈.”

아무 말 없이 쿠란은 언제나처럼 미소를 지어보였다.

“…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빈은 리오의 일에 동참을 했었다. 그 때문에… 설마하는 심정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도움을 받았지만, 피해를 받기도 했던 당사자가 사실을 알게 된 다면 어떤 마음을 품을까.

마족 쿠란이 진실을 알게 되면, 리오가 어떤 행동을 할지도 그녀는 예상 할 수 있었다.

“알고 있던 겁니까?”

그 말에 미소를 짓고 있던 쿠란의 표정이 변했다. 싸늘한 살기를 흘리며 빈을 노려보았다.

“아하? 잡종년. 너도 알고 있었구나? 아니 아니… 어쩌면 함께 했던 동료니까 알고 동참 했을 지도 모르겠네에….”

그녀의 시선이 칼과 리사에게 가기 전에, 빈은 그녀가 모든 것을 안다고 가정하고 말했다.

“이 두 분은 모르십니다. 원망은 이쯤에서 끝내시는 게 어떠십니까?”

빈은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 스스로의 손으로 해야할 일을 했다면.”

“그것도 그렇네. 그때 그곳에 있었던 놈들을 모두 찾아가서 복수하는 것도 무리니까… 이쯤 끝내야겠지.”

빈의 팔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 말은 쿠란이 리오를 살해했다는 말을 의미했다.

‘… 그럴 리가.’

함께 있던 리자드 맨들은 몹시 화난 얼굴로 말했다. 자신들이 알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둘에게 불만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물며 이런 상황에서.

“빈. 설명을 요구한다만.”

“빈씨.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거에요?”

아직 주저 앉을 수 없다. 빈은 그가 남긴 것들을 떠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직, 그가 하려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저번처럼, 앤서러 리오를 연기하면… 그처럼 행동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난 먼저 가볼게.”

뻔뻔할 만큼 쿠란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구경을 하고 있던 주민들이 쿠란에게 설명을 요구했지만, 마법을 사용하며 이탈했다.

“칼님, 빈님… 일단 리오님의 집으로 가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명쾌한 답을 기대하지.”

셋은 리오의 집으로 향했다. 어쩌면 이제 주인이 돌아오지 못할 집이기도 했다.

‘정말 죽었을까.’

인간성을 유지하겠다며 템플러가 되는 것을 거부했었다. 자신이 돌아갈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죄를 저질러선 안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쿠란이라는 여자를 위해서 자신이 지금까지 지켜왔던 모든 것을 저버렸다. 그 후회감, 죄책감이 얼마나 그를 괴롭혔을까.

사실을 알게 된 쿠란이 리오에게 검을 겨누어도, 가만 있을 수 밖에 없었겠지. 빈은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이제 더 이상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정말 죽어다면, 편안히 죽었을 것이다.

리오가 걸어두었던 보안장치를 풀며 빈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이 없음에도 들어가는 빈을 보며, 칼과 리사는 둘이 어떤 사이인지 짐작했다.

마음을 터놓은 사이, 서로를 신뢰하는 사이.

연인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대등한 친구, 동료였다.

항상 리오가 앉던 쇼파에 앉으며 빈은 눈을 감았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자신이 구 오라클 소속이었던 때부터? 그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때부터?

모든 걸 말한다면 앞으로 이 두 리자드 맨과 함께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믿었던 동료가 템플러라는 걸 알게 되면, 신뢰가 사라진다.

템플러란 그런 존재다.

앤서러 리오가 만들어낸 템플러의 인식이다.

뜸을 들이는 빈을 보며 리사가 물었다.

“… 이제 말해주세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다른 주민들 리오가 죽었냐고 묻는데 어떻게 된 거죠? 빈씨는 알고 있는 것 같던데.”

칼은 흥분하는 리사를 붙잡았다. 그도 리오의 행방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궁금했다.

언제나처럼 탑을 내려왔건만, 다음 층으로 나아가지도 않았던 리오가 죽었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죽었는지는 저도 정확히 알수는 없습니다. 단지…  그렇게 추측할 뿐이에요.”

심장이 몸속에서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며 말했다.

“아마… 죽었겠죠.”

콰직!

잠자코 있던 칼이 쇼파의 손잡이를 으깼다. 가죽사이로 하얀 솜과 틀이 빠져나왔다.

“추측이군. 하지만 그런 추측을 했다면 근거가 있다는 건가?”

고개를 끄덕이기 전이었다. 리오의 집에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설마 본인이 돌아온 건가 싶었던 셋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곧 빈처럼 보안장치를 풀고 들어오는 주민을 보았다.

하얀 셔츠에 검은 치마를 입은 소녀. 다리는 기묘한 양말이 감싸고 있었고, 봉긋오른 가슴은 여성임을 나타내었다.

흰 피부, 흑발 흑안의 눈.

거기까지 보았을 때 익숙한 마족인가 싶었지만, 셋은 기어코 어디에도 뿔과 뾰족한 귀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인간이었다.

“에… 그게. 모만이라는 분이 이곳으로 가보라고 하셔서. 아마 당분간 이곳에서 생활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집주인은 아마 없을 거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자신과 연관이 있는 사람의 집이니 사용해도 괜찮을 거라는 말을 했다.

그 때문에 빈집이라고 생각했던 소녀는 빈들을 보고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간… 인가.”

“아마 리오와 다른 성별인것 같네요.”

“다른 인간이라면…….”

빈은 모만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탑의 규칙인지는 상세하게 알 수 없지만, 탑의 세계에 인간은 한명만이 존재하도록 유지되고 있다고 들었다.

예전부터 인간은 한 명만 존재했다. 원래 있던 인간이 죽고 사라지거나, 귀환을 하고 나서야 새로운 인간이 왔다.

그 말은….

‘리오가 정말 죽었구나.’

인간은 보통 텀을 가지고 등장한다. 하지만 리오가 죽었다고 추측되는 상황에서 바로 또 다른 인간이 나타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탑은 무엇을 위해서 바로 인간을 소환한 걸까.

인간을 소환하는데 텀이 있었던 것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인간이 잊혀지기를 기다린 것이다.

정복자가 한낮 인간이라는 걸 대부분의 주민들이 잊을 때 즈음에 소환한다.

거기서 빈은 혀를 찼다.

탑의 세계에 리오가 끼친 영향력.

리오로 인해 탑을 오르는 모험가가 늘어났고, 인간보다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자괴감을 벗어나기 위해 모두가 발버둥친 것이다.

템플러는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험가는 가급적 혼자 움직이려 하지 않고, 템플러들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다.

어쩔 도리가 없는 자연재해의 인식에서, 힘을 합친다면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모두 리오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보잘것 없는 인간의 행위를 따라하기 위해.

탑이 새로운 인간을 소환한 것은 그러한 리오의 행위를 잊혀지게 하기 위해서다.

비록 탑은 정복하지 못했지만, 인간 리오가 이뤄낸 변화는 정복의 의미보다 크다.

그 때문에 탑은 수를 쓴 것이다. 정복자 인간을 잊혀지기 위해서 텀을 들였던 것과 반대로, 곧장 새로운 인간을 소환해내어 전대 인간이 이룩한 업적을 잊혀지게 만들 것이다.

갑작스런 변화는 생태계를 파괴 시키고,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놔두지 않을거야.’

빈에게는 아직 리오가 남긴 힘이 있다.

오라클의 영수.

까마귀로써 이 흐름을 바꾸지 못하게끔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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