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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82화 (8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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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하드람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리오에게 공격을 가하려던 자이언트 웜이 갑작스럽게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뭐, 뭐지?’

입 주변에서 녹색 체액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고, 자이언트 웜의 뱃가죽이 찢겨지며 세 마리의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낯선 몬스터. 이종족의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 리오의 눈앞을 가리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언더랜드 가고일]

‘땅속 가고일…?‘

가고일들은 박쥐와 사람을 섞은 듯한 외형을 가진 것으로 유명했다. 또한 보통 가고일들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침입자를 공격하지만…. 언더랜드 가고일은 날개로 자이언트 웜이 파놓은 땅속 이동을 즐기는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몸 곳곳에 흙이 묻어있었다.

그들의 날카로운 손톱은 흡사 클로와 같았다. 자이언트 웜을 내부에서부터 찢겨놓은 주인공이라는 건 분명했다.

‘만만치 않아보이는데….’

위에서 만났던 몬스터들보다, 8층의 몬스터에게 위압감을 느끼며 리오는 검을 고쳐 잡았다.

“조심하게. 저 놈들은 만만치 않아.”

어두운 땅속과 광산에서만 생활했던 탓일까, 가고일들은 눈이 없는 듯 주변을 두리 번 거렸다.

그러나 하드람이 말을 해버린 탓에 둘의 위치는 가고일들에게 들통 나고 말았다. 세 마리의 가고일들이 하드람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피하세요!”

가고일들이 마법에 대해 큰 피해를 입는 다는 말을 리오는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하드람을 향해서 맹수처럼 이동하는 가고일을 향해 화염구를 던지고 자신 또한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단일속성 저서클 마법으로는 큰 피해는 없나.’

마법적 한계를 느끼자 리오는 이를 갈았다. 가고일을 마법으로 쓰러뜨리기 위해선 결국 다중 속성을 합친 마법이 필요했다.

당연하지만 그런 마법은 리오에게 부담이 되고 시간을 필요로 한다.

육감적이며, 맹수같은 가고일을 상대하기에는 그런 마법을 사용할 틈이 없다.

‘역시 앤서러로!’

소드 마스터의 재능을 갖게 된 리오는 이제 앤서러를 이용한 공격을 펼칠 수 있다. 방어적인 자세는 버리고 선수를 취하기로 했다.

휙!

그러나 리오의 검을 가고일은 가뿐히 피해내었다. 눈도 없건만 검이 일으키는 공기의 진동으로 피해내는 것이었다.

리오는 연이어서 수차례 검을 휘둘렀다. 단 한 번 가고일에게 맞는 것은 없었고, 리오의 체력만이 소모되었다.

그제야 리오는 문제를 자각했다.

앤서러가 왜 방어기술, 반격기인지 깨달았다.

1층에서 깨달았던 것을 앤서러를 익히면서 잊어버린 것이다.

인간과 이종족의 신체는 비교 할 수가 없다.

인간이 검을 한 번 휘두를 때, 이종족들은 피하고 반격을 날릴 수 있다.

인간이 저 멀리 산을 보면, 그들은 산속의 나뭇가지가지 본다.

‘…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한들, 신체는 인간이야. 인간보다 배는 더 빠르고 힘이 쌘 이종족들에게 상처를 입히려면…. 그들과 동등한 신체를 가져야 해.’

이렇게 검을 휘둘러서는 안 되었다. 상대가 둔하다면 모를까, 눈앞의 가고일처럼 재빠르다면 리오는 지쳐 쓰러질 것이다.

‘앤서러의 이름답게, 들어오는 공격을 되받아친다. 소드 마스터의 재능은 지금 당장 무의미해.’

공격적인 태도를 버리고 곧장 수비로 들어갔다.

사냥감이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던 가고일들은 리오가 태도를 바꾸자 입맛을 다셨다.

‘들어와라. 단 한 번의 공격이라도 나에게 하는 순간. 그 손톱과 동시에 신체를 파열시켜주지.’

앞으로의 미래를 그리고 있을 때, 가고일들은 영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낌새라도 느낀 걸까, 리오의 영역에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벌렸다.

멀리서 리오의 싸움을 지켜보던 하드람은 비명을 질렀다.

“조심하게! 쇼크 웨이브야! 그 가고일들은 괴성을 지르는 걸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네!”

