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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100화 (100/190)

<-- 100 회: 3-34 -->

‘왜, 왜 그러지?’

부담스러울 만큼, 진지한 눈빛으로 리오를 뻔히 들여다보다, 그는 씨익 웃었다.

“네 녀석들을 위해 방금 전까지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나는….”

아르토는 리오의 이름을 말하려다 멈칫했다.

앤서러 리오. 앤서러는 이름은 자신의 성이기도 했다.

왠지 이름을 빼앗기는 것 같아서 불쾌감이 들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리오의 시대. 리오의 시간대. 리오의 탑이다.

‘어쩔 수 없나.’

“여기 있는 앤서러 리오와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너희들이 왔다고 해서… 리오와 계속 싸울 필요까진 없거든.”

“그 말은 우리와 대적하겠다는 것이오?”

눈웃음 흘리며 아르토는 대검을 쥐었다.

“아르토씨…?”

리오는 아르토의 말과 행동에 화들짝 놀랐다.

아르토의 몸은 리오와 다르게 여전히 열과 군데군데 피를 내뿜고 있었다.

당연하다. 인간의 몸으로 할 수 없는 것을 했으니, 본인에게도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리오는 즉각 응급처치를 했고 아르토 본인은 하지 않았다. 그 차이로 인한 결과였다.

“… 지금이라도 포션을!”

호들갑을 떠는 리오를 보며 아르토는 웃음을 터트렸다. 방금 전까지 욕을 내뱉으며 싸우던 대상을 걱정하다니, 리오는 틀림없는… 지구인이었다.

자신과 달랐다.

“필요 없어. 그런 건 계집들이나 쓰는 거지.”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멋을 부려서 무슨 이득을 보겠다고!”

리오는 아르토에게 어떻게 해서든 힐링 포션을 건네려했다.

그러나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오라클들이 아니었다. 그들 중 노련한 궁수가 활시위를 당겨 포션을 맞추었다.

쨍그랑!

“아….”

“이런….”

값비싼 포션이 바닥에 부딪쳐 깨지고, 리오와 아르토의 시선이 화살을 쏘아낸 궁수에게 돌아갔다.

둘의 시선을 받은 궁수가 뒷걸음을 친 순간. 아르토와 리오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오라클이라면 일격필살의 각오로 활시위를 당겼어야지?”

오라클들을 향해 둘이 움직인 순간. 싸움은 시작되었다.

누군가를 살해하는데 숙달된 아르토는 대검을 휘둘러 목숨을 앗아가는데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그에 반해 리오는 애초에 무기도 없거니와 가진 것은 두 손 뿐이었다.

축복도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은 배운 앤서러뿐.

자신과 아르토에게 향해지는 모든 공격을 방어해내고 공격을 되돌려주는 행위를 했다.

공방일체.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라클들은 예상치 못했던 또 한 명의 적에 대해 당황했다.

“이, 이런!”

“저 자식은 뭐야!”

리오의 앤서러에 대해서 모두 알고 있었지만, 아르토에 대해서 오라클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그야 당연하다. 아르토도 그들과 똑같이 탑의 축복 : 템플러를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이 축복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방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무슨 종족인지, 무슨 냄새를 내는지, 무슨 무기를 들고 휘두르는지…….

오라클 한 명이 갑작스럽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순식간에 상공 수십 미터로 떠오르더니 잠시 뒤 어느 지점에 운석처럼 떨어졌다.

아르토는 축복에 집중을 하기 시작하는 듯. 자리를 고정하고 주변의 템플러들을 하늘로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앤서러에 자신이 있으면 날 좀 지켜봐!”

“예?”

갑작스런 말에 당황스러웠으나, 리오는 자연스럽게 대처했다.

이제부터 공격은 아르토에게 맡기고, 자신은 방어에만 집중하는 것.

절대로 자신을 비롯해서 아르토가 다치지 않도록.

그 모습은 캐스팅 중인 마법사가 방해 받지 않도록 하는 검사를 보는 듯 했다.

“… 그러고 보니.”

정신없는 사투중에도 리오는 실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예전 일이 떠올랐다.

