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의 탑-42화 (42/190)

<-- 42 회: 2-8 -->

***

제국에서 자랑하는 명장의 지휘에 따라 리오와 모험가들은 병사가 되어 출병을 하였다.

가장 가까운 오크 부락부터 큰 손실 없이 섬멸 시킬 수 있었고, 리오는 오크들을 고문하여 정보를 얻어내었다는 식으로 또 다른 오크부락에 대한 정보를 풀었다.

그렇게 군대는 한 부락 씩 순조롭게 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대로 리오의 계획대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음?”

사령체에게서 전달받은 이야기와 다르게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남은 오크 부락은 이제 두 군데.

그 동안 도륙을 해온 곳만 무려 다섯 군데였다. 이제 슬슬 끝이 보이려고 할 때 이런 식으로 변화가 보이다니,

‘오라클이 무언가 수를 쓴 건가?’

지능이 뒤 떨어지며 싸움에서 등을 돌리지 않는 오크가 했다고는 보기 힘들었다.

그게 그럴 것이, 오크 부락으로 향하는 산길이 토사에 막혀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 큰 군대가 다른 길을 찾아내거나 돌아서 가야하는데… 뚫는 건 무리일 것 같고.’

리오가 고민하는 표정이 되자 폴이 말을 걸어왔다.

“리, 리오씨. 이거… 오크들이 한 짓은 아닌 거죠?”

아직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건만, 감으로 알아챈 모양이었다.

“땅의 정령들이 괴로워하고 있어요. 엘프니까 알 수 있는 건데…… 분명 오라클들의 짓이겠지요?”

두려운 눈으로 토사를 바라보는 폴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크들이 할 짓은 아니니까요. 거기다… 실제 이곳을 지나간 정찰병도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고 하니까요.”

“두렵네요. 산사태를 일으킬 정도의 마법사나 정령사가 오라클들에게 있다니.”

맨 땅에서 산사태를 일으킨 다면 정말 대단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이런 산이라면 이제 막 풋내기 티를 내고 있는 리오라도 산길 하나 막는 토사 정도는 일으킬 수 있었다.

그 정도는 알려줘도 상관이 없었지만, 같은 마도를 걷는 엘프가 이 정도도 모르다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 두렵다면 지금 당장 돌아가시지요.”

“아니요. 저번에 도망친 만큼 이번에는 꼭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어요. 리오님에 비하면 분명 아무것도 아닌 마법사로써의 실력이 이지만…. 그것도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마법사라는 존재는 희귀한 편이고 아무리 실력이 뒤 떨어져도 센스만 있다면 변수를 일으킬수 있었다.

‘본인의 의지가 그렇다면…. 내가 더 이상 할 말은 없지.’

그러함에도 리오는 그가 빨리 돌아가기를 원했다.

폴을 보고 있으면 마치, 처음 1층을 들어가던 자신을 보는 듯 했고… 자신이 경험했던 것보다 더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막연한 예감이 들었다.

‘누굴 걱정하는 거냐 리오. 그럴 만한 여유는 너한테 없는데.’

잠시 뒤.

군대가 반으로 나누어져 토사에 막힌 길을 돌아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반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저번처럼 여러 부대로 분산되는 것도 아니었다.

큰 하나의 군대가 두 개로 나누어질 뿐이었다.

거기다 여태 오크부락들을 거의 피해 없이 전멸시켜 온 탓에 군대는 멀쩡했다. 축적 된 피로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고 고향으로 금의환향한다는 생각에 가득 차 있다.

즉. 오라클을 비롯해, 오크들이 습격을 해온 다고해도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 숫자이며, 질적으로도 그렇다.

그러함에도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저희 부대도 반으로 나누는 군요. 실제 군대라면 하지 않을 짓이겠지만… 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세계이니 어쩔 수 없지요.”

둘로 나누어진 리오 일행들. 각자 자신의 실력에 자신을 가진 사람들이니 리오는 따로 걱정하지 않았다.

산길을 빙 돌아가고 있을 때 이었다. 리오는 수백 명의 병사들과 함께 보폭을 맞추며 걷고 있었다.

‘… 습격할 만한 곳은 없다.’

일반적인 10층 공략과는 먼 거리로 오고 말았다. 오크에게 지능이 있다면 남은 수단은 이렇게 조금이라도 분산이 되어 있을 때 난전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덧 붙여 오라클이 리오의 목을 노린다면, 지금이 가장 좋았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아도 지금 만큼 적기가 없었다. 그러나 군대의 힘은 앞의 전투에서 약화되지 않았고 오라클이 아무리 질적으로 우수해도 리오를 습격하는 것은 무리한 짓이었다.

‘나라면 아무리 먹잇감이 탐난다고 해도 무리한 짓은 하지 않겠어, 이 군대는 오합지졸 군대도 아니야.’

생각해보면 10층은 탑의 모험가가 적당히 거들어주기만 해도 통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고 생각이 되는데… 올까?’

그 예상은 곧 들어맞았다.

수백 명이 진군하는 군대의 앞에 또 다시 거대한 토사들이 나타났다. 언뜻 보기에도 방금 전. 마법으로 만들어진 토사들이었다.

‘… 설마?’

한기가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좋지 않는 예감이 온 것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토사들로 군대의 앞을 가로 막았다.