“네?”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려는 순간, 크게 부푼 가고일들의 입에서 듣기 싫은 괴성이 뿜어져 나왔다.

단번에 리오의 귀에서 핏줄기가 흘러나왔다.

‘고막이……?’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리오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저절로 귀를 막게 되는 괴성이 들리지 않게 되었으니, 이는 전투에 있어서 오히려 행운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청각이 소실된 것만이 아니었다. 동시에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반고리관도 함께 파괴된 것이었다.

‘제, 제길!’

자신이 서 있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그러나 회전을 하는지, 얼마만큼의 속도로 검을 휘두르고 이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겠어.’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파오는 것을 참고 리오는 가고일들의 동향을 살폈다.

평행감각을 잃어버린 이상, 리오가 이동하는 건 불가능했다. 몸의 중심을 잡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가고일들은 노련한 사냥꾼처럼, 리오에게 쉽사리 다가오지 않았다.

‘한번… 한번만 나에게 다가와라!’

리오의 속마음을 읽은 걸까, 아니면 앤서러의 약점을 알고 있는 걸까.

가고일들은 리오에게 접근하지 않은 채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또 다시 숨을 들이키더니, 듣기 싫은 비명소리를 내었다.

당연히 소리를 듣지 못하는 리오는 행동으로 가고일들의 공격을 추측할 뿐이었다.

‘이미 귀가 망가졌는데, 저렇게 소리를 지를 필요가 있나?’

이유를 추측하던 리오는 곧 하드람이 알려준 ‘쇼크 웨이브’에 대해서 떠올렸다.

공기의 진동을 이용한 공격…. 본래 ‘쇼크 웨이브’는 귀를 망가뜨리는 용도의 공격이 아니다.

“크윽!”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가슴에 쇠망치라도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공기의 진동을 이용한 공격이다보니, 눈에는 보이지도 않고, 어디를 목표로 하는지 알 수도 없다.

연이어서 쇼크 웨이브에 온몸을 후두려 맞은 리오는 숨을 헐떡거리며 마법을 시전했다.

“윈드!”

당장 사용가능한 마법은 마법의 기초인 1서클 마법들 뿐.

하지만 쇼크 웨이브를 막기에는 1서클 마법으로도 충분했다.

공기의 진동을 이용한 공격이라면, 그 진동을 약하게 하면 될 문제였다.

최대한 전방위로 바람을 일으켜, 쇼크 웨이브의 힘을 약화시키고 리오는 몸을 근처의 기둥 뒤로 피했다.

‘숨을 곳은 없어. 이 광산은 저 가고일들의 둥지나 다름없겠지. 거기다 시력을 상실하고 다른 감각들은 발달했을 거야. 내가 어디에 숨든, 결국 찾아낸다.’

품에서 힐링포션을 꺼내었다. 온몸의 응급처치가 끝나갈 즈음, 리오의 위치를 찾아낸 듯. 가고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윈드로 인해서 가고일들의 감각이 혼란스러워졌어. 갑작스럽게 대기가 진동했으니까…. 윈드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는 없고, 저놈들이 위치를 찾는 건 시간문제야.’

가고일들을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리오는 생각해보았다.

‘쇼크 웨이브는 앤서러로 방어할 수가 없어. 공격이 들어오는 순간에 내가 반응을 해야 하는데, 저 공격은 눈에 보이질 않으니…… 계속 저런 식으로 나오면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 없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는 무엇 무엇이 있나. 리오라는 남자에게는 앤서러 말고는 다른 것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고찰 하려 하자, 눈앞에 반투명한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픽시인가….’

도움을 주려고 하는 픽시의 행동에 고마움을 느끼긴 했지만, 현재 상황에 홀로그램만으로 할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니야. 픽시가 괜히 이 상황에서 홀로그램을 출력해냈을 리가 없어.’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눈에 불을 키고 픽시의 배려를 읽기 시작했다.

*탑의 축복 : 강탈

하위 능력 : 콜 오브 테일러, 콜 오브 폴, 이외 31종의 이종족 능력 등

*탑의 축복 : 축복 강화 1단계.

*탑의 축복 : 게놈 해저드

*탑의 축복 : 모색

‘내가 그동안 구입한 축복들?’

픽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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