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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37화 (137/190)

<-- 137 회: 5-8 -->

하지만 리오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모든 수를 써서라도 지금 손안에 들어온 행복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것을 위해서 지켜왔던 인간성을 저버렸다.

“리오옷. 숙녀의 방을 꼭 훔쳐봐야겠어?”

정신을 차리니 쿠란이 리오의 얼굴을 붙잡고 있었다. 문틈 사이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인데 들킨 모양이었다.

“미, 미안….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그럼? 방안을 정리하는 내 모습에 가슴을 두근거리고 정신을 놓은 거야?”

언제나처럼 정도를 앞서가는 쿠란의 말에 리오는 평상심을 되찾았다.

“…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냥 네가 이 집에서 생활한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았을 뿐이다.”

“흥. 거짓말. 집안에 여자가 있으니까 몸이 불끈불끈한 거지? 그런 거지? 좋아! 리오라면 난 언제나 환영이니까!”

“… 저녁 먹기 전에 정리나 마저 하도록. 지저분한 곳에서 자기 싫다면 말이야.”

자신의 얼굴을 붙잡고 있는 쿠란의 손을 떼어내었다. 몸을 돌려 거실로 돌아가려했다.

그러나 쿠란은 리오의 등을 벽쪽으로 밀며 부딪쳐왔다.

“리오… 내가 그렇게 여자로써 매력이 없는 걸까.”

쿠란은 리오의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남자라면 누구나가 가슴을 두근거릴 법한 상황이었다.

“그럴 리가. 쿠란은 여자로써 매력이 넘쳐난다. 비록 종족이 다르긴 하나 나 또한 두근거리고 있지. 그 점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그런 것 치고는 평상시랑 태도가 별 다르지 않는 걸.”

리오의 입에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쿠란은 그의 몸에서 울려퍼지는 심장박동소리를 듣고 작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내 착각이었네. 역시 리오는 나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구나!”

“… 그렇지 않다면 마족을 내 집안에 들일 리가 없지.”

리오의 중얼거림에 쿠란이 어깨를 들썩일 때쯤.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미리 약속을 잡았던 동료들인 모양이었다.

“자자. 손님이 왔다.”

등에서 떨어진 쿠란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도 예상을 하고 있었겠지만 리오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기쁜 듯 했다.

“옷이나 갈아 입고 와.”

“응.”

쿠란이 방으로 들어갔다. 리오는 자신이 초대했던 동료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틀 만이군.”

“리오씨의 계략이 그리워요. 어떻게 55층을 빨리 깻담.”

리자드 맨 부부인 칼과 리사가 먼저 인사를 건네었다. 순조롭게 깨고 있기는 하지만 나름 고생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빈씨도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리오님을 흉내낼뿐이라서….”

인사가 끝나갈 때 쯤, 옷을 갈아입고 온 쿠란이 나타났다.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검소하고 무난한 옷차림이었다.

“반가워요 여러분. 앞으로 신세를 지게 될 마족 쿠란이라고 해요. 특기는 역시 흑마법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미리 언질이 있었던 것만큼, 동료들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로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리오의 옆에 다가온 리사가 물었다.

“저희가 고생하고 있는 동안에 벼르고 있던 여자를… 리오씨도 꽤나 하시는군요?”

“별 말씀을. 서로 이해가 일치했을 뿐입니다.”

“호호. 그나저나 저분이 리오의 상대…. 확실히 머리의 뿔만 제외하면 외형은 리오씨와 닮았네요. 특히 머리와 눈이.”

그 점 때문에 빠져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묻지 않아도 리사는 그러한 점을 눈치챈 듯 작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리사는 리오의 곁에서 떨어졌다. 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쿠란에게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반가워요 쿠란씨. 그동안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리자드 맨 리사라고 해요. 저기 있는 칼과 부부관계이고, 슬하에 귀여운 딸 한 명이 있어요. 다음에 소개시켜드릴 게요.”

“아. 리오에게 이야기를 듣고 설마 설마 했지만 두 분이 그 유명한 듀얼 시미터 부부…. 반가워요. 전위가 든든하니 저로써는 마음이 놓이네요.”

칼과 리사는 모험가들 사이에서 듀얼 시미터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다. 듣자하니 40층의 거대 골렘을 둘이서 처치한 전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호호. 쿠란씨 만큼 유명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저도 쿠란씨 같은 대단한 마법사와 함께 하게 되어서 기쁘네요.”

