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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19화 (11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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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오오.

사금으로 만들어진 집 채 만한 골렘이 빈의 앞에 형성되었다. 마치 모래파도를 만들 듯 이동한 골렘은 곧 리오의 앞에 있던 전갈을 향해 거대한 주먹을 내리찍었다.

쿵!

골렘의 공격에 주춤한 듯 했으나. 그 덩치만큼이나 커다란 집게발이 골렘의 손목을 잡았다.

비명을 지르며 사금골렘은 또 다시 공격했고, 리오는 그 틈을 타서 전갈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콜 오브 폴. 예전 어느 엘프의 목숨을 취하고 얻었던 재능.

산과 바다를 가르는 소드 마스터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본인은 마법사의 길을 택했던 엘프였다.

리오는 그에게서 강탈한 재능으로 반격기로 이루어진 ‘앤서러’를 공격기로 사용했다.

“조금 아플 거다.”

거대 전갈의 둥근 머리에 리오의 주먹이 닿았다.

전갈에 비하면 파리와도 같은 리오.

별다른 충격을 줄 수 있을 리가 없었지만, 충격을 되돌리며 증폭시키는 앤서러의 원리에 의해 전갈의 두개골 외피가 가라앉았다.

크어어어어!

“윽!”

귀를 막으며 리오는 전갈에게서 물러났다. 전갈에게 있어서는 그냥 고통에 찬 울음소리에 불과한데, 리오에게는 오감에 혼란을 줄 정도의 공격이었다.

“… 빌어먹을.”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방심한 결과였다.

눈앞이 흔들렸다. 리오는 귀를 막고 뒤로 물러났다.

‘어차피 한 마리만 남았어. 굳이 내가 없어도… 응?’

“리오씨! 아직 살아 있어요!”

몸을 가누지 못하던 전갈은 땅을 파고 안으로 몸을 숨기기 시작했다.

사금으로 만들어진 탑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리오는 리자드맨들을 향해 소리쳤다.

“한 놈이 바닥으로 도망쳤다. 조심해! 언제 바닥에서 튀어날지 몰라!”

“이, 이런 제길!”

“조금만 몰아붙이면…….”

아쉬운 얼굴로 리자드 맨들은 맡고 있던 전갈에게 떨어졌다.

“빈! 바닥에서 공격해오면 반격할 수가 없어! 골렘을 이용한다!”

“네!”

사금을 가르며 모래 파도를 타듯 골렘이 질주했다. 리오와 빈을 태우고, 칼과 리사를 향해 이동했다.

사르르르륵!

그때였다. 귀가 예민한 빈의 청각에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골렘이 가르는 모래파도 말고 다른 무언가가 일으키는 소리였다.

‘바닥으로 도망친 전갈? 골렘을 쫓아오고 있어!’

칼과 리사를 태우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나머지 한 전갈도 사금 속으로 몸을 숨겼다.

‘한 번에 전멸 당할지도 몰라!’

최악의 미래가 그려졌다. 자신이 골렘에 모든 동료를 태우는 순간, 땅을 헤집고 날카로운 독침으로 공격하는 전갈.

“빈. 괜찮아 태워.”

상념을 깨우며 리오가 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마치 자신의 머릿속을 읽은 마냥 그도 상황을 파악 한 것이다.

“네, 넷!”

‘아까 귀도 다친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지?’

리오의 시선을 쫓자 언덕이 움직이는 걸 포착했다.

‘전갈이 있는 위치에 언덕이 생기는 구나.’

언덕이 자신들을 따라오고 있다. 그것으로 리오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끝까지 냉철함을 유지해야만 눈치 챌 수 있는 것이었다.

파티의 리더로서 최고의 덕목이었다.

“… 칼씨! 리사씨!”

빈은 어느새 가까워진 둘의 이름을 소리쳤다. 말하지 않아도 의사를 교환한 셋은 몸을 움직였다.

빈은 골렘을 조작하고, 칼과 빈은 골렘을 타고 올라왔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두 마리의 전갈이 모래 위로 튀어나왔다.

해수면을 해엄치는 돌고래 마냥, 하늘을 향해 난다. 그리고 내려오며 서로 자리를 바꾸었다.

