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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리오는 물었다.
“혹시 여기 계신 분들 중에 10층을 재도전하시는 분계십니까?”
막사에 모인 이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수십 명의 인원 들 중, 재도전 인원은 아무도 없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누군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 접니다.”
주황머리의 엘프 남성이었다. 주눅이 든 기색이었고 이곳에 모인 모험가들의 시선이 모이자 흠칫 떨었다.
“어디까지 가보셨습니까?”
“중도 탈락이라 제가 본 것이 끝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끝이라고 생각해요. 이 군대의 목표였던 오크 부락을 모조리 섬멸해보았고… 전 오크 족장을 만나서 도망치다 탈락판정을 받은 것이니까요.”
“흠… 오크 부락의 섬멸, 그리고 족장의 살해입니까?”
오크라면 아직도 어려운 상대였다.
오크 부족을 몰살시키는 것은 이 군대의 인원으로는 어렵지 않을 터, 리오가 생각하는 가장 큰 어려운 문제는 역시 오크 족장이었다.
‘그래도 뭔가 간단해 보이는데?’
리오는 말을 꺼냈던 주황머리 엘프에게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포, 폴이라고 합니다.”
“그럼 폴씨. 폴씨가 계셨던 파티들은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 층을 진행했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못 알려드릴 것 없죠…. 저도 10층을 통과해야 하니까요,”
리오와 모험가들은 폴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그의 입을 잘 들어두고 참고해야만 했다.
“이 군대는 그리 멍청한 군대는 아니에요. 정찰병을 보내어서 오크 부락을 찾는데… 오크 부락을 모두 한 번에 찾아내요.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아닌데… 그 이후가 문제에요.”
탑의 세계로 오기 전에, 원래 있던 세상에서 전쟁을 경험한 적이 있는 듯, 누군가 입을 열었다.
“군대는 돈 잡아먹는 귀신이지. 오크 섬멸을 목적으로 하는 군대가, 오크들의 위치를 한 번에 찾아내었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부대를 분산 시켜서 부락을 공격하겠군. 이 정도 군대라면 분산 시켜도 어지간한 오크부락쯤은 충분히 공략 가능하다.”
그 말에 리오는 맞장구 쳤다. 폴이 어째서 중도탈락 되었는지 한순간에 이해가 되었다.
“… 부대는 분산되었고, 마침 폴씨의 파티가 향했던 부락에는 오크 족장이 있었군요? 아하. 이건 복불복인가?”
“오크 족장이 있었던 건 맞지만, 제가 중도탈락한 건, 오크 부락을 두 번째 갔을 때이에요.”
“처음 갔을 땐 없었다는 말이군요. 근데 처음 부대를 보낼 때. 족장이 있는 부락 말고 다른 부락은 섬멸시키지 못한 건가요?”
폴의 말은 이상한 점이 많았다.
정찰병이 단 번에 모든 오크부락을 찾아내었다면, 돈 잡아먹는 귀신인 군대는 모든 부락으로 부대를 나누어서 편성했을 것이다.
단 한 번에 끝내기 위해, 모든 부락에 부대를 보냈다는 말이었다.
어느 한 부대가 오크족장을 만나 부락 공략에 실패했다고 한들, 다른 부락들은 성공했다고 보는 편이 맞았다.
군대가 찢어진 만큼, 모험가들도 각 부대로 나누어졌을 것이다.
오크쯤은 한손으로 찢어버릴 이종족들이 수두룩한데, 아무리 부락에 수가 많아도 지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폴의 말에 주변의 모험가들도 이상함을 느낀 듯 표정이 구겨졌다.
“저와 함께했던 동료들은 이 층을 통과하기 위한 제 1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어요. 그 때문에 족장이 있던 부락 말고는 분명히 섬멸에 성공했지만… 초기화가 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제 1조건?”
“예. 간단한 거 에요. 오크 족장. 오크 부락. 오크들. 모조리 없앨 것. 저희는 오크 족장을 죽이지 못했기 때문에 초기화가 된 것이죠. 그래서 두 번째 도전을 하다 실패하고 저는 여기에 있는 것이고요. 사실… 이 조건도 추측이지만요.”
그 말에 리오는 인상을 구겼다.
한 번의 전투로 모두가 만족할 완벽한 결과를 내어라. 이 말이 아닌가.
‘하하. 그래서 제국을 위하여 인가? 제국을 위하여 오크들을 섬멸하고, 제국을 위하여 군대를 해산하도록…….’
각자가 생각이 있는 듯. 폴의 말에 침묵이 흘렀다.
이래서야 리오에게 기대려고 했던 이들은 기댈 수가 없다.
리오는 개인적인 생각을 위해 막사 밖으로 나왔다.
‘정리해보자. 모든 오크 부락을 한 번의 공격으로 섬멸 시켜야하고, 랜덤 한 위치에 오크 족장이 출현한다. 실패하면 초기화. 그와 중에 죽으면 끝.’
확실하게 이전 층보다 어렵다. 난이도가 상당했다.
