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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46화 (4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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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을 위한 행위였기 때문에 마나를 흡수하는 시간은 굉장히 오래 걸렸다.

하지만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컨슘으로 마나를 빼앗으며 회복해나가니 몸의 활력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나가 돌아오니까 후유증도 점차 나아지는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 부족해.’

리오가 회복에만 전념하는 사이, 전세는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방벽을 점령한 제국군이 그 아래에 있는 문을 개방하였고, 밀물처럼 부락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싹 쓸어버려라!”

“이곳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수백골드와 미녀들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다!”

지휘관들의 응원에 병사들은 더욱 힘을 내어 오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역시 오크들을 상대할 때는… 내가 굳이 손을 쓸 필요는 없겠군.’

뒤에서 천천히 컨슘을 시전하며 체력을 회복하던 때 였다.

“전방에 오크 족장 출현! 다수의 오크전사들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일반 오크들 보다 덩치가 두 배는 큰 오크족장.

가히 중형급 몬스터라고 말 해도 될 정도였다.

“저건 좀 위험해 보이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크 족장이 휘두르는 둔기에 제국군 수십 명이 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한 번의 공격에 수십명이 나자빠지니, 뒤에 있던 모험가들과 리오가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족장의 주변에 있는 오크 전사들부터 없애야겠지.’

모험가들만 알 수 있는 신호를 보내어 다들 모이게 했다.

“무슨 일이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압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들이대는 건 초심자나 하는 짓이지요. 대처가 필요합니다.”

탑을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지만, 분명 게임에서 얻은 경험이 일상 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것도 있었다.

‘이번 일… 레이드라고 보면 되겠지. 그렇다면 먼저 없애야 할 건 저 오크 전사들이다.’

리오는 동료들 중에서 가장 날렵하고 오크들을 순식간에 처치 할 수 있는 암살자역을 몇 골라보았다.

그동안 같이 지낸 탓에 역할을 부여하는 건 쉬웠다.

“탈론, 다랄, 호두로씨…… 등. 여러분은 오크 족장의 곁에 있는 오크 전사들부터 먼저 빠르게 처치해주셨으면 합니다.”

“왜지? 이건 족장을 먼저 해치우면 되는 일 아닌가? 귀찮게 부하들부터 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군.”

“저희 모두가 순식간에 오크 족장을 쓰러뜨릴 수 있으면 됩니다만… 저 덩치를 보아하니 불가능하고 장기전으로 갈 것 같군요. 그렇다면 저희도 이 전투를 길게 보고 족장을 호위하는 녀석들부터 처치해야 합니다.”

리오의 말에 반론을 꺼냈던 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알겠다. 네 말에 따르도록 하지.”

“다른 분들은 오크 전사들을 처치하면서 적당히 오크 족장을 자극해주십시오. 방금 전 호명 하신 분들은 오크 전사를 처치하는 것에 집중하시고, 저를 비롯한 나머지 분들은 오크 족장의 주위가 저희에게만 고정되어 있도록. 시선을 끌어야합니다.”

“요컨대 족장을 두들기라는 말이지?”

“그건 맞습니다만… 제국군이 완벽히 합류하고, 오크 전사들이 모두 쓰러지지 않는 이상 우리들 끼리 족장을 상대하는 건 위험해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입장에서 제국군은 그저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 탑이 괜히 만들어 둔 것이 아닐 테지요. 쓰라고 만든 겁니다. 이용해줍시다.”

리오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마법이 사용 가능한 이들은 먼저 나서서 공격을 퍼붓지 말고, 동료들이 원활히 전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보조 마법이나 치료 마법을 시전 하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역할 분담을 끝내고 전투를 끝내러 갈 때, 사자와 섞인 수인이 리오에게 말을 걸어왔다.

언젠가 리오가 좋은 리더가 될 거라고 말했던 인물이었다.

“뭐야 당신. 당신도 이런 거 할 줄 알잖아? 왜 그동안 뒤에서 멀뚱 멀뚱 보고만 있었어?”

“위기가 닥치니 한일 일뿐입니다. 전 매일, 매초 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할 뿐이죠. 이건 그냥 리더의 자질이 아니라 보고 배운다면 누구나가 할 수 있는 겁니다.”

“누굴 이끄는 사람은 다들 말을 잘한다고 하더라고. 결국은 너도 마찬가지 같은데?”

“그건 이 일이 끝나고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컨슘을 수십번 했기 때문인지 몸의 후유증과 마나는 제법 회복된 상태였다.

오크 전사들을 향해 몸을 날리자, 족장의 매서운 둔기가 리오를 향해 곧바로 날아왔다.

“위험해 리오!”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미 회복을 한 리오는 앤서러를 펼칠 준비를 했다.

육중한 둔기를 방패로 막아내며 튕겨내었다. 분명 인간의 몸으로는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같은 오크가 족장의 공격을 막더라도, 그 힘에 의해 공중으로 날아가고 말지만…… 앤서러는 다르다.

충격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 맞받아쳐 그대로 돌려준다.

오크 족장의 둔기가 풍비박산났다. 그 사이, 리오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족장이 무방비 상태다!”

그 소리에 주변에 있던 모험가들과 병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쥐었다. 족장에게 화력이 집중되고 리오는 그 짧은 틈을 타서 경련하는 팔을 쥐고 뒤로 물러났다.

