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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45화 (45/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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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사로 인해 분산된 군대는 고난 끝에 다시 합류 할 수 있었다.

다시 모인 모험가들을 확인하며 리오는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폴이 안 보이는 데?”

반대쪽 부대에 있었던 인물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떨궜다.

“… 죽었나?”

“아직 죽지는 않았다. 응급처치를 받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그렇게 오래 살 것 같지는 않더군.”

그 말은 이미 이 10층을 오르는 일에서는 제외해야만 한다는 말이었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한 지붕아래에서 생활 했던 이가 죽어간다는 말에 리오는 적지 않는 충격을 받았다.

“10층을 포기하고 내려간다면… 살 수 있을 텐데?”

“이봐, 이미 죽어가는 놈을 위해 여기서 귀환지점까지 돌아갔다 올 놈은 없어. 그놈 스스로도 갔다 올 형편은 아니고.”

“음…….”

맞는 말이었다. 이미 귀환이 가능한 지점과는 먼 거리를 이동해왔다.

하루 이틀 걸리는 거리가 아니었다.

‘죽도록 내버려둬야 하나.’

군대에는 의무병들이 있다. 정성어린 치료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치료 마법의 실력은 리오보다 우수하다.

그러함에도 여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다는 건… 이미 손을 쓸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

“잠깐 얼굴 좀 보고 오지.”

폴과 했던 시간은 아주 짧았지만, 그래도 한 때 움직였던 사이였다.

다른 이들은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이 익숙할지 몰라도, 리오는 그렇지 않았다.

‘… 이렇게 나로 인해 누군가 죽는 구나.’

신음이 끊이질 않는 막사로 발걸음을 옮기자 리오는 폴을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엘프답게 빼어난 외모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사지는 멀쩡한 곳이 없었다.

평소 폴을 달갑게 보지 않았으며,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터라 리오는 그의 옆에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자업자득이다. 내가 눈치를 줬을 텐데…. 밑으로 돌아가라고.”

“헤헤. 설마… 그렇게 산사태를 일으킬 줄은 예상도 못했어요. 도망치는 건 자신… 있었는데.”

애초에 도망을 염두에 둔 모험이었던 건가. 리오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후회는 늦었다. 너의 죽음은 내가 친절히 조렌씨에게 전해주도록 하지.”

조렌은 상인이기도 했지만, 엘프들을 이끄는 우두머리이기도 했다. 리오는 동료의 죽음을 전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 말에 폴은 적지 않게 기뻐하며 물었다.

“어떤 식으로… 전해드릴 건데요?”

“어떤 식으로 전해주길 원하나?”

리오의 물음에 흐리멍텅한 눈으로 폴은 고개를 갸웃했다.

“…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해주실래요?”

폴이 도움이 된 적은 처음에 공략을 알려 줄 때 밖에 없었지만. 죽어가는 이의 마지막 소원쯤은 못 들어줄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 소원의 내용을 듣자, 리오는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눈앞에 있는 폴의 소원을 실제로 이루어줄 방법이 있었다.

“그거면 되나?”

“예.”

폴의 눈동자가 점점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었던 말이 끝나자 삶의 의지를 놓아버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리오는 그의 손을 부여잡으며 물었다.

“넌 나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못했어. 그대로 가면 난 거짓말쟁이가 될 뿐인데…. 엘프들은 거짓과 진실을 구별한다며? 난 거짓말쟁이가 되기는 싫다.”

“그…럼?”

“좋은 방법이 있다.”

남들이 들을 수 없도록 리오는 폴의 귓가에 대고 자신이 생각한 바를 전했다.

“좋아요. 어차피 이런 몸인데…….”

당사자의 허락이 떨어지자 리오는 의무병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물론 모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약간의 각색을 했다.

폴의 의사를 확인하고 의무병이 허락을 하자 리오는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날카로운 검을 빼어들었다.

리오가 할 일은 존엄사라고 할 수 있다.

폴을 리오의 손으로 직접. 편히.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것이었다.

‘난 그냥 엘프를 죽여보고 싶을 뿐인가? 아니면 폴을 편히 보내주고 싶은 건가?’

검이 폴을 향해졌다. 산사태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고 있던 폴은 리오에 의해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생기는 일은 두 가지다.

폴은 리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리오에게 줄 수 있고, 리오는 엘프라는 새로운 종을 자신의 손으로 죽였기에 또 다른 재능을 얻을 수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의 재능을 빼앗는 다는 욕망은 고개를 들고 폴을 리오의 손으로 죽이게 만들었다.

‘윽!’

테일러를 죽였을 때처럼, 극심한 복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애써 참자 곧 수그러들었고, 폴이 준 재능을 확인했다.

-탑의 축복 : 강탈이 시전 되었습니다.

-엘프 폴. 그를 당신의 손으로 직접 살해한 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그의 꽃피우지 못한 재능의 일부가 당신에게 깃듭니다.

*콜 오브 폴

엘프 폴은 엘프임에도 마법에 시원찮은 재주를 가진 엘프였다.

엘프들 사이에서는 쓸모없는 녀석이라며 손가락질을 받아왔고, 그 탓에 소심한 성격이 되었다.

여태 그런 인생을 살아온 폴.

