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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04화 (104/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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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에 페이스가 잡히질 않아.'

그 생각을 읽은 마냥 페이스는 지붕 위에서 말했다.

"탐색은 분명 좋은 축복이지만, 사용자의 머리 위는 탐색하지 않아요오. 오로지 바닥과 정면 뿐이죠. 헤헤. 이런 걸 모르고 계셨을 줄이야. 축복에 기대는 건 결코 좋은 습관이 아니라고요?"

축복을 사용하던 리오조차 모르던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심지어 리오가 축복 : 탐색을 가지고 있던 사실 조차도.

페이스가 가진 축복과 능력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리오는 입을 열었다.

"무슨 용무지?"

"오늘 어떠셨나해서요오. 소감을 듣고 싶었습니다아."

히죽 히죽 웃으며 그는 지붕에서 내려왔다.

깃털처럼 내려오며 그의 허리 뒤에 있던 대거들이 언뜻 보였다.

'주무기는 대거인가, 민첩성은 좋은 것 같고… 상대하기 껄끄러운 타입이군.'

언젠가 적이 될 사이였다. 리오는 상대에 대한 정보를 하나 둘 모았다.

"소감이라… 나쁘진 않았어. 놀란 부분도 있었고."

리오는 입술을 씹었다.

"설마 신생 오라클이라니,"

"뭐, 리오님이라면 예상 가능할 만한 이야기 아니었나요? 오라클과 같은 단체는 반드시 언젠가 나타날 거라고."

"그렇지, 생각해보면 벌써 나타났다는 느낌은 아니군, 너무 늦었다는 감이 들어."

"늦은 만큼 다들 열심히 해줄 겁니다. 그동안 쌓인 게 많았으니…."

"글쎄, 어떨까. 내 소환사인이 있는 이상, 이전의 오라클 멤버 전원이 다시 가담한다 해도 힘들 것 같은데."

자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리오라는 인간은 강하다.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소환사인은 존재하며, 템플러들에게 주민들이 학살당하는 경우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리오님은 신생 오라클의 활동이 힘들거라고 보시나요? 얼마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주민들의 성장곡선은 수직상승을 하고 있다.

탑에서 살아남는 법을 모두 알고 있다.

아르토를 쓰러뜨리고 지난 3년간 해온 일은 이제와서 덮어버릴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지. 아마 내가 손을 대지 않아도, 신생 오라클은 사라질 거야."

페이스의 광대분장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입을 막고 웃음을 참는 기력이 역려했다.

“말과 행동이 뒤죽박죽이신데요오?”

킬킬. 웃으며 그는 품에서 하드커버로 이루어진 책 한권을 꺼내었다.

그 책에는 오늘 모였던 템플러들 중, 신생 오라클 결성에 동의를 한 템플러들의 사인이 적혀있었다.

“결국 사라질 조직인데요오? 뭐가 걱정이 되어서 리오님은 가입을 하신 건가요오?”

리오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으로써 오라클은 이전처럼 대단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 하지만 불안감이 들었다.

‘조타수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지겠지.’

말하자면 일말의 걱정, 손톱만큼 남아있는 걱정 때문이었다.

“뭐, 무슨 생각이신지는 대강 알겠어요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실지 두고 보겠습니다아.”

페이스는 책을 다시 품에 넣었다.

“조만간 영수를 뽑게 될 겁니다. 그때 뵙도록 하죠. 템플러 리오씨.”

앤서러 리오가 아닌 템플러 리오로 불렸다.

리오는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제 32장 필요성

아르토와의 싸움 이후.

리오는 스스로 2년간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그 전까지 21세기 지구를 살아갔던 인간이기를 고집했다면, 지금은 그저 ‘인간’이기만을 고집했다.

상상에 제약을 주던 ‘상식’을 조금씩 저버렸다.

행동에 제약을 주던 ‘윤리관’을 조금씩 저버렸다.

리오에게 제약을 주던 ‘신태준’을 없앴다.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건, 리오라는 또 다른 개체라고 인정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기서 탈출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편안하게 모든 것을 버리고, 인정하고 나니 목표들이 생겨났다.

