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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93화 (93/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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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이럴 수가… 그럼 저것은 무엇이냐는 말인가….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니. 귀신이군.”

언젠가 사귀었던 인간에게서 배운 속담을 중얼거리며 모만은 한숨을 내쉬었다.

인쇄소의 입구 앞에서 클레이모어를 휘두르는 인간. 그런 인간은 모만이 아는 한 단 한명밖에 없었다.

“아르토… 아르토가 설마 다시 살아날… 아니, 그런 건 아니지. 그 아이는 벌을 받아야 한다며 귀환했으니까.”

옛날,

눈앞에 놓인 기회를 사로잡기 위해. 사랑했던 아내를 죽이고, 함께했던 동료를 죽인 인물이 있었다.

모든 일을 저지르고 나서, 후회에 사로잡히고, 그토록 원했던 귀환을 할 수 있었지만 기쁘게 생각하지 않던 인간.

템플러 아르토의 모습이 모만에게는 보이고 있었다.

‘아르토…?’

리오에게 아르토라는 이름을 듣고, 그 이름을 듣고 난 직후 큰 화를 당했던 빈은 아르토라는 단어에 대해 조사를 했었다.

우연히도 그 이름은 오라클 멤버 명단에 있었다.

금서 보관소에 남겨진 기록들을 토대로 아르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된 빈은 20층의 리오의 말과 모만의 말을 조합하여 한 가지 가설을 만들어 내었다.

‘분명… 리오님이 20층에서 아르토 소환이라는 말을 했었지.’

알터의 마법에는 사령술이라는 것이 있다. 말이 사령술이지 소환술에 기초를 둔 네크로멘서의 개량마법이다.

‘그때. 소환이라는 것과는 다르게 아무것도 소환되지 않았어. 그저 여러 마법이 혼합된 상황이 만들어졌을 뿐… 난 페이크였거나 소환마법이 실패했다고만 생각 했는데… 어르신의 말을 들어보니 또 그게 아닌 모양이군.’

모만의 눈에 거짓은 보이지 않는다. 말에 거짓은 없다. 있다고 하면 진짜 있다. 그의 말을 여태 믿어온 빈은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거나… 아르토라는 인간이 관계되어 있다면 리오님이 한 일이겠지.’

그때서야 빈은 방금 전 보았던 오크를 떠올렸다.

‘혹시 그 오크가 리오님……?’

정체를 알 수 없고, 대응할 수 없는 충격.

그로 인한 혼란, 비어진 건물 내부.

‘지금이 금서보관소로 가기에 딱 좋을 때….’

설마 오라클의 중추가 이렇게 쉽게 털릴 줄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빈은 자업자득이라 생각했다.

지금의 오라클은 너무나도 커졌다. 약점이 많고 활동 하나 하나에 지장이 많다.

부패를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부에서 배신자가 나오고 침입자가 가장 중요한 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빼돌리는 것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쿵! 쿵!

충격음이 다시 울렸다. 아까보다 큰 모래먼지들이 떨어졌고 슬슬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빈은 이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 한 뒤, 모만을 붙잡고 말했다.

“일단 이 건물에서 도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르신… 그리고. 그 아르토라는 분이 연관되어 있다면, 필시 리오님도 함께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지금 상황은 저번에 보여준 미끼를 덥석 물기엔 제격이죠. 다들 제 목숨을 살고자 건물을 비우기 바쁘니…….”

오라클들은 자신들의 목숨과도 같은 것이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빈은 또 하나 발견하고만 오라클의 부패한 부분에 탄식했다.

모만은 아르토에게서 눈을 돌리고 답했다.

“그렇군.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는 건가….”

“예. 보관소에서 저번의 그 책만 빼돌려도… 뭐 사실상 오라클은 끝난 것이다 다름없습니다. 칼이 목젖까지 다가온 상태라고 해야 할까요.”

모만은 빈과 자신이 계획한 재차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상황에서는… 뭐, 금서들을 빼돌리는데 큰 문제는 없겠군.”

정말 큰 문제가 없을지, 빈은 다시 한번 계획을 앞뒤로 떠올려보았다.

‘정말 없나?’

쿵!

“아… 큰 문제가 남아있군요.”

“무엇인가?”

“이 건물. 무너질 것 같습니다만…….”

***

한 번 와본 적 있던 금서 보관소까지 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치 여기까지 오라는 듯. 곳곳에 있는 위치안내도 덕분에 딱히 길을 잃을 염려도 없었다.

‘… 아무도 없군. 다들 도망친 건가. 오라클도 생각보다 형편없군.’

재빠르게 저번에 읽었던 책을 리오는 다시 짚었다.

‘읽을 틈은 없어…. 언제 여기 직원들이 다시 돌아올 지도 모르고…….’

쿵! 쿵! 쿵!

부스스스스!

‘여기가 무너질 지도 몰라.’

여기까지 온 이상, 리오는 막을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고 오크의 모습을 해제했다.