또 다시 튀어나와… 한 마리는 공중에서 공격을, 한 마리는 바닥에서 독침을 날카롭게 새웠다.

‘바닥에서 오는 공격은 어떻게 할 수 있어도!’

하늘에서 내려찍는 공격은 여기 네 명이서 어떻게 할 수 없다.

리오의 공격, 방어마법은 형편없고, 빈은 골렘을 조종해야 한다. 칼과 리사는 근접할 때까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앤서러로 막을 수도 없어! 골렘의 위는 자세가 불안정 하니까!’

당황하는 빈에게 리오는 청천벽력 같은 목성으로 말했다.

“당황하지 마! 아래를 막아!”

왕의 명령처럼, 빈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움직였다.

마치, 온 몸이 리오의 꼭두각시가 된 것 같았다. 그 정도로 하프엘프 빈은 리오를 믿고 있었다.

두 손은 수인을 맺고, 심장에 생성된 서클이 서로 부딪치며 회전했다. 마나가 골렘을 향해 쏘아졌다.

‘한 마리의 공격은 막을 수 있어!’

하지만, 하늘에서 오는 공격은 어찌 한단 말인가. 리오의 명령을 완수하고 나서야 빈은 어찌할 생각인지 의구심을 품었다.

그때. 익숙한 이름이 리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콜 오브 아르토!”

평소와 다르게 리오의 이변이 느껴졌다. 그곳에 있던 동료들은 모두 보았다.

리오의 허리에서 튀어나온 또 하나의 인간. 아르토를.

마치 하나의 하반신에 두 개의 상반신이 합쳐진 것 같았다.

그러나 명령은 리오의 뇌에 따른다. 리오가 손을 움직이면 똑같이 움직이고, 고개를 들면 똑같이 들었다.

그리고 두 명의 인간은 하늘을 향해 손을 뻗더니 마치 무언가를 지탱하는 모양으로 손바닥 바꾸었다.

‘중력조작!’

리오의 행동과 모만에게 들었던 아르토라는 인간의 축복, 그리고 공중에 있던 전갈의 모습.

빈은 그것이 중력조작이라는 걸 순식간에 알아챘다. 어떻게 리오가 그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으려는 찰나.

“… 빈! 리사! 칼!”

모두의 정신을 리오가 현실로 되돌렸다.

@

태양탑.

사금으로 이루어진 탑 정상에는 전갈 두 마리의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증발하는 탓에 몹시 냄새가 지독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인간 한 명은 꾸준히 자신의 이득을 위해 움직였다.

방금 전의 전투는 잊어버린 듯이, 휘파람을 불며 기분 좋은 듯이 전갈의 시체를 뒤적거렸다.

“어디보자. 외피는 모두 챙기고 싶지만… 이 이상은 아공간이 꽉 차니까 안 되겠고. 내단은…….”

리오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동료들을 불러모았다.

“여기 전갈의 내단이 있다고요. 이거 아마 몸에 좋을 겁니다. 이 전갈의 특징과, 이 54층의 특징이 한 대 어우러진 효과를 주겠죠. 아마 열내성과 독내성이 아닐까 하는데…….”

“너나 먹어라 우린 필요없다.”

리자드 맨은 선천적인 독 내성을 가지고 있었다. 늪지대 출신이다 보니 내성에는 일가견 있었다.

“이런 열기로 몸 하나 가누지 못할 정도이던데? 필요하지 않아? 리사씨를 위해서라고. 너라도 먹어.”

칼은 마지못해 내단을 받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헌데, 아까 전의 그건 뭐였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복잡한 얼굴로 있던 빈이 입을 열었다.

“그거, 중력조작이 아닐까 합니다.”

“중력조작?”

리사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에는 문외한인 그녀라도 중력조작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역시 리오씨는 대단하네요. 그런 마법도 하실 줄 알고, 어지간한 마법사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어요.”

“네 스승이 분명 그… 드라칸이셨지. 그렇다면 놀라울 것도 없군.”

칼과 리사는 리오의 스승에 대해 떠올리고 중력조작에 대해 납득했다. 리오는 어색하게 웃었지만, 아마 사정을 눈치 챘을 빈의 눈치를 보았다.

‘… 뭐, 어차피 나의 강탈에 대해서는 템플러였던 시절 눈치를 챘겠지. 아니더라도 모만씨가 말했을 거야.’

