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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27화 (2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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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도 좋은 일이고, 나에게도 좋은 일이니 편하게 받아 들이거라.”

리오의 표정이 보기 안 좋았던 건지, 드라칸이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용인에게 리오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제 얼굴이 원래 이렇습니다.”

“허허….”

드라칸은 한숨을 내쉬며 테일러의 집안에 있는 달력에 다가갔다.

“3개월 뒤에 있는 축제를 알고 있느냐?”

“3개월 뒤 말입니까?”

리오는 총판에서 들었던 개벽축제에 대해 떠올렸다.

탑의 세계는 사계절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일 년 내내 한 계절로 보낼 뿐이었다.

개벽축제란, 이번 계절로 보내는 마지막 날을 뜻하며 일종의 송년회에 가까운 날이었다.

리오가 있던 무기 총판은 개벽축제에 대해 매우 중요히 여겼다. 그 이유는, 무기를 판매하는 상인에게나, 탑을 오르는 모험가들에게 개벽축제 다음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 개벽으로 인한 기상 변화 때문에, 탑의 난이도가 조금 떨어진다던가?’

리오는 직접적으로 본적은 없었지만, 매년 개벽 이후로 매출이 엄청 뛴다고 하니,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었다.

축제에 대해 떠올린 리오는 드라칸에게 대답했다.

“… 예전에 조렌 무기 총판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개벽축제에 대해서는 제법 알고 있습니다. 이 세계로 온지는 이번이 처음이라 축제는 처음이지만요.”

총판에서 일했다는 사실은 몰랐던지, 드라칸은 놀란 얼굴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호오? 조렌 꼬마의 상점에서 일했다라……. 하여튼 알고 있으니 이야기가 빨라졌군.”

‘조렌 꼬마라니……. 그분 수염 덥수룩하신 분인데.’

드라칸의 나이가 자신의 상상이상 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 개벽축제에는 매년 드라칸 끼리의 친선대련 같은 게 있는데 말이야…… 그게 올해부터는 바뀌게 되었다.”

리오는 그 말을 듣고 불안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노친네끼리의 싸움에 장기 말이 되어 싸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 드라칸들 대신에. 드라칸들의 제자들이 개벽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해야 한다.”

“그런데… 그 마지막을 장식해야 할 드라칸님의 제자인 테일러가 제 손에 죽었다 이 말입니까?”

드라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야심이 큰 만큼. 게으름이 많은 녀석이었어, 나조차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지. 대신 건방지지만 네 녀석 같은 놈을 얻었으니. 난 만족스럽군.”

이미 버린 제자였던 모양이었다. 애초에 테일러의 복수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았다.

리오는 어찌할지 생각에 잠겼다.

사실 생각해볼 것도 없었다. 드라칸의 마법은 무섭기도 했지만. 이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드라칸은 제자를 원한다. 그 말은 자신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줄 것이었다.

‘말을 하는 걸 보니… 마법을 가르쳐 줄 생각 인 것 같은데.’

마법의 주인이라 불리는 드래곤에게서 마법을 배운 드라칸.

그 드라칸에게서 리오 또한 마법을 배운 다면 어디서 얻을 수 없는 기연을 얻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었다.

“앞으로 스승님으로 모시면 됩니까?”

리오의 말에 드라칸은 코웃음을 쳤다.

“여태 네놈이 하는 행동을 모두 보았는데 이제 와서 스승 대접을 받으라고? 엎드려 절 받는 건 거부한다. 나 안드레이. 그렇게 제자에 궁핍하지 않다.”

“그럼 어떤 식의 관계를 원하십니까?”

“날 부를 때는 그저 안드레이님이라 부르도록.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스승과 제자의 사이로 보여주는 연기를 해야겠지만. 그 외에는 그리하도록 해라.”

안드레이의 말에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원하는 건 결국 3개월간의 관계. 3개월간의 스승과 제자일 것이었다.

그렇게 리오는 마법사의 제자가 되었다.

***

리오의 하루는 이전과 별 달라지지 않았다.

마법사의 길을 걷고 있어도,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아침 운동은 거르지 않았다.

매일 운동을 하다 보니 몸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이제 점차 느껴지는 것이었다.

마검사라는 어중간하고 대단한 것을 꿈꾸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검을 손에서 놓은 날이 마법서를 잡은 날이었다.

“후우…….”

운동 후, 식사를 끝내면 리오는 곧장 테일러의 집으로 향했다.

언제나 항상 먼저 도착해 있는 안드레이에게서 호통을 잔뜩 받고, 리오는 마법지식을 전수 받는다.

전수라고 해보았자, 리오에게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지식들이었다. 현대의 과학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았다. 불과 물이 어떻다. 수증기를 이용한 마법, 난기류, 급속냉각, 벼락의 원리 등…….

가장 중요한 것은 리오가 끙끙 앓았던 마나를 느끼는 것이었다.

그것은 리오 말고도 많은 마법사들이 골치를 아파하던 것이었으니, 위대한 드래곤에게서 마법을 전수받은 드라칸 안드레이는 자신만만하게 리오의 고민을 해결시키려 했다.

