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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03화 (103/190)

<-- 103 회: 4-2 -->

이번 모임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템플러들만 알고 있었다. 템플러가 아닌 자들은 확실히 이번 모임을 모르고 있었다.

'모른 척 하고 있는 걸 수도 있지만, 그 여자에게는 이 축복은 필요가 없고, 사용할 이유도 없지. 넌지시 떠보았지만 확실히 모르는 것 같았어.'

'그녀'란 리오와 한때 파티를 맺었던 쿠란을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그녀는 거대한 파티의 리더였다. 오라클이 없어진 이상, 그녀를 노리는 템플러는 없었다.

거기다 승승장구 하고 있는 그녀는 탑을 오르는데 딱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상대의 TP를 갈취하는 축복 템플러는 필요가 없다.

'이곳에 모인 주민들은 모두 템플러야. 그들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왔겠지. 정말, 저 페이스가 자신들의 신원을 알고 있다면… 명줄이 잡힌 게 되니까.'

그탓에 모두가 여기에 모이고, 떠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약점을 쥐고 있는 자가 무슨 용무로 자신들을 불러내었을지 알기 위해.

그것은 리오도 마찬가지였다.

페이스는 단상 위에서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흰 종이를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아아. 여러부운. 제가 오늘 이렇게 모이자고 한 이유는, 한 가지 의논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아."

좌중을 훑어 본 페이스는 말을 이었다.

"의논이란… 여러분도 잘 아실 리오라는 한 인간에 대해서 입니다."

그 말을 듣고 리오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본인을 불러놓고, 템플러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도일지 알 수가 없었다.

템플러들도 리오라는 말을 듣고 우왕좌왕거리기 시작했다.

"리오에 대해서라고?"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곤란해."

광대는 손뼉을 쳤다. 작은 소리였지만 모두 입을 다물게 하기엔 충분했다.

"아직 본론도 꺼내지 못했다고요오. 벌써부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아."

"난 3년 전 1층 사건 때 그 인간과 싸워보았어. 만약 리오를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라면, 나는 듣지 않은 걸로 하겠어."

어느 템플러가 기어코 자리를 일어섰다. 페이스는 그 생김새에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로 말했다.

"그럼, 언제까지 리오를 못 본채 가만히 둘 것입니까?"

"딱히 가만히 둬도 상관없지 않나? 어차피 우리야 이득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

광대는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분장 때문인지 기괴하게 보일 정도였다.

"이렇게 멍청할 수가, 아직도 탑의 이변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니, 그자가 움직이고 3년이나 지났건만."

리오는 페이스가 내뱉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이 세계에 무엇을 변화시키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당신들의 명줄을 쥐고 있는 건 접니다. 여기에 있는 모든 템플러들의 신원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3년전 리오가 모든 오라클의 정보를 공개했듯이요."

"모든 걸 리오와 연관지어서 설명할 필요는 없다."

"아니요. 리오와 연관지어서 설명해야 합니다. 그는 오라클에 이어 템플러의 설 자리조차 잃게 만들 겁니다."

광대는 품에서 익숙한 그림이 그려진 양피지를 꺼내어 모두에게 보였다.

세 개의 다리를 가진 까마귀.

삼족오였다.

"이게 무엇인지 알고 계실 겁니다. 최악의 마법사라 불린 알터의 제자. 동시에 드라칸의 제자이기도 한 리오의 소환사인 입니다. 이걸 통해서 우리 모두는 탑을 오를 때, 리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환사인은 템플러들 조차 이용하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소환 된 그는 분명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탑을 오르는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최악의 상황이 오는 것만을 방지하고 있죠. 여기계신 여러분들은 그 행동의 의미를 아직도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그가 한 이 행동으로 인해, 3년전과 지금 '탑'이 변화 했음에도요."

가면 속에서 리오는 웃었다. 이제와서 그걸 깨닫기엔 템플러들은 늦었다.

쏟아진 물을 말려도, 흔적이 남는 것처럼. 이미 어쩔 도리가 없었다.

"최악의 상황만 방지하고,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주민이 모든 일을 헤쳐나가길 지켜본다. 이 행동의 의미는 '성장' 입니다. 그는 소환사인을 이용한 주민들을 성장시키고 있어요!"

광대의 말에 리오의 웃음은 짙어졌다. 자신의 행동의미를 그는 제대로 파악 하고 있었다.

