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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96화 (96/190)

<-- 96 회: 3-30 -->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있을 수 있다.

리오는 탑의 세계에 오자마자 여관에 취직을 했다.

일기장을 통해 아르토도 자신과 같은 시작을 했다는 것을 자신은 알고 있었다.

“무엇을 알고 싶으신 거죠? 아르토에 대해서? 전 그이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요. 공감 했던 게 없고, 이해 해주었던 게 없고, 그가 절 위해서 무얼 했는지 조차 알 수 없었으니까요.”

“… 네?”

리오는 이리나의 말이 익숙하게 들려왔다. 마치 자신과 쿠란과의 일을 이야기 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생각하게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저와 그는… 깊은 사이였음에도 서로 이해하지 못했달 까요.”

일기장에 없었던 이야기를 이리나에게서 듣게 되자 리오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리나의 손이 자신의 아랫배로 내려갔다.

“… 알고 계신가요? 나가족은 인간과 달리 알을 낳는답니다. 저와 그는 그런 사이였어요. 하지만 종족의 차이라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그 당시 제가 너무 예민했던 것을 그이가 참지 못했던 건지… 사이가 오래 가지 못했죠.”

리오는 그녀의 말에 깊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를  위한 위로의 말을 내뱉었다.

“… 이런 저런 문제가 있었겠지만, 제 생각은 아르토의 문제라고 생각 되네요. 그 사람. 아마 여자는 처음이었겠고 아무것도 몰랐을 테니까요.”

“… 하여튼. 아르토와는 그리 오래 있진 않아서 알고 있는 건 없어요. 헌데 그런 건 왜 물어보시는 거죠?”

리오는 아르토와의 싸움을 그녀에게 말할지 고민했다.

이미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그녀는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녀의 기억 속에도 그는 귀환을 했다. 그리고 인간이므로 이미 죽었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을 터.

이대로 가슴 속에 묻어두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 좋다.

“… 우연히 아르토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게 돼서요. 그분은 어떻게 탑을 올랐나 궁금했습니다.”

이리나는 리오를 보며 무언가 갈등하는 듯 입술을 씹었다.

“최근, 탑을 오르지 않는 건 어째서이시죠?”

“아시다시피 오라클 때문에…….”

“혹시 탑을 오르는데 힘이 벅차신 건 아니신지요?”

아니라고 하기엔 거짓말이었다.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아르토가 도움을 받은 분에게 한 번 가보시는 게 어떨까 해요. 물론 리오님에겐 안드레이님이 계시지만… 그분도 훌륭한 스승님이 되어주실 거라고 전 생각해요.”

스승이라는 말에 리오는 곤란함을 느꼈다. 자신의 위로 스승만 몇이란 말인가.

그렇지만 도움이 된다고 하니, 한 번 만나봐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았다.

“어떤 분이시죠?”

“아르토가 탑을 오를 적, 그 분은 독특한 장인으로 유명하셨어요. 검을 만들지 않고, 검사를 만들어내는 대장장이, 그렇기 때문에 명장.”

리오의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분의 가르침을 받은 검사는 누구나가 이름을 떨쳤고, 곧 그분이 사는 집은 그 당시에는 검사의 집으로 불릴 정도였죠.”

"아."

리오는 그 장인의 이름을 안다.

명장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면 다른 누구겠는가.

인간처럼 유명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전설만 남은 것처럼, 그 또한 현재 아는 주민만 안다.

이 세계는 밀물과 썰물처럼 주민이 빠지기 때문에 한 번 행동이 끊기면 유명은 무명이 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리오는 검사를 두드리는 장인을 듣지 못했고 의심했다.

“명장 케일입니까….”

화들짝 놀라는 이리나를 보며 리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언젠가 다시 만나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아르토에 대해서 묻기 위해 이토록 빨리 만나야 할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분이라면… 아르토에 대해서 저보다 많이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무엇보다 스승이시니까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분과 면식이 있으니… 만나 뵙겠습니다.”

***

케일의 집앞에서 리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도움은 절실했지만  다시 만나는 건 껄끄러웠다.  저번 만남의 끝도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템플러와 어떻게 해서든 멀어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나는 결국 그들과 가까워 지는구나.'

그의 얼굴을 보고 첫 마디를 어떻게 내뱉어야 할지 고민하며 리오는 대문 앞에 섰다.

세밀하게 조각된 사자머리의 눈을 바라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출입을 허한다.

'떨떠름한 얼굴로 발을 안으로 옮겼다.

입구부터 시작된 석상들. 공통점이라면 모조리 검사라는 것이었다.

