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의 탑-86화 (8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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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들이 만들어진 것은 아주 오래전이다.

구체적으로 어느 연도에, 어느 날짜에 창설된 조직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템플러들에 대해 우리 일반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그 조직에 대해서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이 책을 쓰기 위해 여러 주민들을 만났던 나는. 한 가지 소문을 접했다.

템플러들의 조직, 오라클의 창립일원 중에 인간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 인간이 오라클의 창립일원이라는 것은, 인간이 탑을 올랐다는 말이었다.

하찮고 오크보다 못난 인간이 탑을 오를 일은 없다.

과거, 인간이 탑을 정복했다는 이야기는 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야기.

확실한 증거가 없으므로 나는 믿지 않는다.‘

책을 읽다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를 제외한 다른 인간들이 탑을 정복했다는 이야기는 분명 있다.

하지만 물질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없다.

‘아니… 증거는 둘째 치고, 증인조차 없나?’

옆에서 지켜본 주민은 있을 터였다. 가령… 드라칸 같은 존재나, 모만, 혹은 조렌 같은 수백년을 살아온 존재라면 탑을 정복한 인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증인이 없다기보다… 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니어서 아무도 소문의 진실을 말하지 않는 걸 수도…….’

리오를 제외한 다른 인간들은 자신들이 100층을 돌파하기 위해 주민들을 살해했다.

탑의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난이도를 높이고 있는 요인들.

즉 주민들을 없앤 것이다.

소문의 진상은 살인자의 이야기다. 그 누구도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정말 탑을 정복했다면… 탑의 세계의 주민들은 아주 극히 일부만 남았을 것이다.

일기장을 통해 들어본 이야기에 의하면, 인간이 100층에 가까워질수록. 탑과 관련이 없던 평범한 주민들도 탑을 오르게 되었다고 하니까.

‘… 분위기에 휩쓸려서 너도 나도 탑을 오르기 시작했겠지. 인간도 하는데 자신이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이종족들이 넘쳐났겠지.’

그렇다면 탑의 세계의 주민들에게 있는 기억의 공백 같은 상황이 설명 가능했다.

잊어버린 게 아니라, 애초에 탑의 세계에 인간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주민들이 있는 것이다.

인간이 탑을 정복 했을 시절의 주민들은 모두 죽었다.

이 책을 쓴 작가의 입장을 이해한 리오는 다음 장으로 눈을 돌렸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인간이 탑을 오르고, 정복했다는 소문에 대해서 믿지 않는다.

하지만. 오라클의 창립일원이었다는 말에 나는 어이가 없었을 뿐이고, 믿지 않는 다. 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는 걸 주목해주었으면 한다.

왜 이런 말을 하는 가?

그렇다. 이 책을 쓰며 오라클에 대해 조사를 하던 나는… 인간이 그 창립일원이었다는 증거를 찾아내었다.

그 증거란 바로 한 인공생명체를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알고 있는가? 검을 두드리지 않고, 검사를 두드리는 명장. 케일에 대해서…….‘

‘케일?’

설마 이 책에서 그 이름을 보게 될 줄은 몰랐던 리오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애초에 케일은 자신이 창립일원이라고 나에게 말을 했어 놀랄 것 없어.’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템플러에 대한 과거의 기록들을 찾던 도중, 나는 케일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아내었다.

과거 오라클이었던 자. 템플러이었던 자. 더 이상 탑을 오르지 않는 주민.

나는 먼저 그가 오라클을 왜 그만두었는지에 대해서 이유를 조사했다.

그러던 도중,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누가 그를 만들었는가?

명장 케일은 스스로가 템플러이며 오라클의 일원임을 자진해서 밝혔다.

그의 정체가 밝혀지고, 많은 이들이 케일에 대해서 조사하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가 언제 이 세상에 출현했으며, 고향이 되는 세계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로서 알 수 있는 건 케일을 누군가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를 누군가 만들었다는 것쯤은, 명장 케일을 직접 두 눈으로 보는 순간 알 수 있다.

그 이형의 모습을 직접 보는 순간 누구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명장 케일은 탑의 세계로 온 것이 아니다. 탑의 세계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법과 기계장치로 이루어진 그 몸은 탑의 세계가 아니면 만들어질 수가 없다.

드워프와 엘프가 친하게 지내는 세계는 오직 이곳뿐이며, 마족과 오크가 웃음을 터트리며 술잔을 기울이는 곳은 오로지 이곳뿐이다.

명장 케일의 몸에 들어간 기술들은 드워프의 기술과 마족의 마법이다.

그 두 종족이 서로 힘을 합쳐 하나의 물건을 만들어낸다니, 이 세상이 아니면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다.

이 탑의 세계가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몸.

그렇다면 그 몸을 누가 만들었는가? 어느 마족과 어느 드워프가 만든 것인가?

나는 그걸 알아내기 위한 노력을 하던 중… 어느 고서를 접할 수 있었다.

드워프와 마족이 숨긴 진실.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없앤 과거의 기록을 나는 알고야 말았다.

고서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과거, 드워프를 뛰어넘는 기술력을 가진 인간이 존재했었다.

