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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빼내어 들며 땅바닥에 바둥 대고 있던 드레이크를 바라보러갔다.
어느새 공중으로 날아오른 드레이크는 리오들을 공격하기보다, 자신을 맞추지 못하고 땅에 흩트러진 발리스타 화살들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었다.
“이야……. 누가 발리스타 막 쏘라고 해서 망한 느낌이 싹 드는데.”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는 듯. 하늘이 꽉 막하 있던 건물 천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우수수수.
모래먼지를 피해 자리를 피했다. 조심스럽게 드레이크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건물을 무너뜨릴 생각은 없어, 그냥 천장을 넓히고 있다.’
천천히 드레이크를 살피던 리오는 하늘을 등진 드레이크의 목 뒤가 일렁이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도.
‘브레스……?’
혹시나 했었던 의심은 역시나 틀리지 않았다. 솔선수범해서 리오는 숨어있던 곳에서 튀어나오며 다른 이들이 피해입지 않도록 이동했다.
“플라이! 파이어! 윈드!”
그러나 리오가 이동한 장소는 평범한 땅바닥이 아니었다.
‘상대가 하늘은 난다면… 나도 하늘을 날아 줘야지. 모처럼 배운 마법이잖아.’
공중으로 떠오르는 플라이를 시전하고, 느린 부유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리오는 열을 내뿜었다. 이어서 강한 바람도 함께.
세 가지 마법을 동시에 다루는 것은 리오에게 있어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높은 서클이라면 무리일 테지만, 세 가지 마법 다 기초 마법에 속하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하늘 위로 떠오른 리오를 보고 파티원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인간이다. 플라이와 파이어, 윈드를 이용하여 하늘로 떠오를 정도로 인간은 싸운다.
저 작은 몸으로 그들이 보기엔 이쑤시게나 다름없는 무기로, 탑의 세계의 지배자라 불리는 드래곤의 돌연변이. 드레이크를 쓰러뜨리려 한다.
무모하지만… 왜 저런 인간도 하는데 우리는 하지 않는가.
“뭐해 다들!”
어느새 마족으로 본 모습을 드러낸 쿠란이 동료들을 일깨웠다.
저 작은 인간이 가진 이름이 부러워 쫓아왔고, 겨우 고생하여 따라왔는데, 여기서 이렇게 모든 것을 맡겨버린 다면… 이것은 쫓아온 것이 아니었다.
“제길! 브레스 속으로 뛰어드는 인간이라니!”
“하늘을 나는 인간? 전설속에서야 나도 들어본 적은 있지만… 너희는 하늘을 나는 소머리 쇠망치 거인을 본적 있나?”
“오늘 그걸 보는 거지! 가자!”
드레이크는 단발성 브레스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갇혀 있던 공간에서 나온 결과.
단발성이라는 속성을 사라지고 지속성으로 바뀌고 말았다.
계속해서 뱉어내는 윈드 브레스는 드레이크의 고개가 어디로 돌아가는 지 조심해야만했다.
로켓처럼 위로 치솟는 리오의 마법을 따라하며 모두가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
건물 밖으로 나온 리오는 드레이크의 목 너머로 넘어 갈 정도로 빠르게 치솟았다.
‘한 번 쏘면 멈추었던 브레스가 지속성으로 바뀌었어!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겠지!’
이래서 발리스타가 있는 것이고 가능한 건물 안에서 해결을 봐야 했다.
아마도, 드레이크가 천장을 뚫으면 게임 오버인 모양이었다.
‘여기서 죽을 소냐.’
단발성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순간 리오는 보았다. 목 뒤에 일렁이는 공간을.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하늘로 치솟은 것이었다.
“… 역시!”
드레이크는 기본적으로 본래 드래곤이 될 몸이었지만, 어떠한 이유로 성장이 불완전해졌고, 그 결과 완전한 성장을 이루지 못한 드래곤을 통틀어 드레이크라 부른다.
그 때문에 드레이크의 강함은 편차가 크다.
드래곤이 되기 직전에 성장을 멈추어 드레이크가 되면 그야말로 세기의 종말에 가까웠다.
그러나 다행이도, 리오가 상대하는 드레이크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20층 수준의 드레이크라는 거 겠지!’
리오가 본 일렁거림의 정체는 드래곤 하트였다.
