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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31화 (13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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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너무하는데. 보는 눈도 있잖아….”

리오의 말은 무시하고 온슈타인의 마법은 완성되었다. 간단한 애로우계열의 마법이었다.

수십 개가 넘는 검은 화살의 등장. 리오는 모두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도 있는지 타버린 옷을 찢어버리며 싸울 자세를 취했다.

“인간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아.”

“만만하게 본적은 없소. 단지 귀공의 능력이 보고 싶다는 것이오.”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게 날 만만하게 본다는 거다!”

리오의 몸이 움직였다. 수십개의 화살을 향해 스스로 몸을 던졌다.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갤러리들은 어느새 아까 전보다 불어났고, 리오와 흑마법사의 싸움에 기대했다.

흑마법은 탑의 세계에서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흑마법이 주가 되고 있는 종족들 일부가 되고 있기 때문에 법이 있어도 사실상 지켜지고 있지 않다.

단지 흑마법을 전수하는 것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꺼려지고 있는 정도였다.

“흑마법사인가? 보기 드문데….”

“거기다 상대는 앤서러라고? 재미있는 싸움이 일어나겠어.”

리오와 온슈타인의 화살이 부딪쳤다.

서른 개 가량의 화살들이 유도기능을 가지고 리오를 향해 가속했다.

가장 근접해있던 화살을 향해 리오의 손이 움직였고, 기괴한 현상이 일어났다. 부딪친 화살들의 머리 방향이 바뀐 것이었다.

마치 리오의 마법이 된 것처럼, 주문영창자를 향해 화살은 날아갔다.

“그런 것 말고 다른 능력을 보여주시오!”

흑마법사는 당황도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다크 애로우를 가볍게 방어해내며 리오를 향해 저주마법을 시전했다.

검은 구름들이 화살들을 가리며 리오를 덮쳤다. 뒷걸음칠 치던 그는 몸을 회전시켜 구름 움직임을 바꾸었다. 앤서러를 이용한 기행이었다.

구름들이 순식간에 리오의 손위에 모였다. 조금씩 앞으로 내뿜으며 온슈타인에게 되돌려주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검은 화살들은 마찬가지로 앤서러로 방어하고, 수족이 된 화살은 다른 화살들을 맞추어 상쇄시켰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리오의 심장 언저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마법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마나가 변질되는 것이었다.

‘마력으로 바뀌고 있어? 흑마법사의 싸움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는군.’

마력은 몸에 쌓이면 신체를 갉아먹는다. 탑의 세계인만큼 크게 문제는 없지만 리오의 경우 앤서러 사용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아까부터 내 능력이 보고 싶다고 했지. 앤서러가 아니라 마법사답게 내 마법이 보고 싶은 건가?’

흑마법사인 만큼 최악의 마법사인 알터의 마법을 보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리오는 이왕 마력이 쌓인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당신은 이게 보고 싶었던 건가?”

화살을 뒤로 물러서며 방어해내던 리오는 틈이 생겨나자 일제히 마력을 내뿜어내었다. 저지받은 화살들의 속도가 조금 늦춰졌고, 그 사이에 리오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검은 화염구. 리오가 처음에 온슈타인에게 맞았던 마법이었다.

폭발성이 있는 화염구를 화살들에게 던졌다.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온슈타인의 마법이 무력화되었다. 저주의 구름은 걷혀지고 화살들은 힘의 방향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내 흑마법은 당신 것과 다를 게 없어. 뭐가 그렇게 보고 싶은 거지?”

“알터의 마법은 단순히 무음 캐스팅과 서클에 구애받지 않다는 것이 아닐 터. 그의 유명했던 사령술을 보고 싶소.”

“네크로멘시 계열의 마법도 크게 다르지 않아.”

온슈타인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시간을 거슬러 망자를 강령시키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셈이오?”

‘… 사령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군.’

리오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머나먼 과거에 죽었던 망자를 되살리는 마법.

알터의 사령술에 대해서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뭘 그렇게 놀라는 것이오. 알터의 마법에 대해서라면 이 마을의 오래된 주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소. 그의 사령술 때문에 흑마법이 금지되었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구려.”

온슈타인의 말에 싸움을 지켜보던 갤러리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사령술의 존재와 금지된 이유에 대해서 몰랐던 이들이 대다수였다.

“… 그런 걸 함부로 발설하지 말란 말이야.”

호랑이가 화를 내듯. 리오는 들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온슈타인의 입을 막기위해 리오는 손바닥을 부딪쳤다.

“콜 오브 아르토.”

리오의 허리쯤에서 또 하나의 인간이 나타났다. 검은 안개에 휩 쌓인 인영은 리오와 똑같은 행동을 취하더니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 이것은?”

온슈타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갑작스런 중력변화에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누웠다.

“이, 이건 아르토의 중력조작? 어째서 귀공이….”

‘… 아르토를 알고 있어?’

놀란 탓에 중력이 잠시 약해졌다. 그 틈을 타서 누군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마스터!”

마력의 기운이 느껴지는 자들이었다. 온슈타인과 같은 흑마법사들이었다. 그들은 리오를 향해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곤 각자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마법이 완성되는 일은 없었다. 리오의 뒤에서 낯익은 인물이 텔레포트를 해왔다.

“이건 또 무슨 일이더냐?”

용의 비늘을 가진 드라칸. 안드레이였다. 그가 나타나는 순간 리오의 축복과 흑마법사들의 마법이 사라졌다.

“무, 물러나도록!”

바닥에 쓰러져있던 온슈타인이 말했다. 순식간에 흑마법사들이 모습을 감추었다.

“도망치는 것은 일품이군. 이 나도 쫓지 못할 지경이야.”

‘쫓을 생각도 없으시면서.’

