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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기다리던 것들
순식간에 찾아온 정적과 하얀 탑의 대기실.
방금 전까지 고생했던 흔적들은 모두 사라지고 각 층의 클리어 보상인 회복으로 인해 리오의 방패와 상처들이 모두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행이군. 방패를 새로 구해야하나 했는데…….”
완전히 시간이 되돌려진 듯이 돌아온 방패와 자신의 상태를 보며 리오는 픽시를 불렀다.
허공에서 반가운 얼굴을 보자 이제야 10층을 클리어 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반갑다! 그동안 보고 싶었다고!”
10층에서는 다른 모험가들이 있기 때문에 픽시를 단 한 번도 불러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리오는 픽시에 대한 그리움이 애정으로 바뀔 지경이었다.
“요녀석!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적당히 눈치 보면서 한 번 얼굴이라도 보여주던가!”
“에헤헤! 시, 실은… 저도 이번엔 휴가라는 기분으로 좀 놀러 다녔달 까요…….”
“난 고생하고 있었는데… 잊고 지냈다는 말이구만.”
“아, 아니… 뭐. 그래도 잠자면서 리오님 생각은 여러 번 했다고요? 고생하고 있을 모습이 눈에 훤해서…… 아아. 어쩌지 하고 가슴이 콩닥 콩닥…….”
손바닥만 한 요정이 자신을 걱정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말에 리오는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저, 정말?”
“… 네. 넵!”
거짓말인 것을 알면서도 리오는 넘어갔다.
“자. 10층도 올라왔고, 이제 나에게 줄 것이 있을 텐데?”
리오는 날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픽시에게 준비된 것을 요구했다.
“뭐, 뭘요?”
“모르는 척 하지 마. 장난해?”
“아하하… 귀환권이랑 보상 말이죠.”
픽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리오에게 업적에 대한 보상을 말할 수 있었다.
“원하시는 귀환권은 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일단 이걸 봐주세요.”
반투명한 홀로그램 창을 만들어낸 픽시는 리오에게 화면을 볼 것을 요구했다.
“또 뭔데 그래?”
홀로그램 창의 내용은 가뿐히 넘어가기에는 충격적인 것들이 있었다.
*탑의 축복 : 인벤토리
자신만의 아공간을 가지고, 원하는 물체를 질량에 상관없이 마음대로 넣고 뺄 수 있게 된다.
사용 TP : 2
*탑의 축복 : 리콜
사용 시 탑의 대기실로 이동한다. 전투 중에는 사용할 수 없다.
사용 TP : 2
*탑의 축복 : 언 리미트
구입시 상시 적용. 모든 신체 능력이 상승 된다.
사용 TP : 2
*탑의 축복 : 럭키세븐
다음 일곱층 동안 탑의 축복이 걸린 무구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용TP : 2
*탑의 축복 : 하이 캔디
구입시 사용자에게 걸려 있는 모든 탑의 축복이 강화된다.
사용 TP : 2
*탑의 축복 : 템플러
살인에 대한 규제가 사라진다. 템플러를 사용시 원하는 대상이 있는 층으로 침입할 수 있으며, 귀환 할 수 있다. 대상을 죽일시 대상이 획득한 또는 획득 예정인 TP의 1%를 획득한다.
사용 TP : 10
*귀환권
구입시 자신이 생활하던 본래의 세상으로 귀환한다.
귀환 시간은 단 하루이며, 24시간이 지나면 강제로 탑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사용 TP : 10
남은 TP : 10]
‘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한 목록들.
그러나 탑의 축복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것들이 있었다. 바로 TP.
여태 업적을 깨온 리오에게는 다른 이들 보다 TP를 선택할 권리가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귀환권이나 템플러가 되는 축복은 대상의 TP를 모조리 앗아간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없앨 것이냐. 아니면 욕망을 충족시킬 것이냐.
리오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비, 빌어먹을… 이래서야. 귀환을 하지 말라는 거잖아…….’
템플러는 제쳐 두고, 다른 축복들은 너무나도 탐이 났다.
하지만 그것들을 선택하자니, 귀환권이라는 것을 놓치기 싫었다.
‘귀환을 하려고 노력을 한 거지만…….’