자신의 아명을 듣게되고 부끄러워진 듯. 리사는 몸을 비틀며 쿠란에게 호감을 드러내었다.

“대단한 마법사라고 할 것까지야. 우리의 리더님도 만만치 않은 마법사이신 걸요. 저 같은 마족은 명함도 못 댈 정도인데….”

이쯤에서 끼어들어야겠다고 생각한 리오는 자신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앞으로 탑을 오르는데 있어서 쿠란도 알아야 하는 점이었다.

“덕담은 그쯤 하기로 하고, 말 나온 김에 하는 이야기인데… 너도 알겠지만 나는 마나나 마력이 3서클 이상 쌓을 수 없다. 선천적인 재능의 문제라서…. 그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마법에 큰 제한이 걸려있다.”

“헤에… 옛날부터 통 서클이 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랬구나.”

“널 가입시킨 건 다른 이유도 있지만 이러한 나의 문제 때문이 크다. 넌 나 대신에 강력한 마법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이견은 없겠지? 당연한 이야기니까.”

“마법사에게 전방을 맡길 게 아니라면 당연한 이야기지. 근데 다른 이유란 뭘까아?”

쿠란의 말에 칼과 리사가 입을 다물었다. 웃음을 참는 표정으로 리오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쿠란씨. 빈이라고 해요. 엘프와 마족이 섞인 하프입니다. 특기는 골렘소환입니다.”

정적을 깨며 빈이 쿠란에게 말을 걸어왔다. 쿠란은 장난스러웠던 표정을 지우고 다소곳이 빈에게 인사했다.

“리오에게 이야기는 들었어요. 마법을 사용할 줄 모르는 반푼이 마법사이면서, 골렘만큼은 자유롭게 사용한다지요?”

“… 쿠란.”

리오의 설명을 자신 마음대로 부풀리며 쿠란이 빈에게 조소를 흘렸다. 그녀의 성격상 하프인 것으로 빈을 비꼬는 것은 아니었다.

‘왜 이러지?’

당황한 리오가 빈에게 항변을 하려고 할 때. 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만 가지 마법을 다루는 것보다, 한 가지를 대성하는 편이 나은 편이지요. 누군가와는 다르게 리오씨처럼 홀몸으로 50층까지 올라왔으니까요.”

‘뭐지… 이 미묘한 싸움은.’

옆에 있던 쿠란의 이가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황을 보고 있던 칼과 리사가 큭큭 웃었다.

“리오. 둘을 다루러면 고생 좀 하겠군.”

“이런 일이 생길 것 같았어요. 은근히 여자 속을 모른다니까.”

빈과 쿠란의 눈동자가 심상치 않았다. 미묘한 둘의 분위기 속에서 리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싸우는 거지?’

둘은 오늘이 처음 만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둘에겐 어떤 싸움이라도 있었던 걸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함께 탑을 오를 사이야. 쿠란, 빈. 서로의 감정은 접어뒀으면 해.”

“물론이지.”

“딱히 감정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리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둘의 눈동자는 심상치 않아보였다.

@

동료들과 식사를 치르고 다음 날.

간단한 조깅을 할 생각으로 리오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리오의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일어났는지, 쿠란은 눈을 부비며 초췌한 몰골로 나타났다.

“어디가아?”

“운동이다. 따라올 필요는 없어.”

그 말에 흥미를 잃었던지, 쿠란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가볍게 뛰고올까….’

신발을 동여매고 집밖으로 나갔다.

익숙한 길을 돌며 리오는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매번 보는 인간이 지겹지도 않은 듯. 여전히 주민들은 리오를 향해 반가움을 표시해왔다.

‘오늘은 한적한 길로 갈까.’

오랜만에 동료들과 회포를 푼 탓에 평소보다 일어나는 것이 늦어버렸다. 그 탓에 평소 뛰던 길에는 인파가 몰려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인적이 뜸한 길로 코스를 변경한 리오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메데이아의 소굴쪽으로 이동한다는 걸 깨달았다.

‘… 나는 왜 이쪽으로 온 거지?’

평소 돌던 코스와는 멀리 오고 말았다. 아무리 인적이 뜸한 곳으로 이동했다지만 이곳까지 올 필요는 없었다.

‘나도 참. 요즘 멍 때리는 일이 많군.’

등을 돌리려고 할 때였다. 익숙한 인영이 마을 밖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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