그리고 그 인간에게는 뛰어난 마법실력을 가진 마족이 반려자로 존재했었다.

그 둘은 아이를 가질 수 없었고, 가질 수 없는 아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것이 인공생명체. 명장 케일이다.‘

“이건 어디 출판사의 소설이냐?”

책을 던지려고 했던 리오는 주변의 이목이 집중 되었다는 걸 깨달고 진정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케일이 템플러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고, 오라클의 창립과 역사를 같이 했다.

그럼 그를 누가 만들었는가?

작가가 말하는 인물은 한 쌍의 부부를 가르켰다. 드워프를 뛰어넘은 재주를 가진 인간과 뛰어난 마법 실력을 가진 마족.

케일이 오라클의 멤버라는 건 틀림이 없고, 그를 만들 만한 인물은 탑의 세계 역사상 그 부부밖에 없다.

‘… 말이 안 되는 이야기야. 드워프를 뛰어넘는 재주를 인간이 가지다니, 인조인간을 만들 정도로…….’

자리에서 일어나 도서관 밖으로 나갔다.

정신없이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느덧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원에 도착했다.

“인간이 타종족을 뛰어넘는 이야기라…….”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생각해보면… 자신도 타종족을 뛰어넘을 수 있다.

탑의 축복을 이용한다면.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리오에게 ‘강탈’이라는 축복이 처음부터 내려져 있다. 하지만 다른 인간들도 모두 똑같지는 않다.

‘강탈’은 리오에게만 내려진 탑의 축복. 다른 인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각자 탑을 오를 수 있었던 이유, 근본적인 원인은 그 축복들에 있다.

‘그래… 드워프의 뛰어넘는 재주를 가질 수도 있어…. 탑의 축복이 있다면 가능한 이야기야. 나만해도… 드워프를 뛰어넘을 순 없겠지만, 드워프에 버금가는 손재주를 얻을 테니까.’

픽시를 통해서 사실을 확인하려는 순간, 리오는 얼마 전의 대화가 떠올랐다.

‘자신은 가이드지 공략집이 아니라고 했던가…….’

픽시를 통해서 과거의 역사를 확인하고, 어느 인물에 대해 물어보는 건 확실히 ‘가이드’의 역할을 벗어나 있다.

결국 픽시의 도움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리오는 다시 걸음을 도서관으로 돌렸다.

시원한 공원의 산소를 마시며 도서관의 정문으로 돌아오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이렇게 직원들이 많던가?’

모두 도서관의 사서를 맡고 있을 리는 없었다. 그 정도로 도서관 밖을 돌아다니는 직원들이 많았다.

책들을 보관하는 장소이다보니, 그 직원들이 모두 들어갈 장소는 충분하긴 하다, 하지만 직접 도서관을 들어가 본적이 있던 리오로써는 이렇게까지 많은 직원을 굳이 고용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관리하는 놈 마음이겠지. 직원이 좀… 손님보다 많은 게 문제일뿐. 직원들 월급 때문에 매달 손해가 막심하겠어.’

마치 도서관 곳곳이 직원용 식당을 외부인인 리오가 사용하는 기분이었다.

원래 이렇게 도서관이 시끌벅적할 정도로 사람이 넘쳐나는 곳이었나 생각하며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다시 책을 집고 읽으려 할 때, 아까 전 리오를 도와주었던 골렘이 옷깃을 잡아당겼다.

‘무슨 일이지?’

따라오라는 듯, 골렘은 리오를 이끌었다.

도서관의 본관에서 동 떨어진 곳. 숨겨진 장소인 것처럼, 숲속을 헤치며 어느 장소에 도착했다.

“꽤 큰 건물인 걸…….”

방금 전 있었던 도서관의 본관보다, 숲속의 숨겨진 건물은 배는 컸다.

마당 앞에서는 마차 수십 대가 오고 가며 두꺼운 책들을 나르고 있었다.

‘창고?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마차에 쌓인 책들은 방금 만들어진 것 같았다. 표지를 이루고 있는 가죽에 적당한 기름을 먹인 듯. 그다지 반갑지 않은 냄새가 났다.

“멈추시오. 여기는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오.”

경비병으로 보이는 라이칸스로프가 리오에게 위협을 가했다.

인간형으로 변해있던 그는, 순식간에 짐승으로 변하고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보여주었다.

“아… 그것이…….”

자신을 이끌었던 곰 형태의 골렘을 바라보았다. 라이칸스로프 또한 리오의 시선을 쫓았다.

“빈 사서장님의 손님이십니까?”

“손님… 정도는 아닌데, 이 녀석이 절 여기까지 데리고 왔거든요. 아무래도 빈 사서장님이 저를 찾는 게 아닐까요?”

라이칸스로프 경비병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가지고 계신 병장기는 모두 맡아놓겠습니다.”

“아… 예.”

또 다른 경비병의 안내를 받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물로 리오는 들어갔다.

‘이 건물은 유난히 호빗이 많군.’

바쁘게 오고가는 호빗들 사이에서 리오는 낯익은 인물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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