이걸 보아하니 오라클들은 오늘 자신을 가지고 논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의 손에 쓰러진 놈들도 사실은 말단이나 다름이 없었을 터.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귀환을 한다면 나는 귀환을 하지 않은 녀석들과 격차가 나게 된다.’
그걸 메꾸기 위해 지금보다 더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어쩌면 폴을 죽인 것처럼 많은 이들을 손수 죽여야만 한다.
“지금… 당장 선택해야 하나?”
리오의 물음에 픽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하지만 일부 축복들은 20층을 위로 올라가신다면 바뀌어요.”
“그렇게 까지 오랫동안 고민할 생각은 없어.”
그래도 시간이 필요했다.
***
10층에서 함께 했던 이들과 회포를 풀고 리오는 오랜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긴 밤을 보내고, 휴식을 취할 세도 없이 리오는 그 다음 날 또 다시 탑을 향했다.
20층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면, 구매할 수 있는 축복이 바뀌지 않는다고 하니, 그 전까지 천천히 고민 해볼 셈이었다.
‘11층으로 가서, 굳이 스펙업을 해야 할 정도인지 감을 잡아볼까…….’
템플러들과 또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들은 리오를 해칠 생각이 없는 듯 보였으니 혼자 있는 리오를 습격 할 이유가 없었다.
무언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가능성은 있었지만… 11층은 10층과 달리 단독 수행이 가능한 듯 싶었다.
만약 템플러들이 나타난 다면 도망치면 될 문제였다. 10층은 굳이 말해서 보는 눈이 있어서 도망을 치지 않은 것 뿐이니…….
‘분명 칼이 오히려 11층이 10층보다 쉽다고 했었지…….’
그래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11층을 진행해 나아갔다.
리오가 작아진 건지, 아니면 거인의 세계에 리오가 온 건지, 세상의 모든 물체들이 커 보이는 곳에서 리오는 처음으로 몬스터를 만났다.
‘사마귀?’
“픽시. 저거 이종족… 몬스터는 아니지?”
“예. 그냥 평범한 곤충이에요… 잡는다고 해도 리오님의 강탈이 발동하지는 않겠지만……. 저쪽이 가만히 있지는 않겠네요.”
곧 거대한 사마귀가 리오를 발견하고 손을 휘둘렀다.
능숙하게 앤서러로 대응하려고 했으나, 어째서인지 리오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억!”
날카로운 사마귀의 낫에 이끌려 허공을 날았다
“리, 리오님?”
픽시조차 가뿐히 사마귀를 쓰러뜨릴 것이라 여겼던 듯.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 실수를 했군.”
자리에서 일어난 리오는 다시 사마귀의 공격을 앤서러로 튕겨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실패하고 말았다. 인위적인 조작이 있거나 리오의 감각에 어긋남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었다.
“이, 이런 아. 안돼!”
근처의 나무에 부딪칠 정도로 쌔게 날아간 리오는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의 신음을 내질렀다.
‘왜? 실수를 했지?’
용맹무쌍한 오크 족장 앞에서도 모든 충격을 완화 할 수는 없었지만, 결국 이겨내었던 리오였다.
고작 사마귀에게 실수를 저질러서 지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이를 갈며 리오는 기어코 마법을 시전했다. 사마귀를 가뿐히 태워버린 뒤, 그 시체에서 나오는 기생충 마저 태워버렸다.
‘이렇게 간단하게 이기는 걸… 난 왜?’
아무래도 휴식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2층부터 10층을 연이어서 올라온 피로가 봇물처럼 터졌다고 생각했다.
“… 오늘은 이만 가자. 픽시.”
“네.”
해가 아직 쨍쨍할 시간에 리오가 탑에서 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벌써 이 시간에 나오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 이때에 나온다는 건… 무조건 하나였다. 탑을 올랐다가 포기했다는 것.
주민들의 시선을 피하며 리오는 집으로 돌아갔다.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막연히 컨디션이 좋지 않을 뿐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마찬가지로 사마귀의의 앞에서 리오는 또 다시 처참히 패배를 맛보았다.
“리, 리오님? 무슨 일 있으세요?”
“혹시 이 층에 무슨 환각 같은 거 있나?”
“그런 건 없는데요…….”
“그럼 내 실수라는 말인데…….”
연달아서 실수가 터져 나오자 리오는 망연자실한 얼굴이 되었다.
‘슬럼프가 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