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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92화 (9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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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히이이이잉!

지진이라도 난 듯이, 인쇄소 건물의 전체가 흔들렸다. 어디선가 폭발이라도 난 듯. 천장에서 모래먼지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갑작스런 충격에 말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하자 빈은 ‘에구구’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

금세 리오가 만들어낸 소음에 대해서는 잊은 듯. 방금 전 충격에 대해서 고민했다.

“… 이건. 지진 같은 게 아닌데……?”

쿠우웅!

다시 한 번 충격음이 울렸다. 이번에는 창고는 물론이고 인쇄소 전역에서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날 뛰는 말들, 들썩이는 마차, 흩날리는 건초더미들에 숨어 리오는 창고를 빠져나왔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보관소에 가기에는 딱 좋겠어.’

밖으로 나오자 각 방의 모든 인원들이 튀어나와 주변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쿵쿵 거리는 소리의 원인은 무엇인지 호들갑 떨며 경비원들을 닦달 하고 있었다.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라면 금서보관소로 가기도 쉽겠지. 누군지 모르겠지만 고맙다.’

쿵쿵!

우수수수!

“꺄아아악!”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오!”

“도, 도망쳐! 무너지겠어!”

혼비백산이 된 인쇄소를 해치며 리오는 창고의 반대편인 금서보관소로 향했다.

호빗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지역에 도착하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쿵!쿵!

밖으로 나가려는 주민들을 헤치며 오히려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억지로, 힘으로 양해를 구하며 천천히 전진할 때, 리오가 있던 옆면의 벽이 무너져내렸다.

콰아앙!

열기로 가득 찬 인쇄소에 찬바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과 바람이 호빗들과 리오를 반겼고, 각자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인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머리를 돌렸다.

‘아르토……?’

클레이모어라는 거대한 대검을 그는 한손으로 자유롭게 다루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아르토가 이미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분명 내가 소환한 아르토는… 20층을 이제 막 오른 시절의 아르토일 텐데?’

20층을 오른 시절의 아르토.

이미 이때에 아르토는 템플러였고, 수많은 주민에게서 TP를 빼앗아 리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을 이탈해있었다.

같은 지구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사상도 이념도 이미 다르다. 목적과 수단을 위해서는 인륜을 저버릴 각오가 되어있었다.

‘근데 저 대검으로 방금 그 짓을 한 건가?’

리오의 머릿속을 확인 시켜주듯, 아르토는 다시 대검을 휘둘렀다. 인간답지 않게, 가볍게 휘두른 대검은 건물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다.

쿵!

‘말도 안…돼….’

입이 떡 벌어진 리오의 곁에서 어느 호빗이 말했다.

“뭐, 뭐냐. 갑자기 충격이…….”

“멍청한 자식! 어디서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고 있는 거다! 적어도 원소계열 마법은 아니야!”

“원소계열 마법이 아닌데 이런 충격을…? 생각나는 건 중력마법 뿐이군.”

위기 속에서 호빗들은 갑작스런 토론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 건물을 위협하는 마법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쿵! 쿵!

“이크! 이럴 대가 아니다! 다들 도망쳐! 적어도 환각은 아닌 모양이니깐!”

호빗들이 출구로 몸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리오도 정신을 차리고 본래 목적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뒤를 돌고 금서관리소로 이동을 하려는 때, 익숙한 얼굴의 호빗을 발견하고 멈칫하고 말았다.

언제나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던 모만이 붉게 충혈된 눈동자로 밖을 보고 있었다.

‘… 모, 모만씨…?’

왜 그러고 있냐? 여기서 도망쳐야 하지 않냐? 당신은 정말 오라클인가? 당신이 나를 지켜보았고, 축복에 대한 정보를 오라클에게 풀었는지 이것 저것 묻고 싶었다.

‘참자.’

지금 자신은 오크의 모습이며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무언가 하나가 해결 되면, 해답이 보일 것이다. 그렇게 믿고 리오는 정신 못차리고 있는 모만의 어깨를 툭 밀치며 금서보관소로 향했다.

***

사서장 빈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라클에는 리더가 없다. 그렇지만 리더급의 권한과 힘을 가진 인물은 있었다. 그러한 인물에게 가는 것이었다.

