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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알 수가 없다.
눈앞에 있는 템플러의 윤곽이라도 리오는 알려고 노력을 하지만, 전혀 알 수가 없다.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모험가들은 속수무책으로 대부분이 살해당하고 마니, 어느새 템플러들의 인식은 ‘재해’로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지만, 그 어느 종족이라도 해도 ‘재해’ 앞에서는 무력하다.
어느 종족이라도 재해에는 무력하고, 재해는 피하려고 애를 쓰거나 방비한다.
그 행동이 층을 오를 때마다 똘똘 뭉쳐 파티를 맺는 것이다.
절대로 템플러들을 쓰러뜨린다거나 마을 내부에 같이 생활하고 있는 템플러들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템플러는 후후. 흥분된 호흡을 가다듬었다.
존칭을 하던 리오에게 무례한 말을 했던 것이 마음에 걸리는 듯. 사죄의 태도를 취했다.
“죄송합니다. 리오님. 속마음이 드러나면 다들 이렇게 되지 않습니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해고 자시고, 미친놈들의 생각에 동감 해줄 수 없어. 애초에 종족도 다르니까 이해관념도 다르고, 뭐… 쫓고 쫓기는 그런 걸 원한 다는 건 알겠군.”
자신의 생각이 리오에게 전달이 된 듯 하자, 템플러의 반응은 조금 기쁜 듯 보였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정확한 파악은 힘들었다. 리오는 그저 겉으로 보이는 몸짓, 행동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저희 오라클들을 이끌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리오님은 비록 여기 17층에 계시지만… 먼저 이 탑을 정복했던 다른 인간들처럼, 분명 귀환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가시는 김에 부디 저희를…….”
“가능성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귀환을……. 내가 할 수 있고 말고를 떠나서, 내가 너희를 이끌고 위로 가야할 메리트가 없어.”
리오는 탑의 규칙을 떠올리며 템플러에게 말했다.
“탑의 규칙상 너희가 수많은 탑의 모험가들을 상대하며 채득한 공략은 나에게 말을 해줄 수가 없어. 어떻게 나에게 전달을 해주려고 해도, 가장 중요한 부분만이 제외 된 채 나에게 전해지겠지. 그럼 나는 그 부분을 대해 고민을 해야 하고… 그 시간을 투자하느니 그냥 탑을 공략하겠어.”
“이득? 이득에 대해서라면 다른 것으로 드릴 수 있습니다! 가령 금전적인 것이라던가! 리오님이 드라칸께 전수받는 마법이라던지!”
어떻게 해서든 리오를 포섭하려는 템플러의 노력.
하지만 그것으로는 욕심 많은 인간을 만족 시킬 수 없었다.
“이봐. 지금 이 세계에서는 아무래도 귀환을 할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생각이 여러 주민들에게 퍼져있어. 사실무근이지만……. 너희도 그런 생각을 해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거겠지.”
핏줄도 이어지지 않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리오는 이곳의 모든 주민들에게 기대를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잔혹한 살인귀들에게 조차 구원자로써 비춰진다.
인간이라면. 인간과 함께라면, 인간들은 모두 탑을 정복해왔으니, 함께한다면 같이 귀환을 할 수도 있다.
귀환을 한다는 전제조건으로 리오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서 탑을 오르면 오를수록, 100층까지 오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지고 있었다.
소망은 여전히 탑 정복, 가족들의 품으로 귀환. 이었지만 꿈과 현실은 다른 법이다.
리오는 그것을 이미 지구에서 맛보았다. 어린 시절의 꿈과 스무 살의 자신은 너무나도 달랐다.
꿈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알터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먼저 이 세계를 앞서간 알레스터 크로울리의 말에 따라, 리오는 마법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싶었다.
자신이 없다. 그 때문에 리오는 이왕 누군가와 함께 탑을 올아야 한다면…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동료, 파티를 원했다.
리오가 얻을 수 없는 것. 리오가 무슨 수를 해서도 얻을 수 없는 것을 가진 동료를.
“가능성은 둘째 치고, 나는 너희에게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해줄 수 있어. 그렇다면 너희도 너희만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걸 메리트로 꺼내야 하지 않을까?”
템플러는 리오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오라클만이 리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단순히 탑 내부에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 다른 템플러들을 막아 주는 걸로는 약해. 그걸 메리트라고 할 수는 없지.’