개벽버프가 있으니 망정이지, 없다면 어떨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개벽으로 인해 오크들의 기세가 조금 수그러든다고 치고…….’
확실하게 적이 오크뿐인지 리오는 폴의 확답을 듣기로 했다. 오크 부락으로 가는 도중, 다른 몬스터들의 공격이라던가, 야생 짐승들의 공격들도 염두에 두어야만 했다.
혹은 간혹 가다 있는 군대 내부의 적이라던가.
적에 대해서 생각하다 리오는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 오라클을 깜빡하고 있었군.”
오크나 야생 짐승이 가장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보스라고 부를 법한 오크 족장보다도, 같은 마을 주민인 템플러들이 이 상황에서는 무섭다.
‘큰일 났군.’
오크 부락으로 부대가 분산 된다면, 모험가들은 오라클들의 밥이나 다름없다.
뭉쳐도 모자를 판에 흩어진다니, 최악의 결과로 치닫고 만다.
“이거 힘들겠는데.”
무언가 방법이 없을지 리오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가만, 정찰병이 오크 부락을 알아온 다고 하지 않았던 가?’
제국의 병사가 얼마나 우수한지, 단 번에 오크 부락의 위치를 알아온다.
때 마침 부락에서 나오는 폴을 보고 리오는 그에게 물었다.
“폴씨.”
“아!… 예. 무, 무슨 일이신지요?”
“오크 부락은 총 몇 개입니까?”
리오의 물음에 그는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아까 말씀 드리려고 했는 괜히 혼란스러울 것 같아서 잠자코 있었어요. 실은 그것이……. 제가 처음 부락으로 갈 때랑, 두 번째 갈 때랑 발견된 부락 계수가 달라요. 매번 도전 할 때마다 부락의 계수가 틀려지는 건지, 아니면 정찰병이 찾지 못 한건지…….”
“폴씨 같은 재 도전자가 있는데 부락의 곗수와 위치는 매번 바뀌겠지요. 정찰병보다 먼저 위치를 알고 있는 자가 있으면 안 되니까. 그래서 오크 족장의 위치도 매번 바뀌는 것일 테고요.”
리오는 그 말을 내뱉고 웃음을 터트렸다.
오라클의 위협과 오크 족장을 순조롭게 처치할 재미있는 계략이 떠올랐다.
제국을 위하여, 군대의 유지비가 오랫동안 나가겠지만, 군인은 많은 수가 살아서 돌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왜, 왜 웃으십니까?”
갑작스럽게 리오가 웃음을 터트렸기 때문인지 겁 많은 엘프는 두려움에 떨었다.
“저번이랑은 또 다르게 진행이 될 겁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생각이거든요.”
12장 각개격파
리오가 있는 막사에서 분대장하라는 명령이 위에서 내려왔다.
먼저 나서서 리더쉽을 발휘하는 사람은 없었고, 생각해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눈치를 보아하니 많은 이들이 리오가 분대장을 맡기를 원하는 듯 했으나, 리오가 먼저 나서서 폴을 추천했다.
사유는 10층을 재도전 중이며 어떤 상황이 와도 경험에 따른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었다.
겁이 많고 소심한 것이 흠이긴 하지만, 사람은 본인이 아니라 주변 환경, 즉 자리가 만드는 법이었다.
차차 나아질 것이라 보고 리오는 그에게 분대장의 자리를 맡겼다.
“… 옆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잘해보십시오.”
"예. 옙.“
“말씀 놓으셔도 됩니다. 분대장님.”
“그. 그래.”
개인 시간동안 알레스터 크로울리의 마법서를 탐독하며 리오는 시간을 보내었다.
폴이 알려준 정찰병의 출병시간까지 좀 더 여유가 있었다.
‘배운 걸 써먹을 기회로군.’
흑마법. 거기서 사령술의 기초는 누군가를 지배하는 것이다.
리오의 낙인이 찍혀진 대상은 정신지배를 받게 된다.
이번 10층은 사령술을 이용해 진행할 생각이었다.
‘정찰병이 오크 부락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온다면, 사전에 차단하면 될 문제다. 차단하면 부대가 분산 될 일도 없고, 이 막사에 모인 모험가들 또한 뭉쳐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일이 리오의 생각대로 진행 되느냐였다.
정찰병이 사령술에 순순히 걸리는 것도 문제였고, 걸리고 난 뒤로 10층 도전 실패 판정을 받을 지도 몰랐다.
‘그래도 한 번 해볼 법해. 지금 당장 그것 말고는 뾰족한 수는 없으니.’
남는 시간동안 마법서를 탐독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이윽고 탑으로 들어온 지 며칠이 지난 후, 정찰병이 출병한다는 때가 오자 리오는 준비를 시작했다.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막사에서 빠져나온 뒤, 사전에 정찰병으로 알려져 있던 인물들에게 리오는 다가갔다.
“반갑습니다. 이번에 오크부락을 수색하러 나가시는 게론씨 되시는지요?”
“그렇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