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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36화 (3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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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그 창립 멤버라는 그 인간은… 앞에서는 템플러답게 행동하면서 뒤에서는 열심히 탑을 올라서 귀환을 했다고 하더군. 그 행동은 템플러들에게 있어서 배신이나 다름없었네. 그 탓에 오라클에게 있어서 인간은 배신자의 종족인 셈이고… 리오 자네는 실질적으로 피는 이어지지 않았겠지만,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배신자의 후예인 것이지.”

“무슨 말을 그렇게 길게 하십니까?”

모만이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다. 자신이 탑을 오르면 위험하다. 그리고 분명 오라클이라는 조직은 리오를 노릴 것이었다.

테일러의 아버지와 김체건. 그리고 최악의 마법사 알레스터 크로울리 또한 그러 했듯이.

“좋은 이야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만.”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실 분은 제겐 모만씨 뿐이니까요.”

“그런가?…….”

인상을 찡그리더니 모만은 무언가 떠올린 듯. 입을 열었다.

“좋은 이야기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그놈들도 로망 같은 게 있는 놈들이야. 단순 무식한 살인마가 아니라는 말이지.”

“무슨 말이죠?”

모만은 리오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검사로써는 풋내기지만, 익힌 앤서러라는 무예나 드라칸 안드레이에게 배운 마법.

충분히 예전보다 성장했다.

자신이 지금 할 말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먹잇감이 성장하길 기다린다는 말이지.”

“먹음직스러울 때 찾아온다 이 말입니까…….”

“조심하게, 나로서는 이 말 밖에 할 말이 없군.”

그 말을 남기고 모만은 리오의 집에서 나섰다.

그가 떠나자 남기고 간 보따리를 풀어 헤치니, 온갖 몸에 좋은 약재들이 한 가득 있었다.

탑의 세계에서는 굳이 이런 것이 없어도 상처나 병에 걸릴 일은 없었다. 탑의 규칙상 마을에서는 아무리 다쳐도 죽지 않고, 인간의 몸인 리오도 빠른 속도로 회복 할 수 있었다.

그러함에도 이런 약재들을 준다는 것은 모만의 배려와 과도한 친절함이었다.

리오는 걱정하는 모만의 마음이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

모만의 배려로 인해 리오의 몸은 예상보다 빠르게 치유되었다.

온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리오는 개벽이 이루어진 뒤, 처음으로 밖을 향해 나섰다.

한기가 뼛속까지 치고 들어왔지만, 마법을 허투루 배우지 않았던 리오는 금방 마나를 이용해 신체의 화기를 높였다.

‘옷부터 구해야겠는 걸… 오랜 시간 화기를 높였다간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또 침대생활을 보낼 테니까.’

옷을 구한다고 했지만 인간에게 맞는 옷을 구하기란 쉬운 게 아니었다.

인간과 체형이 비슷한 이종족들은 죄다 두꺼운 옷 자체를 입지 않는다.

그 때문에 옷가게가 있을 리 만무했고, 그저 옷감집, 가죽과 같은 것을 처리하는 무두점에서 제단을 부탁해야만 했다.

겨울나기용 옷을 주문하고 이번에는 무기총판으로 향했다.

전야제의 일로 인해 방패가 형체가 흔적도 없어질 만큼 분해되고 말았다.

상대방의 힘을 그대로 맞받아치는 앤서러의 희생양이 된 방패의 대용품을 찾아야만 했다.

‘그만 둔 곳을 다시 찾아오니까 좀 그런데…….’

하지만 방패 없이 탑을 오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미 리오의 몸은 방패에 익숙해져 있고, 앤서러는 방패가 없이도 펼쳐낼 수 있지만, 방패가 있음으로써 오랜 시간 전투를 해낼 수 있었다.

‘끝 마무리가 그렇게 안 좋았던 것도 아니었고… 들어가자. 방패는 여기 말고는 구할 곳이 없잖아.’

그때 그 창고로 다시 들어가야 했다.

조렌 무기총판으로 들어가자 아직도 리오를 기억하고 있는 문지기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아니, 뭐라해도 어젯밤 전야제를 빛낸 주인공이며 최근 탑의 세게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인물이었다.

잊을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다.

“어서오십시오. 조렌 무기총판입니다. 방문목적은 어떻게 되십니까? 앤서러 리오님.”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기 전에, ‘앤서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은 리오였다.

이 세상에 성을 붙이는 사람은 없다. 그러함에도 ‘앤서러’라는 걸 붙이는 까닭은, 마치 대단한 호칭을 붙여준 것 같아 쑥스러움이 생겨났다.

