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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83화 (83/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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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러와 자신이 이뤄낸 힘만 이용하지 말고, 축복을 쓰라는 말이었다.

‘강탈로 많은 종족들의 재능을 빼앗았지만, 그렇게 좋은 축복들은 없어. 하나 같이 숨 오래참기, 미약한 독내성, 고통완화 같은 것들이니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저번에 구입한 게놈 해저드와 모색뿐이었다.

게놈 해저드는 리오의 종족 자체를 바꿔버리는 축복이었다. 제한 조건은 변신하려는 종족을 한 번이라도 살해한 적이 있어야 했다.

단순히 모습만 바꾸는 축복은 아니었고, 변하려는 종족의 모든 유전적 특성까지 그대로 가지는 축복이었다.

‘이걸 이용하라는 말이지? 픽시?’

눈이 없는 가고일들, 소리나 대기의 진동에 민감하고, 반대로 그것을 공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몸은 재빠르고, 손에는 무엇이든 갈라버릴 듯 한 날카로운 손톱 마저 가지고 있다.

이런 가고일들에게 천적이 될 만한 종족이 무엇이 있을까.

‘하나 있군.’

“빌어먹을 놈들! 덤벼!”

평행감각을 잃은 상태에서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종족. 리오는 웃음을 터트리며 축복을 사용했다.

금방 리오의 위치를 찾아낸 가고일들은 또 다시 쇼크 웨이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게놈 해저드 스펙터!”

순식간에 리오의 몸이 반투명하게 변했다.

굳이 말하자면 종족은 언데드. 그 중에서도 육신을 잃은 정신체를 일컬는 존재.

혼령이 된 리오는 쇼크 웨이브를 피하기 위해 몸을 피했다.

숨어 있던 기둥을 뚫고 순식간에 대기의 진동하나 없이 리오는 가고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가고일에게 도달했을 때, 본래 인간으로 돌아오며 앤서러의 묘리가 담긴 검을 휘둘렀다.

“정말이지… 8층에서 고생하게 만드는구만.”

피떡이 된 가고일을 내려다보며 리오는 나머지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위험했단 말이지, 뭐 그 맛에 탑을 오르는 거겠지만.”

껄껄 웃는 하드람을 보고 리오는 지친 얼굴로 술을 들이켰다.

8층에서의 일을 겨우 끝마치고 둘은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베로드의 펍으로 이동한 리오와 하드람이었다.

둘은 오늘 낮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꽃피우는 한 편, 탑의 세계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주고 받았다.

그러는 도중이었다.

극악의 확률로 만난다는 가고일을 만난 탓인지, 둘은 생각보다 많은 량의 희귀광석을 얻게 되었다. 그것에 대한 분배 이야기를 하고 있던 도중, 하드람은 무언가 궁금한 것이 있는지 리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리오, 자네는 그 광석들을 도대체 어디에 쓰려는 건가? 어느 대장장이에게 주문을 받았는가?”

“네. 실은…….”

리오는 케일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케일씨는 명장이라 불리는데도 이상하게 아는 주민이 없었어. 이 마을에서 가장 큰 여관을 운영하는 이리나씨도, 심지어 스승님조차…. 모만씨라면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물어볼 기회가 없었지.’

장인의 종족이라는 드워프 하드람이라면 케일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가 어째서 명장이라 불리고, 아무도 케일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지.

서로 협력하고 있는 사람을 의심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그는 비밀이 많아 보였다.

‘여태 탑의 세계를 오고 간 인간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도 좀 그렇고…. 조사를 해볼 필요는 있어. 날 마냥 이용하려고 하는 걸 수도 있잖아?’

자기합리화를 하고 리오는 케일에 대해 묻기로 했다.

“… 케일이라는 분에게 부탁을 받았습니다. 알고 계시는 분이신지요?”

“케일?… 케일이라. 드워프인가?”

“드워프는 아닙니다.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니기도 한 분이시지요. 좀 이상한 말이라서 죄송합니다.”

하드람은 리오의 말에 눈을 감았다.

“음… 케일이라. 드워프가 아닌 케일이라면 역시…….”

“알고 계십니까? 그분을?”

“나도 직접 만난 적은 없고, 장로님을 통해서 그분에 대해 전해들은 것뿐이라…. 알고 있다고는 말 못하겠군.”

“그렇습니까…….”

케일은 철저히 비밀에 숨겨진 인물이란 말인가. 리오는 다음에 반드시 모만을 만나서 물어보기로 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마을의 입구에서 모든 주민들을 보았고, ‘탑의 눈동자’라는 이명으로 불릴 정도면 알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었다.

