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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05화 (105/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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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멤버가 바로 리자드 맨 부부. 칼과 리사였다.

"아아, 그 이야기를 꺼낸 게 꽤 오래전이었잖아. 잊어버렸어. 미안."

"설마 이제와서 생각을 바꾼 건. 아니겠지?"

리오는 리자드 맨 가족을 집 안으로 들이며 말했다.

"예정대로 함께 오를 생각이야. 이제 나 혼자의 힘으로는 벅차."

"다행이군. 말이 없길래 여전히 혼자 오르나 싶었다."

웃음을 터트리며 리오는 그에게 책상 위에 있던 책을 던졌다.

"난 이런 짓까지 하면서 올랐어. 더 이상 단독행동을 하기엔 힘들더군."

리오가 던진 책은 각 층의 공략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세세한 정보들이 담겨있었다.

"홀몸으로 이런 걸 만들어내었다니."

"어쩔 수 없어.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잔재주뿐이야. 아무리 나에게 앤서러와 흑마법이 있다고 한 들, 대처 불가능 한 것들은 있으니까."

대처 불가능, 실수. 그런 것들은 연약한 인간에게는 바로 죽음으로 직결된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사소한 일도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행동하여 탑을 올랐다.

"뭐, 그런 것도 이제 끝이라고 생각해. 적어도 당신과 리사씨가 있으니까."

"점찍어둔 다른 멤버는 없나?"

칼의 말에 리오는 콧잔등을 매만졌다.

당장 누군가가 떠오르긴 했다. 하지만 권하기에는 짊어지고 있는 책임이 너무나도 컸다.

애초에 그녀는 자신처럼 한 파티의 리더였다.

예전에야 풋내기 모험가였지만, 지금은 탑의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파티의 리더다.

'쿠란….'

"설마 쿠란씨를 떠올린 건 아니겠지요? 리오씨?"

리사의 말에 리오는 흠칫 놀랐다.

"그녀를 데리고 올 수 없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아, 알고 있습니다."

3년 전, 꽤나 큰 규모의 파티를 데리고 다녔던 쿠란.

지금은 '군세'라고 불릴 정도로 초거대한 파티를 이끌고 있었다.

'나는 왜 아직도 쿠란에 대한 마음을 깨끗이 버리지 못하는 걸까.'

분명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집착하고 있다.

'끝이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욕심을 내는 건, 소유욕인가?'

쿠란을 파티로 데려오고 싶다는 마음을 포기하며 리오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자신의 파티로 올지 안 올지 아직 모르지만. 오는 순간 그녀가 짊어지고 있던 책임은 모두 자신에게 온다.

혹, 그녀가 버리고 온다면 그 군세의 원망은 모두 자신에게 오개 된다.

그래서 일어나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쿠란 말고 다른 인물이라면…….“

점 찍어든 인물이 한 명 있었다. 모만씨와 함께 오라클에서 빠져나온 반 엘프.

“빈이라는 하프 블러드와 아는 사이입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편이고, 아마 함께 가자고 하면 거부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녀도 제가 위로 올라오기를 기다렸거든요.”

“정확히 몇 층까지 올라갔는지 모르는 건가?”

칼의 물음에 리오는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나 전 사서장 빈이 어디까지 올라갔었는지 들은 기억이 없다는 걸 알았다.

“모르겠…….”

똑똑.

리오가 모르겠다는 말을 하려는 찰나, 누군가 출입문을 두들겼다.

잠시 대화를 중지하고 문으로 향하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모만님이 리오님에게 가보라고 하시더군요.”

“빈씨…….”

때 마침 그녀의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차에 나타나다니, 리오는 우연이라기보다 모만의 능력에 감탄했다.

탑의 축복 : 위상을 가진 모만은 리오가 분명 빈에게 용무가 있을 것이라고 그녀를 보낸 것이다.

“… 마침 당신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들어오세요.”

반은 엘프이며, 반은 마족인 빈.

하프 블러드인 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오자 리자드 맨 부부는 흠칫 떨었다.

“이거 이거, 대단히 귀한 몸이셨군.”

“반가워요. 리오의 친구인 리사라고 해요. 이쪽은 칼, 그리고 이 아이는 로라 라고 하죠.”