익숙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금서보관소의 책을 자신의 아공간에 담기 시작했다.

‘스승님이 주신 무한의 가방도 있었지. 실제로 무한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담는 도중, 아르토의 충격에 의해 금서 보관소 한 편이 무너져 내렸다.

쿠르르릉!

아르토가 어째서 여기까지 자신을 따라왔는지, 그리고 왜 아무런 언질 없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쯤하면 됬다고 리오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깔릴 뻔 했잖아!’

무너진 책장을 피해서 한숨을 내쉴 때, 리오의 곁에서 콜록거리며 픽시가 나타났다.

“으으! 리오님!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니라고요! 도망치셔야 해요! 이 건물 무너지기 직전이니깐!”

“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여기 이 책들은 분명 오라클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아무리 마을에서는 죽지 않는다지만, 멍청하게 행동하면 탑도 치유를 느리게 해줄 거 에요. 이 자식은 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픽시의 잔소리에 리오를 화를 낼까 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말을 할 시간 있으면 나 좀 도와줘. 부탁이야.”

“전 가이드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은 아니라는 건 아시잖아요?”

자신의 존재의의를 들먹거리며 픽시가 거부의사를 밝히자 리오는 애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와줘.”

“윽……!”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며 리오는 픽시에게 절실한 도움을 청했다.

평소 픽시가 원하는 말, 그리고 자신이 자존심 때문에 내뱉지 않는 말을 섞었다.

“도와줄 거지? 누나.”

픽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은 건지, 화가 나는 건지 알 수가 없는 표정이었다.

“… 알겠어요.”

“역시 누나밖에 없는 것 같아.”

픽시가 부들부들 떨며 등을 돌렸다. 날개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몸이 추운 것처럼 보였다.

“나쁜 인간 같으니…….”

그 말에 할 말이 없어진 리오는 웃음소리만 흘렸다. 그 순간 픽시는 마법가루 주머니를 내던졌다.

“리오는 소환마법을 사용할 수 있잖아요. 여기 이 방을 통째로 어디론가 이동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을 텐데요?”

픽시의 말투에서 어느새 존칭이 사라졌다. 그것을 딱히 꼬집지 않고. 리오는 그녀가 준 힌트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소환… 그렇군. 하지만 내 수준의 소환마법은 아시다시피 같잖은 수준이라 어느 위치를 특정해서 역소환시키는 건 불가능해. 네 말은 텔레포트나 다름없잖아…….”

수초 생각에 잠겼던 리오는 심장소리에 맞춰 건물을 두들기는 충격음을 듣고 무언가 떠올렸다.

“그래. 내 소환인장이 있는 위치로 보내버리면 되. 거기다 내 소환인장을 가진 마법사라면 역소환을 도와줄 테지.”

“머리 회전이 빠른 게 역시 리오의 장점인 것 같아요.”

가이드답게, 말로 리오에게 길을 잡아준 픽시는 그 말을 남기고 모습을 감추었다.

속으로 고맙다고 전하고, 리오는 즉시 역소환을 위한 행동으로 옮겼다.

방바닥에 익숙한 소환 마법진을 그리고, 모든 책장을 그 위로 넘어뜨렸다.

“음… 그럼 이제 내 소환인장을 가진 마법사에게 보내버리면 되는데…….”

리오는 누구에게 보낼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 스승님. 도와주십시오.”

역소환진에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본래 리오의 재주를 띄어넘는 마법이라 그런지 두통이 밀려왔고 눈앞이 붉어지며 콧잔등이 피로 축축해졌다.

혈압이 오르며 온몸의 혈관이 툭 튀어 나오기 시작할 즈음, 주변에 있던 책들이 서서히 이동되기 시작했다.

리오가 두세 번의 피토악질을 내뱉은 뒤에서야 금서 보관소의 모든 책들이 안드레이에게 넘어갔다.

‘아직…. 정신을 잃으면 안 돼.’

눈을 부릅뜨고 마법에 의식을 집중했다. 남은 건 자신 뿐. 자신을 스승이 소환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얼마 남지 않았어.’

준비가 다 끝나갈 즈음, 리오가 있던 금서 보관소에 누군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제길… 오라클인가? 아니면 도서관 직원? 지금은 반격할 수 없는데……!’

식은땀을 흘리며 다가오는 인물에게 눈을 돌렸다.

“아르토…?”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들 수 없을 크기의 무기를 들고 다가오는 아르토는 리오를 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고 날 도와준 건지는 몰라도… 너무 했어. 건물에 깔려 죽는 줄 알았다고. 당신도 이 마법진 위로 와. 역소환 마법을 응용해서 이동할 테니까…….”

아군임을 확인하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리오는 긴장이 풀리자 아르토에게서 등을 돌리고 마법진에 집중했다.

‘시동어만 외치면 끝났……!’

모든 것이 준비되었을 때였다.

콰아앙!

“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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