과도한 브레스 남용의 결과.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고, 정제되지 않았던 드래곤 하트는 벌겋게 달아올라 드레이크의 피부를 녹이고 노출되고 있었다.
‘천장으로 날아오르면 게임 오버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 인가봐? 살 기회가 있군!’
리오는 아래에서 날아오르는 일행들을 목격했다.
‘확실히 좋은 파티야. 10층의 녀석들과 달리 행동력이 있어. 스스로 할 일이 무엇인지 어느정도는 알아.’
이 파티가 마음에 들었다.
“윽!”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일행들을 향해 드레이크는 브레스의 방향을 이리 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움이 필요해!’
리오는 검을 붙잡았다.
앤서러에는 공격기술이 없다. 하지만 폴의 재능을 받은 리오는 이전에 앤서러를 응용한 공격기술을 스스로 만들고 즉석시전 해내었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니 다시 한 번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었다.
‘뭘 하고 있나 앤서러 리오. 지금 할지 말지 주저 하고 있을 때냐. 저들은 널 필요로 하고, 너에게 필요해!’
방어만을 고집해오던 선수가 공격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것이 성공할수 있을지, 자신이 너무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해야만 한다.
그때의 감각을 떠올리며 리오는 열을 내뿜는 드래곤 하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정확히는 드레이크의 뒷 목.
용이라는 신체의 특성상. 항마력이 너무나도 뛰어나기 때문에 주변에 접근만 해도 모든 마법이 풀려버린다. 리오가 시전하고 있던 공중 체공 마법들은 모두 풀렸다.
하지만 이미 추진력을 가지고 있던 리오에게 공중 체공 마법들은 굳이 필요가 없었다.
투명한 드래곤 하트와 리오가 부딪히는 건 순식간이었다.
콰아아앙!
폭음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드레이크가 브레스를 끊고 고통의 신음을 그렇게 뿜은 것뿐이었다.
그러나 검과 드래곤 하트를 부딪친 본인에게는 그 소리가 마치 검과 드래곤 하트의 사이에서 들려온 듯한 착각처럼 들렸다.
“으으윽!”
“리오!”
속수무책으로 추락하는 리오를 쿠란이 받아들었다.
“수고했어.”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 뒤는 우리에게 맡겨. 우리는 아직 멀쩡하다고. 네가 열심히 해준 덕에 저 돌연변이 도마뱀은 완전히 맛이 갔고.”
리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자신이 속한 파티는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빌어먹을 놈들이 아직 나타나질 않았어.”
그 한 마디에 쿠란의 낯빛이 변했다.
쿠란도 오라클에 대해서는 들었을 것이고, 그들이 자신처럼 리오를 원하는 걸 소문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응. 그래. 아직 끝나지 않았네. 저 도마뱀이 죽이면 끝인 줄 알았는데.”
지상으로 내려온 리오는 몸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일행들은 여전히 오라클들의 습격을 주의하며 드레이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드래곤 하트가 없어도 역시 용족…. 죽기까지 엄청 오래 걸리겠는데.’
리오가 어느 정도 몸의 내상을 치료 했을 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오라클들은 나타나기 시작했다.
‘왔구나.’
자신의 의사는 분명히 전했다. 그러함에도 또 다시 이렇게 나타난다는 건…….
“저번 10층에서는 내가 제대로 대접을 못 해준 거 같아. 하지만 여기는 믿을 수 있는 동료들도 있고 하니…… 너희가 오는 걸 기다렸다. 이 개자식들.”
“리오님. 무얼 하실 생각입니까? 홀몸으로 저희를 막으실 생각이십니까? 뒤에 분들은 바쁘신 듯 한데… 여기는 시체도 없어서 저번처럼 알터의 흑마법 중 가장 유명한 사령술 같은 건 사용하실 수가 없습니다.”
“안다. 알터의 마법은 사령술만 대단한 게 아니야.”
“그건 흥미로운데요…. 어디 한 번 보여 주실렵니까?”
리오는 자신의 아공간에서 두 권의 책을 꺼내었다.
한 손에는 알레스터 크로울리의 진수가 담긴 책을, 한 손에는 재물이 될 책을 집었다.
음산한 기운이 리오의 주변에 머물기 시작했다. 마족인 쿠란이 뒤를 돌아설 만큼의 강대한 기운이었다.
어느새 리오의 눈은 붉게 충혈 되었고, 피부는 시체처럼 하얗게 변했다. 필시 생명을 담보로 시전하는 마법임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본인에게 과분한 마법을 시전하고 있다.