“무기총판에 온 게 별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무기를 구입하러 오셨다는 말이군요? 하긴, 리오님이 사용할 만한 무기는 여기 말고는 없지요. 알겠습니다.”

안으로 입장을 허가받은 리오는 익숙한 걸음으로 대기실로 향했다.

이제는 직원이 아니다. 구매자로써 행동해야 하므로, 이전처럼 곧장 창고로 향할 순 없었다.

대기실의 총판직원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구매와 관련 된 서류를 작성하는 사이, 누군가 다가왔다.

타그닥 거리는 발걸음이 곧 익숙한 인물을 떠올리게 했다.

“… 알씨?”

“이제 말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아시는 겁니까?”

“왠지 여기서 켄타우로스 하면 알씨밖에 생각이 안나서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리오에게 방패와 검, 기타 잡다한 방어구들을 추천해준 알이었다.

서로 알고 지낸 기억은 무척 짧았지만, 마치 오랜 지기를 만난마냥 둘은 반갑게 인사했다.

“잘 지내셨습니까? 알씨는 그 사이에 승진하신 모양입니다?”

“악성재고를 팔아치웠으니 당연히 승진할 만하지요. 다 리오님 덕분입니다.”

탑의 세계에 수가 적은 인간의 무구들은 모두 악성재고들이었다. 리오 덕분에 재고들을 처분한 결과. 판매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알은 승진을 하고 말았다.

“저는 그렇게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리오님은 잘 지내셨겠죠? 물론 중간 중간 소식은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더군요.”

“하하…….”

리오가 층을 하나 오를 때마다 업적을 해내었던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최초라는 업적을 해낼 때마다, 탑의 세계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업적을 달성한 인물에 대해, 업적에 대해 강제로 알려진다.

“별로 의도적으로 한 건 아닌데……. 어쨌든 잘 지내시고 계신 것 같아 다행이군요.”

“예. 여길 오신 걸 보니 방패를 구하시러 오신 겁니까?”

단번에 리오의 목적을 알아챈 알이었다. 그 또한 어젯밤 리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패가 오우거와 부딪치는 순간, 오우거의 팔과 함께 분해되는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

“하하… 어제 전야제의 일로 쓸 수 없게 되었거든요. 보셨나요?”

“예. 대단한 싸움이었죠…. 서류 작성은 끝나셨습니까?”

“예.”

“그럼… 저번처럼 그 창고로 갑시다. 리오님에게 맞는 물건은 거기 말고는 없으니까요.”

이제 높은 자리에 앉아 있음에도 알은 손수 리오를 이끌고 창고로 향했다.

무거운 철문과 봉인된 사슬을 끊어내고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밖은 겨울바람이 횡횡 불고 있건만, 창고의 안은 다른 세상 같았다. 마치 클린룸이 들어온 기분이었다.

“방패만 새로 구하실 생각이십니까?”

알의 물음에 리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고, 전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산전수전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숙달이 되었다.

“생각해둔 게 있습니다. 일단 검은 예리함은 둘째 치고 튼튼한 걸로 부탁드립니다.”

“튼튼한 걸로…? 베어내기는 적합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생각이 있으시겠지요.”

앤서러와 연관이 있기에 선택한 검의 특성이었다.

앤서러는 공격을 맞받아쳐 충격을 배로 되돌려주는 반격기다.

힘을 받아내도 증폭시키고 되돌리기 위해서는 튼튼한 신체, 무기, 방어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건틀렛도 하나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건틀렛이긴 한데 좀 장갑에 가까운 건틀렛이랄 까요.”

“아아. 일반적인 건틀렛이 아니라, 격투가들이 사용하는 것들 말이군요. 다섯 손가락이 쉽게 움직이기 편한. 희귀한 것이긴 한데… 찾아보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방패는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저번의 것도 좋았지만 다시 사용하자니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한동안 생각에 잠기던 리오는 결정을 내렸다.

“작은 걸로 주세요. 물론 튼튼해야겠죠.”

“스몰 쉴드로…? 알겠습니다.”

한 동안 이리저리 움직이던 알은 리오가 흡족할 만한 물건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한 번 사용해보시길, 다른 물건들도 많았습니다만, 제가 몇 개 추려서 가지고 온 것들입니다.”

“알씨의 안목을 믿도록 하죠.”

손에 딱 맞고 움직이기 편한 건틀렛. 리오의 마음에 드는 검.

팔목만 가릴 정도로 작은 방패.

“눈썰미가 대단하신데요? 제 마음에 쏙 들어요.”

흡족한 마음으로 리오는 알이 추천해준 물건들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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