빈은 그 둘이 익숙한 마냥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칼님, 리사님. 빈이라고 합니다.”

칼은 빈의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우리와 함께 탑을 오르기에는 충분한 것 같군.”

“탑……?”

모만에게 마냥 탑으로 향하라고 들었던 빈이었다. 자조지종을 모르기에 리오는 설명했다.

“슬슬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벅차더라고요. 슬슬 파티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빈은 이제야 상황이 파악된 듯. 템플러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 그 말을 기다렸어요. 리오님.”

머쓱해진 리오는 우물쩍 손을 내밀었다.

“조금 늦은 것 같지만, 저와 함께 탑을 올라가주었으면 해요. 빈씨.”

“거부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미 리오님과 함께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녀가 손을 마주 잡았다. 이 행동을 탑이 파티결성으로 받아들이고 둘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파티를 결성하시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이어서 칼과 리사를 파티에 초대했다.

“…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드디어 인가… 헌데 언제부터 탑을 오를 생각이지?”

칼의 물음에 리오는 당장 다음 층을 공략하기보다, 호흡을 먼저 맞춰보기로 했다.

“내일은 적당한 층에서 연습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왕 만난 김에 서로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죠.”

리오는 서로의 특기와 성격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단순한 자기소개겸 대화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서로에게 맡길 역할을 나눌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빈씨도 우리와 같은 층이야. 일단 일정은 이렇게 해둘까.’

파티원의 특기를 적은 수첩을 접자, 빈이 물어왔다.

“파티는 이렇게 네 명이 끝인가요?”

“마음 같아서는 한두 명 더 데리고 다니고 싶지만, 지금 당장 파티에 끼워 넣을만한 분은 떠오르지 않군요.”

리오는 파티 구성원의 강함보다, 다른 것을 우선시 하기로 했다. 그래야 자신이 염려하는 배신 따위의 행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일단 서로 죽이 맞아야지.’

빈과 리자드 맨 부부는 서로 잘 섞인 듯 했다. 걱정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 그럼 오늘은 이 정도로 하도록 하죠. 어차피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할 사이잖아요?”

리오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부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빈씨는 자택으로 돌아가지 않으세요?”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어머,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어서 가볼게요.”

묘한 오해를 하며 리사는 칼과 딸을 이끌고 밖으로 향했다.

집에 빈과 둘만 남은 리오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 리사씨는 저런 분이시지요. 이해를 해주세요.”

“괜찮아요. 저도 오늘 밤이 기회다. 하고 생각해서 남은 걸요.”

“… 네?”

평소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빈이었다. 어쩌면 밤이 되어, 그녀의 핏속에 흐르는 마족의 혈기가 들끓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농담이니깐. 그렇게 당황하는 거 보면 저도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잖아요.”

입을 가리고 웃는 빈을 보고 리오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그래서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란 뭐죠?”

빈은 아무렇지 않게 이 분위기를 무너뜨리는 말을 내뱉었다.

“… 실은 얼마 전에 템플러들의 모임이 있었어요. 템플러 아지트에서 있던 일인데…….”

리오는 빈이 신생 오라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현재, 리오가 탑의 축복 : 템플러를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모만과 케일, 자신의 가이드 픽시. 그리고 그 광대분장을 한 페이스 뿐이었다.

모만은 빈에게 리오가 템플러라는 사실까지는 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마 내가 템플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빈은 실망을 하겠지. 그토록 템플러가 되지 않겠다고 했는데…….’

리오의 속마음을 모르는 채로 빈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옛날부터 템플러 아지트에 자주 나타나던 페이스라는 주민이 있었어요. 그 주민이 이번 모임에서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내었거든요. 바로 오라클을 다시 만들자는…….”

빈은 거기까지 말하고 리오의 안색을 살폈다.

이 남자가 행한 오라클 박멸은 정의로운 일이기도 했지만, 잔혹한 일이기도 했다.

인간 리오가 드라칸 안드레이에게 넘긴 오라클 명부.

그 명부에 적힌 모든 템플러들은 드라칸이 특별히 만든 수용소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탑의 세계 특성상 병으로 죽을 일은 없다. 마을에 수용소가 있기 때문에 사고로 죽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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