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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이나 돌아왔어요. 탑의 축복을 두 개나 구입할 수 있겠어요.”
“그래?”
픽시는 곧장 축복을 구입할 수 있는 홀로그램을 출력해내었다.
*탑의 축복 : 인벤토리
자신만의 아공간을 가지고, 원하는 물체를 질량에 상관없이 마음대로 넣고 뺄 수 있게 된다.
사용 TP : 2
*탑의 축복 : 리콜
사용 시 탑의 대기실로 이동한다. 전투 중에는 사용할 수 없다.
사용 TP : 2
*탑의 축복 : 언 리미트
구입시 상시 적용. 모든 신체 능력이 상승 된다.
사용 TP : 2
*탑의 축복 : 럭키세븐
다음 일곱층 동안 탑의 축복이 걸린 무구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용TP : 2
*탑의 축복 : 하이 캔디
구입시 사용자에게 걸려 있는 모든 탑의 축복이 강화된다.
사용 TP : 2
*탑의 축복 : 템플러
살인에 대한 규제가 사라진다. 템플러를 사용시 원하는 대상이 있는 층으로 침입할 수 있으며, 귀환 할 수 있다. 대상을 죽일시 대상이 획득한 또는 획득 예정인 TP의 1%를 획득한다.
사용 TP : 10
남은 TP : 5
리오는 신중히 구입할 축복들을 고르기로 했다.
‘탑을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되는 걸 골라야한다.’
탑의 축복 : 템플러는 애초에 구입이 불가능하므로 구매목록에서 제외시켰다.
인벤토리는 탐이 나긴하지만, 리오에게는 마법을 통해 개인의 아공간을 이미 소유 하고 있었다.
‘이것도 제외.’
전투 중인 상황만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대기실로 돌아갈 수 있는 리콜.
이것은 상당히 탐이 났다.
10층을 오를 때. 만약 리오에게 리콜이 있었다면, 폴이 죽지 않아도 되었다.
탑의 규칙으로 인해 마을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기 때문이었다.
‘일단 인벤토리와 템플러를 제외하면 모두 탐이 나는 것만 남았어. 신체 능력이 상승하는 언 리미트, 탑의 축복이 걸린 도구를 습득 할 수 있는 럭키세븐, 그리고 축복 강화…….’
네 가지중에 고를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리오는 픽시에게 조언을 얻기로 했다.
“가이드로써, 나에게 추천하고 싶은 건?”
“글쎄요. 전 축복에 대해 상세히 설명드릴 수 있지만… 어떤 게 좀 더 어울릴 수 있을지는……. 선택은 리오님의 몫인데 그게 저 때문에 큰 영향을 받으면 곤란한 느낌이랄까요.”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의 책임회피잖아 그거?”
“리오님에 비하면 손가락만한 저에게 무거운 걸 맡기지 마시라고요.”
조언을 얻지 못한 리오는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에 빠졌다.
“각 축복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다고 했지? 어떤 식으로 상세히 알고 있는 건데?”
픽시는 매뉴얼이라도 읽는 투로 입을 열었다.
“리콜은 전투 중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탑의 대기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쓰여 있지만……. 가령 리오님이 마지막 전투에서 독에 당했다던가, 저주에 걸렸다던가, 혹은 몸에 기생충이 파고 들어 병에 걸렸으면…… 전투 중으로 인식되어서 리콜을 사용하지 못해요. 사실 가장 필요할 때에 쓰지 못하는 거죠. 사용할 수 있을 때는 신체에 아무 이상이 없을 때. 리오님을 적으로 인식하는 탑의 생명체가 없을 때에 해당되요.”
픽시의 말을 들은 리오의 얼굴이 구겨졌다.
"뭐야 그건. 하마터면 사기당할 뻔 했잖아.“
리콜이 가장 필요할 때는 그야말로 전투가 끝나고 다음 전투가 위험하다고 판단 될 때다.
근데 그때 사용할 수가 없다니…….
“리콜은 절대 안사. 그럼 언 리미트는?”
사실 리오는 언 리미트가 가져다 줄 신체변화가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지구에서는 자신의 변화 때문에 심란함을 느꼈지만 탑으로 돌아온 이상 강해져야만 했다.
‘또 다시 돌아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어.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지구인임을 포기해야하다니, 제길.’
리오는 흔히 판타지 소설 속에서 듣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오랜 전쟁기간동안 활약을 하던 기사가. 종전 이후에 어떤 생활을 보내는 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싸우는 일 뿐이라며 생각하고, 오랜 전쟁동안 칼만 휘두르던 기사.
그 기사에게 만년필과 화려한 집, 그리고 평화를 준다면 과연 아무렇지 않게 적응하고 보낼 수 있을까?
산속의 사냥꾼을 바닷가로 내보내어 물고기 잡이를 시키는 것과 같다.
리오도 마찬가지다. 탑의 세계에서 이종족들과 부대끼며 탑을 오르다, 지구로 귀환을 한다면… 정상적인 현대인의 생활을 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내가 지구인으로 돌아가기엔 글렀어… 하지만. 먼 미래의 이야기야. 지금 당장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일단 올라가는 것만 생각하자.’
자신의 인간성에 대해서 리오는 생각하는 걸 그만두기로 했다.
이 이상 충격 받을 것도 없다. 이미 자신은 모니터 너머로 감상하던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엔딩 직전 모습이다.
주인공은 인간으로써 강해졌고,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리오가 상상하는 탑의 축복 : 언 리미트는 괴물에 좀 더 가까워지는 능력이었다.
