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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여기는 딱히 제한이 없거든. 마음대로 자료실을 열람해도 되.”
자료실로 이동했을 때 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수많은 시선들이 느껴졌다.
'응…?‘
당황하며 뒷걸음치는 순간, 자료실에 있던 수많은 흑마법사들이 리오의 곁에 있던 쿠란에게 다가왔다.
“오오… 쿠란. 무사해서 다행일세.”
“자네만큼 우리 연구에 협조적인 마족은 없어.”
“끌끌. 그래서 내가 알려준 마법은 어떻던가. 템플러녀석들을 싹 쓸어버리지 않던.”
쿠란에게 볼일이 있는 흑마법사들이었다. 리오는 조심스럽게 그들의 포위에서 빠져나와 쿠란에게 손짓했다.
“리… 크로울리! 같이가!”
쿠란의 말을 무시하며 리오는 자료실의 안쪽으로 이동했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쿠란에게 몰려간 결과. 자료검색기가 비어있었다.
자료검색기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리오의 눈에 검은 홀로그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공신 검색.’
흑마법사들이 연구한 인공신에 대한 자료가 나타났다. 도서관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별 특별할 건 없는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된 인공신 자료에서 리오는 알터를 검색해보았다.
몇 자료들이 검색되었다.
‘알터는 스스로를 신으로 추앙하여 마법을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신을 상상하여 믿는다. 일종의 자기최면과 같은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리오는 자신이 마법을 사용하는 원리를 떠올렸다. 마법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현실적인 밑받침이 되는 수식을 계산해낸다. 그 순간 마나가 빠져나가며 상상한 현실이 된다.
검색된 자료와 어느정도 이야기가 들어맞았다. 하지만 리오는 이걸 알고자 검색을 한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알터로 검색을 해보기로 했다.
인공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료들이 나타났다.
‘역시 특별한 내용은 없는 걸.’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정보는 얻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좀 더 뒤져보려고 할 때, 누군가 리오가 사용중인 검색기에 손을 올렸다.
자료검색에 집중하고 있던 리오는 다가오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큭!”
자신의 제어하에 있던 검색기가 타인의 조종을 받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리오는 새빨간 피를 내뿜었다.
‘누, 누가….’
당장 검색기에서 손을 떼어내고 이런 짓을 저지른 상대를 보려고 했건만, 눈을 뗼 수 없는 자료가 눈에 들어왔다.
[진혼 : 흑마법사 알터가 가지고 다니던 마력구를 말한다. 언데드화 된 마법사들이 줄곧 가지고 다니는 라이프 포스 베슬로 추정되나, 알터가 리치였다는 자료는 찾을 수 없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알터의 진혼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리치의 라이프 포스 베슬처럼 본인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알터가 본래의 세계로 귀환한지 수백 년.
마법은 당시와 다르게 발전을 했지만 여전히 진혼에 대한 수수께끼는 풀 수 없다.]
진혼에 대한 자료를 읽고 곧바로 검색기에서 손을 뗴어내었다. 자신에게 이걸 보여준 인물에게 말을 걸었다.
마법사처럼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고, 지팡이를 들고 있는 광대.
“당신… 아직도 나에게 볼일이 있었나?”
“리오씨이. 제가 누군지 알면서 여전히 그런 말투시군요오. 건방져요.”
“지금 당신에게 힘은 없다고 판단해서 말이지. 진짜 몸은 멀리 있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우우. 이 일은 기억해두겠어요.”
몸을 부르르 떨며 과한 감정표현을 드러내는 페이스였다. 리오는 방금 전에 읽었던 진혼에 대한 자료를 떠올렸다.
“진혼… 이걸 왜 나에게 보여준 거지?”
“리오씨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오. 같은 마법계통인 만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진혼이 정말 알터의 라이프 포스 베슬이라면 아무리 같은 인간이라고 해도 사용할 수 없어. 그 정도는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
페이스는 아무 것도 몰랐다는 듯 놀란 투로 말했다.
“우오옷… 그랬나요오. 이거 참 이름뿐인 드래곤이라 면목이 없네요오.”
“정말 모르는 건지는 둘째치고… 알터의 물건이라면 흥미가 가긴 하는데…….”
진혼을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물건이라는 것만으로도 리오에게 도움이 되었다.