그가 다른 말을 하기 전에, 리오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하나 더. 나는 네가 아까 전에 했던 그 속마음. 그게 너희 오라클 전체의 의지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냥 네가 나를 필요로 하는 이유 아닌가? 만족감을 주는 사냥감이 없는 이 세상에서 떠나고 싶다. 그래서 너는 나를 필요로 하는 것뿐이야. 그건 개인의사지 오라클 전체의 의사라고는 절대로 생각되지 않아.”
“아닙니다! 분명 모두! 리오님을 필요로 한다고 의사를 통일했습니다! 이유는 다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필요로 한다는 건 같습니다!”
“그 이유를 하나로 통일 하고 와. 날 필요로 하는 이유가 좋은 쪽일지 나쁜 쪽일지 어떻게 알지? 난 속 좁은 놈이야. 죽이는 걸로 이득을 챙기는 놈들을 신뢰하는 건 무리거든.”
리오로써는 당연한 말이었다.
악당들의 동료가 되라니, 배신을 일삼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동료의 등에 칼을 꽂는 것이 일상인 템플러들이다.
리오가 믿고 탑을 오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 이건 어때? 네가 오라클을 나오고, 탑의 축복 템플러를 버리는 거야.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단군신화를 떠올리며 템플러에게 말했다.
“그런 상태로 아무도 죽이지 않고 백일동안 생활 해봐. 그럼 너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귀환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써보도록 하지.”
으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참동안 화를 삭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지금이라면 그런 말을 하실 수 있겠지요. 하지만 리오님. 당신도 우리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겁니다.”
저주와 같은 말을 내뱉는 템플러였다. 리오는 인상을 구기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앞일은 누구도 내다 볼 수 없어. 그럴 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 말을 내뱉은 직후, 리오는 말실수한 기분이 들었다.
앞일을 그 누구도 내다 볼 수 없는 것은 맞지만, 이 눈앞의 템플러가 속한 조직의 이름은 오라클(예언자)였다.
그리고 오라클에 속한 자들은, 그 이름에 걸맞게 행동한다.
“그래요. 맞습니다. 우리들이 예언자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제로 미래를 볼 수는 없죠. 하지만 미래를 본 듯이 앞일을 모두 맞추는 이유는……. 과거의 기록들을 분석하여, 예지에 가까운 추측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우리들이 하는 말입니다. 리오님.”
악담을 내뱉듯. 템플러는 또 다시 리오에게 저주와 같은 말을 다시 한 번 내뱉었다.
“리오님도 결국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누군가를 죽였던 게, 반복되기 시작할 겁니다.”
탑의 축복 : 강탈.
자신이 탑에게 받은 축복으로 인해 가장 피하고 싶었던 미래를, 예언자라 불리우는 살인마들이 예고하고 있었다.
‘내가 템플러라도 된 다는 거냐? 아니면, 템플러가 아님에도 또 다시 누군가와 피 튀기는 살육전을 벌인다는 거냐?’
폴을 리오의 손으로 편히 보내주었을 때는, 서로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리오에게 아무런 패널티가 없었다.
그러나 패널티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누군가를 죽이려고 한다? 리오는 이제 TP를 이용한 하루 귀환조차 아깝게 생각한다.
TP는 오로지 자신의 능력치 향상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 외에는 절대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살해자 패널티를 없애기 위해……. TP를 10이나 투자하는 템플러가 된다고? 개소리!’
그저 자신을 흔들리게 하기 위해 하는 소리라고 여기기로 했다.
“웃기지마. 개자식아.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
템플러가 되지 않고 살인을 한다는 것은… 탑을 오르는 리오에게 있어서 엄청난 패널티였다.
픽시는 패널티가 점점 커진다고 했다. 처음엔 3개월, 그 후엔 4개월, 5개월, 6개월…. 가장 마지막에는 다음 해인 개벽이 다가오기 전까지 탑에 입장이 불가능하다.
짧은 인생을 사는 인간에게 있어서 그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리오는 벌어질 리가 없는 미래임을 알면서도 동요했다.
“믿든 안 믿든, 그건 리오님의 마음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 리오님은 이 탑에 들어오기 위해 템플러가 될 것이고, 이 귀환의 탑을 정복할 것이라는 겁니다.”
할 말이 끝난 템플러는 등을 돌아섰다.
어느 축복의 효과인지, 순식간에 리오가 있던 17층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빌어먹을 악담을 내뱉고 가는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