지형 탓에 리오도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반복할 정도의 기량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기준일 뿐, 일부 마법을 잘 다룬다는 종족의 기준으로 볼 때… 토사로 길을 막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쿠르르르릉!

“뭐, 뭐야?”

“갑자기 왠 지진이?”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어디선가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고서클 마법이라는 어스퀘이크. 지반을 흔들어서 큰 범위의 땅을 뒤 짚어 놓는 마법일지 아니면 윗 산에서 토사들을 그대로 몰고 내려오는 것일지 리오는 추측해보았다.

‘추측이나 할 때가 아니야!’

대비책을 새워야한다. 마법사로써 상대의 마법을 미리 예측하는 건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콰아앙!

군대의 중앙, 그리고 가장 맨 뒤에서 땅이 뒤 집어 엎어졌다. 지층 밑에 있던 암석들이 튀어나오며 장병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퇴로를 막았다.

동시에 중앙에서 시전 된 마법으로 군대는 분산이 되었다.

“전투 준비! 적의 습격이다!”

“주변에 오크 주술사가 있다! 찾아라!”

‘아. 안 돼! 지금 나가면 오라클이!’

오라클들에게 10층에서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인 병사들은 아무런 흥밋거리도 안 된다.

그저 리오와 모험가들에게 향하는데 방해가 될 뿐이었다.

‘도륙 당할 거야! 남은 오크 부락을 공략하려면 많은 병사들이 필요해!’

현재 리오가 있는 쪽도 이러한데, 아마 반대쪽으로 간 곳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둘 중 한 곳만 군대가 살아남아도 오크를 공략하는 건 할만 했다.

‘이대로 도망쳐서 반대쪽 인원들과 합류해야 하나?’

그게 아니라면 10층에 있는 오라클의 인원을 조금이라도 줄여야할지 고민했다.

‘템플러 한 명의 기량이 얼마나 되는 지… 알아볼까?’

간을 보기도 전에 산속에서 낯선 인물 몇이 튀어나왔다. 군복을 입지 않은 외지인.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리오를 노리는 템플러들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왜 나왔지? 아무리 분산되었어도 이 병력을 모두 상대하는 건 무리일 텐데?’

멍청한 건지, 아니면 자신이 있다는 말이었다.

“적이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템플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템플러 라는 탑에게서 허락 받은 축복 때문인지, 그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산속에서 튀어나온 용감무쌍한 모습대로, 수많은 병사들을 도륙하며 천천히 리오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백전무쌍의 용사라도 한계는 있는 법.

일당백의 용사에게는 백한 명의 병사로 쓰러뜨리면 되는 일이었다.

“… 템플러 라는 놈들은 원래 저렇게 지능이 뒤떨어지는 공통점이 있나?”

템플러가 쓰러지는 당연한 결과였다. 리오의 혼잣말에 근처에 있던 웨어울프가 답했다.

“나사가 빠진 놈들은 어딘가 문제가 있기 마련이지, 상식이 없으니 상식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리가 있나.”

“오라클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제법인데… 오라클이라는 이름답게 행동을 못하는 걸?”

방금 전 템플러들의 자살공격으로 그들이 만만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리오는 검을 빼어들고 자신의 축복을 이용하기 위해 작게 말했다.

“콜 오브 테일러.”

여태 다른 층들을 올라오며 괜찮은 재능을 얻었기 때문에 마법 재능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다시 리오에게 마법의 재능이 꽃피워지고 사령체들의 감각이 공유되기 시작되었다.

“… 제국을 위하여 템플러들을 몰아내자고, 생각보다 멍청한 놈들 같으니까.”

귀환을 향한 욕구가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 듯. 리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 많은 병사들을 상대로 제법 잘 싸우던데… 위험하면 병사들 틈 사이로 빠져야겠군.’

후방으로 빠져 있던 리오들은 난전 속으로 몸을 옮겼다.

“손수 앞으로 나와 주시다니! 오! 감사합니다!”

탑에게서 받은 축복 때문인지 템플러의 얼굴과 인상착의가 제대로 눈에 보이지 않았다.

‘흐릿한데…. 이러니 템플러에 대해 주민들이 이를 갈아도 마을에서 잡지 못하는 것이로군.’

리오는 새로 장만한 방패를 앞으로 내세우며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게 자세를 잡았다.

“생각보다 멍청하군. 토사로 길을 막고, 병력을 분산 시킨 건 예상 외이지만…… 그래도 우리 쪽 숫자가 좀 많지 않나?”

리오가 말을 던지고 있을 때에도 흐릿하게 보이는 템플러는 병사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었다. 무한히 찔러지는 검과 창들을 피하며 확실하게 수를 줄이고 있었다.

‘지치도 않는 모양이군.’

“오오! 리오님이 제 걱정을 다 해주실 줄이야!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이건 모두다 리오님을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제 마음을 알아주시겠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심드렁한 얼굴로 대답하는 때, 웃기는 말을 내뱉는 템플러에게서 암기가 날아왔다.

‘위, 위험했다.’

템플러 상대로는 긴장을 놓지 말라는 지인들의 말을 떠 올리고 리오는 빠르게 사태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리오를 비롯한 모험가들이 합세를 한 탓에 템플러들의 수는 빠르게 줄어가고 있었다.

“서로 통성명을 할 기회도 없어서 아쉽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