먼 엣 날이라고 할 만큼은 아니지만, 자신이 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앤서러를 익히기 전의 시절이 떠올랐을 뿐이었다.

‘… 그래. 당신 아들. 테일러를 만났을 때. 당신 아들과도 이렇게… 싸웠지. 나는 방어를 하고, 테일러는 공격을 하고… 그리고 마지막엔 싸웠어.’

1층에서 아르토와 이렇게 싸우고 있고, 2층에서 테일러를 만났던 걸 보면,

결국 그때의 싸움과 죽음은 우연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전투 중에 웃을 정도로 여유가 있나 보군? 실제로 이미 끝났지만.”

아르토가 비아냥거리며 리오의 어깨를 쳤다. 숨을 헐떡거리는 것이 마치 마법을 사용하고 난 후의 리오를 보는 듯 했다.

“… 괜찮으십니까?”

“내 몸을 걱정 해주어야할 역할은 네가 아냐.”

리오는 여전히 자존심을 내세우는 그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 다가가 힐링포션을 건내려는 찰나…….

부르르르르르!

“… 맙소사.”

“바퀴벌레 같은 자식들. 오크보다 징한 놈들이야.”

하늘에서 떨어진 오라클들의 시체가 이곳저곳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오와 아르토의 앞에 다시 새로운 적들이 나타났다.

“… 이봐. 난 분명히 오라클의 잔당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방금 전이랑 이걸 보면 결코 잔당이 아닌 것 같아?”

리오는 또 다시 나타난 오라클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아뇨. 잔당들은 아까가 마지막이었겠죠… 지금은 그저 그겁니다. 탑의 축복 : 템플러를 구입한 탑의 모험가들. 아르토씨처럼 템플러를 구입했지만, 오라클이라는 조직에 속하지 않은 인물들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 그런가. 그렇지. 그렇다면 나랑 똑같은 놈들이군.”

아르토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라클은 없어졌다. 하지만 앤서러 리오에게는 내부의 적이 남아있다.

탑의 축복 : 템플러를 구입한 탑의 모험가들.

리오에게 있어서 그들이나 오라클이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오라클이라는 적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저 조직 하나, 단체가 없어졌을 뿐.

얼마든지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앤서러 리오는 과연. 그런 적들을 상대로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 나는 힘들었지.’

자신도 힘들었고, 자신의 위의 선대도 힘들었고, 그 위도 힘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악인이 되었다. 모두 악인이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다.

리오처럼 선행을 하며 탑을 오르고 싶었다. 인간이기를 유지하며 오르고 싶었다.

하지만 탑은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위로 오르면 오를수록 인간의 때를 벗어야 한다.

‘… 나는 인간의 때를 진 작에 벗어버렸지. 그래서… 귀환을 포기하고 이종족과 사랑에 빠지고 그냥 살아가는 것에, 욕구를 충족하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지.’

리오에게 소환되고 아르토는 자신의 미래를 모만에게 들었다.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

어차피 과거로 돌아가도 기억을 못할 테니까, 허무에 가까운 존재다 보니, 모만은 들려주었다.

탑의 모험가들을 마지막 층까지 유도하고, 모두 살해했다.

그로 인해 탑의 난이도를 낮춰 마지막 층을 통과했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자신에 대해 자신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아르토는 수긍했다.

20층을 오르고 있는 아르토라도, 만약 그런 기회가 온다면 똑같은 일을 저지를 거라고.

‘리오는 그래선 안 돼. 나를 비롯해서… 다른 선조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성장해서는 안 돼.’

그리고 본인도 그걸 원하고 있다.

인간이길 원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괴물이 되고 싶어 하질 않는다.

아르토는. 리오를 이종족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까 인간으로 죽고 인간으로 귀환하고 싶다고 했지? 그렇게 큰 소리 쳤는데 한 번 해봐야지?”

“뭐…?”

아르토는 의아한 말에 대답하기도 전에 몸의 띄웠다.

중력을 조작하여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갔다. 1층으로 침입한 템플러 몇이 따라왔지만… 아무리 날개를 가진 이종족이더라도 중력술사 앞에서는 무력했다.

순식간에 땅으로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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