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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14화 (114/190)

<-- 114 회: 4-13(제 35장 움직임) -->

“흠. 파티는 네가 직접 짠 건가?”

“예. 제가 리더고, 그동안 탑을 오르면서 만났던 분들로 구성했습니다. 다들 제몫을 하는 분들이라서요.”

“네가 다른 파티에 들어간 게 아니라면…. 괜찮을려나. 천하의 앤서러 리오가 호언장담 할 정도로 훌륭한 동료들이 있는 모양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단순히 자신을 걱정하는 말인 듯 싶어 리오는 작게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베로드는 맥주잔을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 그래도 하필 거기 근처에서 파티라니.”

‘내가 호언장담할 정도로 훌륭한 동료, 거기 근처에서의 파티…….’

품에서 담뱃대를 꺼내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상상해보았다.

제몫을 하는 파티원, 근처에서 파티결성.

그 말을 들을 때. 리오는 51층을 도전하고 있었다.

그 근처라고하면… 60층 이내의 층들을 말하는 것일 터.

‘파티, 제몫을 하는 파티원, 그리고55층.’

몸에 좋은 성분들이긴 하지만,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담뱃대를 빨아들었다.

뇌의 근육이 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며, 사고가 넓어진 기분이 들었다.

지금 쿠란의 파티의 상황과, 그때 그 말을들 연관지어 보았다.

추측이지만. 아마도…….

'55층은 솔로로 도전했을 때 더욱 쉬운 층이야. 그 당시 내가 파티를 결성했다는 것을 알고 베로드씨는 놀랐으니까. 그래서 그 근처의 층에서 하필 파티를 만들었다는 말을 내뱉은 거겠지.”

연결된 키워드들은 줄줄이 리오의 머릿속에서 퍼즐을 맞춰나갔다.

“그리고 내가 제몫을 하는 파티원들이라고 호언장담했지. 그 후에 베로드씨는 그렇다면 괜찮을 거다. 라는 투로 말했고.”

그쯤에서 리오는 쿠란의 파티와 연관지어보았다.

쿠란의 파티는 두 달동안 아무도 죽지 않았다.

그 이유는, 리오의 파티처럼, 제목 이상을 하는 파티원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전투에 부적합함에도 쿠란에 의해 파티에 가입한 일부 멤버들의 몫까지 전투를 한다.

하지만 55층은 그런 식으로는 돌파 할 수 없다.

파티의 인원에 따라 그에 맞는 난이도를 제공하는 탑.

여태 어떻게 해서든 통과할 수 있었지만, 55층은 아닌 모양이다.

모두가 1인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쿠란의 파티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파티원이 있다.

탑을 오르는데 필요가 없는 파티원이 있다. 그들을 태운 층에서 그들의 성장은 멈췄다.

55층은 파티의 모두가 55층에 걸맞는 소양이 필요하다. 그래서 두달 동안 정체되어 있다.

그 때문에…… 쿠란은 리오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제몫 이상을 하기 때문에 여태 혼자 올라온 리오에게.

담뱃대를 다시 집어넣은 리오는 TP를 소모해 대기실로 돌아갔다.

픽시는 차원의 틈에서 빠져나와 리오에게 물었다.

“TP를 소모한 만큼의 성과는 있으셨나요?”

“아. 그래. 55층이 어떤 곳인지는 알았어. 덧붙여 쿠란을 도와줄 방법도 알았고.”

“다행이네요. 어떤 방법인지 알려주 실수 있으신가요? 궁금하네요.”

리오는 입을 다물었다. 상황을 보고 딱 떠오른 방법은 하나.

하지만 그걸 실행할지 말지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 아직 말할 수 없어.”

“어떤 생각이신지 모르겠지만, 깊게 생각해보는 건 나쁘지 않죠.”

리오는 굳은 표정으로 탑을 나갔다.

제 35장 움직임

템플러 아지트에 도착한 리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깨진 병이 굴러다니며 한 걸음 옮길때마다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는 주점은 여전했다.

어둡고, 습하며 여전히 템플러라는 남을 믿지 못하는 종자들이 생활하기에 적합했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면 상대방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들어오는 빛은 아지트 가운데의 단상에만 집중 된다.

흉가와도 같아서 주눅이 들었다.

‘숫자는 여전하군.’

리오는 아지트에 모인 템플러들의 수를 어림잡아보았다.

페이스의 부름에 의해 처음 보였을 때보다 늘어나 있었다. 결코 줄어들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흐지부지하게 끝날 가능성은 없는 건가.’

오라클과 같은 조직은 결국 필요하다. 앤서러 리오로써도 필요하고, 템플러 리오로써도 필요한 존재다.

어디에나 악이 있는 건, 정의라고 불리는 ‘선’에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용할 수 있다면 내손에 넣어야겠어.’

굳은 얼굴로 리오는 단상 위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웅성웅성

리오가 자리에 앉자 아지트가 소란스러워졌다.

신생 오라클의 우두머리 자리에 욕심을 낸 건 단 둘.

템플러들을 모은 페이스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템플러였다.

페이스는 항상 우스꽝스러운 광대분장을 하고서 등장을 하니, 지금 단상위에 올라간 템플러가 남은 한쪽이라는 건 당연했다.

