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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로 마법진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10층을 오를 적 안드레이에게 선물 받은 팔찌에서 방어 마법이 발동 된 것을 발견했다.
‘… 단번에 스승님의 방어 마법이 파괴 되었어?’
그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설마하며 자신의 뒤에 있던 인물에게 시선을 쏘아 보내자 그는 클레이모어를 휘두른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인지 한 마디라도 해주었으면 하는데……?”
리오에게 소환된 이래로, 아르토는 단 한 마디도 내뱉은 적이 없었다.
당연히 그 질문에 답 할 리가 없었다.
“우리 같은 지구. 같은 세계 사람이잖아? 같은 종족. 같은 인간이잖아! 근데 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아르토는 무기를 휘둘렀다. 그 동작하나가 그의 축복이 담긴 듯. 의미심장한 기운이 담겨져 있었다.
리오는 검이 닿지도 않는 거리에서 휘두르는 아르토의 무기의 위력을 이미 본 적이 있었다.
아르토는 단순히 허공에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건물을 요동치게 한다. 아니, 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스승님의 마법을 단 번에 파괴할 정도야. 거기다 어디서 공격하는지 보이지도 않아… 어떤 계열의 공격인지 확인해봐야겠어.’
리오는 아르토의 공격이 쇼크 웨이브와 같은 진공계열의 대기를 통한 공격이라고 추측했다.
‘그렇다면!’
“에어실드!”
자신의 주위에 강한 바람의 막을 형성시킨 리오는 아르토의 공격에 대비했다. 진공계열의 공격이라면 충분한 방어가 될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컥!”
땅바닥에 대자로 뻗어진 리오는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신음을 삼켰다.
‘주, 중력…? 중력은 마법으로 따지면 고 서클 대마법인데… 어지간히도 좋은 축복을 받았군,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리오는 쓰고 싶지 않았던 수를 쓰기로 했다.
“셧다운!”
자신의 주위만 비정상적이던 중력이 본래대로 돌아오자 리오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
“맙소사.”
셧다운은 본래 소환사의 소환수를 행동정지 시키는 마법이다.
그러나 아르토는 리오의 셧다운 마법을 무시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 소환 하고 제대로 계약을 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 아니… 그것도 있겠지만…….’
셧다운 마법의 원리는 소환수에게 공급되는 마나를 차단시키는 것이다.
소환수는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마나가 차단되어 행동정지가 되는 것이고, 장시간 행동정지 되면 마나부족으로 인한 역 소환이 된다.
즉, 지금 아르토에게는 공급되는 마나가 없으므로 행동하면 수분내로 사라지게 된다.
‘아르토는 절대 마법사가 아니야. 마나를 모을 수 있는 수단도, 방법도 없어. 무얼 믿고 셧다운을 저항하면서 움직이는 거지?’
그렇게까지 같은 동족인 자신을 살해하고 싶은 건가. 하는 섬뜩한 생각이 든 리오는 심장이 따끔해졌다.
이내 아르토는 셧다운을 완벽히 저항해내고 다시 대검을 휘둘렀다. 검로를 읽어내고 리오는 자리를 피했다.
‘중력계열의 공격은 결코 유도력이 없을 거야. 검을 내려친 그 순간에 내가 그 장소에 있어야만 하겠지.’
예상대로의 결과였다. 리오는 아르토의 공격을 서너 번 더 피하면서 그의 마나가 바닥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마나부족으로 인한 신체괴멸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쪽 세상의 기준으로 나름 수학자. 나름 마법사인 리오의 계산대로라면 지금쯤 신체가 무너지고 백골로 돌아갔어야 했다.
“… 왜지?”
의구심은 더욱 깊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아르토와 대면할 순 없었다.
금서들의 역소환, 아르토의 중력공격, 그 이후의 체력소모.
탑 내부였다면 리오는 진작 기절했을 터, 마을이었으니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었다.
역소환진의 위치로 돌아온 리오는 시동어를 외치기 전에 아르토에게 말했다.
“난 당신이 왜 날 공격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단순히 미래 세계로 소환했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TP이 탐이 나는 것인지…….”
혹시 대답이라도 할까 싶어서 아르토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당신이랑 잘해보고 싶었다고.”
진심어린 말을 내뱉는 순간 리오의 눈앞이 어두워졌다.
제 29장 강탈
“예고도 없이 역소환이라니. 솔직히 놀랐다.”
안드레이의 방으로 이동된 리오는 지친 기색으로 답했다.
“죄송합니다. 저도 이렇게 될 거라고는 예상치도 못했습니다.”
피곤에 절은 몸을 간신히 일으켜 리오는 자신이 훔친 책들을 바라보았다.
금서보관소에 있던 금서들.
탑의 세계의 금지된 도서는 각 종족의 장로들과 드라칸, 그리고 드래곤이 정한다.
그 누구도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를 리오는 금서보관서 외부로 노출시켰고, 이는 법을 어긴 것이 된다.
‘스승님이 뭐라고 하실까…….’
리오는 이미 책들을 훑어보았을 안드레이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 음? 왜 그러느냐? 이제 와서 고작 금서보관소를 털었다고 내가 무어라 할 것 같았더냐? 하하하.”