안드레이가 나타나고 싸움이 흐지부지되자 구경꾼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리오는 지저분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부터 이런 꼴이라니, 운도 없네요.”

“마을에서 소란을 피우는 건 나이를 먹고도 여전하구나 리오. 껄껄.”

“원하던 싸움도 아니었습니다만… 후우.”

한숨을 내쉬고 리오는 여벌옷을 아공간에서 꺼내었다.

적당한 로브를 꺼내어 입곤 안드레이와 함께 용의 성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스승님께서는 아까 그 마법사들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난데없이 제 능력이 보고 싶다면서 공격하던데.”

“아아. 흑마법의 규제를 풀어달라고 하는 무리들 중 하나일게다.”

“시위단체의 일종입니까? 그런 것 치곤 저에게 큰 목적이 있어보였는데 말이죠.”

“단순한 화풀이가 아닐까 한다. 흑마법은 드라칸이 금지법을 만들었고, 너는 나의 제자니까 말이지.”

안드레이는 온슈타인의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리오는 그가 했던 자신의 능력을 본다는 말을 떠올렸다.

‘사령술은 물론이고 아르토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어. 한 번 조사를 해볼 가치가 있겠는데….’

용의 성지에 근접했을 때, 안드레이는 걸음을 멈추었다.

“싸움 이야기는 그만하고, 나에게 볼일이 있지 않더냐?”

“네. 어제 일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스승님.”

리오는 허리를 깊게 숙였다. 쿠란의 일을 도와준 감사인사였다.

“뭘 감사할 것까지야. 네가 던져준 마법진을 보급시킨 것뿐이다. 오히려 무료하던 찰나에 흥밋거리를 던져줘서 나야말로 고맙다. 다른 드라칸들도 이 말을 전해달라더군.”

“아…. 다른 분들도 함께 도와주신 겁니까?”

안드레이는 자랑스럽다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내 제자의 마법은 드라칸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끌끌.”

“마냥 폐를 기친 건 아닌 모양이군요.”

감사인사를 전했으니 리오는 이만 가보려고 했다. 그러나 깜빡하고 있던 것을 떠올리고 다시 몸을 안드레이에게 돌렸다.

‘그러고 보니….’

조심스럽게,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듯 소곤소곤 입을 열었다.

“스승님. 드래곤님께선 잘 주무시고 계십니까?”

한순간 안드레이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그걸 왜 네가 걱정하느냐?”

“저 그게… 제 추측이긴 하지만, 드래곤의 정신을 가진 주민을 만났습니다. 이름이 페이스라고 하는 광대분장을 즐겨하는 자인데…….”

“페이스?”

안드레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맞다. 그 자가… 아니. 그분은 나의 아버지이시다.”

스승의 반응으로 리오는 안드레이가 페이스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째서 지금까지 가만히 두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그럼 가만히 두시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드래곤이 아니, 그분이 수면기에 빠져드시려면 활동하고 있는 정신을 어떻게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맞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구나.”

어두워진 스승의 얼굴을 보고 리오는 내심을 파악했다. 아버지를 강제로 재우고 있는 드라칸의 입장에선,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신체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지금 페이스가 이렇게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건… 드래곤으로써 수면에 빠지기 싫다는 것으로 봐야하는 건가?’

어쩌면.

페이스는 자신의 자식들을 무너뜨리고 스스로의 육체를 찾으려고 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된다면 일어날 파탄은 짐작할 수도 없었다. 쿠란이 55층에서 멎었듯, 리오 또한 현재의 층에서 멈춰설 수밖에 없다.

“… 알겠습니다. 스승님의 뜻은 알았습니다.”

스승에게서의 볼일이 끝난 리오는 그제야 몸을 돌렸다. 내심 불안한 마음이 생겼던 안드레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네가 페이스라 부르는 나의 아버지를 어떻게 할 생각이더냐? 적대할 생각이더냐?”

“별로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만, 만약에 그분이 또 절 곤란하게 만든다면… 어쩔 수 없죠.”

상대는 드래곤의 정신이기는 하나, 탑의 세계 최강의 종족이라 불리고 있다.

어줍 잖은 수로 어떻게 할 수 없다.

“저를 막아선다면, 모든 수를 다 쓰는 수가 있더라도 쓰러뜨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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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는 발걸음을 모만에게 향했다.

탑의 눈동자라 불리며 위상이라는 축복을 가진 호빗은 이 세계에 어디에 있든 원하는 주민을 관찰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3년 전 아르토를 쓰러뜨리고 구 오라클이 붕괴되면서, 모만은 죗값을 치르고 있었다.

신원이 확인된 템플러들의 수용소에서 그는 관리자가 되었다.

수용소라고 해도 모진 일을 하거나 당하고 있지는 않다. 단지 그들은 이미 마을 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질 수가 없기 때문에, 템플러들만의 마을을 만들고 있었다.

마을에서 벗어나고 동쪽으로 1km미터 지점.

리오는 어느새 지어진 목책 같은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벌써 마을의 면모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탑의 세계에 걸맞게 경비병 따위는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유유자적 자신들만의 사회를 이루고 있던 템플러 주민들이 리오에게 살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딱히 해를 끼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다고해서 자신들에게 벌을 주고 마을에서 쫓겨나게 만든 이를 마냥 용서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리오는 그들의 살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모만이 있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빗답게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땀을 훔치며 보리를 수확하고 있었다.

“모만씨 오랜만이시네요. 바쁘신가요?”

“으음? 아. 자네인가. 보다시피 수확을 해야 해서 바쁜 편이지. 그렇다고 해서 자네와 맥주 한 잔 못할 정도의 시간이 없는 건 아니네. 이리오게.”

모만은 리오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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