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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28화 (28/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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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의 집은 개인저택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었다. 주변에는 가지각색의 종족들이 살고 있었는데, 리오를 훔쳐보던 이종족들 중, 나이 어린 이들이 리오에게 다가왔다.

“거기…! 인… 간. 당신이 그그그, 그 유명한 리오 맞나?”

“맞나?”

강아지 같은 실버울프에 테디베어 같은 그리즐리 베어였다. 아무리 리오보다 어리고 작다고 한 들, 사나운 종족인 것은 분명했다.

워낙 보기 드문 조합이었고, 또한 말을 걸어온 상대의 외모가 너무나도 귀여웠기 때문에 리오의 입가에 작게 미소가 생겼다. 인간을 무시하는 말투로 인한 적대감은 어느새 사라졌다.

“무슨 일이십니까?”

리오의 존대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실버울프와 그리즐리 베어는 가슴을 피며 물었다.

“네가 요… 요즘! 겁 없이도 탑을 들락날락거린다고 들었다!”

“들었다!“

‘요컨대 이 강아지와 테디베어는 나에게 훈계라도 내리고 싶다는 건가?’

사실 마을 주민들이 리오를 보고 수군거리는 이유는 시기와 질투 때문이었다.

인간인 주제에 탑을 오르는 것도 모잘라, 다른 이들이 해내지 못한 최초라는 타이틀을 연속해서 두 번이나 거머쥐었다.

그것을 막고 싶었다. 이대로 둔다면, 인간은 또 다시 자신들을 내버려두고… 귀환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민들로써는 리오에게 탑을 가지 말라고 할 권리가 없었다.

그저 리오를 눈앞에 두고 수근 거릴 뿐이었다.

“우리들을 이기지 못한다면! 넌 앞으로 탑을 오를 자격이 없다!”

“자격이 없다!”

이윽고 어린 실버울프와 그리즐리 베어가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었다.

귀엽게만 보던 어린 짐승들이 한순간 내뿜은 예기가 리오의 오감을 일깨웠다.

긴장감을 느낀 리오는 허리춤으로 손을 보냈으나… 한동안 마법을 배운다고 검을 놓고 지냈다.

‘애초에… 마을 안에서는 난 검을 메고 다니지도 않잖아.’

굳이 말하자면 리오는 검사가 아니다. 필요로 의해서 검을 들었을 뿐인 행인에 가깝다.

잠을 잘 때는 검을 놓고, 일상을 보낼 때는 검을 몸에서 떼어 놓는다.

오직 탑을 향할 때만 검과 병장기들을 착용 할 뿐.

항시 몸에 검을 떼어놓지 않는 검사라고 부르기에는 아주 먼 거리가 있었다.

“… 이런.”

주변의 주민들을 보자 이 상황을 즐기는 듯 했다.

어차피 사상자도 없는 싸움. 저 두 아이의 부모도 어디선가 방관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어린 아이이기는 해도, 아무런 장비 없이 짐승과 싸운다면 리오는 지고 말 터, 리오는 주변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는지 살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주변에는 무기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리오의 눈에는 지금 상황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보였다.

‘제길.’

누군지 몰라도 리오를 도우려고 했던지, 저 어린 아이들에게 가혹한 마법을 시전 한 상태였다.

이곳이면 모를까, 21세기 지구를 살다온 리오에게는 모른 척 할 수 없던 광경이었다.

아무리 죽지 않는다고 해도, 저 어린 치기에서 나온 행동 하나에 지독한 고통을 줄 수는 없었다.

‘세상은 살기 좋은데, 사는 놈들은 정말 나사가 하나씩 빠진 놈들인 것 같아. 나도 마찬가지인가?’

마법을 본 순간 이미 리오의 발은 어린 실버울프와 그리즐리 베어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리오가 자신들에게 공격의사를 보였다고 착각을 한 듯. 잔뜩 기세를 움츠렸다. 자신들에게 향해진 위험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으악!”

“악!”

눈을 질끈 감고 둘은 리오를 향해 각자의 손발을 휘둘렀다. 이내 날카로운 손발톱이 리오의 살갖을 찢는 느낌이 들었다.

‘큭!’

생살이 찢어지는 기분이 결코 좋다고 말은 할 수 없으리라. 리오는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두 어린 이종족의 공격을 받아내었다.

다행히 키 차이 때문에 둘의 공격은 두 다리에 박혔다.

