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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77화 (7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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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가 가장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지배를 하는 부분은…… 굳이 명령을 해야 할 필요가 있나?”

베드로의 말에 리오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제발 말씀 좀 쉽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술잔을 크게 들이키며 답답하다는 듯 베로드는 성을 냈다.

“이런 답답한 자식. 젊은 놈이 왜 이리 생각이 꽉 막혀있지?”

“죄송합니다….”

“원래 이런 것까지는 후배 소환사들에게 설명 해주지 않지만…. 넌 다행히 정령을 부릴 재주는 없는 듯 하니 말해주도록 하지.”

베로드는 적당한 비유거리를 찾는 듯, 펍의 내부를 두리번거리다 어느 파티 구성원을 발견했다.

“그래. 넌 꼭 명령을 해야만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다고 생각하나?”

그의 시선을 따라 함께 낯선 파티를 바라보고 있던 리오는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명령까지 할 필요는 없죠. 보통은 그냥 말로 부탁해도 의사가 통하니까요.”

“저 파티의 경우는 어떨 것 같나? 당연하지만 저 파티는 파티의 장과 파티의 구성원으로 나누어져 있지. 그래. 저 파티의 리더는 파티의 구성원에게 명령만을 할 것 같나?”

리오는 고개를 저었다.

주목당한 파티의 구성원들은 서로의 눈만 마주쳐도 무얼 원하는지 알고 있다. 손동작만으로도 무엇이 불만인지 알 수 있고, 입을 열지 않아도 이미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가벼운 농을 주고 받으며 테이블 위에서 서로가 무언가를 계속해서 주고 받는다.

저런 파티는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리더다.

누구 한명만 빠져도 무너지기 쉽다.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무너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저 파티는 명령이라는 게 필요 없죠. 서로 한 마음으로 움직이고 일심공동체나 다름없으니까요. 오히려 명령을 하면 불쾌하게 느끼겠죠.”

당연하다는 투로 말한 리오에게 베로드는 드물게도 온화한 얼굴을 지어보였다. 샐 수 없는 수많은 정령들을 다스리는 왕 다운 면모가 조금은 보였다.

“그래. 그럼 애송이 너도 저러면 되는 거 아닌가? 굳이 명령 따위를 할 필요 없이,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도록 그 아르토라는 인간과 친해지면 되는 일이다. 그러면 양심에 가책을 느낄 일도, 아르토라는 놈에게 공격 받을 일도 없지. 그때 그 놈이 널 공격한 건 불쾌하게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만?”

누군가와 친해진다.

탑의 세계로 와서 홀로 지내기만 했던 리오로써는 겁이 날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같은 인간을 지배하고 명령을 하는 것보다 났다.

“감사합니다. 베로드 스승님.”

“누가 네 스승이냐? 술맛 떨어진다. 그냥 베로드씨라 불러라.”

술잔을 부딪치며 리오는 베로드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제 25장 각자의 비밀

베로드는 안드레이가 껄끄러웠다.

그야 그럴 것이, 한 종족의 왕이 고개를 숙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펍의 주인으로서 손님에게 최선을 다해 접대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안드레이에게는 일을 떠나서 무의식적으로 존칭을 하고, 행동거지에 조심을 하게 되니, 정령왕인 그로써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해서 안드레이를 만난 날, 정령왕인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되새겨볼 정도였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데… 만나서 물어봐야겠지. 그 애송이 자식 때문에… 빌어먹을.’

인상을 찌푸리며 베로드는 용의 성지 앞의 가디언에게 방문의사를 밝혔다.

‘가디언이라… 벌써 그런 때 인가.’

용의 성지에는 말 그대로 용들만이 생활하기 때문에 사실상 가디언이 필요 없다.

용족들은 최강의 종족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법을 사용하고, 그들이 내뿜는 브레스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4대 원소를 다루는 정령왕 베로드 조차, 최초의 앤서러 라고 불린 인간조차. 추측이지만 아마 최악의 마법사라 불린 인간 마법사 알터도 불가능하다.

그런 그들이 사는 용의 성지에 가디언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간단했다.

누가 오는지 신경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용족들은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벌써 그분이 깨어나실 때라니, 세월 참 빠르군.’

그때. 누군가 베로드에게 말을 걸어왔다.

“별일이군. 자네가 나에게는 무슨 볼일인가?”

안드레이가 어느새 베로드의 곁에 서 있었다. 정령인 만큼 마법에 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베로드는 혀를 내눌렀다.