생명을 담보로 해도, 탑에서 나가면 모조로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이상. 얼마든지 사용해도 사실 상관이 없다.
그 때문에 가장 오라클들이 피하는 것이 흑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들이었다.
생명을 담보로 한 마법들은 대체로 너무나도 강력하다. 그 때문에 탑의 세계에서 대부분의 흑마법서들은 드래곤의 명령으로 폐기처분이 될 정도였다.
오직 한 마법사. 최악의 마법사라 불린 알터 때문에.
그리고 지금. 리오는 그 마법사가 유일하게 남긴 마법서를 이어받아 결국 사용하고 있었다.
알터가 사령술의 진수라 여긴 것.
그것은 바로 리오와 같은 인간을 소환 해내어. 사령체로써 다루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리오가 선조들을 소환할 수 없었던 것은 소환할 매개체가 없었다.
그 사람이 자주 사용했던 물건으로는 약했다. 신체의 일부만 있다면 소환 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알터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리오는 어제. 일기장의 주인의 것이라 추측되는 피 문장을 발견했다.
‘탑의 난이도가 어떻게 잡아지는가.’
얼마나 화가 났던지 그 부분만이 피로 새겨져 있었다.
본인의 피인지 확인할 겨를은 없었지만. 아마도 정황상 본인의 것 말고는 의심 가는 여지가 없었다.
그리하여 리오는 일기장에 있는 피를 매개체로 사령술의 진수를 이뤄내었다.
“소환. 템플러 아르토!”
검은 저주의 안개가 자욱해지며 시야를 가렸다.
소환자인 리오조차 방해하는 저주의 구름은 순식간에 템플러들의 저항에 사라지고 말았다.
“저번과 같은 수법에는 당하지 않습니다. 저주의 구름은 지겹거든요. 그나저나…… 템플러 아르토라니…… 분명 어디서 들어본…….”
“으아아아!”
철저히 숫자를 줄이겠다는 듯. 저주의 구름이 살아진 순간부터 가장 뒤에 있던 약자들이 하나 둘 제거되기 시작했다.
리오는 윗동네까지 올라간 실력 하나는 인정해주기로 했다.
죽은 몸으로도 무척이나 빠른 상태로 움직이며 살아있는 듯한 지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법이 날아오면 역시나 앤서러로 되돌려 보낸다.
누군가 등 뒤에 비수를 꽂으려 하면 거대한 허리를 휙 흔드는 것만으로도 비수는 튕겨나가고 템플러들은 나자빠졌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아르토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물리법칙을 뛰어넘은 탑의 축복이 계속해서 적용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게 당연 하기도 했다.
아르토는 물리법칙을 뛰어넘을 수 있는 탑을 정복해낸 남자다.
물리법칙을 스스로 뛰어넘는 행동을 보여주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는 이런 행동을 해내기 위해 템플러가 되었고 TP를 약탈했으며, 100층을 도전하는 과정에서도 탑의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템플러로 돌아가 TP를 약탈했다.
‘위험해, 위험한 놈이야’
정신을 놓는 순간, 주인의 목을 따고 지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리오가 역소환을 준비하려는 때 였다. 마치 리오의 머릿속을 읽은 것처럼, 템플러들을 무참히 베어내던 아르토는 자신의 소환사를 바라보았다.
끼끼기기기긱!
이미 죽어버린 성대에서 목소리가 나올 리가 없었다. 갑옷들이 서로 부딪치며 애석한 소리만 났다.
‘사, 살기!’
동골이 없는 빈자리가 자신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듯 했다. 그리고 어느새 다가온 살기가 목 줄기를 겨누고, 꿰뚫어버렸다.
제어권을 한 순간 놓쳐버렸다. 그렇게 인식하는 순간, 아르토의 대검이 두개골을 양단하기 위해 내려오고 있었다.
질끈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초가 지나도 대검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리오는 슬며시 눈을 떴다.
-20층을 통과하셨습니다.
-리오님은 20층에서 가장 높이 하늘까지 올라가 보았습니다. 이는 업적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20층을 통과 한 보상으로 귀환권과 일부 특수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보상을 신중히 고르시길 바랍니다.
“토. 통과…….”
악몽과도 같았던 아르토와 템플러들은 말끔히 사라진 상태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끌어안으며 리오는 뒤로 털썩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