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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06화 (106/190)

<-- 106 회: 4-5 -->

그저, 본인의 수명대로, 죽을 때 까지 탈출 할 수 없는 수용소에서 생활을 해야 했다.

결국 리오가 한 일은 탑의 세계 이념에 어긋나는 짓이었다.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 모토가 그것인 세상에서 수용소를 만들고, 템플러는 대적할 수 없다는 오래된 규칙을 뒤바꿨다.

‘조금 책임감을 느끼겠지. 자신이 행한 일로 수백명이 이런 세상에서 고통을 받고 있으니.’

리오에게서 오라클을 뗄 수야 떼어낼 수 없는 관계였다.

‘하지만… 다시 오라클이 만들어지려고 하고 있어.’

어쩌면 또 다시 수백명을 수용소로 넣어야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신생 오라클도 결국은 리오를 노릴 것이다. 그 일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빈은 리오에게 템플러 아지트에 있던 모든 것을 말했다.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리오였지만, 빈의 말을 처음 듣는 척 하며 다시 생각에 빠졌다.

자신은, 그때처럼 다시 오라클 박멸 시킬 수 있을까.

“템플러들은 없앨 수 없듯이, 오라클, 아니 그 비슷한 템플러 단체는 결국 언젠가 나타나길 마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놀랄 것도 없죠.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이후의 방침 이죠? 제가 이전처럼 방해받기 전에 없애버릴지, 아니면…….”

뒷이야기가 입밖으로 나오기 전에 리오는 간신히 끊었다.

3년 전. 자신은 빈에게 절대로 오라클이 되지 않고, 템플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그러나 지금. 선택지에 템플러가 될 것이라고 말할 뻔했다.

말을 끊었으나 빈도 리오가 무슨 말을 할지 눈치 챘을 것이다.

빈은 방금 전 까지 보여주었던 부드러운 미소를 지웠다.

“… 템플러가 된 다면. 리오씨는 제 골렘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당신 하나만 보고 그 축복을 버렸다는 걸 알고 계시죠?”

“무, 물론. 그런 일은 없을 거에요”

엘프는 거짓과 진실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반 엘프인 빈은 할 수 없었다.

이미 템플러인 리오의 말을 철썩까지 믿고 다시 온화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 큰일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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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리오는 탑으로 향하기 전에 픽시에게 양해를 구했다.

“파티를 하고 있는 이상, 앞으로 널 부를 일이 적어질 지도 몰라. 괜찮아?”

픽시는 리오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홀가분하다는 듯 말했다.

“저도 언제까지 리오님의 곁에 있을 순 없어요. 그게 지금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뭐야 그 말. 언젠가 마치 내 곁을 떠난 다는 말 같은데?”

5년 간을 함께 해온 픽시가 사라진다는 건 리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쉬움을, 섭섭함을 토로하자 픽시는 리오의 이마를 살짝 주먹으로 쳤다.

“만약의 이야기에요. 만약. 정말 서른이나 먹고 여전하다니깐.”

“나에겐 너 뿐이야. 언젠가 기필코 너를 인간으로 만들고 말겠어!”

이상한 열의를 보이는 리오를 보고 픽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열정이 있으면 좀 더 탑을 오르는데 신경써보세요.”

“그 반응은 좀 섭섭한 걸. 진심이 담긴 말이었는데.”

“이종교배는 안돼니 뭐니 할 땐 언제고…….”

픽시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듯. 리오는 시계를 보고 말했다.

“이런, 너무 노닥거렸나? 시간이 벌써… 하여튼. 앞으로 파티를 맺고 행동한다는 걸 알고 있어줘. 집에서는 예전처럼 대해줄 테니까.”

“굳이 그런 거 말씀 안하셔도 저는 리오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보고 있거든요!”

“그래. 그랬지. 그래도 말을 해주는 게 도리잖아? 아차. 더 늦겠군. 이만 가볼게.”

리오가 뜀박질을 하며 집밖으로 나갔다.

그 대신 문단속을 하며 픽시는 중얼거렸다.

“어차피 마음속에 다른 여자가 있으면서…….”

마을 광장으로 도착한 리오는 먼저 도착해있는 파티원들에게 인사했다.

“조금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리오의 솔직한 사과에 칼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병장기를 점검했다.

“뭘, 리더가 밤새도록 파티를 위해 무언가 했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라면 조금 늦어도 상관없다.”

“그럼 다행이네.”

리오는 탑에 들어가기 앞서 어제 깜빡했던 것을 말했다.

“탑의 내부에 있을 때는 파티의 리더로써 명확하고 빠른 지휘체계를 위해서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양해 해주실 거죠?”

칼과 리사, 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가 반말을 사용하다고 해서 기분이 나쁠 정도의 사이가 아니었다.

