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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37화 (3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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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준비, 탑을 오를 준비를 끝마친 리오는 마지막으로 안드레이를 향해 찾아갔다.

전야제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안드레이가 내건 내기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탑의 세계에서 가장 이름을 떨쳤던 마법사. 알레스터 크로울리의 마법서를 얻기 위해서 리오는 무리를 감행 한 것이었다.

‘그 알레스터 크로울리가 네크로멘서였다니,’

오우거와 대련전, 안드레이가 보여주었던 마법서에는 온갖 여러 가지 흑마법에 대해서 적혀있었다.

알레스터 크로울리는 4대속성을 다루는 일반적인 마법사는 아닌 모양이었다.

언데드를 비롯한 가지각색의 몬스터. 즉 이종족을 수하로 다루는 사령술을 배웠고, 그것으로 탑을 올랐다. 마법서를 통해 리오는 그런 추측을 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리오가 읽었던 부분에는 깜짝 놀랄 만큼의 이야기들이 적혀있었는데, 그 내용들 때문에 그 당시에 리오는 무리를 감행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탑의 세계를 거쳐 간 모든 인간들을 모두 사령할 수 있다니, 김체건도 가능하고, 그 책을 쓴 본인. 알레스터 크로울리도 사령할 수 있다는 말이잖아?’

만약 사령술을 배운다면 탑을 오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리오보다 먼저 이곳을 앞서나간 이들이다.

조심해야할 곳과 어떻게 하면 적을 쉽게 대처할 수 있는지, 그들은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들을 수하로 둘 수 있다면… 탑을 오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처럼 보였다.

‘반드시 배워야 되.’

드라칸인 안드레이가 머무는 곳은 마을에서 두 번째로 크다고 할 수 있는 건물이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이 세계의 중심. 탑이었다.

안드레이가 생활하는 건물에는 안드레이 말고도 다른 드라칸들도 있었다.

탑의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종족인 드라칸이 어째서 불편하게 공동생활을 하느냐?

그들의 탄생 이유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드래곤이 자신의 수발을 들기 위한 종족을 원했고,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드라칸이니까.

리오는 전설속의 생물인 드래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탑이 위엄을 내뿜으며 도전의욕을 부추긴다면, 드라칸과 용이 거주하는 이 용의 성지는 함부로 발걸음을 옮기기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게 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생겨나게 한다.

‘… 응?’

온 몸에 힘이 빠지는 듯한 기분, 그야말로 푸른 리자드맨에게 압도당했던, 오우거에게 죽음의 코앞까지 갔던 살기라는 것에 빠져든 기분이었다.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드래곤이라는 것의 존재는 이처럼 대단한 것인가.

‘정신 차리자.’

감수성 비슷한 것에 젖어버린 것이라며 리오는 안으로 들어갔다.

리오와 안드레이와의 예전관계는 끊어졌다. 하지만 계약관계로써 유지되고 있다.

그는 자신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탑을 오르는 가를 살핀다. 분명 힘만을 가지고 올라간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힘만 가지고 탑을 올라간다면 수많은 종족들은 이미 귀환자가 되어야 했을 테니까.

즉, 인간과 이종족들간의 정확한 차이점을 살피려는 것이다.

리오는 안드레이를 통해 탑을 안정적으로 오를 무력을 얻는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모두 지원 받는다.

두 명에게 모두 이득이 되고 피해가 되는 일은 없었다. 리오 쪽은 사생활 침해 같은 피해가 있긴 하지만, 지금 딱히 누군가에게 일상생활이나 탑을 오르는 것이 들켜서 곤란한 일은 없다.

애초에 이미 안드레이는 아주 오랜 시간을 살아온 드라칸답게, 인간들에게만 내려진다는 탑의 축복, 그리고 픽시의 존재에 대해 눈치를 채고 있다.

아마 리오 말고 먼저 이곳을 다녀간 조상들이 실수를 한 것이리라.

이런 저런 문제를 따져보아도 지금 당장 리오에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이득이고 최종 목표인 ‘귀환’이라는 것에 날개를 달고 날아갈 뿐이었다.