“컨슘!”

닥치는 대로 컨슘을 하기 위해, 애석하게도 죽어가는 병사의 시체에서 마나를 흡수했다.

‘허억….’

족장의 둔기로 인해 리오의 몸은 멀쩡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로 다시 돌아갔다.

급하게 컨슘을 무작정 시전하며 원상태로 돌아가려고 노력했고, 주변에서 또 다시 오크 족장으로 인해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본래 위치로 돌아갔다.

“리, 리오. 괜찮나?”

“…회복 하고 왔습니다. 괜찮습니다.”

“자네가 사용하는 마법은 척 보기에도 흑마법 인 것 같은데. 그거 설마 최악의 마법사라고 불리우는 알터의 마법인가?”

‘알터?’

최악의 마법사라는 건 알레스터 크로울리를 말하는 것일 터.

알레스터 크로울리가 본명이라는 것은 책과 픽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는 귀환을 해내었으므로 본명을 발설해도 되고, 비공개였던 자료들은 모두 공개로 변했다.

‘알레스터 크로울리는 이 세계에서 알터라는 이름을 사용한 모양이군.’

탑의 세계 인간 최초의 흑마법사.

리오가 흑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단 번에 알아챈 그를 향해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비밀로 하려고 했지만 역시 위기를 몇 번 거친 동료에게는 숨길 수가 없네요. 전 알터라는 분의 진수를 전해 받았습니다.”

“알터의 제자인가 하하…. 불길함의 상징인 흑마법사가 동료라니. 탑의 세계로 와서 나도 참 별난 일을 겪어보는 군.”

흑마법사는 리오가 있던 지구에서도 마녀나 다름이 없는 존재였다.

아니, 애초에 지구에서는 마법사라는 존재 자체가 불길함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마법이 부흥한 세계에서 살다온 주민들에게는 흑마법사는 악 그 자체였다. 죽음을 몰고 오는 마법사. 악의 마법사.

“흑마법사이긴 하지만… 내 눈에는 지금 자네는 인간으로 보이질 않아. 인간이 아니라……. 이종족 그 단어로 밖에 표현을 할 수가 없군.”

씁쓸한 말이었다.

어쩌면, 이미 리오는 지구로 돌아간다고 한 들. 일상생활을 보내기에는 불가능 할 정도로 너무 변해버렸다.

십층 식 오를 때마다 영구귀환권이 아닌, 하루 씩 돌아갈 기회를 주는 건, ‘네가 정말 이 꿈같은 세계를 버리고 돌아간다는 생각’을 고치게 하기 위해서 일지도 몰랐다.

애초에 탑의 세계는 본래 세계에 불만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니까. 회개하고 다시 돌아간 다고 한들, 똑같은 결과가 나올 뿐이다.

“… 이종족이라.”

난동을 부리는 오크 족장을 보며 리오는 인상을 찌푸렸다.

“제가 살던 곳에는… 어느 짐승을 잡으려면 그 짐승이 사는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말이군. 무엇을 하려고 하면, 그곳에 가까이 가라는 말인가?”

“예. 저는 그 말대로 행동한 걸지도 모릅니다.”

족장이 둔기 대신에 쥔 나무가 자신을 향해지고 있었다.

동료들을 위해 어렵지 않게 막아낸 뒤, 리오는 지금의 자신을 보았다.

확실히, 저 괴력을 막아내는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 이종족이라 봐야 맞았다. 이런 걸 해내는 지구인을, 지구인들은 지구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 이종족들을 잡기 위해 노력하던 게, 어느새 제 스스로가 이종족이 되어버렸네요.”

스스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미 자신은 인간이라 지칭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이종족이 되었으니, 인간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 그리고 그건 지금은 아니야……. 귀환을 하고 나서다.’

리오는 족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화력을 퍼붓고 있던 동료들 틈으로 다가가, 족장에게 컨슘을 시전했다.

‘족장이라 그런지 흡수되는 마나량이 확실히 다르군.’

마나량도 마나량이지만, 온몸의 잔 상처들이 빠르게 치유가 되고 있었다. 마치 재생력이 뛰어나다는 트롤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크어어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던 오크족장이 더 이상의 수모는 참지 않겠다는 듯. 모든 화력을 버티며 일어섰다.

또 다시 주변에 있던 나무를 뽑고 휘두르기 시작했는데…….

‘뭐, 뭐지? 광폭화인가? 갑자기 빨라졌는데?’

흔히 말하는 버서크를 떠올렸다. 하지만 곧 익숙한 마법의 파동을 알아챘다.

‘누군가 오크에게 버프를 걸고 있다.’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마법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애썼다.

수풀 뒤에서 숨어 있는 템플러….

충분히 흡수된 마나를 이용해 리오는 뇌전의 창을 만들어내었다. 라이트닝 스피어. 빠르기 만큼은 이름 난 마법이었다.

지지직!

“칫!”

템플러에게 걸려 있던 실드마법에 차단된 라이트닝 스피어.

들켰다는 것을 눈치 챈 템플러는 곧장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저걸 쫓다간 또 저번처럼 당하고 만다.’

이미 오크 족장에게 걸린 버프부터 해결 해야만 했다.

빠르게 버프 해체 작업에 착수했으나, 근처에서 들리기 시작한 비명소리는 집중력을 흩트러 놓기에 충분했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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