“그건 당연하다. 뭐, 애초에 너랑 나랑은 툭툭 내뱉는 사이이기도 했고. 리사와 빈은 어떻지?”

“저도 괜찮아요. 리오씨에게 막대해지는 것 같아서 오히려 기분이 좋은데요.”

“아니 그건 좀……."

리오와 칼이 어색하게 웃었다. 빈은 괜찮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 그럼 슬슬 들어갈 준비를 하죠.”

파티일동이 자리에서 일어나 탑의 입구로 향했다.

리오가 남긴 소환사인 때문에 탑으로 향하는 모험가가 늘어난 탓일까, 탑 주변에는 모험가들이 긴 행렬을 만들고 있었다.

그 행렬의 가장 뒤에 섰을 때, 리오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는 것을 느꼈다.

“… ‘군세’인가?‘

“그러고 보니 이 시간대는 ‘군세’가 지나갈 때지.”

군세.

쿠란이 이끄는 파티를 일컬는 말이었다.

너무나도 파티의 규모가 크다보니, 쿠란의 파티를 주민들은 ‘마족의 군세’라고 불렀다.

“여왕님이 납시셨군.”

“그야말로 군대야 군대. 질서정렬 따윈 없지만, 규모를 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리오는 품에서 담뱃대를 꺼내었다.

본래 담배를 피지 않았지만, 리오의 마법은 때문에 애용하기 시작했다.

리오의 마법은 ‘상상’에서 이루어진다. 정신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할 땐, 담뱃대로 머릿속을 비웠다.

“후우….”

담배를 피기 시작하자 칼은 웃음을 터트렸다.

“어울리지 않게 담배를 피기는, 꼭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놈들이 담배를 피던데. 너도 그런 건가?”

“그냥 골치 아픈 일이 있으면 자주 피는 편이야. 애초에 이건 몸에 나쁜 것도 아니다.”

“골치 아픈 일이라…….”

칼은 리오의 골치 아픈 일이 무엇인지 금방 알아챘다.

한 때 함께 파티를 했던, 쿠란을 보면 머리가 아파오는 것이다.

겉으로는 쿠란에 관한 모든 걸 정리했다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자기 마음을 마음대로 정리할 순 없는 법이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 사실을 깨닫고 리오가 담뱃대를 무는 걸 무어라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정적을 ‘군세’의 주인이 다가와 깨뜨렸다.

“야호! 리오! 들었어 50층을 돌파했다며! 축하해! 홀몸으로 거길 통과하다니! 정말 대단한 걸? 역시 그때 널 버리지 않고 함께 올라갔어야 했어. 그랬다면 지금쯤 어디까지 갔을지…….”

망상에 빠진 쿠란을 보고 리오는 한 마디 내뱉었다.

“그랬다면 분명 더 위로 올라갔겠지만, 군세를 가질 수 없었을 테지.”

“응. 어쩌면 탑을 오르지 않고 리오의 아이나 기르고 있을 지도 모르지! 근데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리오의 입술 사이로 허연 담배연기가 흘러나왔다. 한숨을 대신하듯 하늘로 올라갔다.

쿠란이라는 여자는. 이런 여자다.

보통 사람이라면 화들짝 놀라고, 보통 여자라면 하지 않을 말을 툭툭,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본인은 그저 감정이 일체 담기지 않은, 이익을 일일이 따져 리오에게 내뱉는 것일 뿐.

거기에 ‘연정’이라는 감정은 없다.

방금 전의 말도 리오에겐 ‘추파’처럼 들렸지만, 결코 추파가 아니다.

그저.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소원을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방금 전의 말에 리오는 내심 당황을 했다. 하지만 곁에 있던 리자드 맨 부부나 빈은 놀란 기색이 없었다.

이종족과 자신의 차이.

단 한 마디에 인간은 큰 결심을 하고, 이종족은 그 한 마디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알고 있어. 쿠란은 진짜 아무런 감정도 없이. 상인처럼 손익을 따져 해본 말이라는 걸.’

한 가정을 차린다는 인생의 중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그 때문에 리오는 자신의 감정을 쿠란에게 표출 할 수 없었다.

이어지면, 그 끝이 자신에게 결코 좋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담뱃대를 한 번 쭉 들이키고 리오는 입을 열었다.

“오늘은 무슨 용무지? 단순히 날 축하 하러 온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니. 정말 축하를 하고 싶어서 그래. 나는 이렇게 많은 파티원들을 데리고서도 이제 막 55층인데! 리오는 홀 몸으로 50층이잖아? 어떤 고난이 있었을지 난 상상 할 수도 없어!”

“… 비슷한 말을 40층을 오를 때도 들은 것 같은데.”

리오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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