‘귀환이라… 이대로라면 정말 순조로울 것 같은데.’

리오가 고작 오른 층은 2층.

도전해야할 곳은 3층이건만, 개벽축제에서 이긴 오우거는 이미 30층 이상을 올라간 숙련된 탑의 모험가다.

위로 올라갈수록 개인의 역량보다는 파티의 호흡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리오의 모험가로써의 클래스는 2층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100층이 귀환이라는 탑에서, 30층 이상을 오른 오우거를 쓰러뜨린 2층의 모험가.

그렇다면 벌써 십분의 삼을 올라왔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도 되는가.

“…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어.”

오우거를 이긴 것이지 오우거가 여태 이겨온 1~30층의 존재들을 모두 이긴 것이 아니다.

오우거에게는 가뿐한 상대일 테지만, 분명 리오에게는 무척 곤란한 상대가… 즉 상성이 최악인 상대가 있을 것이다.

앤서러에게 대해 모르는 오우거에게 리오의 상성이 최악일 뿐이었다.

‘일단 초반 층은 금방 오르지 않을까 싶다….’

리오는 안드레이가 머무는 곳에 도착하자 몸가짐을 살피고 방문을 두들겼다.

“리오더냐?”

“예.”

“들어와라.”

방문을 열자마자 안드레이는 다짜고짜 리오에게 한 권의 책을 던졌다.

리오가 그렇게 필요로 하던, 읽고 싶어 하던 마법서였다.

“…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 까지 야. 어차피 너희 인간이 아니면 읽을 수가 없거늘, 애물단지다.”

이쯤 리오가 올 것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안드레이의 방안에는 따뜻한 차가 연기를 내고 있었다.

리오가 이 세계에서 자주 마시며, 유일하게 마시는 라프라스. 즉 녹차는 아니었다.

“몸은 괜찮은 것 같구나.”

“모만이라는 아는 호빗분이 좋은 약재를 주셔서…….”

“호오? 모만이? 모만과 알고 지내다니, 아니… 그 친구는 항상 마을 앞에 있으니 알만 하군.”

조렌은 자기보다 어린 아이로 취급을 하면서, 모만은 친구로 부르는 안드레이였다.

평범한 호빗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드라칸인 안드레이에게 이렇게 불릴 정도니, 리오는 모만씨를 다시보기로 했다.

“그래서 그렇게 멀쩡히 돌아다니는군. 내가 준 엘릭서의 약재를 너에게 준 모양인데… 혹시 갈색 보따리에 꽁꽁 싸매어 있었고, 그 안에 레서피도 있었나?”

“아… 예.”

“그 친구도 참… 내가 준 걸 한 번 풀어보고 너에게 준 건가.”

혀를 차며 안드레이는 찻잔을 들이켰다.

“엘릭서를 먹었으니 그 차는 필요 없겠군.”

“…… 몸에 좋은 겁니까?”

“그렇다만…?”

“…….”

리오가 지그시 안드레이를 바라보자 그는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장난이다. 이왕 만들었으니 먹어두도록.”

“잘 먹겠습니다.”

안드레이는 리오가 차를 들이키는 것을 보고 그 사이 다시 한번 몸을 한 번 살폈다.

용안이 번뜩이는 것을 눈치 못 챌 리오가 아니었다. 아까와 달리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의사에게 몸을 보이는 것처럼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 때 스승이었던 인물이다. 믿어서 나쁠 것 없었다.

“흠. 다 나았군. 엘릭서를 훌륭하게 만든 모양이야. 제법이군… 연금술에도 재주가 있는 모양인데?”

“그런 가요?”

“말끔히 다 나았어… 당장 탑을 올라도 괜찮을 것 같군.”

리오는 그 말에 안드레이가 당장 탑을 오르길 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막 환자의 몸에서 벗어난 사람을 너무 몰아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섭섭한 감정 따위는 없었다.

리오도 몸이 근질근질 했다. 당장이라도 탑을 오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 조렌 총판을 들린 것이니까.