우선은 탑 주민들의 성장을 노린 ‘소환사인’

주민들이 성장한다면, 탑의 난이도가 올라가게 된다. 곧 자신의 귀환은 멀어지고 만다.

이 사실을 리오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당초의 목적을 위해서 실행했다.

주민들이 모두 탑을 올라 귀환을 시키기 위해서.

이렇게, 한 세계에 과거의 자신을 소환하며 리오는 상식을 버렸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상상조차 못했던 것을 저지르고 나니, 그 다음으로 윤리관 일부를 포기하는 것은 쉬웠다.

아르토처럼, 또 다른 인간을 소환해내어 리오는 그 자의 TP와 재능을 강탈했다.

리오는 오로지 동족만을 템플러로써 죽였다.

비록 전성기의 조상을 소환해내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리오는 ‘약한’조상을 소환함으로써 힘을 축적했다.

결국, 자신은 다른 조상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귀환을 위해서 누군가를 죽이고 빼앗는다.

자기합리화를 하며 탑을 오르기 시작하다 어느 날 깨달았다.

자신은 탑을 오를 때 마다, 신태준이라는 인간을 떼어내고 있었다고.

‘이제 와서 깨달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인간성은 이미 1층에서 탑의 축복 : 강탈을 깨닫는 순간.

처음으로 이종족의 목숨을 빼앗는 순간부터 없어지고 있었다.

한 층 한 층.

‘20층 시절의 나는 템플러를 증오하고 경멸했지.’

하지만 지금의 리오에게는 신태준이라는 인간의 반절이 사라졌다.

그 때문에…

‘무심코 페이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 거야. 나는 결국 템플러니까.’

템플러 아지트에서 리오는 오라클의 재탄생을 목격하고, 무심코 가입의사를 밝히고 말았다.

물론 그 자신이 드라칸의 제자 리오고, 인간이라는 부분은 밝히지 않았다.

가명으로 가입했다.

‘마음의 안식처. 까지는 아닌가? 기둥이 필요한 거야. 내가 템플러로써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종족도 죽일 이유. 원동력, 동기.’

스스로를 분석했다.

자신은 결국 템플러가 되었고, 고집하던 지구인으로써의 자존심은 모두 저버렸으니, 마음대로 하고 싶다.

‘이래선 안되는데…….’

아직도 자신의 손으로 죽인 한 남자가 생각났다.

앞으로 다른 건 죽이지 말고, 오로지 인간만 죽이라는 남자.

최초로 리오에게 살해당한 지구인.

아르토와의 약속을 지켜야한다. 그는 약속 때문에 죽었고, 자신에게 TP와 축복을 넘겨주었으니까.

“… 정신 차리자. 지구로 돌아갈 거잖아.”

“뭘 그렇게 궁시렁거리지?”

리오에게 낯익은 리자드 맨이 말을 걸어왔다.

한 가정을 책임지게 된 칼이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함께하는 아내 리사와 딸이 있었다.

리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리사는 딸을 앞으로 밀며 말했다.

"뭐하니, 인사해야지."

어머니의 부추김이 있었으나, 딸은 아버지의 뒤에 숨었다.

"안녕, 오랜만이네."

리오는 먼저 말을 걸어보았다. 친근하게 대했으나 별 효과는 없었다.

"인간은 아직 낯선 모양이야. 이해 해주겠나?"

인간이 낯선 것도 한 몫 하겠지만, 자신에게 도는 소문 때문이라고 리오는 생각했다.

"괜찮아. 그보다 무슨 볼일이지?"

예정에 없던 칼의 방문이었다. 가끔씩 이렇게 찾아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가족 전체를 대동하고 오지는 않았다.

칼은 리오를 보고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볼일이냐니, 나와 했던 약속을 잊었나? 그 때문에 난 꽤 오랫동안 탑을 오르지 못했는데."

그제야 리오는 잊었던 걸 깨달았다.

1층부터 50층까지 리오는 5년이 걸렸다.

초반에는 하루에 한 층씩 오를 정도로 진행이 빨랐지만, 50층에 가까워질 수록 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계속해서 이렇게 탑을 올랐다간, 언제 귀환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리오는 이제야 파티를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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