“한 가지만 말해주도록 하지. 그 케일이라는 자랑 가까이 하지 말게.”

“… 무슨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하드람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 케일이라는 자. 과거 템플러였던 자야. 아주 오래 전부터 탑을 오르는 걸 관두었던 탓에 다들 잊고 있다고 우리 장로님께서 말씀하시더군. 아무리 좋은 장비를 만들 수 있는 대장장이라고 한 들, 그런 소문이 도는 대장장이랑은 가까이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네… 특히나, 요즘 들어서 오라클에게 주목 받고 있는 자네라면 말이지.”

‘지, 지금 뭐라고?’

숨 쉬는 것도 잊을 정도로 하드람의 말은 리오에게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케, 케일씨가 템플러라니…….”

“수백 년 전에 그 자가 템플러라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던 모양이네.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장로님은 그 자가 템플러라고 말씀하시더군.”

이를 갈며 리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허허. 괜한 말을 했나. 시간이 늦었으니 나도 이만 가보도록 하겠네.”

“… 예.”

리오를 배려한 것이 뻔히 보이는 하드람이었다. 그가 펍에서 떠나가는 것을 배웅하고 리오는 펍의 조용한 자리로 이동했다.

그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고, 리오의 목소리가 샐 염려도 없는 위치.

그곳에서 리오는 픽시를 불렀다.

“픽시. 너도 케일이 템플러라는 걸 알고 있었을 거야. 왜 말을 하지 않았지?”

픽시족은 대대로 인간들을 가이드하며 연명해왔다.

언제나 인간의 곁에서 가이드를 해왔고, 부모에게서 인간에 대해 전해 들었다면 당연히 케일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왜냐, 케일은 모든 인간들을 만나온 산 증인이고, 아마 다음 탑의 세계를 방문할 인간도 만날 테니까.

가이드를 위해서 케일의 존재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함에도 어째서 템플러라는 사실을 숨겼는가.

매번 있는 일이라 리오는 이젠 화조차 나지 않았다. 픽시의 변명을 기다렸다.

“알고 있었지만 말할 이유가 저에겐 없어요.”

평소와 다르게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픽시는 자신의 잘못은 없다는 듯 주장을 해왔다.

“이유가 없다고?”

“예. 저는 리오님이 이 세상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일 뿐이에요. 어떤 주민의 정체에 대해서 물으셔도 그건 알려드릴 이유가 저에겐 없어요.”

픽시가 마냥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했던 리오는 콧잔등을 누르며 말했다.

“… 알았다. 미안.”

기껏 모습을 드러냈던 픽시는 리오에게 눈치를 주며 갑작스럽게 몸을 숨겼다.

픽시가 갑작스럽게 몸을 숨길 이유는 한 가지 말고 없다. 리오 외의 주민에게 모습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구석에서 무슨 말을 혼자 그렇게 열심히 하나? 애송이.”

건달 같은 말투로 펍의 주인인 베로드가 리오에게 다가왔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흐음… 아니, 별 다른 건 아니고… 저번에 말한 그 사령술이라는 건 어떻게 된 건가 해서… 아. 내 말대로 하게 되면 딱히 사령하는 게 아니니 그냥 소환마법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군.”

리오의 마법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베로드였다. 이미 사정을 알고 있고,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리오는 숨길 것 없이 말했다.

“아직… 소환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런 일에 치이다 보니, 마땅히 준비가 안 되어서요.”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면 이루어진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고, 세상의 모든 마법이 리오에게만 쉬운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절대로 쉽지 않다. 머릿속으로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려야하기 때문에, 마법 하나 하나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일반 마법 같은 건… 게임에서 비슷한 것을 수도 없이 보았으니 상상이 쉬운데… 소환 마법이라는 건 그렇지 않으니.’

“그런가, 아직 상상을 하는 도중인가? 하긴 인물을 밑바닥부터 창조해내는 건 어렵겠지.”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창조라니… 그런 대단한 게 아니라고 저번에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베로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안드레이를 통해 확인된 사실을 알려주어야 할지 고민했다.

“… 그렇지.”

리오의 관계는 그날 하루뿐. 지금은 술집 주인과 손님인 관계다.

가르쳐주어야 할 의리도 없으며, 그 마법의 비밀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가 깨달아야 해결이 될 것이었다.

“나중에 그 아르토라는 녀석을 제대로 소환하게 되면 나에게 꼭 소개시켜 주었으면 한다. 여러모로 관심이 가거든.”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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