쿵! 쿵!

도서관 부지에 숨겨진 인쇄소는 오라클의 여러 둥지 중 하나였다.

문제는 그 오라클의 여러 둥지 중. 가장 중요하고 오라클이 오라클이라 불리는 원인이 이곳에 집약되어 있는 것이 문제였다.

오라클은 예언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라클이라는 템플러의 조직은. 예언자처럼 모든 것을 알고, 탑의 모험가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느 곳을 공략할지 모두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

예언자처럼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뿐이다.

오라클들이 지금까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탑을 통해 그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들. 즉 탑의 공략들을 모두 인쇄소에서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기록들을 통해서 미래를 추측한다. 과거의 기록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것뿐이다.

통계를 내어 앞일을 알 수 있듯이, 오라클들이 여태 해온 것은 그러한 지능범죄였다.

처음에는 그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지식을 남기고자 시작한 일이었지만, 선구자들이 남긴 지식들은 이렇게 이용당하고 있다.

물론 탑의 규칙에 따라 저층 모험가가 바로 위층의 공략을 알 수는 없다.

그럼 공략서가 무슨 필요가 있나 싶지만, 오라클은 귀환을 목적으로 한 집단이 아니라 사냥을 하기 위한 집단이다.

탑의 세계의 공략서는 상층으로 향하는 모험가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층 모험가들이 저층 모험가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런 수백, 수천 년의 경험이 합쳐진 공략서가 있어도 힘이 들 때가 있지.’

수백, 수천, 수만 명이 올라갔을 탑.

어느 층을 새로운 방법으로 올라가는 모험가들이 간혹 있다. 그럴 때는 오라클은 그 모험가가 얻어낸 이득을 빼앗고자 한 가지 수를 쓴다.

이전의 사냥법대로, 그 모험가를 공략서에 따라 상대하면 역으로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냥방법을 달리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탑의 눈동자라 불리는 템플러 ‘모만’의 힘을 빌리는 것.

그 모험가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행동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모든 것을 조사한다.

모만의 눈은 그 어느 곳에도 있기 때문에 대상자는 절대로 탐색을 벗어날 수가 없다.

즉. 템플러의 모든 수를 써도 상대방에게서 TP를 빼앗을 수 없다고 판단 될 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바로 모만이었다.

오라클의 일원으로써, 이 둥지의 담당자로서 사서장 빈은 오라클의 레드카드인 모만을 보호하기 위해 이동했다.

‘응?’

모만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던 모만의 눈에 어느 장면이 포착되었다.

멀쩡한 오크 한 명이, 모만을 의도적으로 밀치고 지나치는 것을.

이 둥지는 대부분이 오라클 멤버이기 때문에 모만을 밀치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신다는 느낌에 가깝다.

그런 분위기에서 저렇게 의도적으로 밀치는 것은…….

휘이이이잉!

찬바람이 빈의 목덜미를 스쳐지나갔다. 상념에서 깨어난 그는 넘어진 모만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어르신.”

말을 걸었던 빈은 수십년 동안 같이 했음에도 처음보는 모만의 표정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본인이 넘어졌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무언가에 빠져있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빈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은 목격했다.

그리고 다시 건물에 충격음이 울렸다.

쿵! 쿵!

“이런…. 별로 상황이 좋지 않군요.”

빈은 간단한 모만의 정신을 되돌리기 위한 마법을 시전하기로 했다.

웨이크 업. 이라고 짧게 외치자 모만은 눈을 껌뻑거리며 빈을 바라보았다.

“이제 좀 정신이 드시는 모양이군요. 도대체 무얼 보셨길래 그리 정신이 나가셨습니까? 어르신답지 않으시군요.”

모만은 굳은 얼굴로 대답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구멍이 뻥 뚫린 벽면 밖을 다시 내다보았다.

“자네는 저것이 보이지 않는가?”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무엇이 보인다는 것인가? 혹시 투명화 숨은 적이라도 있는지 빈은 재차 탐지마법을 시전 했지만 아무것도 감지할 수 없었다. 더불어 이 건물에 마법을 퍼붓는 녀석에 대해서도 알 수 없었다.

“… 저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습니다만. 아무래도 모만 어르신의 축복과 관련된 문제가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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