‘괴물에 가까워지면… 이 탑의 세계의 기준으로 생각해볼까? 인간의 신체능력이 상승된다면. 오우거급으로 단 번에 쌔질 리는 없겠지. 그럼 오크나 그에 준하는, 혹은 그 밑 정도로 신체가 강화되려나?’
궁금증을 해결하는 픽시의 대답이 들려왔다.
“언 리미트도 마찬가지로 마냥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리콜처럼 함정이 있어요. 분명 신체는 강화되지만, 인간이 인간족을 뛰어 넘을 정도로 쌔지 진 않아요. 어디까지나 인간이 인간의 기준에서 쌔지는 거죠. 단지 좋은점은 체질과는 무관하게 강화된 다는 점?”
“내가 살던 지구처럼 이곳에 인간만이 산다면 분명 좋은 축복이겠지만, 그다지 좋은 게 아니군.”
탑의 세계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오크, 오우거, 엘프 같은 종족뿐 만이 아니라, 가지각색의 종족들이 있다.
난생 들어보지도 못한, 처음 보는 외모, 특징의 종족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인간보다 무력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강하다는 것이고, 그 점으로 보아 언 리미트는 리오의 선택사항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벼룩이 파워업을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
심한 비유인 것 같지만, 탑의 세계에 수많은 종족들이 볼 때, 인간의 신체능력은 벼룩이나 다름이 없다.
툭 치면 죽고, 뜨거운 콧김으로 불면 죽는 건 매한가지니까.
‘그럼 남은 건… 도박이나 다름없는 럭키세븐과 축복강화인가…….’
“축복강화에 대해 먼저 설명해줘.”
“럭키세븐에 대해 먼저 듣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도박 좋아하시는 거 아니셨어요? 저번에 도박하셨잖아요. 큰 돈 버셨고.”
“그건 내가 뛰는 거니까 가능성이 보였어. 근데 이건 좀 아니야. 필드 드랍이라니… 난 이런거 절대 안 믿어.”
게임과는 다르겠지만, 게임을 할 때 드랍률 몇 배 이벤트를 할 때면 항상 쪽박을 찼던 리오로써는 럭키세븐에 TP를 투자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탑의 축복이 걸린 도구라고? 딱 봐도 사기잖아. TP를 소모해야 딱 하나 얻을 수 있는 걸… 럭키세븐을 쓰면 운 좋게 여러 개 얻을 수 있다는 말이잖아? 여기에 혹해서 TP를 낭비하게 하려는 탑의 음모다. 이건 절대로 선택해서는 안 돼!’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리오는 럭키세븐을 구입하고 싶다는 욕망이 샘솟았다.
‘차, 참아야 되! 나한테 귀한 물건이 뜰 리가 없다고!’
럭키세븐이니 드랍률이 7배일 것이다. 엄청난 혜택일 테지만 좀 더 생각해보아야 했다.
‘탑을 게임이라 생각해보면… 분명 축복이 걸린 도구는 극악의 드랍률을 가지고 있을 거야. 수치상으로는 소수점 자리겠지. 0.1이나 0.01.’
탑의 축복 : 럭키세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 드랍율이 일곱배가 될 것이 분명했다.
본래 드랍률이 소수점 자리라고 예측한다면, 거기서 7배가 되어봤자…… 의미가 없는 짓이었다.
“럭키세븐에 대해서는 부디 그만 말해줘, 흔들릴 려고 하니깐.”
“네. 그럼 축복 강화에 대해서 설명 드릴게요. 축복 강화는 구매자가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축복들 중, 한 가지 축복을 강화시켜주는 것이에요. 가령 리오님이라면… 탑의 축복 강탈의 제한이 살짝 풀리는 거죠.”
“제한? 예를 들면?”
“강탈한 재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결국 하나 뿐이잖아요. 축복강화를 사용하면 그게 두 개로 늘어나요.”
탑의 축복 : 강탈은 리오가 탑을 오를 수 있게 해주는 근간이었다.
‘그것을 강화한다 이 말이지…….’
신체를 강화하는 것보다 좀 더 가성비가 높아보였다. 리오는 거리낌 없이 축복강화를 구입하기로 했다.
“… 이걸 선택하겠어.”
픽시는 좋은 선택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님에게 걸려있고, 사용할 수 있는 탑의 축복은 강탈뿐이에요. 고로 강화할 수 있는 건 강탈뿐이므로, 축복강화는 강탈을 강화하는 걸로 진행할 게요.”
“그래.”
픽시가 박수를 치자 천지가 요동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리오의 눈앞에 검붉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탑의 축복 : 강탈이 축복강화로 인해 강화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강탈한 재능 중. 총 두 가지의 재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태 탑을 올라오며 꽤나 많은 수의 몬스터, 이종족들을 사냥해왔기 때문에 리오에게는 많은 재능들이 있었다.
테일러의 재능, 폴의 재능처럼 대단한 것들은 없었다. 대부분의 것들이 단순히 ‘땅을 잘 파는 재능’, ‘풀을 쉽게 소화시키는 재능’ 같은 쓸 때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 때문에 리오는 재능 선택에 대한 망설임이 없었다.
“콜 오브 테일러, 콜 오브 폴.”
마법과 검의 재능이 리오의 몸에 깃들었다.
‘마침 10층에서 이 두 가지 재능을 동시에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되었군. 이로써 좀 더 탑을 쉽게 올라갈 수 있겠어.’
축복강화에 투자한 TP가 전혀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리오는 다른 축복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보다, 픽시에게 말했다.
“다른 건 그만 두지. 별로 끌리는 게 없어. 남은 TP는 킵 가능하지?”
“물론이죠. 남은 TP 3포인트. 그럼 다음에 이용하는 걸로 알겠어요.”
픽시는 축복 구매리스트를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