“… 그렇지 않아도 내일 당장 탑을 오르려고 준비를 하고 왔습니다.”

“다행이군. 그래도 몸조심하도록. 인간의 몸은 깨지기 쉬운 유리라고 하니…….”

안드레이는 그 말을 내뱉고는 무언가 떠오른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 보니 그 마법서 말고 줄 것이 있었지….”

안드레이의 손 위에서 두 개의 물체가 나타났다.

아공간에서 물체를 꺼내오는 마법이었다.

“부탁했던 전야제 녹화 한 구슬이다. 다른 종족의 싸움을 보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기회이지. 큰 공부가 될 거야. 그리고 이건…… 내 개인적인 졸업선물이다.”

졸업선물이라는 말에 리오의 얼굴에 파문이 생겼다.

“… 졸업선물?”

“리오. 넌 이제 내 제자가 아니니까.”

말의 뜻을 이해한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3개월뿐인 관계. 그렇게 생각하고 맺어진 관계였다.

그리고 그 탓에 서로 벽을 두고 대했다.

별로 친해질 기회도 없었고, 서로 친해질 생각도 없었으며, 서로 사교성도 없었다.

“안드레이님의 제자에서 졸업하고, 어엿한 마법사가 되었으니 졸업선물이라는 겁니까?… 감사합니다.”

3개월의 생활이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과격한 첫 만남, 마나를 느끼기 위해 고생했던 것, 알레스터 크로울리의 마법서의 발견,

그 후의 진정한 마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법에 대한 즐거움이 무엇인지 그때부터 느꼈고, 안드레이와 공감대가 생겨났다.

살짝 눈물이 핑 돌았다.

“앤서러라는 건 미숙련자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것 같더군. 그래서 육체의 재생력을 높여주는 팔찌를 준비했다. 그 외에도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 이런 저런 마법을 걸어두었다만. 세세한 건 굳이 알 필요 없다.”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서.

그것을 강조하며 안드레이는 덧붙여 말했다.

“마법사인 나에게 있어서 너는 실험용 쥐에 불과하니까. 이 쥐가 어떻게 탑을 오르는지, 그게 무척 궁금하거든.”

그 말에 리오는 화가 나기는커녕 이렇게 된 상황이 안타깝기만 했다.

무언가 꼬였다. 할 말이 이것저것 많았지만 애초에 첫 맺음이 잘못 되어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끝날 수밖에 없나.’

“알…겠습니다. 그럼 가보도록 하죠.”

졸업선물이라는 것만 받고 리오는 나가보기로 했다.

“녹화한 건 안 가져가나?”

“전 공략 같은 걸 보는 성격은 아니라서요. 그리고… 그 전야제 싸움. 애초에 특이한 것이 컨셉이잖습니까? 그런 걸 봐서 탑을 오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는데요.”

리오의 말에 안드레이는 웃음을 터트렸다.

특이한 컨셉의 전야제.

탑이 가지각색의 설정으로 주민들을 괴롭혀도, 오우거가 주먹에 마법을 걸고 덤벼든다거나, 스켈레톤이 신성 마법들을 쓰는 등.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었다.

“하하. 그것도 그렇군. 이런… 그럼 무의미한 전야제였군. 탑을 오르는데 도움이 안 되는 것이었다니, 올 해는 좀 더 심사숙고해야겠어.”

아무래도 올해도 매년 해왔던 드라칸들의 전야제는 하지 않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리오는 고개를 숙이고 나갈 채비를 마저 했다.

그런 리오를 붙잡는 안드레이의 마지막 말이 들려왔다.

“… 리오.”

이미 몸이 방의 건너편에 있던 리오는 방문을 다시 열려다 들려오는 말에 몸을 굳혔다.

“실험용 쥐라도 한번 제자는 영원한 제자인 법이다.”

당연한 말이었건만 리오는 기뻐했다.

“난 그저… 네가 탑을 열심히 오르는 걸 보고 싶어서 그런 말을 한 것뿐이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안타까웠던 감정이 표정으로 모두 드러났던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안드레이가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었으니까.

리오는 대답대신 문을 닫는 소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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