저번에도 느낀 감정이었지만 리오는 석상들을 보며 소름을 느꼈다.

전투를 벌이다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다.

전투의 열기가 케일의 마당에는 살아 있고, 석상들이 석상들에게 쏘아보내는 살기는 오금을 저리게 한다.

이 땅의 석상들을 조각한 인물은 틀림없이 단 한 명일 터.

검을 만들기도 하지만, 검사를 두드리는 것으로 더욱 유명한 케일.

완벽한 검사를 만들기 위한 그의 집착을 리오는 느꼈다.

이 석상들은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 만들어 둔 것임이 분명할 테니까.

‘케일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 이런 집착은 자신을 만든 제작자의 명령 때문이겠지.’

리오는 케일이 자신을 단련시키려고 하는 이유도 그 명령과 관계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앤서러를 만들어낸 김체건은 타인이 탑을 오르기 쉽게 하기 위해 앤서러를 남겼다.

케일을 만든 어느 인간은, 김체건처럼 타인이 탑을 오르기 쉽게 하기 위해 케일을 남긴 것이다.

‘… 어디까지나 추측이지. 실제로 내가 김체건을 본 것도, 케일의 속마음을 들여다 본 것도 아니니까.’

자신의 생각이 모두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케일의 행동, 검사를 향해 집념은 틀림없이 제작자의 명령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

케일과 처음 만났던 대장간으로 향하던 도중, 리오는 낯익은 석상을 발견했다.

이곳에서는 흔해빠진 석상이다. 검을 들고 있으며 전투 중인 상황.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른 석상들과는 확실한 차이점이 있었다.

“… 인간?”

인간과 흡사한 외모를 가진 이종족이 아닐까 했지만, 자세히 보니 자신과 같은 동족이었다.

얼굴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뭉그러뜨려져 있었다. 탑의 규칙 때문일지 아니면 케일이 의도적으로 조각을 하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간.

혹시 아르토일까 싶었지만, 자신이 본 아르토와는 사용하는 무기가 달랐다.

‘누구일까…?’

이 세계를 살다간 선조에 대한 힌트라도 알 수 있을까 싶어, 리오는 석상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알 수 있을 리가 있나.’

소득 없이 몸을 일으켰다. 다시 케일에게 향하려던 찰나, 어느새 자신의 등 뒤에 있던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셨으면… 미리 말씀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껄끄러운 듯. 리오는 케일의 시선을 피했다. 땅을 바라보며 케일의 기계음을 기다렸다.

“흥미로운 광경이었습니다. 동족을 그리워하는 행동. 그런 건 좀처럼 볼 수 없었습니다.”

자신을 실험용 쥐처럼 대하는 것 같아 화가 솟구쳤다.

‘참자. 아르토에 대해서 물어보기 위해 왔으니까…….’

화를 억누르고 리오는 용건을 꺼내었다.

“오늘 찾아뵌 건.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싶은 것과… 저번에 이야기 했던 저를 단련 시켜주시겠다는 말… 때문입니다.”

리오가 케일에 대한 가르침을 받기로 결심한 것은 단순히 용무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첫 번째로. 오라클은 와해되고 있고, 잔당들만이 남아있다.

이 상황에서 케일이 오라클이라고 한 들 어찌 할 수가 없다.

또. 안드레이에게 책을 건넸음에도, 케일은 아무런 피해가 없다.

이는 케일이 예전에 말했던 ‘자신은 죗값을 치루었다.’라는 말이 사실임을 증명했다.

“다른 인간들처럼 다시 저를 찾아오실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케일은 강철로 이루어진 손을 리오에게 내밀었다.

“저를 향한 의심은 모두 사라지셨습니까? 리오.”

“...그땐 죄송했습니다.”

손을 마주 잡고 리오는 저번 일에 대한 사과를 했다. 차가운 케일의 손이 느껴졌다.

자신의 실례를 모두  용서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리오에게 케일은 살짝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리오. 먼저 온 손님이 계신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합석하시겠습니까?”

‘손님?’

케일의 손님이라는 말에 리오는 호기심을 느꼈다. 그와 친분을 나눈 인물이라니, 어떤 주민일지 궁금했다.

‘조렌 총판장님?… 그 외의 다른 분이시려나? 나는 상관없지만…….’

“저는 괜찮습니다만, 상대방의 허락도 없이 함께하기엔 실례가 아닐지…….”

케일은 보기드문 웃음 소리와 표정을 지었다.

“괜찮을 겁니다. 리오가 합석해준다면 분명 기뻐할 겁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케일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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