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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의 탑-25화 (25/190)

<-- 25 회: 1-25 -->

“싸움이라는 건. 풋내기 법사 따위가 좋은 지팡이 들었다고 어떻게 달라지는 게 아니거든. 할 줄 아는 마법이 예전이랑 똑같다는 건 변함이 없잖아?”

자신의 동족을 죽였다는 소름 끼치는 감각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오크를 죽였을 때보다 더한 오한이 들었다.

그렇다고 오한에 떨며 검을 놓을 순 없었다. 검을 꽂고 승리에 취한 모습을 보여야지, 반대로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커…헉!”

혼이 빠지는 것처럼, 테일러가 마지막 비명을 내지르더니 축 늘어졌다.

착잡한 기분이 드는 것과 동시에, 리오는 갑작스러운 복통을 느꼈다.

‘… 뭐, 뭐야 갑자기…….’

복통의 원인은 아마 탑의 축복 때문일 것이었다.

리오는 자신의 손으로 테일러를 죽였다.

그러므로… 테일러의 재능을 강탈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 그, 근데… 왜 이래.’

그린 독의 경우보다, 오크의 때 보다 복통이 심했다.

오크의 통각 차단이 듣질 않는 모양이었다.

한 동안 끅끅대며 강탈의 후유증을 버텨내었다.

수분 뒤, 멍한 정신으로 리오는 몸을 일으켰다.

‘… 후우. 끝난 모양이군.’

테일러와의 사투 중에 어두워진 시야를 다시 밝히기로 했다.

2층의 이름은 두 명의 호흡이다. 테일러가 죽어버려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야를 확보였다.

‘… 불이 필요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성냥개비를 가지고 다녔는데… 잘 되었군.’

화르륵!

불을 밝히는 순간, 리오의 눈앞에 반투명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인간 리오님이 탑 2층을 최초로 혼자 돌파하셨습니다.

‘뭐?’

말도 안 되는 말이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리오에게만 보이는 붉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콜 오브 테일러

테일러는 탑의 세계에 종종 있는 인간 마법사였다.

몸에 깃든 마나의 축복은 필시 괜찮은 마법사가 되기에 충분했으나,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제부터 그런 테일러의 재능. 마나의 축복이 당신의 몸에 깃들게 된다.

그의 목숨을 취한 날을 영원히 기억하라.

‘이제 나도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건가?’

예상치 못한 기쁜 소식에 리오는 죄책감이 사라졌다.

염원하던 마법을 이제 드디어 자신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2층을 통과했다는 것.

우연히도 또 다시 새로운 업적을 갱신해내었다.

그런 리오에게 픽시가 축하의 말을 건네었다. 테일러가 죽음을 맞이한 덕에 리오의 곁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었다.

“축하드려요. 리오님. 또 다시 최초 기록을 만들어 내시고… 거기다 재능을 두 가지나 강탈해내셨네요. 사용할 수 있는 건 하나 뿐이지만.”

리오는 픽시의 축하에 고개를 끄덕였다.

“… 응. 근데 2층이 어쩌다 끝난 건지 알고 싶은데……. 정말 둘 중 한 명을 죽이는 게 끝이었나?”

“아뇨. 두 명의 호흡이잖아요? 한 명을 죽이는 게 끝일 리가 있나요. 네 개의 횃불을 끄는 것이 마지막이었죠. 사실상 리오님이 횃불을 모두 끈 순간 2층은 끝난 것이었는데…… 거기서 테일러님을 살해하셨으니 최초기록까지 갱신 하신 거죠. 남은 건 2층을 빠져나가는 일 뿐인데.”

픽시가 고개를 으쓱했다. 그 순간 리오가 있던 방의 정 중앙에 포탈이 생겨났다.

‘정말 끝인가 보군…….’

자신의 장비들을 챙기고 리오는 테일러의 시체를 뒤졌다.

어차피 이대로 탑에 두고 가면 그의 시체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

‘당신 물건은 내가 잘 쓰도록 하지.’

테일러의 품안에서 리오는 별다른 물건을 갈취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집 열쇠로 보이는 것을 빼앗았다.

할 일을 끝내고 포탈로 향하는 리오에게 픽시가 입을 열었다.

“말씀 드릴 게 있어요.”

“뭐지?”

픽시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앞에다 작은 손거울을 소환해내었다. 마치 리오보고 사용해보라는 투 였다.

‘… 응?’

무심코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 리오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검은 머리, 검은 눈이었던 자신이 어느새 변해있었다.

‘… 붉은 눈? 아. 머더러 그런 건가…….’