만약 그가 검을 들었다면 탑의 최상층을 넘나드는 우수한 검사가 되며 지금까지의 삶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가 꽃피우지 못한 재능.

이제부터 부러지지 않는 검. 소드 마스터의 재능이 당신에게 깃들게 된다.

그의 목숨을 취한 날을 영원히 기억하라.

‘축하해 폴. 넌 분명 도움이 되었어.’

폴이 남겨준 재능은 분명 어디 가서 또 다시 구할 수 없는 것이다.

각개격파를 하려다 각개격파 당한 리오.

이제 반격을 할 차례였다.

13장 단독질주

리오는 폴의 재능을 곧바로 확인했다.

테일러의 때처럼, 리오에게 소드 마스터까지 쉽게 성장 할 수 있으며 그 정도로 한계선이 늘어난 것뿐이었다. 본인이 소드 마스터가 된 것이 아니다.

‘… 소드 마스터라. 전설속의 이야기구만… 근데 그런 이야기속의 주인공이 바로 옆에 있었다는 건가.’

마법이 보편화된 세상이다보니 소드 마스터급 고서클 마법사는 많다.

하지만 무엇을 베어도 부러지지 않고, 그 어떤 것에도 검에 막힘이 없는 소드 마스터는 리오가 알기로 이 탑의 세계에 없었다.

‘있어도 실력을 감추고 생활 할 수 있겠지만은… 후. 어쨌든 잘 되었군.’

앤서러 라는 방어술. 소드 마스터의 검술을 다룰 수 있다면 정말 리오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었다.

‘그때까지 성장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지만…….’

좋은 재능을 얻었지만 사실 이 재능은 지금 당장 쓸 수가 없었다.

탑의 축복 강탈은 무한히 재능을 빼앗아 올수 있었다. 하지만 리오 본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재능은 고작 단 하나였다.

가지고 있는 재능은 이전 층들을 올라오며 제법 쌓인 편 이었다. 10층까지 올라오면서 적지 않은 다양한 이종족들을 처치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테일러의 것, 폴의 것처럼 쓸 만한 것은 마땅히 없었다.

‘이제는 고민을 해야겠는데, 테일러와 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건가.’

마법을 쓸 때는 테일러의 것을 선택하고, 검을 쓸 때는 폴의 것으로 왔다갔다 한다. 생각만 해도 번거로웠다.

‘일단 마법만 쓰자.’

익숙한 것을 쓰는 것이 가장 좋았다.

***

코앞에 당도해있던 오크 부락을 섬멸하는 건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앞선 전투에서 고전을 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군대와 리오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순식간에 섬멸을 끝내고 리오는 또 다시 정보를 풀었다.

‘이제 마지막 부락이다.’

운이 좋게도 오크 족장은 여태 등장하지 않았다.

마지막 부락에 간다면 필시 등장할 것이고, 오라클도 아마 그때 재등장을 할 것 이었다.

‘다시 만난다고 했으니… 오크들과 난전이 이뤄지는 사이에 우리들의 뒤를 노리겠지.’

가는 길목에 또 다시 토사를 일으키는 방법도 있었지만, 군대는 똑같은 수에 당하지 않겠다는 듯. 일부러 안전한 길을 고집해서 갔다.

오크 부락의 코앞까지 당도한 리오는 지금까지 함께한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지금까지 감사합니다.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여기까지 와주셨네요.”

“널 위해서 온 것은 아니다. 날 위해서 10층을 오른 거지.”

각자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 조금만 더… 하면 귀환을 할 수가 있다.’

지구로 거의 일 년만에 돌아가는 것이었다.

벌써부터 감개무량했다. 넘어서야 할 적들은 산더미 같지만, 순식간에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조금 있으면 출발하겠군요. 다들 건투를 빕니다.”

군대가 오크 부락을 향해 진입하기 시작했다.

오크 족장이 있는 곳인 만큼, 다른 곳과 다르게 진지 구축이 철저하게 되어 있었고, 쉽게 부락 안으로 침입 할 수가 없었다.

“좀 더 밀어붙여!”

“사다리와 사슬을 가져와라!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어!“

산속까지 공성병기를 가져올 수는 없었다. 그 탓에 방벽을 무너뜨리는 건 손으로 직접 해야했고, 문을 열기 위해서는 물량공세를 펼쳐야만 했다.

‘오크를 상대로 물량공세라니.’

무리해보였지만.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숙련된 병사들이었다. 여태 오크부락을 섬멸해온 경험이 발휘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하나 둘 위로 올라가기 시작할 때, 리오를 비롯한 모험가들도 방벽 위로 진입했다.

“지금이라면 큰 피해 없이 갈 수 있겠어. 가지.”

사슬을 던지고 줄을 타며 위로 올라갔다. 위에서 병사들이 버티는 사이, 안전하게 올라온 리오들은 밑에서 다른 병사들이 올라올 수 있도록 오크들을 막아내었다.

‘마법의 후유증이…….’

마나는 반의 반 정도 모인 상태였고, 후유증은 아직 온몸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었다.

격한 움직임은 오라클이 또 다시 나타나기 전에 몸을 지치게 만들 것이었다.

‘별수 없군.’

“컨슘!”

바로 앞에 있던 오크의 신체에 손을 가져다대자 그 오크가 가지고 있던 마나가 리오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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