리오는 빈에게 따로 중력조작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자. 그럼 이제 54층을 돌파해볼 까요?”

리오의 말에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했다.

고작해야 54층의 공략과 이어지는 첫 계단을 통과한 것뿐이다.

아니, 애초에 태양탑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와본 것뿐이다. 분명 ‘정적’과 이어질 단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온 것이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54층 ‘정적’과는 이어지는 실마리는 발견하지 못했다.

“모두 눈치채지 못하셨나요? 54층의 이름이 왜 정적인지?”

속이터지는 리사는 팔짱을 끼고 물었다.

“눈치를 채다니요? 우리는 그저 이 탑이 54층을 통과할 열쇠와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서 온 게 아닌가요? 저희는 지금 그저 전갈 두 마리를 잡은 것뿐인데….”

“다들 입을 다물고 눈을 감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왜 이층의 이름이 정적인지.”

리오의 말에 모두가 불편한 심정이 되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말에 따랐다. 눈과 입을 닫고 조용히, 그동안 이곳을 오며 수십 번도 생각한 ‘정적’의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어째서 54층의 이름이 정적일까.

탑은 54층에서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하면 다음 층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줄까.

모두가 공통적인 주제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들이 있던 공간은 정적이 되었다.

정적.

54층의 사막은 사르륵 움직이는 모래 소리 말고는 다른 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았다.

그 정적을 깨며 리오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는 듯한 행위와 같았다.

“54층의 이름은 정적이죠. 그건 실은 어느 몬스터의 약점이나, 어느 보물의 이름 같은 게 아니었어요. 그저 이 54층을 말하는 것이었죠. 정적한 사막.”

리오의 말에 빈은 소름을 느꼈다. 층의 이름은 공략과 이어진다는 무조건적인 법칙이 있다.

‘정적’이 열쇠라면…, 이 사막 자체가 그러하다면…….‘

뒤늦게 빈과 같은 생각을 한 칼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54층의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것을 없애면 된다는 건가?”

“아마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리사는 놀란 눈이 되어 말했다. 이 54층에서 정적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단 하나였다.

그들이 방문했던 마을. 그 마을만 없애면 이 54층은 ‘정적’ 그 자체가 된다.

“마을을 몰살시키라는 말이에요? 저희 넷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그 수백 명이 사는 마을을 어떻게 할 순 없잖아요.”

리오는 무표정으로 리사를 바라보았다.

탑은 층을 오르는데 있어 선과 악을 두지 않는다.

도전자에게 정의로운 영웅의 역할을 맡길 때도 있고, 때로는 악마의 탈을 뒤집어쓰게도 한다.

그리고 이번 경우는 후자였다.

적어도 리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 그 마을을 한 번에 조용히 시킬 수 있다면, 하시겠습니까?”

리오의 말에 리사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금의 도시처럼, 사금이 발에 밟히는 마을.

밤이 되어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고, 부모들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마을 모두가 부귀영화를 누리는 듯 했다. 무엇하나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번창할 수밖에 없는 사막마을.

물은 용솟음 치고, 그 물을 얻기 위해 많은 민족들이 모인 곳.

사막에서 모두가 욕심내는 자원은 물이었다. 사막지대에서 물이 흐르는 마을은 번창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꼭 사막이 아니어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런 마을의 우물에 리오는 독을 떨어뜨렸다.

태양탑에서 사냥한 전갈.

독침에서 추출한 맹독을 정제하여 리오는 모두가 먹고 마시는 우물에 떨어뜨렸다.

마르지 않는 물은 마르지 않은 맹독이 되었고, 사막마을의 주민들은 그 우물에서 물을 퍼다 마셨다.

그 누구도 맹독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고 한 명 한 명 쓰러졌다. 어린 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모두가 가슴과 배를 붙잡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웃음꽃이 피어나던 마을은 순식간에 고통의 비명에 찬 마을이 되었다.

그렇게 이 마을은 사막의 일부가 되듯. 조용해졌다.

[54층을 돌파하셨습니다.]

[태양탑을 그 누구보다 빨리 오르셨습니다. 소정의 TP가 지급됩니다.]

[54층을 최단기간 내로 돌파하셨습니다. 이는 업적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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