"모두 아직도 눈치채지 못하신 겁니까? 하! 멍청한 놈들. 모두 탑을 처음 들어올 때 나눠준 가이드 북은 어디에 두셨습니까? 모두 읽어보시긴 한 겁니까?"

리오는 가이드 북 같은 것은 받지 보지 못했다. 가이드 픽시가 있기 때문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지급이 안된 것이었다.

템플러 몇이 책자를 꺼내어 읽어보기 시작했다.

곧 중심에서 시작된 동요는 이곳의 모든 템플러들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책자에 적힌 '성장'과 관련 된 이야기는 단 하나였다.

'탑의 난이도는 이 세계에 생활하는 모든 주민들의 전투력 평균으로 정해진다.'

"이런 일을 꾸미고 있을 줄이야."

마족으로 변장한 어느 템플러의 말이 아지트에 울렸다.

모두가 이제 깨달았다.

주민들의 성장은 탑의 난이도 상승.

귀환의 길은 더욱 어려워지고, 템플러의 먹잇감인 주민들은 손쉽게 당해주질 않는다.

"무슨 짓을…."

"저는 오늘 이 이야기를 하려고 여러분을 모은 것이 아닙니다.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답을 가리기 위해서 입니다."

리오의 웃음이 지워졌다.

무엇을 타파겠다는 거냐. 이 상황은 모두에게 득이 되는 상황이지, 결코 나쁜 상황이 아니다.

누구나가 성장을 할 수 있고, 도움을 받아 탑을 오를 수가 있다.

리오는 탑에서 일어나는 모든 위험한 일을 대신해서 막아줄 수 있다.

좀 더 이롭게 개선을 할 지언정, 결코 타파할 상황이 아니다.

단지, 남의 것을 빼앗아 성장하는 템플러들에게만 좋은 상황이 아니다. 그들의 사냥감이 성장하면 자신의 성장도 더뎌지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놈들.'

리오가 냉소를 내뿜었을 때, 페이스는 자신있게 말했다.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해온 모양이었다.

"이 상황은 오래 끌면 좋지 않습니다. 그가 소환사인을 남기기 시작한지 이미 3년이나 흘렀어요. 이미 늦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템플러들은 모두 힘을 합쳐 리오에게 대항해야 합니다. 비록 그를 직접적으로 처리를 할 수 없지만. 우리의 자주권! 남을 살해하여 약탈한다는 템플러의 의지는 행해져야 합니다! 탑은 그걸 바라고 있을 거 에요!"

웃음이 나올 뿐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리오는 곧 그가 한 말의 속뜻을 깨달았다.

'설마…'

얼굴이 경직되고 호흡이 가빠졌다.

페이스는 리오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저는 제안을 드립니다."

광대답게 히죽 웃으며 그는 본래의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템플러들의 조직, 오라클을 부활 시키자고."

@

리오는 길드에서 나왔다.

온갖 변이 마법을 연속으로 시전하며, 혹시 모를 스토킹에 대비했다. 그후 일부러 번잡한 도로로 나왔다.

주민들에게 밟히지 않게끔 한참을 이동하고, 은근슬쩍 좁디 좁은 골목길에 들어갔다.

'이 쯤이면 됬겠지.'

변신을 풀기 전에 리오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골목길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은 마치 다른 세상인 마냥 들려왔다.

'아무도 없군'

혹시 자신을 쫓는 이들이 있을까 싶어 한 행동이었다.

안심하고 본 모습으로 돌아가는 순간,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헤에, 까마귀 가면으로 변장하고 계셨군요오."

화들짝 놀라며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붕 위에서 리오를 내려다보고 있는 광대가 보였다.

'분명 없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이로써 리오가 템플러라는 사실을 빼도박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어차피 광대는 자신의 정체를 모종의 방법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리오는 그 점에 대해 크게 놀라지 않았다.

"오늘 본 재주 중에서 가장 놀랐다. 분명 내 주위엔 아무도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나타나다니."

리오는 탑의 축복 : 탐색을 가지고 있다.

자신 주변의 장소를 말 그대로 탐색 할 수 있는 축복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물체, 혹은 경계 해야 하는 것이 모두 시야에 나타나는 축복이었다.

그리고 그 축복은 지금도 발동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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