마을에서는 어떤 특정한 방법이 아니면 탑의 주민을 죽이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탑의 내부에서는 그 누구나가 주민을 죽일 수 있었는데, 리오는 테일러를 살해하였으므로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버린 것이었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유저를 죽이면 머더러라고 불리면서 불이익이 있었지. 여기도 마찬가지려나?’

리오는 픽시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짐작이 되었다.

“머더러가 되었군. 뭔가 불이익이 있나?”

“… 머더러? 이곳에서는 고작 한 명 죽인 걸로는 그런 호칭은 안 붙여줘요. 수십 명쯤 죽여야 ‘템플러’ 라는 게 되는데… 일정 층마다 지급 되는 보상 하나를 포기하고, 탑에게서 살인을 용인 받게 되죠. 그렇게 되면 살인에 대한 불이익이 없어지거든요.”

리오는 템플러에 대해 기억하기로 했다. 살인을 거리낌 하는 자들. 생각만 해도 오싹오싹한 놈들이었다.

“그래서 내가 받을 불이익은 뭐지?”

“리오님은 세 달간 탑에 입장 하실 수 없게 되요. 그뿐 이에요.”

예상치 못한 말에 리오는 인상을 구겼다.

기껏해야 마을의 이용이 곤란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어차피 한 동안은 마법을 배우려고 고군분투 할 생각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리오는 픽시에게 물었다.

“이곳 주민들은 머더러에 대해… 아니, 머더러 라는 말은 없다고 했지. 나 같이 누군가를 죽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괴롭힘이 있는지, 혹은 온라인 게임처럼 현상금 사냥이 있는지 리오는 물어본 것이었다.

“염려하시는 그런 일은 리오님에게 없을 거 에요. 고작 한두 명 죽인 거 가지고 왈가불가할 정도로 이 곳 주민들은 속이 좁지 않거든요.”

“그게 속이 좁다고 말을 해야 하는 건가…….”

“음…… 뭐라고 설명 드려야 할까요. 한두 명 죽이는 일은 탑을 오르다 보면 일상다반사라는 느낌?”

픽시의 설명에 리오는 오히려 머리가 아파왔다.

탑을 오르다보면 분명. 인간을 제외한 다른 종족을 동료로 받아들이는 날이 올 것이었다.

‘내가 과연 다른 종족들 받아들 일수 있을까?’

상대가 자신을 받아들인다고 한들, 자신의 마음가짐 문제였다.

‘어차피 지금 당장 고민해야할 일은 아니야. 지금은 좀… 쉬고 싶다.’

리오는 지금만큼은 머리 아픈 고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고생을 연속해서 한 결과. 한 동안은 침대위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한동안은 탑을 오르지도 못하는데… 좀 쉴까.’

@리오는 포탈로 옮기던 걸음을 멈추고 혼잣말을 했다.

“콜 오브 테일러.”

이제 죽어버린 누군가의 재능으로 마법을 배울 차례였다.

제 7장 개벽축제

“이거 어려운데…….”

마법을 배울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사람의 노력까지 모두 리오의 것이 된 것은 아니었다.

하는 수없이 기본적인 마법 서적을 구하기 위해, 리오는 테일러의 집안에 침입을 했다.

어차피 주인은 이미 죽은 몸이었고, 테일러의 시체에서 집 열쇠를 강탈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 이런 목적으로 열쇠를 훔친 게 아니었는데…….’

본래, 테일러의 집안에 그의 아버지의 흔적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리오는 훔친 것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결과는 자신에게 좋은 것이었다.

다만, 양심에 가책을 느낄 뿐.

한동안은 탑을 오를 수 없기 때문에 리오는 자신의 집과 테일러의 집을 오가며 마법서들을 탐독했다.

그러나 마법이라는 것은 현대를 살다온 리오의 머리로도 이해하기 무척 어려운 학문이었다. 머리로도 이해를 해야 했고, 감각적으로도 이해를 해야 했다.

‘대기 중의 마나를 느끼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개소리 같은데.’

오대원소가 집약된 마나가 대기 중에 분포 되어 있으니, 피부나 호흡을 통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책에는 설명 되어 있었다.

그 말은 리오에게 ‘도를 믿으십니까?’ 라는 말처럼 다가왔다.

‘내 눈으로 직접 마법을 봤으니… 마나가 있다는 건 확실한데…….’

짐작하기를 여기서 말하는 마나라는 건, 신체의 기(氣)라는 것과 비슷할 것이었다.

리오는 공부한 적은 없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여러 번 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단전호흡, 단학, 국선도… 배워둘 걸 그랬나?”

스스로 말하고도 리오는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서나 이렇게 여유가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지, 여전히 지구에 있었다면 취미생활 따위는 할 여유는 없을 것이었다.

‘스승이 있으면 좋겠는데…….’

혼자 끙끙을 앓면서 독학을 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리오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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