진혼을 이용한다면 알터 본인을 소환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알터 소환이라… 한 번 해볼법한 일이긴 한데.’
현재로써 리오는 모든 귀환자들을 소환해 낼순 없다.
하지만 모든 귀환자들을 소환해내었다고 하는 알터를 자신이 소환한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그를 수족으로 둔다면, 리오는 탑의 세계를 왔다간 귀환자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진혼이라… 탐이 나는 걸.’
탐색기에 손을 다시 올려보았다. 진혼을 현재 누가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진혼은 온슈타인이 가지고 있지요오. 굳이 찾아보실 필요는 없습니다아.”
“진혼에 대해 잘 알고 있군. 태도를 봐서는 무슨 목적이 있는 것 같은데?”
목적이라는 말에 페이스의 분위기가 변했다. 55층에서 리오를 만났을 때, 정체를 간파 당했을 때의 그 모습이었다.
“목적이라… 있지. 누구나가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니까.”
리오는 페이스가 자신에게 진혼에 대해 알려주는 태도로 목적을 추측해보았다.
자신이 진혼을 입수하길 원하고 있다.
앤서러 리오가 진혼을 가지고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리오가 누구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누구나가 추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알터를 소환하는 걸 원하는 건가?’
그렇다면 페이스는 리오가 아니라 알터에게 볼일이 있다고 봐야했다.
“알터의 힘이 필요한 건가? 내가 아니라?”
“머리는 역시 비상하군. 그럼 진혼의 소재지도 알려주었으니 부탁하도록 하지. 이 일은 너에게도 득이 되는 일일 터.”
아르토와 있었던 일을 떠올리곤 리오는 혀를 찼다. 득이 될지 안 될지는 미지수였지만. 아마 자신은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페이스의 생각대로 움직일 것이다.
최악의 마법사라 불린 알레스터 크로울리.
알터라 불린 이를 되살릴 것이다.
“이만 가보도록 할게요오. 리오씨의 달링이 오고 계시네요오."
페이스가 자료실의 장식물 사이로 몸을 숨겼다. 곧장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쿠란이 나타났다.
“리… 크로울리. 날 버리고 뭘 하고 있었어? 너무한 거 아니야?”
화가 난 쿠란을 진정시키듯. 리오는 말했다.
“볼일은 끝났어. 이제 돌아가자 약속대로 저녁을 대접할게.”
심통난 표정이었던 쿠란의 얼굴이 펴졌다. 곧 언제나와 같은 밝은 미소와 함께 리오의 오른쪽 손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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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의 소굴에서 나온 리오는 시장으로 향했다. 아주 오랜만에 직접 요리를 할 생각이었다.
‘이 참에 빈씨들도 불러야겠군. 조금 있으면 탑에서 나와 저녁을 먹을 테니까.’
장을 보며 리오는 메신저를 호출했다. 곧 하늘에서 익숙한 매가 날아왔다.
자신의 집에서 보자는 서신들을 보내곤 쿠란에게 말했다.
“앞으로 함께할 동료들을 소개할 건데. 괜찮지?”
“응. 이전에 잠깐 보긴 했지만 기대가 되는 걸.”
“다들 만부부당의 실력자야. 적어도 쿠란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거야.”
쿠란은 리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듯. 잡고 있던 손을 경직시키며 물었다.
“만부부당? 그게 무슨 말이야?”
지구에서의 말을 내뱉었다는 걸 깨달은 리오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미안. 내가 있던 세계의 말인데… 만 명의 사내가 덤벼들어도 도저히 당해내지 못하는 사람… 아니 주민을 말하는 말이야.”
“흐음… 만인장이랑 비슷한 거구나. 앞으로의 일이 기대가 되네.”
마저 장을 보고 리오는 쿠란과 함께 집에 도착했다.
리오가 식사를 준비하는 사이 쿠란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식사 준비가 얼추 끝났을 즈음, 리오는 쿠란의 방을 들여다 보았다.
새로 사온 가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쿠란은 옷가지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었다.
‘정말… 눌러앉을 셈인가.’
쿠란이 자신의 집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직접 눈으로 보아도 이 일이 장난인 것 마냥 느껴졌다.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를 우리 속에 가둬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제라도 자신의 집에서 나와 군세와 같은 파티를 만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