그 템플러가 앤서러 리오라는 사실은 까맣게도 모른 채, 아지트에 모인 템플러들은 단상 위의 리오를 보며 생각했다.

과연 이 자는 믿을 수 있을까. 아니, 믿음직스러운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우리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템플러인 이상,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는 건 죽음과 직결된다. 그 때문에 총수자리에 올라도 아무런 정보를 공개할 수 없고, 자신을 이끄는 상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명령을 받아야 한다.

그런 상관에게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능력뿐.

템플러들에게 얼마나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맛보게 해주는지 그것이 중요했다.

리오는 템플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템플러들이 원하는 건. 책임을 대신 짊어주는 리더가 아니었다.

템플러들을 한 대 묶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구심점의 역할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욕망의 아귀나 다름없는 자신들에게 얼마나 대단한 모험가를 사냥하게끔 해주느냐.

그 과정에 피해는 적어야하며, 이득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여야 한다.

‘어렵다. 하지만 그게 아니면 안 돼.’

총수가 된 이후의 계획이 여러 가지 있었다. 어차피 템플러라는 입장상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게 된다.

옛 오라클처럼 조직은 와해되고, 신생 오라클이 또 다시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자신을 방해할 것이다.

‘행동의의를 바꿔야해. 단순히 탑의 모험가가 빠른 성장을 위해 템플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단으로…’

생각에 빠져있을 때, 리오의 앞에 페이스가 나타났다.

자리에 앉자 페이스는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물었다.

“자, 오늘로 슬슬 막을 내리도록 하죠오, 우리 둘 중에 누가 더 총수에 어울리는 가. 전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해왔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이야기가 이 이상 길어지면 여기 보고 있는 친구들에게 미안하잖아?”

페이스는 그동안 진행을 질질 끌었던 이가 행동을 바꾸자 이채를 띄었다.

“오오오. 저처럼 이런저런 생각을 해오신 모양이군요! 그동안 제 말을 무시하는 것 같았는데! 귀담아 듣고 계셨군요! 이 페이스 기쁩니다.”

“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일단 네 의견이나 들어볼까? 광대가 얼마나 대단한 생각을 해왔을지 궁금하군.”

사실 리오는 페이스의 말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말투와 생긴 것처럼, 페이스의 제안은 시덥잖고 사회에 대해 모르는 풋내기들이 생각해올 법한 것들이었다.

‘신생 오라클 결성. 이라는 생각을 해온 걸 보면 딱히 멍청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주변의 템플러들도 따분한 기색이 되어 둘을 지켜보았다.

“역시 우수함을 가려내는 건 싸움이 아니겠습니까? 어떠십니까? 저 페이스와 듀얼을 해보는 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리오의 앞에 작은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듀얼에 응해, 당신에게 내려지고 있는 탑의 수호를 벗어내겠냐는 말이었다.

‘듀얼을 했다간 죽을 수도 있어.’

리오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한편, 페이스가 두려워졌다.

듀얼로 죽을 수도 있다. 그걸 알면서도 상대에게 제안을 한 것은 정말 미쳤거나 단순무식한 것이다.

“헤헤. 왜 그러십니까아? 후달리십니까아!”

리오는 심장이 작아지는 듯한 기분에 사로 잡혔다. 이런 도발은, 살기를 받아내는 것보다 두렵다.

“후달리다니, 나도 이런 방법은 좋아한다. 하지만 고작 듀얼로 조직의 총수를 뽑는 건 옳지 않지. 여기에 모인 이들이 원하는 건 싸움 잘하는 리더가 아니야. 그 정도는 알고 있을 텐데.”

“헤. 받아들이지 않을 걸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지능파잖아요. 어떻게하면 잔재주를 부릴 수 있을까, 자신이 원하는대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늘 그런 거만 생각하죠?”

“알고 있다면 다행이군. 그런 내가 제안하는 방법이다. 잘 듣도록.”

리오는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 생각한 것을 내뱉었다.

사실, 얼마 전 55층을 다녀오고 떠오른 방법이었다.

“우리 둘은 각각 파티를 하나씩 짠다. 각자 진짜 리더가 된 것처럼, 모든 템플러들을 자유롭게 거느리고 모험가들을 사냥한다. 결과는 우리 둘에게 지휘를 받고 모험가를 사냥한 템플러들이 정하는 걸로. 어때?”

페이스가 웃고, 주변에 있던 템플러들이 소란스러워졌다.

누가 진짜 총수에 어울리고, 그 자리에 걸맞는지는 직접 자리에 앉혀보면 된다.

어울리지 않는다면 끌어내리면 된다. 어차피 임시직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벌어지지 않는다.

리오는 템플러들에게 말했다.

“우리 둘 다 총수답지 않다면 너희들은 굳이 고를 필요는 없다. 다른 자를 또 다시 시험해보면 된다.”

“좋군. 나쁘지 않아.”

“의심만하기보다 직접 시켜보는 게 낫지. 이 방법이 좋겠어.”

“나는 리오의 제안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지트 전체가 부르르 떨릴 정도로 시끄러워졌다.

리오는 페이스를 보며 물었다.

“페이스. 당신의 의사는 어떻지?”

광대는 입이 찢어질 만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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