지구를 살다온 리오로써는 법을 어겼기 때문에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을 나무라지 않는 안드레이의 웃음소리는 괜한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괜찮다.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네가 익힌 흑마법은 금지된 마법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그 누구도 그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무어라 하지 않는다. 그건 단순히 드라칸의 제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리오는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이 세상의 주민들이 정한 법을 어기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중 그 누구도. 리오에게 그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다.
'“왜 그런 거죠?”
"네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어떤 세상이지? 탑의 세계다. 탑의 내부가 아닌 이상. 그 누구도 마을에서는 타인에게는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없다. 즉 법을 어겨도 처벌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
고개를 끄덕이고 리오는 책들을 수습하기 위해 안드레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 많은 책들을 제 아공간에 넣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스승님.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어지간하면 리오의 부탁을 들어주는 안드레이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건 곤란하구나. 나는 금서보관소에서 네가 책을 훔친 것을 책망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의 범죄를 돕거나 모른 척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리오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안드레이는 이 탑의 세계에서 타의 모범이 되어야하는 존재. 최강의 종족 드래곤의 자식이며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고의 종족이다.
그러한 인물이 스스로 정한 규율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괴짜들만 모인 탑의 세계인만큼. 규율이나 법도 사실은 허울뿐인, 사실상 효과가 없는 법이지만…. 어쩔 수 없지. 스승님의 도움은 받을 수 없겠군.’
안드레이는 자신의 말에 고민에 빠진 제자를 보며 말을 이었다.
“… 하지만. 필시 이 일도 네가 말한 그 오라클을 없애는 일의 하나겠지. 깨끗한 방법으로는 그들을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나도 안다.”
“어느 정도 허용을 해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하지만 잠깐 그 전에, 확인 해볼 것이 있다.”
안드레이는 리오의 앞에서 가볍게 손을 튕겼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것이 아닌, 리오의 아공간이 열리며 그곳에 있던 모든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공간에는 탑을 오르는데 도움이 되는 잡동사니들, 혹은 마법 아이템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극소수였고 넓은 아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들은 두꺼운 책들이었다.
안드레이는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리오는 걸렸다. 하는 표정이 되었다.
“혹시나 싶어서 네 아공간을 열어본 것이다. 역소환을 이용해서 물건을 옮기는 것보다, 먼저 아공간에 채워 넣는 걸 떠올린 모양이구나. 여기에 책들이 있는 걸 보니.”
픽시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 장소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아공간을 증축시켜 어거지로 책을 넣었을 리오였다. 솔직히 답했다.
“에… 예.”
안드레이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부터 여기에 있는 모든 금서들을 내가 관리하겠다. 내가 하나씩 살펴보면서 너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건네주마.”
언뜻 보기에는 금서의 관리라는 것이 리오를 너무 제어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수많은 책들을 직접 읽어보고 도움이 되는 것들을 걸러네어 준다는 것은 무척이나 성가신 일이었다.
여과지 역할을 직접 해주는 것이니 리오로서는 무척이나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 감사합니다. 스승님.”
리오는 눈시울이 뜨거운 것을 숨기며 자신이 금서 보관소로 숨어들어가게 된 원인을 떠올렸다.
‘… 그러고 보니. 그 책도 분명 내 아공간에 넣어두었는데.’
리오는 급하게 사서장 빈의 추천으로 읽었던 책을 찾기 시작했다.
“음? 무엇을 찾느냐? 읽던 책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예. 관심가는 책이 있습니다"
빈이 보여주었던 책에 대해서 떠올리자 리오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말했다.
"그 책이 어쩌면 오라클의 명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섣부른 판단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요."
그 말을 하고서야 리오는 안드레이가 금서를 지정하고 관리하기도 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마침 리오의 말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은 안드레이는 리오를 보며 말했다.
“오라클의 명부? 부디 섣부른 판단이길 비마.”
리오는 자신이 본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로 했다.
“저도 처음부터 읽지는 못했습니다만…. 그 책은 마치. 이 탑의 세계를 살아가는 주민들의 목록처럼… 그래. 주민목록 같았습니다. 헌데 좀 자세히 적혀 있었달까요. 이 주민의 특징. 생김새.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고, 약점……. 같은 것들.”
“그런 책은 금서로 지정한 적이 없다. 금서는 드라칸들이 돌아가면서 지정하기는 하나, 금서에 대한 내용은 공유하고 있으니…….”
‘설마…….’
리오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얼굴도 볼 수 없던 놈들의 꼬리가 드디어 잡혔다고 생각되자 허리에서 무언가 타고 올라갔다.
주민을 살해 할 시 좀 더 특별한 보상을 얻게 되는 탑의 축복 : 템플러.
템플러를 얻은 자들이 뭉치는 단체 오라클.
‘내가 그 놈들의 신상명부를 얻어낸 거야.’
주민들이 템플러들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탑에서 만날시, 얼굴은 볼 수 없고, 냄새는커녕 아무런 정보도 알 수 없다. 어떠한 정보도 위장 되어 표출된다.
마을에서는 이웃이 어젯밤 자신의 동료를 죽였던 템플러인지 알 방법이 도무지 없다.
즉. 템플러에게 보복을 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제 오라클에 속한, 혹은 속했던 인물들의 명부가 리오에 속에 들어왔다.
누가 누구를 죽였고, 누가 얼마만큼의 TP를 챙겼는지 모든 것이 적힌 명부.
‘명부가 공개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