‘은신에 가까울 정도의 기척 없는 순간이동이라니… 이런 스승을 두었으니 그런 괴물이 태어났나? 아니면…….’

베로드는 그 누구에게도 내어준 적이 없던 귀한 와인을 꺼내었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말입니다.”

“으음. 정령왕이라는 걸 숨기고 싶다. 이건가?”

“안드레이님이 그걸 소문내고 다니실 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이녀석을 들고 찾아 뵌 건…….”

“아아. 내가 한 번 맞춰보지. 어디보자… 그때 자네와 만난 시간은 한 시간도 안 되지. 그런데 나한테 이렇게 귀한 술을 들고 찾아올 정도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라…….”

고민하는 척을 하며 안드레이는 기어코 깨달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렇군. 내 애제자 때문인가? 그것 말고는 딱히 다른 건 떠오르지 않는 군.”

베로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안드레이는 손을 내밀었다.

“조용히 이야기를 할 장소가 필요하겠군. 잠시 손 좀 빌려주겠나?”

안드레이의 손을 잡는 순간 베로드는 눈앞이 컴컴해지는 것을 느꼈다.

순식간에 자신이 운영하는 펍으로 이동된 것을 깨달았다. 베로드는 자연스럽게 잔을 찾아 안드레이의 앞에 내놓았다.

“적절한 대화 장소군요. 미리 긴 이야기가 될 거라 예상하고 오늘 장사는 접기로 했습니다.”

“그런 것 같군.”

애주가인 베로드이기에 구할 수 있었던 와인을 따르며 베로드는 물었다.

“그럼 이제 말씀해주십시오. 그 녀석에게 무엇을 가르치신 겁니까? 그 소환마법은 말도 안 되잖습니까?”

안드레이와 리오의 관계는 사제지간으로 알려져 있으니, 알터의 흑마법을 안드레이가 가르쳤다고 생각한 베로드였다.

“나는 못난 스승이네. 이름 뿐인 스승이지.”

“무슨… 말씀이신지요?”

“내가 사실상 가르친 건 크게 없네. 그저 알터라는 그 최악의 마법사라 불린 자의 책을 건네주었을 뿐. 그 아이 혼자서 그 책을 통해서 독학을 하고, 나는 살짝 거들어준 것뿐이야.”

그 말에 베로드는 자신이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로드가 리오에게 그 소환마법, 사령술이라는 것을 가르쳤다면, 안드레이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착각을 되짚으며 베로드는 술을 벌컥 들이켰다.

“그 녀석이 시전 했다는 소환마법. 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니, 그 외의 마법들이라면 몇 번 본적 있지.”

리오의 마법에 대해서 거론되자 안드레이의 얼굴에 수심이 드러났다. 단순히 자신이 가르치지 못했다는 스승으로써의 문제만은 아닌 듯 보였다.

좀 더. 다른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엿비쳤다.

앞으로의 대화를 위해 베로드는 리오에게 들었던 알터의 사령술에 대해 설명했다.

리오의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사실 베로드는 어이가 없었다.

시간을 감고, 과거의 시간대에서 인간을 소환해내다니.

물론 이 세계가 정상적인 세계가 아닌 것도 있다. 하지만 분명 ‘시간을 감는다.’ , ‘과거의 인간을 소환해낸다.’는 신의 권능에 가깝다.

탑이 다른 차원에서 주민을 불러들이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런 일을 고작 저서클로 보이는 인간 마법사가 해내었다고? 믿을 수 없다.

거짓말 하지 말라고 리오를 닦달 하지 않았던 것은 단순히 그가 드라칸 안드레이의 제자이기 때문이었다.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의 종. 드래곤의 사제라 불리는 드라칸. 그의 제자이기 때문에 무언가 특별하지 않을까?

이렇게 찾아와서 확인을 해보니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확인을 할 순 없지만, 리오가 해내 일들은 안드레이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군… 그 아이가 벌써 그런 재주를… 하지만 인간을 소환해내었다라…….”

고민에 빠져있는 안드레이를 보고 기가 차는지 베로드는 술을 다시 한 번 들이켰다.

“안드레이님. 저는 확인을 하고자 온 것입니다. 아무리 드라칸의 제자라지만… 그 녀석이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내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되질 않습니다!”

“그럼 그 아이의 말이 거짓말이다. 이 말인가 자네는?”

베로드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식으로 놓아져 있던 오래된 빈병들이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대기가 요동치며 빈 테이블을 반으로 쪼개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이 어디선가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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