하지만 그 때문에 둘을 밀어내려고 했던 계획은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대로 셋 다 마법에 당할 처지가 되었다.

막무가내로 마법의 피해범위로 들어왔던 리오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 덩어리를 보고 침을 삼켰다.

‘마치… 주먹 같군.’

아래에서 보니, 떨어지는 얼음 덩어리가 마치 주먹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리오에게 어느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 장면을 따라 리오의 몸이 움직였다.

하늘을 향해 두 손이 내질러졌다.

쾅!

“헉!”

정신이 든 순간 조각난 얼음결정이 쏟아지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벌겋게 달아오른 두 손을 바라보며 리오는 지금 자신이 해낸 일이 현실인지 자각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얼음조각으로 인해 느껴지는 차가움으로 인해 머리는 차가웠다.

어깨에서부터 시작되는 근육의 비명도 현실적이었다. 오로지 믿을 수 없는 것은 일어난 결과  뿐이었다.

“맙소사…….”

“방금 그거…….”

“부, 분명 안드레이님의 술수가 있었을 거야. 안 그럼 인간이 무슨 수로….”

“취륵. 오우거만 한 얼음 덩어리였다. 내 눈으로 직접 봤다.”

주변 주민들의 소란스러움도 현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리오는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부딪친 실버울프와 그리즐리 베어는 몸을 잔뜩 움츠렸다.

“히익…! 깝죽거려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후다닥 리오에게서 멀어졌다. 리오는 점차 주변에서 주민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인상을 구겼다.

‘길드로… 길드로 가야겠어. 김체건님. 도대체 뭘…….’

이제야 리오는 2층에서의 일로 뒤늦게 떠올렸다. 자신이 오크를 비정상적으로 넘어뜨렸던 일.

그때야 경황이 없고, 워낙 쉬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테일러의 일에 머릿속이 꽉차 있어서 그 일은 잊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 깨달았다. 벽화는 자신에게 이변을 일으켰다.

***

안드레이는 리오의 적이 아무리 어리다고 한들, 처벌을 가볍게 주지 않기로 했다.

비록 3개월뿐인 관계라지만, 대외적으로 리오가 안드레이의 제자라는 건 분명 했다.

그러할 지언데, 리오가 아무리 인간이라지만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받고 습격을 받는 건 자신의 명예와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나중의 일이 번거롭게 되지 않기 위해, 안드레이는 마치 리오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게 마법을 사용했다.

‘쯧. 그러니 얌전히 집에서 룬어나 복습 할 것이지……’

리오가 집에서 나오는 순간, 한 마디 하기 위해 안드레이는 다시 왔던 것이었다. 그러다 조금 늦는 바람에 이런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제자의 재주를 톡톡히 보게 되었다.

“… 내 마법을 상쇄하다니, 허.”

별거 아닌 가벼운 마법이긴 했지만, 리오가 특별한 기운도 없는 주먹으로 자신의 마법을 막아내자 안드레이는 허탈해졌다.

‘저걸 내 눈으로 다시 보는 날이 올 줄이야.’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가진 인간들만 할 수 있다는 무예.

탑의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나약한 인간이, 오로지 자신보다 강한 이들을 상대하기위해 만들어낸 무술이었다.

모든 기본동작 개념은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고, 그 충격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반격기였다.

먼저 공격하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방어만을 위한 자기 보호술.

‘설마 앤서러를 배웠을 줄이야… 아니, 그래. 저걸 배워서 탑을 올라가기 시작 한 건가?’

안드레이는 리오가 최근 들어서 탑을 올라간 이유가 저 무예를 익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개벽축제… 솔직히 이기는 건 포기하고 그냥 인간 제자 하나 둔걸 자랑하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드라칸들에게서 수준 높은 가르침을 받았을 여러 이종족들이 인간 하나에게 넘어지는 꼴도 꽤나 볼만 할 것이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앤서러 리오… 앤서러의 이야기가 또 다시 들끓겠군. 하하’

앤서러(answerer : 회답자, 답변자, 응답자.)

김체건이 남긴 벽화는 탑의 세계에서 앤서러 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가 떠난 이후에도, 몇 명의 지구인들이 벽화의 무술을 사용하며 그 이름을 떨쳤고.

앤서러는 ‘맞받아치는 칼’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제 앤서러 리오. 맞받아치는 칼 리오가 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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