“내가 누구더냐?”

“안드레이님이시죠.”

“내가 곧 마나이니라. 하하하!

리오의 어깨에 큼지막한 용의 손을 올린 그가 마나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내 리오도 ‘무언가’를 느낄 만큼 고농도의 마나가 테일러의 집안에 가득찼다.

“어떠냐? 이정도면 아무리 재주가 없더라도 마나를 느낄 텐데?”

“으음…….”

인상이 잔뜩 찌푸려진 리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숨이 꽉 막힐 정도로 무언가 가득차긴 했으나… 이게 마나라고 생각 되어진 않았다.

그저. 방안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좀 더 기합을 넣어서 명상을 해 보거라. 내가 곧 마나라는 생각으로!”

“으음…….”

“…….”

“…으음……!”

“뭐하나? 될 리가 없지 않느냐? 넌 드라칸이 아닌데.”

“…….”

방안의 마나를 거두며 안드레이는 보기 드문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리오는 할 말이 없기에 가만히 그의 표정을 살폈다.

“무언가 내가 착각을 한 것 같구나.”

한동안 말이 없다가 고민 끝에 내뱉은 말이 착각이라니, 리오는 짜증을 내려다 참고 되물었다.

“착각이라니요?”

“여태 해온 마나 수련법은 모든 종족들이 수월하게 해왔으며, 드라칸인 내 도움을 받으면 순식간에 마나를 느끼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넌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걸 보면…… 인간만의 마나 수련법이 따로 있다고 생각되는 구나. 너는 어떻게 생각 하느냐?”

자신만 배우지 못한다는 절망적인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리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다른 가능성을 염두 해보았다.

“… 테일러는 방금 전의 그것으로 마나를 느끼는 것이 가능했습니까?”

“가능했다. 하지만 너와 그는 다르지 않느냐?”

희미하게 웃으면서 드라칸은 날카로운 질문을 해왔다.

인간인 테일러와, 리오는 종으로써 같다.

하지만… 출신이 다르다는 것을 안드레이는 이 짧은 시간 만에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탑의 세계에서 태어난 테일러와, 현재는 탑의 규칙상 리오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지구에서 온 신태준.

어떤 이유로 둘의 차이를 알아챘는지 몰라도, 조렌을 꼬마라고 부를 정도의 나이는 헛먹은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어찌 되었든, 무언가 차이가 있는 것 같구나… 오늘은 이만 하도록 하고. 너는 룬어나 복습하고 있도록 하거 라.”

안드레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갈 채비를 하는 것 같자 리오가 물었다.

“안드레이님께선……?”

그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리오를 돌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내 입장에선 재미있지 않더냐? 무슨 수를 써도 마나를 느끼지 못 한다라… 흥미가 생겼으니 포기할 생각은 없다. 걱정마라. 네 조상 중에 마법을 배웠다고 하는 이가 있다. 그에 대한 걸 조사를 하다 보면 너에 대해서도 무언가 방법이 나오겠지.”

“내 조상이라…….”

마법을 배웠다는 인물에 대해서 리오는 안드레이가 자리를 비우면 픽시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가 자리를 비우고 리오는 룬어에 대해 암기를 시작했다. 한동안 머리를 쓰지 않아서 굳어있었지만, 테일러의 영향인지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어느새 모습을 픽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룬어라… 드디어 본격적이라는 느낌이네요.”

“수학에 이런 독자적인 글자라. 마법사들은 꽤나 머리가 아팠겠어. 나야 이것보다 더 머리 아픈 걸 매일 해왔으니 괜찮지만.”

“그렇죠. 전 그래서 마법을 배우다 그만 뒀어요.”

“왜? 배워두면 편하고 써 먹을 곳도 많잖아.”

픽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만… 절 가르쳐주시던 분이 귀환을 하셨거든요.”

리오는 픽시의 말과 자신이 질문하려던 사람이 일치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마법을 배웠다는 자신의 조상. 픽시에게 마법을 가르치다 귀환을 했다는 인물.

탑의 세계에서 귀환을 한 인물은 인간 밖에 없다.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마법을 배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거든.”

“김체건님에 대해 말씀 드렸는데, 그분에 대해 말씀 못 드릴 것 없죠.”

픽시는 입을 벌렸다.

“… 음?”

픽시는 몇 번 입술을 뻥긋 거리더니 스스로도 인상을 찡그렸다.

“금언?… 왜? 이미 귀환을 한 사람인데…….”

저번처럼 숨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리오도 가끔 식 자신의 이름을 말을 하려고 할 때면, 픽시와 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다.

“탑의 규칙이라. 성가시구만.”

리오는 그 사람에 대해 묻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길드에 가면 그 사람에 대한 힌트가 있을까?’

나갈 채비를 하고 리오는 길드로 향했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마을 주민들은 리오를 알아보고 시선을 쏘아 보내었다.

이미 리오가 드라칸 안드레이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도 소문이 된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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